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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Oct 05. 2024

미야시타파크, 도시에 필요한 공원은 무엇일까?

미야시타 공원의 역사와 재개발 배경

미야시타 공원은 시부야와 하라주쿠 사이, JR 야마노테선 옆에 자리 잡고 있었다. 1930년 지상 공원으로 시작해 1964년 공공 주차장 위 옥상공원으로 변모했지만, 1960년대 이후 잦은 지진으로 노후화가 심각해졌다. 30년 넘게 방치된 이 공간을 미쓰이부동산이 재개발하기로 한 것이다.미쓰이 부동산의 접근법은 남달랐다. 그들은 책상 앞에 앉아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대신 시부야의 거리를 직접 걸었다. 그 결과 발견한 건 '부담 없이 한숨 돌릴 수 없는 시부야'였다. 화려한 마천루와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정작 사람을 위한 공간은 찾기 힘들었다. 젊은이들은 가드레일과 놀이기구에 앉아 숨을 돌리고 있었다. 이 통찰이 '자극과 쾌적이 어우러지는 4층 공원'이라는 콘셉트의 씨앗이 되었다. 무엇보다 시부야에 처음으로 빌딩을 짓는 미쓰이 부동산에게 미야시타파크는 니혼바시와는 또 다른 도전이기도 했다.


미야시타파크의 독특한 구조와 설계 철학

미야시타파크의 구조는 기존 상업시설의 문법을 따르지 않았다. 1층부터 3층까지는 상업 시설, 그 위에 공원을 올렸다. 하지만 미쓰이 부동산은 '시설 전체가 공원'이라는 아이디어를 고집했다. 이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전천후형을 지향하는 기존 상업시설의 관행과 정면으로 충돌했기 때문이다.미쓰이부동산은 대부분의 시설을 밖을 향하게 했다. 이는 건물이 날씨와 온도의 영향을 더 많이 받게 된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그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했다. 비가 내리는 각도를 정밀하게 시뮬레이션해 휴식 공간을 만들었다. 사람들이 비에 젖지 않고 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상업시설 부분에는 공원과의 연속성을 의식해 많은 식물을 배치했다. 이는 쇼핑몰이 아닌, 도시 속 오아시스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브랜드 선정과 공간 구성 전략

브랜드 선정도 치밀했다. 럭셔리 브랜드부터 일본 최초 입점 매장, 로컬 브랜드까지 다양하게 구성했다. 1층은 럭셔리 브랜드들로 채웠다. 구찌, 프라다, 발렌시아가 등이 입점했고, 뉴욕의 인기 슈즈 셀렉트숍 '키스(KITH)'도 일본 최초로 매장을 열었다.특히 2층과 3층의 '거리' 형태 매장 구성은 인상적이다. 의식주 브랜드들이 서로 섞여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낸다. 


2층 북쪽에는 THE MATCHA TOKYO, 노즈샵, gram, G shockstore, 제시믹스, 기능성 운동스튜디오인 그릿네이션 등이 있다. 3층 북쪽에는 노스페이스백매직, 뉴에라, 댄스스튜디오 EN, 스케이트보드 전문점 instant, 레코드샵 face records, 지브리의 의류브랜드인 GBL, 아트플랫폼 SAI, 판다익스프레스, 타코벨, 맥도날드, 마구로마켓 등이 입점해 있다.남쪽의 테라스형 공간은 휴식에 초점을 맞췄다. 테라스에는 의자, 소파, 식물들이 놓여 있어 사람들이 시부야 풍경을 보며 쉴 수 있다. 이런 구성은 쇼핑, 휴식, 문화체험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공간을 만들어냈다.


미야시타파크파크를 완성하는 퍼즐.시부야 요코초.

시부야 요코초는  이 프로젝트의 하이라이트다. 하마쿠라 상점제작소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이 공간은 단순한 식당가가 아니다. 100m에 걸쳐 19개 식당과 술집이 빼곡히 들어섰다. 홋카이도부터 오키나와까지, 일본 전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한국 음식점도 있다.시부야 요코초의 공간감이 특별한 이유는 그 위치 때문이다.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 건물을 마주 보는 지점, 시부야 빅카메라 근처, JR 야마노테선 바로 옆이다. JR 시부야역 하치코 출구에서 나와 시부야 스크램블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다. 시부야 요코초로 향하는 길은 '큰길'이 아닌 골목길이다. 미야시타파크가 철로 옆에 있다 보니, 시부야 요코초는 자연스럽게 선로 아래 만들어진 거리처럼 보인다. 우에노 아메요코시장과 나카메구로역 식당가 분위기와 비슷하다.

하마쿠라 요시노리는 이곳을 "매일의 축제가 열리는 곳", "다음 세대로 연결되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 그는 "시부야 거리에서 사다리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시부야에서 약속을 잡을 때 첫 번째 만남의 장소 역할을 하는 곳. 그렇게 매일의 축제가 열리도록 하는 게 시부야 요코초의 목표입니다."라고 말했다.이러한 의도는 사실 시부야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 시부야는 도쿠가와 이에야스 시절 참번교대제를 위해 일본 전국 각 다이묘들이 모이던 곳이었다. 에도시대를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교통요지가 되었고, 서브컬처를 만든 중심지였다.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고, 일본 화이트컬러의 기반이 된 야마노테 문화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동시에 시부야는 일본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비트밸리이기도 하다.


