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맛의 달인
다른 나라 음식을 아는 일은 그 나라를 아는 일입니다.
여행을 떠났을 때 여행지의 요리에 대해서 많이 알수록
여행은 더욱 풍성해집니다.
일본음식은 우리에게 많이 익숙한 편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먹는 일본음식과 일본 현지에서 먹는 음식은 정말 다릅니다.
많은 차이점이 있지만 한 가지 예를 든다면 '국물'입니다.
일본은 다시마 국물과 가쓰오부시를
기본으로 하는 국물을 많이 사용합니다.
일본 음식점에서 국물을 먹으면
음식마다 얼추 비슷한 감칠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른듯하지만 비슷합니다.
그 비슷한 감칠맛이 다시마와
가쓰오부시를 사용한 베이스 국물 맛입니다.
그렇다면 이 국물을 어떻게 만들까요?
이뿐만 아니라 일본요리에서는 어떤 재료를 많이 사용할까요?
일본 사람들은 일본 요리에 대해서 그들 스스로 어떻게 생각할까요?
이 같은 질문의 답을 도쿄를 한두 번 간다고 단숨에 알 수 없습니다.
이 글을 쓰는 저조차도 명확하게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도쿄 여행을 떠나며 일본요리에 대해서 알아보고 간다면
여행 속 매 식사가 더 풍성하고 맛깔나게 변합니다.
제가 명확한 답을 드릴 수 있는 없지만 도움이 될만한 책을 소개합니다.
바로바로 '맛의 달인'입니다.
맛의 달인은 카리야 테츠가
1983년부터 연재를 시작한 요리만화의 고전입니다.
(한국에서 맛의 달인 1권 발매일은 1994년입니다.)
맛의 달인은 요리정보만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일본 요식업계의 흐름과 유행과 일본 식문화에 대한 비판을 같이 담고 있습니다.
만화책 안에서 나오는 에피소드는 배경만 바꾸면 현재 한국 상황과 유사한 부분도 많습니다.
일본 만화이기 때문에 요리를 비교하는 기준은 일본요리입니다.
'일본 식문화는-, 일본요리에서는-, 일본 술에서는-'등 표현이 많이 나옵니다.
이는 일본을 기준으로 한 설명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출간된 맛의 달인 단행본은 총 111권입니다.
111권을 다 보고 여행을 간다면 좋겠지만,
111권을 다 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저는 111권을 모두 소장하고 있습니다만 111권을 다 읽는데 4개월 정도 걸렸습니다.
다른 만화책과 다르게 만화 속 텍스트가 굉장히 많습니다.
한 권 한 권 모두가 웬만한 요리책에 비할 만큼 내용이 아주 충실합니다.
맛의 달인 각권마다 계속 이어지는 줄거리가 있지만
요리에 관한 내용만 본다면 줄거리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도쿄 여행을 떠난다면 볼만한 맛의 달인 단행본을 제 관점에서 뽑아 보았습니다.
(사실 너무 많아서 뽑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1. 맛의 달인 16권 -50년 만에 찾은 맛-
16권에서는 일본에서 제대로 만든 일본 맥주에 관한 내용이 나옵니다.(에비스 맥주)
도쿄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안에 위치한 에비스 맥주 박물관에는 이 단행본 내용이
그대로 전시되어있습니다.
'50년 만에 찾은 맛' 단행본에서는 제대로 만든 음식을
찾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20년 전에 출간이 된 책의 내용이지만,
지금도 제대로 만든 음식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맛의 달인은 매 단행본마다 주제가 있지만 그 주제 말고도 다양한 식문화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미스터 초밥왕이 초밥을 중심으로 다루었다면 맛의 달인은 일본 식문화를 중심으로 해서 인류의 식문화를 다룹니다. 저는 맛이 달인이 상당한 균형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식문화에 대한 찬사보다는 일본 식문화 전반을 다루지만
동시에 일본 식문화, 요식업, 유통업, 농업에 대한 신랄한 비판도 합니다.
책 제목은 맛의 달인이지만 '미식'에 대한 내용보다는 식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입니다.
2. 맛의 달인 38권 '라면전쟁'&85권 '탄탄면 기원과 원조'.
맛의 달인 38권 라면전쟁은 맛의 달인 전권에 통틀어서
최고의 내용을 담고 있는 단행본 중 하나입니다.
단행본 전체가 모두 라멘에 관한 내용입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자세히 알지 못하는
일본 라멘의 기본 내용을 충실하게 설명한다는 점이 이 단행본 최고 장점입니다.
일본에 여행을 간다면 '이치란 라멘'에 대해서 한 번쯤은 들어보실 겁니다.
만약에 도쿄에 가서 이치란 라멘에 가신다면
'이치란 라멘은 역시! 맛나!!'가 아니라
'이치란 라멘은 역시 맛나! 왜냐? 이치란 라멘 육수는 말이지~어쩌고저쩌고,
게다가 차슈와 면은 말이지!! 어쩌구저저꾸!!"하면서 라멘을
더 깊이 즐길 수 있게 도와줍니다.
