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니 May 27. 2022

전시회를 하는 겁니다. 할 겁니다. 해보는 겁니다.

니트 컴퍼니 전시에 나갑니다.

어린 시절 내 별명은 애기보살이었다. 남아인지 여아인지 구분하기 애매한 머리숱을 가지고 있었던 나는 엉엉 울다가도 수건 하나와 젖병을 손에 쥐어주면 순식간에 웃고 말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인자한 부처의 모습과도 닮았다고 하여 애기보살로 불렸다고 한다. 그렇게 순한 아이로 온 동네를 주름잡았던 애기보살은 부처님처럼 큰 귀도 보유하였는데, 문제는 그 귀가 얇디얇아 쉽게 팔랑거린다는 점이었다.


그렇다. 나는 귀가 매우 얇다. 대학 졸업 이후 편집디자인을 배우고 싶었지만, 내일 배움 카드 상담사분의 말에 홀라당 넘어가 디자인 대신 전산회계 학원을 결제한 이력이 있는 사람이 바로 나다. 책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으면서도 고작 3번밖에 보지 않은 상담사분에게 설득을 당해 꿈을 접었다니. 지금의 나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때의 나는 그랬다.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여전히 귀가 얇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이게 또 나쁘지만은 않은 듯하다.



몇 주 전, 니트 컴퍼니 팀장님에게 개인 연락이 왔다. 매일 네이버 밴드로 업무를 보고 하기 때문에, 굳이 카톡을 하실 필요가 없을 텐데? 어느덧 3개월의 근무기간이 다 끝나가는 니트 컴퍼니는 그동안 실행했던 업무들을 전시하는 전시회 일정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닛컴의 업무로 <아이패드 드로잉>을 진행하였던 나는 인스타툰도 시작했겠다, 캐릭터도 정해졌겠다.. 한번 전시회에 나가볼까 싶었지만, 작은 테이블을 꽉 채울 자신감이 없던지라 참가 신청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팀장님:

"개인 전시는 안 해요? 아깝잖아요 재밌는데"


헉.. 그러게요. 정말 재밌기는 하겠는데... <아깝잖아요, 재밌는데>라는 말에 이미 60% 이상 넘어갔지만, 미니북 제작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쩔까 저쩔까 마음속에서 트위스트 춤을 추고 있는 내게 팀장님이 말했다.


"할까 말까 할 땐??ㅋㅋㅋ"

끝났다. 당했다. 나는 설득당하고 말았다. "재밌겠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 해보겠습니다!" 그렇습니다. 귀가 얇아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또 귀가 얇은 덕에 전시회를 나가게 되었다는 말이었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젖을 것을 알고도 타는 아마존에 올라타듯, 나는 단순히 재미와 기대되는 마음으로 전시회라는 큰 배에 올라탔다.




전시회 하는 겁니다. 할 겁니다. 해보는 겁니다.


전시회라니, 전시회라니! 물론 나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단독 전시회는 아니지만 또 전시회는 처음이라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야 했는데,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알게 된 것들을 기록해본다.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알게 된 점 하나.

스티커, 엽서, 캐릭터 등신대 등등을 퀄리티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일러스트나 포토샵의 능력은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는 것. 역시 새로운 것에 부딪혀보니 또 새로 배워야 할 것이 또렷하게 그려지는 법이다. 일러스트를 배워야겠다.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알게 된 점 둘.

생각보다 내가 무언가를 기획하는 일을 좋아한다는 것인데, 참여를 결정하고 난 뒤 바로 머릿속에서는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뒤엉키기 시작했고, 그 아이디어들을 하나하나 정렬을 맞추어서 정돈하는 일이 너무 재밌는 거다. 스스로에게 이거 어때? 이건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 물어보면서 하나하나씩 주문을 넣고 배송을 기다리며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더 복잡하고! 어지럽고! 어렵지만, 기대 이상으로 훨씬 즐겁다는 것!



역시 어른들 말은 틀린 게 하나 없지. 할까 말까 할 때는 얇은 귀를 팔랑이며 기회를 잡아야 되나 보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이 짓을 좋아하는지, 정말 아닌지 확실하게 알아차릴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니까.




전시 주제는

<백일잔치>로 정했다.


거창한 기획의도도 써보았지만, 사실은 그냥 잔치상을 차리는 중이다. 2년 동안 할까 말까 망설이며 고민하고 또 고민했던 시간을 거쳐 탄생한 <프리니트>의 주인공인 내가 백일 동안 그리는 것을 멈추지 않은 그 기적을 축하하는 자리. 그러니 나의 첫 번째 백일잔치는 나만 즐거운 잔치가 될 수도 있겠다. 그래도 단 한 명이라도 같이 즐겨 줄 수 있다면 너무.. 너무.. 너무너무 좋겠다.


전시 준비를 하며 나는 나와 많이도 싸웠다. 내가 뭐라고 이거를 해도 되는 걸까?라는 마음과 그런 걱정을 할 시간에 뭐라도 해라!(가위질이라도!)의 마음이 틈만 나면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었다. 그런 안달 난 마음으로 쫓기듯 준비를 하다 보니 어느덧 전시가 코앞에 다가왔다.


한 번도 안 해본 짓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떨린다. 떨리고 또 떨린다. 스티커를 아무도 안 가져가면 어떡하지, 방명록에 그림 너무 못 그리시네요?라는 악평이 달리면 어떡하지, 테이블이 휑~하면 어떡하지 등등의 창조 걱정을 하고 있는 것 보면 나 정말 이 전시에 진심인가 보다. 그러니까 걱정도 되지만 설렌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프리니트의 백일잔치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랜선 축하 환영!)




니트 청년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니트 컴퍼니 시즌11 전시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d9Iuh16CGjJude776DUFONrZc_YpE17_olJsTL89-BC3QyIQ/viewform 


이전 06화 내 이름은 백수, 변덕 킹이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