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말린 건 겨울이었다.

소복하게 쌓인 눈은 나를 잠시 멈추게 만든다.

by 프니

"근데 왜 내년에 하는거야? 내일부터 할 수도 있잖아!?"


인생 33회 차 만에 드디어 운전면허를 따야겠다고 말하는 대견한 내게 남편이 말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내게는 맞지 않는 말이다. 나는 서둘러 입장을 밝혔다.


"그야 간단해, 겨울에는 눈이 오잖아? 그럼 운전 배울 때 굉장히 힘들고, 어렵고, 위험해!"


@unplash/Toa Heftiba


겨울은 한파와 폭설을 동반하는 만만치 않은 계절이니까 말이다. 사실, 그런 의미로 겨울이 좋다. 오늘 너무 눈이 많이 오니까 운전연습은 못 하겠다, 오늘은 너무 추우니까 차도 덜덜 떨릴 거야, 라는 말도 꽤 그럴듯해 보이는 핑계가 되니까.


소복하게 쌓인 눈은 나를 잠시 멈추게 만든다.

그러니까, 12월의 눈은 내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1년 동안 달려와서 힘들었지? 12월에는 너는 그냥 쉬어, 내가 알아서 해줄게.(하고 눈을 펑펑 내린다)"


맞다.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겨울만 되면, 서둘러 올해를 회고하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라고 등떠미는 연말 분위기가 33년동안 익숙하지 않은 내게는 이렇게 확실한 핑계는 또 없다는 말이다. 게으른 사람의 말 같지도 않은 핑계 같다고? 그것도 맞다. 하지만, 따스한 눈의 위로와 격려를 무시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생각하며 그에게 큰소리로 외쳤다.


"근데 있잖아, 그러니까 운전은 내년 봄에 해야겠지? 내 말이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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