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시작하고 다양한 일이 일어났다. 공모전에 당선 되기도하고, 신기한 제안을 받기도 하고, 늘어나는 조회수와 맞먹는 악플을 받아보기도하고(지나고보니 모두 추억이 되었지만), 아무튼 브런치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을 겪으며 웃고 또 웃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좋은 것은 다양한 작가님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너무나 손쉽게 내 침대위에 누워 읽을 수 있다는 것. 나는 원래 소설을 잘 읽지 않는 사람이지만, 우연히 소설의 장르도 접하게 해준 것도 브런치덕이다. 우연히 알게 된 최진우작가님의 글도 그랬다. 작가님이 쓰신 곱슬머리라는 단편소설 리뷰를 쓰는 오늘은 뭔지모르게 감격스럽다.
처음 책을 받아봤을 때 핑크핑크한 겉표지가 너무 귀여웠다. "곱슬머리"라는 제목의 의미는 무엇일까, 책을 펼치자마자 첫 소설 제목이 바로 곱슬머리였다.
대략줄거리
<곱슬머리의 여자에게 사랑을 느낀 주인공은, 본인의 마음이 사랑인지 아닌지 확신하지 못한다. 사랑일까,아닐까 고민의 연속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우연히 일본으로 도망치듯 여행을 떠난다. 근데 그 낯선땅, 우동집에서 곱슬머리를 한 여자와 만나게 된다>
"상대가 나를 이해하게 하려면? 당신 말대로 어떤 사람들은 나를 알고도 이해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나를 깔볼수도 있잖아요. 어떻게 상대를 온전히 믿고 알려 줄 수 있겠어요?나를?"
우연히 파우동을 먹다 만난 여자와, 또 우연히 남탕에서 만나게 되고, 그 여자와 치치부가하마에 여행을 가게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그 여자와 대화를 통해, 도망치듯 떠난 그 여행에서 주인공은 무언가를 느끼게 된다. 동글동글 제멋대로 구부러진 곱슬머리와, 우동사리가 안 보일 정도로 정신없이 뒤덮여버린 파우동의 파를 떠오르면서 사랑은 무엇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어렵다. 곱슬머리를 보고 나는 꽤나 깊은 생각에 잠겼다. 사랑은 무엇일까.
최진우작가님의 곱슬머리 소설에는 총 6편의 단편소설이 있는데, 그 중 가장 좋았던 작은 바로 두번째 소설, 나무에도 심장이 있어?다. 이 소설은 첫번째 소설인 곱슬머리에 비해 분량이 적은데, 정말 술술 잘 읽힌다. 남녀간의 복잡한 사랑이야기가 아닌, 부모와 자식의 이야기여서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확히 말하면, 부모님의 무한한 사랑을 느낄 수 있어서, 가슴이 벅차면서도 편한 마음으로 읽어내려갔다.
나무에서 심장 소리가 들린다는 6살 딸아이의 동심을 지켜주고 싶었던 아버지는, 그 딸이 중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어 타지로 나가고, 직장생활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그 모든 과정에 함께 한다. 딸은 부모의 품을 떠나 새로운 삶을 살아가지만, 아버지는 항상 변함이 없다. 딸이 항상 행복했으면 하는 그 마음은 아이를 낳은 딸이 "아빠, 나무에서 방귀소리가나요"라고 한다해도 딸을 위해, 방귀냄새가 난다고 할 아버지의 그 뜨거운 마음이 느껴졌다. 그래서 그럴까, 마지막 페이지에서 딸과 아빠가 나무아래서 나누는 대화가 참 찌릿하게 좋았다.
마음에 드는 구절이 나오는 페이지가 있으면, 책 끝 모서리를 접는 습관이 있다. 이책에서는 파장 부분이 특히 그랬다. 특별한 직업도, 특별한 꿈도 없는 친구 4명이 모여 술자리에서 주고받는 대화속에서 나는 나의 20대를 들여다봤다. 아, 나도 저런 말을 한 적이 있었지하면서. 파장에 나오는 대사들은 취업난,이직난을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과 많이 닮았다. 그리고 대사들이 참 찰지다. 마치, 내가 저 친구들이 있는 술집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내 옆에서 떠드는 것만 같다. 작가님도 이런 생각을 많이 하셨던 것인지 생각이 들 정도로, 그 시절 누구나 생각했던 이야기들을 누구나 공감가게 잘 그려낸다.
이 외에도, 스스로 특별하다는 믿음을 가졌지만 냉혹한 현실사이에서 방황하는 이야기를 그린 <네가 그렇게 특별할 리 없어>, 드림캐처, 빗속의 고래까지 총 3편의 글이 선물처럼 실려있다. 딱 젊은 세대들이 읽으면 공감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 "소설도 많이 읽어?"라고 물을 때마다 참 난감했다. 학창시절 몇번이고 읽었던 <원미동사람들>, 직장생활 할 때 미친듯이 읽었던<한국이싫어서> 딱 두작품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이제는 슬슬, 소설도 술술 읽게 될 것만 같다. 곱슬머리는 그렇게 우연히 내게 소설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