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편의점은 마이크로마트라고 불릴 만큼 다양한 서비스와 제품을 선보인다. 한국만 해도 연세우유 생크림빵은 CU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혜자 로운 매머드 같은 빵은 GS25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GS25가 성수동에 만든 플래드십 편의점인 도어투성수에는 와인과 맥주를 ml단위로 판매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팝업행사를 통해 다양한 협업 제품을 선보인다. 그 이외에도 택배서비스 등 편의점은 일상생활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한국 편의점이 일본편의점의 많은 부분을 벤치마크할 정도로 일본 편의점은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편의점왕국이라고 불리는 일본은 어떨까? '콘비니'라는 약칭으로 불리는 일본의 편의점은 2023년 초를 기준으로 57,000곳이 넘는다. 엄청난 점포수다. 그만큼 편의점은 일본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생활 인프라다. 일본 편의점의 '편리함'은 여러 방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음악 이벤트, 전시회, 테마 파크 등의 입장권 구입에서부터 시작해 복사, 사진 프린트・팩스, 공과금 수납, 택배 발송 및 수령 등의 광범위한 생활 서비스를 기본으로 갖춘 곳이 많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품질이 좋은 다양한 제품과 지역에 맞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 편의점에는 급한 용무시 편의점 내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다.
세븐일레븐 같은 경우에는 과일스무디 믹서기계를 설치해 일회용 용기에 담긴 아이스과일을 스무디로 만들어 먹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또한 패밀리마트는 히에신사점에 파우더룸을 비롯한 카페공간을 추가로 만들기도 했다. 코인세탁소를 설치하거나 헬스장과 제휴한 패밀리마트 매장도 있을 정도다. 그만큼 일본에서 편의점은 일상에서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이프스타일가게라고 해도 무관하다. 그중에서도 패밀리마트는 편의점의 미래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브랜드다. 그들은 이러한 고민에 대한 답을 도라도몬 힐즈, 아자부다이힐즈, 술의 박물관 시부야메이지도리지점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 시작은 도라노몬힐즈점이다.
2023년 11월 도라노몬힐즈가 드디어 완성되었다. 도라도몬 힐즈는 2014년부터 10년 동안 계속 이어진 프로젝트였다. 2014년 도라도몬힐즈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도라노몬 힐즈 모리타워가 생겼고, 뒤를 이어 2020년 비즈니스타워, 2022년 레지던스 타워, 2023년 스테이션타워가 차례로 오픈하면서 완성되었다.
패밀리마트 도라노몬힐즈는 2014년에 도라도몬힐즈 모리타워에 생겼다. 이곳은 도라노몬힐즈 모리타워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고려해 만든 맞춤형 편의점이다. 매장 인테리어는 진한 갈색계로 통일했다. 바닥은 오크나무 바닥재를 사용했으며, 상품 진열 선반이나 카운터의 일부에는 나뭇결디자인을 사용했다. 전체적으로 차분한 점포 디자인이다. 일반 패밀리마트와 다르게 직관적인 픽토그램을 사용해 공간을 보다 직관적으로 만들었다. 여기에 패밀리마트의 브랜드 색인 녹색을 세련된 느낌으로 바꾸어 사용했다. 또한 점포 안에 스탠더드 커피라는 매장을 따로 만들어 핸드드립 커피, 와인, 구운 빵과 샌드위치등을 판매했다. 매장 한편에는 테이블과 8명이 이용이 가능한 개인실 부스를 설치한 북 라운지를 만드어 도라나몬힐즈에 상주해 일하는지 직장인들이 일이나 미팅도 할 수 있도록 했다. 패밀리마트는 여기서 끝내지 않는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제안을 도라도몬 힐즈에 상주하는 직장인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도라도몬힐즈점에서 눈에 띄는 제안은 크게 3가지다. 첫 번째는 북 라운지를 통한 도서추천이다. 편의점에서 책이라니? 이는 한국에서는 상당히 낯선 접근일지 모른다. 하지만 일본은 편의점 안에서 잡지와 책을 판매한다. 사람들이 편의점 안에서 잡지나 책을 보는 일은 일본에서는 하나의 문화다. 일본서점의 경쟁자가 편의점이라고 할 정도다. 기존 편의점 안에서 사람들은 책과 잡지는 서서 책을 봐야 했지만, 이곳은 아니다. 사람들이 책을 볼 수 있는 나무 좌석들이 설치되어 있다.. 책을 보지 않는다고 해도, 이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하면서 쉴 수도 있다. 또한 사람들이 편의점에서 와서 쉽게 책을 볼 수 있게 책을 일반서점같이 테마로 분류해 진열해 놓았다.
