돈을 포기하고 프리랜서가 된 이유

거실로 출근합니다 에필로그

by 프니

2018년 12월, 회계사님과 악수를 했다.

"다음에는 무슨 일 하려고?, 1년 후에 다시 돌아오는 거 아니야?"

"아하하, 다시는 이 일 안 하려고요. 딴 일 할거에욧!" 하며 호기롭게 뛰쳐나왔던 그 날 이후, 나는 다시 한번, 아니 두 번 정도 그 비슷한 일을 하고야 말았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경력을 살려야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냉혹한 현실이었으니까. 하지만, 역시 그 길은 나의 길이 아니었음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 나는, 앞으로는 무조건! 완전 다른 길로 걸어갈 것을 맹세했다.


그 후로, 협회 사무, 오피스 강사를 거쳐 유튜브 사연 쓰는 알바를 하다가 영화 리뷰 편집 알바를 하며 돈을 벌었다. 돈을 벌긴 하지만, 직장이 있다고 할 수는 없는 상태. 그러니까, 적당한 알바를 하며 용돈벌이를 하던 어느 날, 뜻밖의 제안을 받게 됐다.


영화 리뷰 편집 알바를 하던 회사의 대표님의 제안이었다. 업무는 유튜브 콘티를 구성하는 것이었는데, 정말이지 내가 딱 하고 싶은 일이었다. 오메! 갑자기 회사를 다니게 되다니, 이게 무슨 일이야 싶던 차,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거리였다. 당장 카카오 맵에 주소를 찍었더니, 최소 1시간 30분이라는 숫자가 나왔다. 아, 이건 아닌데? 고개를 절로 저으며 나는 곧장 대표에게 답장을 보냈다.


"혹시 재택으로는 안 될까요?"

출근길에 지하철에서 한번 정신을 잃을 뻔한 적이 있다. 그 후로는 웬만하면 지하철을 오래 타지 않는 곳으로 직장을 구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지하철만 1시간 이상을 타야 하는 거리를 내가 다시 다닐 수 있을까?, 다시 한번 그 지옥 같은 출퇴근을 감당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으니, 무조건 재택 아니면 답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대표님은 사무실로 출근하면 주휴수당도 받을 수 있다며 달콤한 돈으로 나를 유혹했고, 나는 덥석 물었다. 하하


그렇게 시작된 장거리 회사생활."진짜 갈 거야?"라고 남편이 조심스레 물었을 때 멈추었어야 했나. 새로운 일을 배우는 것도, 구내식당의 밥도, 힙한 동네의 분위기도 다 너무 좋았다. 하지만 역시 10시 출근은 달콤했으나 7시 퇴근은 씁쓸했다. 허우적허우적 대며 집에 돌아오면 9시가 다 되었고 그제야 저녁밥을 먹는 노동자의 삶이란, 아 이건 정말 안 될 것 같았다.

가장 멀리 다녔던 직장이 선릉이었는데, 선릉보다 더 먼, 미지의 세계로 가기 위해서는 무려 한강을 건너야 했다. 흘러가는 강물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에 돌 하나가 박힌 것처럼 답답했다.


그래서, 더 이상은 미룰 수 없었다. 남편이 출근길에 벤츠를 박았던 그 날, 나는 대표님과 면담을 했다. 돈이 줄어든다 하여도 그냥 재택근무하겠노라고. 대표님은 정말 괜찮겠냐며 재차 물었지만, 나는 단호했다. 2,4호선에 흘려보내는 나의 금값은 시간을 돈이 위로해주지 못한 결과였다.


그러니까, 돈보다 내가 먼저였다. 보통 몸값을 올려 적을 옮기는 게 다반사지만, 나는 자발적으로 돈을 적게 벌 지도 모르는 재택근무(프리랜서)가 된 셈이다. 그래서 나는 매일 아침, 지하철을 타는 대신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로 출근한다.

그렇게 갑자기, 프리랜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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