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생 엄마에게 상대가 안 된다.
*규범 표기는 "코르덴"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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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만 되면 어김없이 시작됐던 싸움, 나는 이것을 골덴전투라고 불렀다. 싸움의 상대는 엄마였다. "오늘 진짜 진짜 추우니까 제발 이 바지 좀 입어." 저학년 때는 뭣도 모르고 당했지만, 고학년이 되니 정신이 차려졌다. 난 먹다 뱉어버린 미역줄기처럼 요상하게 생긴 이 녹색 골덴바지가 싫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이건 분명 초딩을 무시하는 어른의 잘못된 행동이라 생각했다. 어머니, 저는 5학년이지않습니까, 정중하게 아뢰어도 끄떡없던 엄마.
시간은 흘러 몇 번의 겨울이 지났고, 교복을 입으면 지겨운 골덴싸움은 끝난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끝은 새로운 시작이었다. 교복을 벗었더니 이제는 갑자기 스타킹+내복 패션을 제안하는 어머니, 어머니, 나의 어머니. 또 몇 해의 겨울이 지났다. 그사이 나는 결혼을 했고, 그것은 더 이상 방구석 1열에서 엄마의 겨울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된다는 말과 같았다.
잔소리 없는 첫 번째 겨울, 나는 차가운 마룻바닥에 앉아 발가락을 비벼대며 손으로 "코르덴바지"를 주문했다. 가끔은 스타킹 위에 바지를 입는다. 끝내주게 따뜻하다. 엄마가 챙겨 준 촌스럽지만 두꺼운 니트도 꺼내 입는다. 아아, 살 것 같아. 엄마의 말을, 엄마의 마음을 이제야 알았다. 나는 평생 엄마에게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허벅지를 따뜻하게 감싸주고 있는 골덴바지가 이제 이 전투는 끝이 났다고 알려준다. 졌지만 진 것 같지 않은 느낌, 내 말이 틀리고 엄마 말이 맞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깊게 깊게 새겨진 골덴바지를 입고 현관을 나선다.
"엄마, 엄마가 맞았어. 이제 골덴바지가 더 이상 미역줄기처럼 보이지 않아.." "너 그럴 줄 알았다." 코웃음 가득 찬 엄마의 목소리가 벌써 귓가에 박혀 떨어질 생각을 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