두 번째는 패미나 셀렉트다. 패미나 셀렉트에서는 패밀리마트가 선별한 과자, 식품, 문구류, 잡화류를 선보이는 코너다. 패밀리마트는 이 코너에 새로 나온 과자, 초콜릿 제품뿐만 아니라. 음료와 문구제품까지 선별해 놓았다. 개인적으로 고디바제품을 따로 진열해 당충전이 필요한 직장인들의 니즈를 자극하는 점이 흥미로웠다.
세 번째로 컨비니언스 웨어였다. 패밀리마트는 2021년 3월부터 컨비니언스 웨어라는 이름으로 의류를 판매하고 있었다. 도라노몬힐즈 점 같은 경우, 다양한 상품은 없었지만, 양말제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티셔츠, 복서브리프 같은 제품들은 이곳을 주로 찾는 타깃층이 남성이 적지 않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오히려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은 도라노몬 힐즈에 머무는 직장인들을 타깃으로 했다는 것이 선명해 보았다. 이러한 상품진열은 브랜드의 은유적인 부분. ‘양말이 필요하면 패밀리마트에 가도 된다’ 같은 생각을 사람들에게 무의식적으로 전할뿐만 아니라 패밀리마트가 향후 뻗어나갈 다른 방향들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즉, 패밀리마트는 도라도몬힐스 모리타워점에서 경험의 디테일과 그 경험으로 인한 브랜드인식을 서서히 확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방향성이 이어진 공간이 도라노몬힐즈 비즈니스타워 2층에 자리한 ‘패밀리마트 x 어반리서치’ 매장이다.
2020년 2월 12일. 패밀리마트와 일본패션브랜드인 어반 리서치는 도라도몬힐즈 비즈니스 타워 2층에 ‘지속성가능성’를 콘셉트로 만든 라이프스타일 편의점인 아반패미나를 선보였다.
어반패미나는 유통이 아닌 브랜드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한 협업이다. 일본에서는 편의점이 그 자체로 쇼핑 장소다. 이미 한국을 포함해 일본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에게 일본 편의점은 꼭 들러야 하는 콘텐츠다. 일본 편의점은 훌륭한 퀄리티의 음식을 비롯한 다양한 제품을 판매한다. 초콜릿브랜드인 고디바는 로손과 꾸준히 협업제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하겐다즈는 일본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맛을 출시할 정도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일본 브랜드 중 하나인 무인양품도 편의점에서 일부 제품을 살 수 있다. 하지만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브랜드 상품은 편의점을 ‘유통’ 채널로만 바라볼 뿐이다.