로고 디자인에 담긴 철학

로고 디자인에도 이런 철학이 반영됐다. OMFG가 만든 'M' 로고는 6가지 색으로 확장 및 축소할 수 있는 역동성을 담았다. 이는 미야시타파크의 다양성과 변화가능성, 나아가 시부야라는 도시의 특성을 상징한다. 6가지 색은 계절마다 열리는 행사와 협업에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공공성'에 대한 질문도 던진다.


공공성과 상업성의 균형에 대한 고민

미야시타 공원은 1953년부터 휴식 장소로 사람들이 이용해 왔다. 이곳에는 다양한 사정으로 집에서 쫓겨나고, 노상생활을 강요당한 사람들이 모여 거주한 시기도 있었다. 2009년, 시부야구는 나이키 재팬에 미야시타 공원의 '명명권'을 매각했고, '공원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구내의 텐트와 오두막을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공원에서 생활하던 사람들과 갈등이 있었고, 2015년에는 강제 퇴거를 불법으로 하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이런 맥락에서 볼 때, 미야시타파크가 진정 '모두를 위한 공간'이 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편히 쉴 곳이 없는 시부야 사람들을 위한 공간인지, 아니면 그곳에서 오랜 시간 지내던 노숙자들을 배제한 공간인지, 이는 시간이 지나며 판단될 것이다.

미야시타파크 프로젝트는 경제적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시부야구는 미야시타 파크 사업으로 미쓰이 부동산으로부터 235억 2,100만 엔(약 2,352억 원)을 받기로 했다. 이 금액을 통해 미쓰이 부동산은 공사 기간을 포함한 34년 10개월 동안 사업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시부야구는 연간 6.7억 엔(약 67억 원)의 재원을 확보한 셈이다.이 프로젝트의 성공은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초기에 주변 주민 및 시부야구 의회가 미야시타파크 재개발을 '연기'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가장 우려한 것은 호텔이었다. "원래 미야시타공원은 공원이었다"는 주장이 나왔고, 고층 호텔로 인한 경관 훼손과 소음 문제 등이 제기되었다.


주민들과의 갈등과 해결 과정


미쓰이 부동산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주민 대표들과의 회합 및 시부야구와의 협의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수용하고, 프로젝트의 가치를 명확히 전달하려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시부야구 의회에서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내어 재개발 계획이 가결되었다. 결국 미야시타파크는 상업과 공공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도시 공간의 실험이다. 이는 단순한 공간 개발을 넘어 시부야의 정체성, 역사, 문화를 총체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전통적인 상업시설의 개념을 탈피하고, 도시민들의 일상에 녹아드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 노력이 돋보인다. 미야시타파크의 사례는 앞으로 도시 개발에서 공간브랜딩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을 고려해야 할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상업적 성공과 공공성의 균형, 역사성의 보존과 혁신의 조화, 지역 주민과의 소통과 합의 등 복잡한 요소들을 어떻게 조율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힌트를 제공한다.


미야시타파크의 의의와 도시 공간의 미래

시부야는 여전히 위로 향하고 있다. 사람들은 새로운 무언가를 계속 갈망하면서도 동시에 과거를 추억한다. 이 모순된 욕구 사이에서 미야시타파크는 새로움과 과거, 상업과 공공성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는 중이다. 이 모호함을 구체화하는 것, 그것이 바로 현시대 '브랜드'의 역할일 것이다. 미야시타파크는 단순한 상업 시설이나 공원이 아니다. 그것은 시부야라는 도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공간이다. 사람들이 만나고, 쉬고, 즐기는 곳. 문화가 생성되고 전파되는 곳. 상업과 공공성이 공존하는 곳.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새로운 형태의 도시 공간이다. 미야시타파크는 시부야의 DNA를 담아내면서도, 현대 도시민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혁신적인 공간 브랜딩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가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성공적인 공간 브랜딩은 단순히 아름답거나 기능적인 공간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해당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현재의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며, 미래변화를 예측하고 대응하는 총체적인 접근을 요구한다. 미야시타파크의 성공은 이러한 복잡한 요소들을 균형있게 조율한 결과다. 시부야의 역동성과 다양성을 반영한 브랜드 믹스, 도시 속 휴식 공간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키는 공원 같은 설계, 지역 커뮤니티의 요구를 수용한 시부야 요코초의 재현 등이 그 예다.동시에 이 프로젝트는 도시 개발에 있어 '포용성'의 중요성도 상기시킨다. 과거 이 공간을 이용하던 노숙자들의 퇴거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있다. 진정한 의미의 공공 공간이란 무엇인지, 도시 개발 과정에서 소외되는 이들을 어떻게 배려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미야시타파크는 앞으로도 계속 진화할 것이다. 시부야의 변화와 함께 호흡하며, 새로운 문화와 트렌드를 수용하고, 때로는 그것을 선도해 나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야시타파크가 어떻게 상업성과 공공성의 균형을 유지해 나갈지, 어떻게 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결국 미야시타파크의 사례는 현대 도시에서 공간이 가져야 할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한다. 단순한 소비의 장소가 아닌, 사람들의 일상이 녹아드는 살아있는 공간. 도시의 정체성을 반영하면서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의 장. 이것이 바로 미래 도시 공간이 지향해야 할 방향일 것이다.


미야시타파크의 실험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 나갈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새로운 도전과 해법을 제시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야시타파크의 여정은 곧 현대 도시 공간의 진화 과정을 보여주는 거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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