라멘 육수를 만드는 방법에서 시작하여 라멘의 면, 국물(수프), 고명 등
라멘을 이루는 모든 부분을 설명합니다.
라멘에 들어가는 재료들을 상세하게 단행본에서 설명을 합니다.
'라면전쟁'단행본을 정독하고 도쿄에 간다면
하루 세끼를 모두 라멘으로 드실 수 있으실 겁니다.
맛의 달인에서는 '음식의 맛'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음식에서 맛을 내는 중요한 맛 성분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그 안에 어떤 식문화가 담겨 있는지도 이야기합니다.
더 나아가서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음식문화에 대한 비판도 날카롭게 합니다.
맛의 달인 내용을 '대한민국 식문화'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맛의 달인의 장점은 내용에서 항상 균형감을 제시하려고 합니다.
특정 음식을 지나치게 미화하지도 깎아내리지도 않습니다.
85권 '탄탄면의 기원과 원조'편은 38권 '라면전쟁'의 번외 편이라고 보아도 무관합니다.
이 단행본에서는 탄탄면에 대한 기원을 이야기합니다.
국물이 없던 중국 쓰촨 성 음식인 탄탄 멘(탄탄면)이
일본에서 어떻게 변했는지 설명하며 탄탄면의 각 요소들을 설명합니다.
저는 홍콩에서 탄탄멘은 처음 먹어보았지만 그 당시에는 탄탄멘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습니다.
당연히 탄탄멘이 만들고자 하는 맛을 전혀 알 수가 없었죠.
하지만 85권 '탄탄면의 기원과 원조'를 읽어보고 탄탄면에 대해서 많은 이해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1월 도쿄에서 가서 탄탄면을 먹었을 때 탄탄면에 가진 그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음식을 공부하는 일은 다른 공부와 다르게 음식이 가진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게 도와줍니다.
저는 일본음식이 상당히 보수적인 부분이 강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일본음식 중에서 가장 많은 자유와 유연함을 허락하는 음식이 바로 라멘입니다.
도쿄나 다른 일본 도시에 가기 전에 맛의 달인 다른 단행본은 아니더라도
'라면전쟁'과 '탄탄면의 기원과 원조'는 꼭 보고 가시기를 다시 한번 권합니다.
도쿄에 가면 라멘을 반드시 먹게 됩니다.
이 단행본을 정독하고 도쿄에 가신다면 라멘을 더욱 풍성하게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3. 맛의 달인 54권 '일본술의 실력'
도쿄에 가면 사케를 맛보아야 합니다.
우리가 음식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음식을 알아야 더 음식을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사케가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맛의 달인 54권 단행본에서는 일본 사케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사케를 만드는 방법과 사케를 구분하는 기준 등을 글과 그림으로 설명하기 때문에
사케를 이해하는데 많이 도움이 됩니다. 단점이 있다면
맛의 달인 54권 출간 연도나 지금보다 10년 정도 지난 시점이라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단행본에서 제가 강조하고자 하는 점은 사케에
대한 기본 지식을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그 부분만 참고하신다면 사케를 익히시는데 많이 도움이 될 겁니다.
보통 면세점에서 술을 많이 구입하지만 하네다 공항 면세점 같은 경우 사케를 실온상태에서 보관합니다.
반면에 긴자에 위치한 쌀가게 아 코메야는 사케를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사케를 선물한다면 공항 면세점보다는 아 코메 야처 럼 사케를 보관하는 곳을 추천합니다.
4. 맛의 달인 93권 '참치의 대단함'
맛의 달인 93권에서는 참치 부위의 다양한 면면에 대해서 살펴봅니다.
참치 뱃살 부위에서 시작해서 참치의 다양한 부위에 대한 설명이 인상적인 단행본입니다.
여러 참치 부위에 대한 설명이 있지만 무엇보다 '참치는 어느 부위든지 맛있다. 단지 부위마다 그 맛이 다를 분이다.'라는 대사는 94권 단행본이 담은 모든 내용을 함축합니다. 참치를 좋아하 사니는 분들엑
93권은 주옥같은 단행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일본인들이 참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살표볼 수 있는 단행본이기도 합니다.
도쿄 여행을 위해 읽어야 볼만한 맛의 달인 단행본을 소개했지만,
사실 맛의 달인 단행본 모두 내용이 훌륭해서 우열을 가르기 힘듭니다.
도쿄 혹은 일본 여행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제일 권하고 싶은 일은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일입니다.
버킷리스트를 만든 후에 자신이 적은 음식 내용을 주제로 한
'맛의 달인' 단행본을 찾아본다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음식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부하고 여행을 떠난다면
여행지에서 먹는 음식들이 단순히 '먹는 일'을 넘어서
자신만의 '미식 여행'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