패밀리마트는 편의점이 그저 유통채널이 아닌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곳임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를 위해 패밀리마트는 패션 및 잡화 소매업체인 어반리서치와 협력하여 콘비니에 멋을 더하는 상품과 공간을 만들었다. 특히 패밀리마트와 어반리서치는 협업을 통해 편의점의 높은 집객력과 다른 산업의 강점을 조합함으로써 고객이 원하는 경험을 전하고자 하는 공간을 만드는데 협업 목적을 두었다. 두 브랜드는 유통보다는 ‘제안’에 집중했고, 이렇게 만들어진 어반 패미나는 고객들에게 두 브랜드의 경험을 전하는데 집중한다. 또한 패밀리마트의 이러한 방향은 컨비니언스 웨어라는 자체 PB의류 브랜드의 확장에 더욱 큰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패션브랜드와 편의점의 만남은 어반리서치와 패밀리마트가 처음이 아니다. 편의점과 의류브랜드 간의 협업형태를 만든 사람 중에는 프라그먼트 디자인의 후지와라 히로시가 있다. 그는 긴자소니파크에서 기간한정으로 ‘더 콘비니’라는 팝업스토어를 만들었다. 음료통에 수건을 넣고, 삼각김박형태로 옷을 포장하는 등. 더 콘비니는 옷과 상품진열을 편의점스타일에 맞춘 익살적인 모습이 강했다. 프라그먼트가 디자인회사라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더 콘비니는 패션브랜드와 편의점이 만날 때 만들어질 수 있는 디자인원형과 경험의 틀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이반패미나는 더 콘비니를 더욱 실용적으로 해석하고 고객에게 공간경험을 제시하는 디테일을 넣었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어반 파미나는 더 콘비니보다 더 부띠크 같으면서도 지극히 편의점 같다.
패밀리마트가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기 위한 매장을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선택한 건 ‘소재’였다. 패밀리마트는 어반패미나 매장에 재생가능한 소재를 사용해 매장을 만들었다. 계란껍데기를 재이용한 벽지(벽지), 달걀페인트, 커피추출 후 남은 커피콩 등 다방면에 걸친 폐기물을 재활용한 내장 보드들을 사용했다. 동시에 일반 패밀리마트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은 나무들을 매장에 대량으로 사용했다.
어반파미나는 ‘WORK TIME SUPPORT’를 콘셉트로 한 ‘파미마에리어’와 ‘PERSONAL LIFE SUPPORT’를 콘셉트로 ‘어반에리어’로 공간을 나누었다. 어반파미나는 어반리서치 매장, 패미나 에리어는 패밀리마트매장이다. ‘어반 리서치 에리어’에서는 지속가능한 라이프 스타일과 유기농 화장품. 옷, 이너웨어, 양말, 아웃도어 용품, 손수건, 수건, 식료품 품, 식재료를 판매한다. 그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건 식재료다. 만일 어반 리서치가 단독으로 식재료를 판매했다면? 다소 의아할 수도 있다.(어반리서치 도어스 매장에서는 식재료를 판매하고 있다) 물론 아웃도어코너에서는 닛신의 컵누들도 같이 판매한다. 하지만 만일 어반리서치 단독매장의 아웃도어 코너에서 컵라면을 판매한다고 생각해 보자. 아마도 ‘센스가 있네?’ 정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패밀리마트가 어반리서치매장과 같이 있는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어반패미나매장 끝에서는 패밀리마트 게산코너와 패밀리마트 특유의 녹색로고가 보인다. 어반리서치에리어에서 컵라면을 보는 순간 곧바로 ‘편의점에서는 컵라면은 당연하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아웃도어제품옆 컵라면은 더 힘을 받는다. 패밀리마트의 브랜드 정체서 이 어반리서치의 기획의 맥락을 살려주는 셈이다. 이것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곳은 어반리서치의 식품브랜드인 ‘DOORS GROCERY’다.
이미 어반 리서치는 이미 몇 몇 점포에서 ‘DOORS GROCERY’의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하지만 의류브랜드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식품을 판매하는 건 생각보다 자연스러운 일은 아니다. 개다가 어반리서치는 도버스트리트마켓이나 시보네 같은 편집샵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반리서치에게는 오프라인공간에서 식품을 판매해도 어색하지 않은 맥락이 필요하다. 실제로 마루이백화점 기치초지점의 어반리서치도어스매장에서 판매하는 ‘DOORS GROCERY’는 다소 어색하다.
그러나 어반패미나에서는 ‘DOORS GROCERY’가 패밀리마트와 같은 공간에 있기에, 사람들은 괴리감을 느끼기 어렵다. 매장에서는 냉장고 소리와 패밀리마트의 다양한 음식제품이 보이기 때문이다. ‘DOORS GROCERY’ 제품과 같이 판매하는 식기들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패밀리마트와의 협업은 어반패미나를 ‘무인양품’ 같은 브랜드로 바꿔버린다. 이는 패밀리마트라는 ‘편의점’이라는 이미지가 ‘패션브랜드’인 어반리서치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때문이다. 게다가 편의점이 ‘즉석식품’을 주로 취급하는 걸 고려한다면. 어반리서치의 ‘DOORS GROCERY’는 패밀리마트에게 상대적으로 부족한 식재료 부분을 채운다.
