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험을전하는남자 Jun 14. 2018

거리.

ep1. 도시의 거리는 그 도시를 닮았다.

거리.

어느 도시를 가던지 간에 항상 그 도시의 거리를 꼭 찍는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물론이거니와 그 도시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

거리는 수많은 세월과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 자취가 녹아있는 곳이니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거리는 그 도시를 그대로 닮았다.

여행에서 여행지 그 자체를 느끼고 싶다면 가만히 거리에 앉아 있거나,

거리를 정처 없이 걸으면서 거리를 바라보거나,

카페 창가에 앉아서 멍하니 거리를 바라보는 일이 좋다.


뉴욕 맨해튼 거리는 바둑판처럼 규칙적이다.

에비뉴와 스트리트만 기억하면 길을 잃을 일이 거의 없다.

볼링그린에서 기선으로 길만 따라가도 트라이베카, 첼시, 미트패킹, 할렘까지 모두 갈 수 있다.

내가 지금  몇 번 에비뉴 몇 번 스트리트만 기억하기만 하면 된다.

거리는 규칙적이지만 그 규칙 안에서 사람들은 자유롭다.

규칙 속에서 자유로움 쉽지 않은 일이다.


타임스퀘어에는 항상 관광객으로 넘쳐난다.

내가 뉴욕에 갔을 때는 뉴욕 자이언츠가 슈퍼볼에서 우승해서

타임스퀘어는 뉴욕 자이언츠 팬들도 넘쳐났다.

지하철에서도 팬들은 우승을 환호하며 나에게 하이파이브를 건넸다.

 타임스퀘어는 관광지이지만 현지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느끼기에 타임스퀘어만큼 좋은 곳도 없다.


월스트리트 한복판에 위치한 트리니티 교회는 높고 높은 마천루가 생기기 전부터 이곳을 지켜보았다.

아주 오래전  이 교회가 가장 높은 건물인 순간도 있었을 거다.

마천루 사이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리니티쿄회가 무척 커 보이는 일은 아마도

마천루가 가지고 있지 못한 세월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지 모른다.

건물이 만드는 높이가 아닌 역사와 세월이 만드는 높이는 그 결이 다르다.


맨해튼에서 브루클린 다리로 가는 길목.

맨해튼이 가진 바둑판같은 규칙이 이곳을 지나가면 사라진다.

그 말은 동시에 맨해튼 길을 익힌 편안함에서 낯섦으로 다시 들어간다는 말이다.



뉴욕거래소를 바라보는 조지 워싱턴 동상.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지금 미국 모습을 보면 어떤 느낌일까?

저 차에 달린 레드불 통에 호수를 넣으면 레드불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여행책은 뉴욕 사람들은 차갑다고 했다. 하지만 나에게 뉴욕 사람들은 친절했고

규칙 속에서도 자유로운 영혼들로 가득했다.


많은 스타벅스를 가보았지만

뉴욕대학교 도서관 앞에 있는 이 스타벅스는 세련되지도 않고

사람들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어서 좋았다.

우리나라 스타벅스는 쾌적하고 말끔하지만

뉴욕에서 가본 스타벅스는 조금은 낡았고 세련되기보다는 그림움이 묻어나서 좋았다.


낡은 뉴욕 지하철은 항상 같은 레일을 달렸겠지만

지하철 안 사람은 항상 바뀌었을 거다.

낡은 지하철 속 변하는 풍경을 채우는 건 역시 사람이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나오는 욘두는 아닙니다.

하지만 욘두만 생각나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워싱턴 DC의 지하철역은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지하철역 전체가 유사시에 방공호로 사용되기 위한 목적이 강하게 느껴졌다.

지하철역과 지하철 안 거리 곳곳에서는 교통이라기보다는

삼엄하게 나를 감시하는 분위기에 시종일관 불편했다

워싱턴 사람들은 뉴욕보다 차갑고 친절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차갑게 식어버린 차가운 물 같은 도시.

모든 감각이 메말라 버릴 것 같은 도시가 워싱턴 DC다.

뉴욕이라고 우리 삶과 크게 다를 건 없다.

사람 사는 모습 대부분 비슷하다.

지하철역 벽에 타일로 만들어진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워싱턴과 다른 이런 지하철 안 깨알 같은 디테일은 사람을 웃게 만든다.


홍콩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침사추이에 가는 21번 버스로 기억한다.

홍콩의 거리는 굉장히 이국적이면서도 동질감을 느낀다.

영어와 광둥어는 항상 같이 들리고 여기에 아랍어 독일어 한국어 일본어들

다양한 언어를 언제나 쉽게 들을 수 있다. 거리는 분주하고 자유로워 보인다.

베이징에서 본 전봇대 모습은 우리가 알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웃긴 건 둘째이고 어떻게 저렇게 전봇대를 만들었는지가 더 신기했다.

베이징 거리에서 판매하고 잡지들.

잡지는 중국어로 되어있지만 런던에서 본 풍경과 사뭇 비슷해서 놀랐다.

다른 곳에 가면 이상하게 지나온 추억을 지금 이곳에 대입해서 생각한다.


정갈하게 만들어진 베이징의 지하철역.

정갈하게 지어진 베이징 거리와 지하철역을 뒤로하고 이러한 길을 만나면

무엇이 진짜 베이징인지 알 수가 없다.

우리가 보기에 도시 속에서 거리가 가진 대비가 크면 당황스럽고

무엇이 그 도시의 모습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둘 다 그 도시의 모습이라면 마음이 좀 더 편하다.


로마의 거리가 다른 어떤 도시보다 매력적인 이유는

옛 거리가 사람들과 괴리가 적다는 거다.

바닥에 깔린 타일은 낡고 닮았음에도 편안함을 준다.

아직까지 가본 도시 중에서 로마와 피렌체만큼 도시 바닥 타일이 편안함을 준 도시는 없었다.

비가 온 새벽의 베네치아

아직 가보지 못한 도시는 많고 밟아보지 못한 거리도 많다.

지금 내가 살아가는 장소의 거리도 소중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터전과 그들이 가진 거리를 알아가는 일은

나 자신을 알아가는 일이기도 하다.


아마도 거리를 보고 성찰해보는 일은

정답도 그 끝도 없을 거다.


(계속)

작가의 이전글 음반매장에 어떻게 디테일을 더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