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나 사고 쳤어, 벤츠를 찍었어!

결혼은, 뜬금없는 일의 연속이었다.

by 프니

2020,8월의 어느 날. 10시 출근이었던 나는 , 느지막이 일어나 여유 지게 지하철역에 도착해 남편에게 카톡을 보냈다. "나 지하철역 왔어! 회사 도착했어?""웅웅 막 도착했어"라고 할 줄 알았던 남편에게서 전혀 뜻밖의 답장을 받았다.





"나 사고 쳤어요."다음 보이는 글자.. 벤츠 찍음이라는 글자를 보자마자 나는 마음속으로 벤츠 10대를 박살 내버렸다. 사람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황당한 일을 당하면 웃음이 세어 나온다더니 그 말이 맞았다. 남편과 나는 실성한 듯 ㅋㅋㅋㅋㅋㅋ으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싶어 전화를 하고싶었지만 할 수 있는 거라곤 뭔일이냐고 재촉하는 것 뿐. 답장이 오기를 기다리며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얼마나 찍은걸까, 돈이 많이 나올려나? 그럼 내가 이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할까? 생각의 꼬리를 물던 차, 남편은 다행히 벤츠차주분께서 적은 금액만을 요구 해주셨다는 말을 전하며, 절을 할 뻔 했다고 했다. 나는 절이라도 했어야지 무얼 했냐며 타박했다.


그리고, 나는 그제서야 남편에게 말했다. "다친데가 없다니 다행이다, 놀랐겠다." 남편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스스로에게도 어이가 없지만, 남편을 걱정하기보다 벤츠에게 나갈 돈을 먼저 떠올렸다. 어찌됐든, 큰일이 아니라는 말을 들으니 마음이 편해졌다. 정말, 올해 가장 놀란 순간 베스트5에 들만큼 당황스러웠던 남편의 카톡이었다.


앞으로, 또 몇 대의 벤츠를 찍을지 모르지만

나는 평생 벤츠를 찍어본 적이 없다. 그리고 그럴 일도 평생 없음을 나는 안다. 왜냐하면 나는 면허가 없기때문에.. 하지만 또 다른 나, 남편은 차주이기에 또 어디가서 차를 찍을 지 모를 일. 결혼이란 그런 거였음을 이제 알게됐다. 나 혼자일때는 일어날 가능성이 적었던 일들을 뜻하지않게 겪게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러한 일이 두더지처럼 쉴 새 없이 튀어나올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일을 함께 해결 해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앞으로, 또 몇 대의 벤츠를 찍을 지 모를일이지만 다음에는 조금 놀라고, 빨리 남편을 위로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안 찍고, 안 찍히는 게 가장 좋겠지만..





이전 15화삐빅, 남편이 빡쳤을 확률이 99%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