그 외에도 어반리서차가 다른 브랜드와 협업한 제품도 판매하는데, 이 협업은 어반패미나를 딘 앤 델루카, 투데이스스페셜 같은 편집샵으로 바꾼다. 내가 방문했때는 어반리서치, 피셔맨재팬, 포멘 스테이션 3개의 회사가 도호쿠의 미이용 자원을 활용한 내추럴 코스메틱 협업 브랜드인 ‘KAISO’를 판매하고 있었다. 또한 침낭브랜드인 난가 와 협업 제품도 어반리서치에서 선보인다. 앞서 말한 식재료제품과 함께 코스매틱 제품도 같이 판매한다. 어반패미나에서 패밀리마트와 어반리서치의 브랜드정체성은 사람들에게 매장 안에 진열된 상품의 ‘맥락‘을 자연스헙게 만든다.
패미나에리어는 기존 패밀리마트와 큰 차이가 없다. 인테리어도 도라노몬힐스 모리타워점과 비슷하다. 그럼에도 패밀리 에리어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곳은 UR TECH코너다. 이 코너는 패미나어반 셀렉트코너와 같이 있다. 주로 안경, 양말, 수납도구, 우산등을 포함해 도라노몬힐즈를 이용하는 직장인들을 위한 제품들이 많다. 어반리서치는 UR테크로 만든 다양한 의류등이 있으나, 패밀리어반셀렉코너에는 진열하지 않았다. 이런 면에서 페미니어반샐랙트코너는 도라도몬힐스 모리타워점의 패미나 셀렉트 코너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어반패미나 셀렉트는 패밀리마트가 도라도몬힐스 모리타워점에서 한 패밀리샐랙트코너를 어반리서치제품으로 바꾸었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즉, 패밀리마트는 그들의 콘텐츠를 어반리서치로 채웠다고 할 수 있다. 어반패미나에서의 두 브랜드 간 협업은 브랜드들에게 필요한 ‘맥락’을 채운다. 어반리서치는 패밀리마트의 ‘편의점’ 이미지를 통해 자신들의 브랜드정체성의 한계를 극복한다. 의식주에서 ‘의’만 다루는 어반리서치에게 패밀리마트는 ‘식’과 ‘주’를 다루는 맥락을 더해준다. 이 덕분에 어반패미나에서는 패밀리마트와 어반리서치의 브랜드정체성이 모두 살아난다.
어반리서치에리어와 패미나에리어, 이 두 공간을 연결하는 곳은 식물로 가득 채운 그린바다. 이름 그대로 식물이 가득한 그린바는 지속가능성을 상징하는 오브제 역할도 겸하지만, 타원형으로 만든 이 공간은 어반리서치에리와 패미나 에리어를 자연스럽게 분리시킨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다. 식물이라는 자연스러운 소재를 통해 공간디자인과 기획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이를 위해 패밀리마트는 어반리서치에리어에서 파미나에리어로 바뀌는 공간에 갈색나무를 배치했으며, 와인, 리큐르 판매대를 설치해 공간이 패밀리에리어로 자연스럽게 바뀌도록 했다. 패미나에리어에서 어반리서치 에리어로 바뀌는 중간에 설치된 아일랜드 카운터에서는 낮에는 스무디, 밤에는 크래프트 맥주, 패밀리마트의 식재료를 사용한 메뉴를 제공한다. 실제로 저녁시간이 되자, 사람들은 이곳에서 자유롭게 모여 좌석에 앉자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또한 대형 이트 인 스페이스에서는 대형 사이니지를 배치해 패밀리마트와 어반 리서치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러한 모습들은 GS25가 만든 도어투성수와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도어투성수와 차이가 있다면? 도어투성수는 팝업스토어가 유난히 많은 성수동에 맞추어 ‘협업’에 더 집중했다. 어반패미나 매장은 의류매장의 기준으로 보면 상대적으로 작고, 편의점 치고는 넓기 때문에 두 브랜드들은 상품들을 신중하게 선택하고 공간을 매력적으로 배치했다. 그렇다면? 고객들은 이곳에서 무엇을 얻는가? 취향에 맞는 소비, 자신의 시간에 맞는 쉼, 매장을 둘러보면서, 새로운 취향을 찾을 수 있다.
