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툰도 해보려고요!!!!!!!!!!!!
산책 하기 딱 좋은 봄 날씨네~ 싶다가도, 갑자기 패딩을 꺼내 입게 만드는 변덕스러운 봄 날씨를 느낄때면 나의 리즈시절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공부 말고 딴짓을 가장 많이 해보았던 4학년. 그때, 그 담임선생님을 알게 된 것은 축복이었다. 선생님은 공부도 좋지만 학생들의 딴짓을 적극적으로 돕는 분이셨다. 예를 들어, 급식을 먹기 전에는 조별끼리 급식 로고송을 만들게 하셨으며, 학급 동아리를 적극적으로 권장하셨다.
판을 계속 깔아주시니, 뛰어놀 수밖에.
나는 내 안에 숨겨왔던 관종끼와 에너지를 끌어모아 친구들과 댄스부를 만들었다. 춤을 잘 춰서가 아니라 그냥 할 게 없어서였고, 그 핑계로 일주일에 서너 번은 친구들과 베이비복스 안무 연습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한동안 연예인병에 취해 살았는데, 내 춤을 본 친구들은 팔다리가 허우적거리는 게 꼭 연체동물이 춤을 추는 것 같다며 깔깔 웃었다. 내가 생각해도 내 춤은 구렸다. 이렇게 된 이상 새로운 동아리를 만들기로 했다.
밥 먹을 때도, 청소를 할 때도, 침대에 누워서도 계속 생각, 생각, 생각! 며칠밤이 지나고 나는 결국 기발한 생각을 만들어냈다. 이름하여 <우체부>. 45명 정도 되는 반 친구들이 서로에게 전하지 못하는 마음을 빨간 우체통에 넣으면 집배원인 내가 대신 전해주는 시스템이었다. 종이박스를 주워와 빨간 색종이를 덕지덕지인 뒤 매직으로 우체통이라고 쓰고 생각했다. 나는 정말 천재가 아닐까.
하지만 우체통에는 파리가 날렸다. 생각해보니 옆반 친구에게 배송해주는 것도 아니고 같은 교실에 있는 애한테 직접 주면 되지, 뭐하러 빨간 우체통에 넣고 기다리겠는가. 고객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대실패였다. 나는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이렇게까지 할 일은 아니었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했던 나는 또 생각에 잠겼고, 마침내 사용하고 버린 페트병으로 작품을 만드는 폐품 개발자라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았다. 바로 선생님에게 의견을 구하기로 했다. 선생님은 무엇이든 해보라고 하시니까, 분명 좋아해 주시고 칭찬해주시겠지? 두근두근 나대는 마음을 붙잡고 선생님 앞에 섰다.
"그냥 이미 만들어 놓은 것에 집중을 하는 게 어떻겠니, 우체부, 댄스부 두 개 다 아주 훌륭해."
헉. 당연히 나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해 줄 줄 알았던 선생님에게 놉! 을 들으니 정신이 아찔했다. 욕심은 많지만 말은 잘 듣는 나는 어쩔 수 없이 남은 기간 동안 열심히 바람 빠진 풍선처럼 허우적거리며 춤을 추고,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우체통을 만지작거렸다. 내 인생에서 가장 바쁜 1년이었다.
20여 년 전 폐품 소년단을 말리셨던 그 말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때다. 스승님은 제자의 액션을 막은 것이 아니었다. 댄스(춤), 우체부(편지 배달), 폐품 개발자(제조) 연관성이 없는 것들을 한 번에 하려고 하는 것, 그렇게 욕심을 부리다가는 쉽게 지쳐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예견하신 건 아니었을까.
춤도 잘 추고, 편지 배달도 잘하고, 물로켓도 잘 만들고 싶었던 초딩은 유튜브를 잘하고 싶고, 파워블로거도 되고 싶고, 브런치 작가로 성공(?)하고 싶은 욕심 많은 어른으로 진화했다. 돈은 제대로 못 벌어도 일을 항상 벌이는 사람이 바로 나. 그러니까, 이제는 인스타툰도 하고 싶다는 거..
그래도 서른넷의 나는 어느 정도 현실적인 사람이 된 것 같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영상을 만드는 것은 모두 다른 일 같지만 나의 생각을 표출하는 액션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100일 동안 꾸준히 인스타에 그림을 올리겠다! 100일 출근한다고 개근상을 받는 어른은 아니지만 그래도 포켓몬빵을 내 돈 주고 사 먹을 수 있는 어른은 되었으니까. 돈은 없어도 하고 싶은 것은 여전히 빵빵하니까. 하고 싶은 것은 어떻게든 해야겠으니까.
그러니까 이 글은 또 한 번 비장해진 어느 백수의 출사표.
이건 아마 선생님이 들으셔도 좋은 생각이라고 하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시작해본다. 100일 동안 꾸준히 인스타툰을 올리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뭐 대단한 걸 바라는 건 아니다. 내가 정말 꾸준히 잘 올릴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이 궁금할 뿐.
100일 뒤에 뵙겠습니다.(브런치도 꾸준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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