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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Apr 12. 2018

도시의 도시 피렌체.

피렌체가 던진 생각의 조각들.

2010년 1월 초 추운 겨울밤 저는 베네치아로 향하는 야간열차 안에 있었습니다.

베네치아에 도착해서 듣게 된 소식은 비가 많이 와서

베네치아 성 베드로 광장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 침수가 있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곤돌라가 다니는 낭만이 가득한 베네치아는 제 앞에 없었습니다.

그저 축축하고 시큼한 냄새가 가득한 베네치아

아직 다시 가보지 못한 베네치아에 남은 제 기억입니다.

실망 가득한 그 순간 ' 베네치아에 있지 말고 빨리 피렌체로 가자!'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2시간 후 피렌체를 가는 기차표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최종 목적지는 로마였기에 피렌체에 머물 수 있었던 시간은 단 4시간.

하지만 그 8시간은 피렌체를 알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다시 가보지 못한 피렌체지만 피렌체는 저에게 디자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7년이 지난 지금도 말입니다.

가장 놀라운 광경은 오래된 타일로 만들어진 도로와 좁은도로 그 사이를 지나가는 버스와 사람들이 전혀 괴리감없이 조화롭습니다.

디자인은 본질을 담는 그릇이다.


 피렌체는 디자인이 모든 영역들과 연결되어 있음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도시입니다.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만들어진 성당, 메디치가 후원으로 지어진 건물과 조각상들

그리고 그곳을 거점으로 한 조밀한 거리들은 서로가 서로 연결합니다.

피렌체 도시 안에서는 르네상스를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피렌체라는 도시 디자인 안에는

르네상스에서부터 이어진

이 곳 사람들 삶을 담고 있습니다.

두오모성당 꼭대기에 보면 계획도시와는 다르게 건물들이 꾸역꾸역 들어차 있지만 그 곳을 긴밀하게 연결하는 길들이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좁게 이어진 거리가 불규칙한 도시 건물을 모두 이어준다.놀랍다.

피렌체는 그 자체로 살아있는 박물관입니다.

동시에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존하는 도시입니다.

처음 기차역에서 나온 후 밟게 되는 타일도 르네상스를 지난 역사 그 자체입니다.

피렌체는 과거를 품으면서 동시에 그 과거를 계속해서 현재로 채워가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도시입니다.


버스와 차가 좁은 도로를 지나가지만 그 좁은 도로도 엣 시절에 만들어진 도로입니다.

첨단기술과 경제발전으로 도시가 가진 옛 아름다움이 우리의 의지와는 때로는 다르게 사라집니다.

서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는 한 개의 건축물로 치면 훌륭하지만, 동대문이 가지고 있는 문화, 역사적인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피렌체는 오히려 도시는 무엇일지 도시는 구성하는 하나하나 디자인 요소는 무엇인지 묻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에게 도시와 그를 아우르는 디자인은 무엇인지 피렌체 그 자체로 답합니다.


그 누구도 피렌체를 허름한 도시라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트렌드를 이끄는 브랜드로 거듭난 구찌의 시작은 피렌체이며,

남성복 축제인 피티 우모가 열리는 곳도 피렌체입니다.

십자군 전쟁에서부터 르네상스에 이르기까지 이탈리아 역사 중심에 있던 도시도 피렌체입니다.

현대 금융업의 초석을 다진 메디치 가문,

르네상스 예술의 정수를 품은 우피치 미술관,

연인들의 성지 두오모 성당, 르네상스 사상의 기초를 닦은 브루넬리 스키,

가죽업, 무역, 금융업으로 성장한 이 도시는 언제나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피렌체 두오모 성당 꼭대기는 브루넬리스키가 없었다면 존재하지 못했을 겁니다.


피렌체를 대표하는 건물은 피렌체 두오모 성당입니다.

정식 이름은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입니다.

지금 성당 꼭대기(쿠폴라라고 부르죠)는 처음부터 있지 않았습니다.

건축 당시 돔을 지을 기술력이 없었기 때문에 기술력이 생길 때까지 그들은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100년이 지난 후에 브루넬리스키가 지금의 두오모 성당 꼭대기를 지었죠ㅣ.



 '도시'를 강조하는 것은 '도시'는 추상적인 단어이면서도,

우리가 항상 경험하고 살아가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도시'이라는 것은 우리가 접하는 '매체'이기 때문입니다.