공간이 소비자에게 ’ 경험’을 제시하는 곳으로 바뀌면서, 브랜드 간 경계를 ‘산업’으로 나누는 건 의미가 없어졌다. 이제 공간은 소비자에게 경험을 제시하는 곳으로 바뀌었다. 이제 오프라인 공간은 브랜드와 브랜드, 브랜드가 새롭게 시도할 경험을 설계해 사람들에게 제시하는 곳이다. 어반패미나도 이러한 공간변화에 맞추어 두 브랜드가 만들 수 있는 경험을 설계한 공간이다. 이곳에서 두 브랜드는 자신들이 다루는 제품이 만드는 경험은 시간에서 나온다는 점을 발견한다. 어반리서치는 ‘음식’이었고, 패밀리마트는 콘텐츠였다.
패션브랜드가 새로운 방향으로 진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패션브랜드만의 이미지가 퇴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어반리서치는 패밀리마트와의 협업을 통해 편의점이 다루는 ‘의식주’의 관점을 패션브랜드만의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패밀리마트와 어반리서치 간의 협업공간은 다른 브랜드에게도 브랜드를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사례를 만들었다. 또한 이 공간은 편의점이라는 업종 자체가 단순히 유통이 아닌 사람들과의 ‘접점’을 만들어내는 허브라는 걸 알려준다. 이러한 부분은 GS25가 도어투성수를 통해 다른 브랜드와 협업하는 일과 맥락이 비슷하다. 단지 도어투성수는 협업 브랜드가 수시로 바뀐다는 점에서 어반패미나와 ‘맥락’은 같아도, 성격은 다르다. 이러한 특징들은 어반리서치와 패밀리마트의 협업공간에서 선명하게 찾을 수 있다. 이는 소니가 긴자에 공원을 만들어 소니라는 브랜드를 ‘경험’으로 더더욱 확장시킨 것과 같다.
어반 패미나에서 패밀리마트는 ’ 편의점이 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그들이 찾은 답은 ‘시간’이다. 그 시간은 자신들이 구축한 편의점이라는 일본 전역에 나눠진 ‘공간’들이라는 점을 발견한다. 어반패미나도 패밀리마트의 수많은 공간 중 하나고, 사람들은 패밀리마트가 제공하는 ‘시간에 와서 패밀리마트와 어반리서치가 만든 가치를 본 셈이기 때문이다. 즉, 패밀리마트는 자신들이 가진 최고의 경쟁력은 ‘시간’이라는 사실. 패밀리마트 매장이라는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된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것이 반영된 매장이 패밀리마트 아자부다이힐즈점과 패밀리마트 술의 박물관 지점이다.
시부야스카이로 유명한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에서 도보 3분, 시부야 메이지 도리를 따라 걷보면 패밀리마트 시부야 메이지 도리점이 나온다. 이 패밀리마트는 무언가 조금 다르다. 패밀리마트 안에 바가 있기 때문이다. 이름은 '술의 미술관시부야 메이지 도리점이다. 이곳은 ‘바’ 프랜차이즈인 ‘술의 박물관과 패밀리마트와 협업으로 만든 도쿄의 첫 매장이다. [현재 도쿄에는 시부야외에 고타케 무코하라 점이 있다
]
패밀리마트 시부야 메이지도리점에서는 물건만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칵테일과 위스키도 즐길 수 있다. 이곳의 바 카운터에서는 음료를 500엔에 즐길 수 있으며, 무료로 스마트폰 충전도 가능하다. [일본에서는 카페 같은 곳에서 스마트폰충전을 허용하지 않는다.] 또한 패밀리 마트 점내에서 구입한 편의점 음식과 안주를 함께 먹을 수 있다. 이것으로 끝내지 않았다. 패밀리마트는 패밀리 마트의 히트상품인 ’ 파미치카’와 어울리는 오리지널 하이볼도 출시했다. 하이볼 외에도 생맥주와 글라스 와인, 브랜디, 진, 일본술, 산토리등의 일본 위스키도 풍부하게 갖추고 있다. 주문할 수 있는 칵테일은 진토닉과 솔티독, 테킬라 선라이즈 등이다. 무알코올 음료도 있다. 또한 패밀리마트는 하이볼과 생맥주와 어울리는 PB상품인 ‘패미밀'의 안주 시리즈도 함께 선보일 뿐만 아니라, 패밀리 마트에서 구입한 음식을 150엔으로 훈제해 주는 ‘순간 훈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영업시간은 16~23시 30분까지다.(L.O.22시 30분) 나는 오후 6시 30분에 방문했다. 하지만 바는 이미 만석이였다. 바라고 해서 패밀리마트 도라노몬, 아자부다이힐즈, 어반패미나와 같이 갈색톤의 정갈한 패밀리마트 디자인이 아니다. 일반 패밀리마트 안에 일부 공간을 바로 만들었을 분이다. 그게 전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곳에 보여서 가볍게 술을 한잔식 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위스키를 판매하는 바는 바만의 분위기가 있다. 그렇기에 패밀리마트 술의 박물관은 그냥 패밀리마트다. 패밀리마트는 자신들에게 가장 잘 맞는 공간을 만들었을 뿐이다. 덜하지도 과하지도 않다. 좌석도 생각보다 많다. 사람들도 편의점이라고 잠깐 마시고 가는 정도가 아니다 30분 이상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게 핵심이다. 패밀리마트는 공간을 새로 만들면서 결코 자신들의 브랜드범위를 넘어서지 않았다. 브랜드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는 최대지점까지 공간을 만들었다. 이건 패밀리마트 도라도몬힐즈와 아자부다이힐즈점에서도 마찬가지다. 두 매장 모두 주변환경과 인테리어를 맞췄을 뿐이다.
패밀리마트 술의 미술관에서 바의 위치는 절묘하다. 입구 옆이다. 밖에서도 바가 보이고, 어떤 술들이 있는지 알 수 있다. 바에는 산토리의 히비키, 야마자키, 하큐슈를 포함해 메이커스마크, 아프로닉 등 산토리계열사의 제품과 조니워커등 다양한 위스키가 있다. 바의 반대편에는 편의점의 위스키 코너가 있다. 기존 편의점에서는 위스키를 판매하는 선에서 끝난다. 유통에서 끝나는 셈이다. 그러나 ’ 패밀리마트 술의 박물관’에서는 편의점에서 한잔한 뒤, 편의점에서 위스키를 구입해갈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 ‘경험’을 제품과 합쳐서 고객들의 선택폭을 키운 셈이다. 일본의 많은 체험형 매장들은 이 같은 공통점을 취하고 있다. 고객들의 선택폭을 키우는 건 더 많은 상품이 아닌 고객에 맞춘 경험이다.
패밀리마트 술의 박물관에서 판매하는 메뉴는 앞에서 언급했지만 의외로 다양하다. 일본위스키, 브랜디, 스카치위스키, 칵테일, 맥주, 프리미엄위스키라인프리미엄위스키라인은 야마자키 NAS, 히비키하모니, 조니워커 블루라벨이다. 패밀리마트 술의 박물관은 패밀리마트의 유통망, 공간, 경험. 이 세 가지를 잘 결합시켰다.
‘패밀리마트가 생각하는 지속성은 ‘일상에서의 소소한 실천’이다.