'도시'와 '사람'이 '공감'하기 시작할 때 디자인이 시작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디자인'이라는 매체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디자인'을 '물건'에 한정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질문은 던져봅시다.'과연 디자인은 물건에만 있을까요?'

 조금만 세심하게 둘러본다면 디자인은 우리 삶 모든 부분에 있습니다.

도보와 도로를 나누는 선, 횡단보도를 구분하는 하얀 선, 신호등의 빨간색과 파란색,

숟가락과 젓가락 위치, 그릇 모양, 가스레인지 형태, 엘리베이터 버튼,

지하철 개찰구, 버스번호, 지하철 노선도, 변기모양 등 우리 삶 속에서

우리가 생활하게 도와주는 모든 부분에 디자인이 있습니다.

두오모 꼭대기에 보는 피렌체 전경은 이 도시속 모든 디자인 요소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거울입니다.

매 시대마다 예술에는 사람들의 생각하는 방식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그 방식을 간단하게 디자인이라고 부릅니다.


이 피렌체라는 도시가 실로 대단하고 감탄이 나오는 이유는

모든 부분들이 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도시 자체에 진정성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피렌체에서는 도시 그 자제를 우리가 느끼면 됩니다.

이 도시 안에는 과거 사람들의 노력을 닮은 진짜들로만 가득합니다.

길바닥 타일에서 건물 벽을 포함해서 하나씩 정성을 들이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그 어떤 부분도 가짜가 아님을 우리는 직관적으로 알게 합니다.


도시 광장에서 종종 사진 같은 투탕카멘을 흉내 낸 거리 예술가를 보지만

그들의 모습이 '흉내'라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진짜 속에서는 어설픈 가짜는 쉽게 보이는 법이니까요.

두오모 성당 천장에 그려진 벽화(프레스코)는 당시 사람들에게는 이미지의 향연이자 디자인의 정수 였을 겁니다.

 

로렌조 기베르티가 조각한 천국의 문 중 ''모세와 율법' ,청동도금. 성 조반니 세례장. 당대 사람들에게 이 조각은 지금시대 미디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중세시대의 성당은 당시의 시대정신인 기독교, 교리, 성경의 내용에 관한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성당은 지금의 유튜브라고 생각할 수 있을 만큼 시대를 반영하는 '공간'이었습니다.

그 안에서 회화는 색으로, 건축물은 의지와 노력을, 조각은 3차원의 현상을 구현합니다.  

중요한 점은 성당은 중세 사람들의 생각, 세계관을 시각화하는 공간이라는 점입니다.

성당에서 사람들은 이미지를 보고, 종교적인 미와 자신의 삶 속 이미지를 매칭 하며 소통합니다.

성당에 온 사람들은 구현된 디자인을 보는 구성원이라는 것입니다.

동화 플란다스의 개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이 성당에 걸린 루벤스의 그림을 보면서

죽은 것은 동화상의 연출이 아닌 당시의 삶을 묘사한 것입니다.


아직 다시 가보지 못한 피렌체입니다.

아마도 다시 가본다면 어떤 모습으로 저에게 영감을 던질지 기대가 되는 도시입니다.



Numbr 1 , 잭슨 폴록, 1943, MOMA 출처:https://www.jackson-pollock.org/number-1.jsp

잭슨 폴록은 미국 현대미술의 아이콘입니다.

잭슨 폴록 그림에는 형태도 규칙도 없습니다.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는 그림입니다.

그렇기에 그림을 보고 해석하는 일은 보는 사람의 몫입니다.

잭슨 폴록 그림을 보며 개인은 어떠한 틀에 구애받지 않은 해석을 할 수 있고,

자신만의 생각이 담긴 그림의 규칙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자신이 만들어낸 의미가 그림의 해석이 됩니다.

테이트 모던에서 본 현대미술작품. 이 작품은 어떻게 해석해야하나요? 해석은 온전히 보는 사람 몫입니다.


이는 현대의 스마트폰과 닮아 있습니다.

스마트폰 디자인과 UX는 동일하지만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에 따라

스마트폰이 추구하는 방향은 달라집니다.

스마트폰에 담긴 운영체제를 실제적으로 디자인하고

자기화하는 일은 자기 몫입니다.  

여기에서 디자인은 '사람'의 '두뇌'역할을 하는 파트너입니다.


 정리해보면 우리에게 주어진 질문은 한 가지입니다.

'우리는 사물을 어떻게 바라보고 주체가 되는가 객체가 되는가?'라는 것입니다.

그 중심축 하나에는 구현의 매체인 '디자인'이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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