‘패미나!! 아자부다이힐즈점’은 REGENERATION(리제네레이션:재생), RETHINK(리싱크:재고) , REUSE(리유스:재이용)를 메시지로 한 「RECONVENIENCE(리・편의점)」점포다. 시작은 매장디자인에 사용한 소재부터다. 패일리마트는 아자부다이힐즈 매장에 다양한 재활용 소재를 사용했다. 대기업 데님 공장에서 배출되는 데님 원단을 업사이클한 재생 소재를 사용해 간판을 만들었으며 진열 선반은 나무 쓰레기를 모아 접착 가공한 에코 소재 보드를 사용했다. 벽면은 헌 종이 밸브와 시멘트 소재를 맞춘 조습 내장재를 사용했고, 카운터는 100% 섬유계 폐재를 가열가압해 성형해 개발한 리사이클 보드를 사용했다. 작은 나무 쓰레기를 모아 접착 가공한 에코 소재 보드 등도 사용했다. 그 외에 패밀리마트 아자부다이힐즈점의 인테리어는 도라도몬힐스와 어반리서치와 협업한 매장디자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반적인 패밀리마트 디자인에 비하면 보다 정갈하고 깔끔하다.
패밀리마트는 ‘Sustainability’ 코너도 만들었다. 사이니지를 통해 패밀리 마트의 사회공헌활동을 소개하고, 패밀리마트가 하고 있는 ‘패미나 푸드 드라이브’를 위한 푸드박스를 설치해 음식물 기부접수도 받고 있다. 그 외에도 고객이 견과류와 건조과일을 원하는 만큼 구입하실 수 있는 판매 코너도 만들었다. 이 코너에서는 초콜릿, 젤리, 견과류 등 12종류의 간식을 판매하는데, 음식이 남는 것과 플라스틱 포장사용을 최소화했다. 계산은 모션센서를 활용했다. 패밀리마트는 ‘SDGs RELATED PRODUCTS’라는 코너도 만들었다. 이 코너에서는 환경이나 사람을 배려해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를 소개한다. 그중에서도, 도쿄도 복지국이 운영하는 장애가 있는 분이 만든 개성적인 수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인 KURUMIRU(쿠루미로)에서 인기 있는 상품도 판매한다.
코카콜라는 아자부다이힐즈점 안에 생수 브랜드인 ‘보나쿠아워터’ 전용 바를 설치했다. 패밀리마트는 방문한 고객들은 이 보나쿠아 워터바에서 자신들이 사용하는 병을 사용해 무료로 마실 수 있다. 탄산수 같은 경우, 패밀리마트에서 판매하는 타이거 보온병의 탄산용 보틀을 사용하면 무료료 마실 수 있다. 코카콜라가 보나쿠아워터바에서 생수와 탄산수를 무료로 제공하는 이유는 사람들로 하여금 용기 재사용을 촉진하기 위함이다.
패밀리마트 아자부다 힐즈점은 체험형 매장이라기보다는, 패밀리마트가 사람들에게 어떤 ‘경험’을 만들고 있는지를 알리는데 집중한다. 동시에 그것을 사람들에게 참여하기를 권하는 매장에 가깝다. 어떤 면에서 패밀리마트 아자부다 힐즈점은 ‘패밀리마트의 네트워크를 활용한 지속가능성’을 알리는 플래그십 편의점이라고 볼 수 있다.
패밀리마트 아자부다이힐즈점의 기획에서 돋보이는 건 ‘네트워크’다. 패밀리마트에게 네트워크라? 대단한 무언가가 아니다. 전국에 있는 수많은 패밀리마트. 패밀리 마트는 그 자체를 패밀리마트 광역권으로 바라본다. 그들은 이것을 활용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패밀리푸드 드라이브’다. 2021년 4월부터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패밀리마트 ‘매장’을 활용해지역 자치단체 및 NPO와 협력하는 프로그램이다. 2023년 11월 20일까지 전국 2,600점 이상에서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간단하다. 사람들이 나누고 싶은 음식을 패밀리마트에 접수하면 패밀리마트가 이것을 포장해 지역 자치단체 및 NPO와 협력해 아이들과 독거노인분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단순히 음식전달로 끝내지 않았다. 음식을 아무것도 적히지 않는 박스에 포장해 아이들과 독거노인분들이 부담 없이 받도록 했다. 패밀리마트는 이러한 푸드 드라이브를 아자부다이힐즈점의 정문에 설치했다. ‘FamilyMart, you are one of the family’라는 슬로건과 같이 말이다.
패밀리마트는 2021년 3월, 새로운 의류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파리 남성 패션 위크에 참가한 패션 디자이너오치아이 히로미치에게 신상품 디자인을 의뢰했고, 회사는 원단 및 유통을 위해 패밀리마트의 모회사인 이토슈코퍼레이션의 네트워크를 이용했다. 그들은 새롭게 디자인한 아이템에 패밀리마트는 편의점 웨어(Convenience Wear)라는 브랜드를 붙였다.
패밀리마트는 컨비니언스 웨어로 양말, 손수건, 티셔츠 등 100여 품목을 판매 한했다. 그중에서 편의점의 시그니처 컬러인 블루와 그린을 사용한 양말이 인기를 끌었다. 약 1년 만에 100만 개 이상의 양말이 팔렸다. 그 후 회사는 카디건, 반바지, 샌들 등의 품목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패밀리마트의 컨비니언스 웨어 브랜드 매출은 2022년 3월부터 1년 동안 전년 동기 대비 60% 증가했다. 패밀리마트는 이걸로 만족하지 않았다.
패밀리마트는 2023년 11월 30일 자사의 오리지널 의류 컨비니언스 웨어런웨이 쇼를 하라주쿠에 거 열였다. 패밀리마트는 패밀리마트 가맹점주와 가족 등 약 100여 명의 모델이 브랜드 데님 재킷과 코트 등 아이템을 착용한 채 런웨이를 걸었다. 패밀리마트는 런웨이 쇼에서 데님 재킷을 세금 포함 9,990엔, 벤치 코트를 19,990엔에 공개했다. 스웨트셔츠와 바지의 가격은 2,990엔이다. 두 제품은 12월 5일부터 도쿄 미나토구에 새로 오픈한 상업시설인 아자부다이 힐스의 훼미리마트 매장에서 판매를 시작했고, 전국매장으로 확대할 생각이다.
패밀리마트의 공간은‘스며듦’에 집중한다.
패밀리마트가 지향하는 경험은 거대하지 않다. ‘패밀리마트와 이어지는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을 가족과 같이 연결해 삶의 질을 올리는 것에 집중한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패밀리마트의 협업과 이색적인 공간들은 늘 공통점이 있다. ‘고객들의 삶에 스며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거다. 패밀리마트 안에 스터디룸과 파우더룸 으를 설치한 히에신사점은 아카사카주변의 직장인들을 위한 공간이다. 도라도본힐즈점은 공간 자체가 도라도몬힐즈에 상주하는 직장인들을 라이프스타일에 맞추었다. 어반패미나에서는 어반리서치의 장점을 패밀리마트가 가진 ‘편의점’ 성격에 녹아내어 사람들에게 또 다른 경험을 제시하고 있다. ‘술의 박술관’점을 통해서는 학생, 젊은 여성, 직장인들에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제안한다. 아자부다이힐즈점에서는 컨비니언스웨어를 통한 패밀리마트의 새로운 브랜드 전개뿐만 아니라, 이미 시행 중인 패밀리 드라이브등 사회공원과 지속가능성에 대해 논한다.
패밀리마트는 이것들을 단순히 마케팅차원에서 끝내지 않는다. 이 모든 공간과 그곳에서 나오는 경험들이 ‘편의점’ 임을 강조한다. 일본인들 삶에 빠질 수 없는 공간으로서의 편의점. 그 편의점이 삶에서 어떤 경험을 만드는지 패밀리마트는 그냥 보여준다. 우리는 패밀리마트를 통해 공간과 경험이 꼭 화려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보다는 자신의 위치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든다. 그것이 중요하다. 지금 브랜드가 잘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드는 것이 브랜드에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