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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Sep 05. 2017

일상도 리모델링이 될까요?

- -나카메구로역-

일상적인 것도 여행에서는 특별하게 느껴진다.

평소와는 다르게 여행에서 느끼는 것은 스스로에게 의미부여가 된다.

무엇보다 익숙한 것들이 새롭게 보이는 부분이 많다.

물을 마시는 것, 음식을 먹는 것, 음식의 풍미, 음식의 간까지 모든 것이 새롭다.

된장을 먹다가 낫토를 먹으면 무엇인가 심심하다.

음식의 향도 마찬가지이다. 간장의 사용이 많다.

그렇기에 간장 특유의 짠내와 달콤한 냄새가 강하다.

오사카와 다르게 음식이 달지는 않다. 오사카의 음식이 잔잔하며 달콤한 부분이 강하다면,

도쿄는 음식 맛은 오사카보다 선명하다. 

도쿄 음식과 한국음식을 비교한다면 한국음식은 강렬하고 맛의 표현이 크게 요동치는 파도 같다.

여행을 마치고 나서 지인들에게 줄 선물을 살 때, 무엇보다 음식 선물이 많은 이유는

음식이 여행지의 감성을 가장 생생하게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최초의 미슐랭 원스타 라멘집 '츠타'의 세가지 간장을 믹스하여 만든 블랙트러플 라멘.

지인들과 여행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주제가 '음식'이다.

음식에 대해서는 누구든지 이야기할 수 있다. 음식에 대한 개개인의 생각은 무궁무진하다.

그래서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쉽사리 끝나지가 않는다.

'먹는 것이 남는 것이다'라는 말은 여행에서 진정으로 마음에 와 닿는 명언이다.

처음 온 낯선 곳에서 경험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법이지만,

그곳에서의 음식을 이야기하면 그 시간은 화기애애해진다.

진쯕한 도미국물의 향이 온몸에서 퍼지게 하는 미라이라멘의 도미라멘.

도쿄에서 지하철을 타고 다니다 보면 조금씩 지하철에 익숙해진다.

개찰구에서 스이카 카드를 찍는 것, 지하철을 기다리는 것, 

지하철 노선도를 보는 것, 환승역을 구분하는 것, 지하철 열차의 색깔과 냄새 등이 말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익숙함이 종종 깨지는 순간이 있다.

'지하철 안내방송'이다.

일본어로 들리는 지하철 방송은 도착역을 행여 지나쳤을까 하는 불안감을 준다.

일본어 방송은 도쿄에서 느끼는 낯섦과 불안감이지만 그것은 나를 돌아보게 하나의 계기가 된다.

우리의 삶은 지나치게 바쁘다.

일이 치여서 살다 보면 나를 돌아보는 것이 유독 힘들다. 

하루를 복기하는 것보다는 잠을 청하는 것이 항상 시급하다.

주말이 다가오는 금요일은 황홀하지만, 

월요일이 다가오는 일요일 밤은 끝나지 않기를 기도한다.

그 기도와 함께 일주일 다시 시작한다.

자신도 모르게 일상은 총알처럼 지나간다.

그러나 여행지에 '시간'은 가장 소중한 순간이 된다.

신기하게도 낯선 곳에 만큼은 시간은 느라게 간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갔지만,

여행자의 시간은 마음이 이끄는 대로 흘러간다.


도쿄의 낯선 풍경과 언어 그리고 사람들을 보면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모르겠다.

초초한 긴장감이 눈과 손에서 조금스레 시작된다. 

긴장감이 몸으로 뻗어가지만, 이 긴장감은 사실 긴장감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기대감에 가깝다. 놀이동산에서 놀이기구를 기다리는 순간을 생각하자.

놀이기구의 안전장비와 손잡이를 만지면 이상하게 긴장감이 들지 않던가?

손잡이를 잡았다가 놓았다가를 반복하게 된다.

침을 삼키는 소리는 유난히 크게 들린다.

그 감정과 유사하다.

다만 어디에서부터 보아야 할지 벅차고 또 벅찰 뿐이다.

무뎌졌던 감각들이 새로워지는 느낌이다. 사진을 찍어도 새롭다.

사진 애플리케이션의 필터 기능이 빛을 발휘하는 순간이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새로움에 웃음만 넘친다. 

해죽해죽 웃는 내 모습에 몇몇 사람은 날 쳐다본다.

5년 전 뉴욕에서의 기억이 떠오른다.

당시 나는 하이랜드 파크에 있었다.

나는 한국어로 설명하면서 하이랜드파크를 영상으로 찍고 있었다.

영상을 찍던 도중 한 현지인이 날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난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뭘 그렇게 말하는 거야?'

아마도 여행지에 오지 않았다면 5년 전 기억을 떠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여행은 지난 여행을 떠오르게 하고 그 순간을 기억하게 한다.

그 순간 머릿속을 맴돌던 추억의 조각들이 갑자기 맞추어진다.

추억의 조각들이 추억으로 맞춰지는 순간, 무뎌졌던 나의 감각이 살아난다.

그렇다. 어쩌면 여행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뎌졌던 감각의 회복이다.

우리가 감각이 회복된 모습으로 다시 익숙한 삶으로 돌아갈 때, 

미처 보지 못한 것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자신의 사소한 말투, 말의 속도, 걸음걸이 내가 몰랐던 나의 모습을 나 스스로 바꾸려고 한다.

미처 몰랐던 것들이 여행을 다녀오면 새롭게 된다. 나 자신이 나도 모르게 리모델링이 되는 것 같다.

 


도쿄에서 나카메구로역은 교통의 요지중 하나이다. 

최근 나카메구로역 리모델링으로 더욱 유명해진 듯하다.

리모델링은 기존의 모습을 살리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나도 빈집을 리모델링해서 지금의 내 가게를 만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리모델링은 정말 어렵다. 

리모델링에서 중요한 것은 옛 공간을 꼼꼼하게 관찰하고, 

살릴 것은 살리고 더할 것은 더한 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리모델링은 정말로 어렵고 힘들다. 

기존의 것이 가진 맥락을 무시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나가메구로역 안내도.츠타야서점을 기점으로 나카메구로역이 시작된다.

다이칸야마의 츠타야 티 사이트가 유명한 덕에 츠타야 서점이 보이면 일단 한번 들어가 본다.

나카메구로 츠타야 서점에 들어가서 둘러보던 중에 잡지 모노클이 보였다. 

교보문고에서 모노클은 비닐로 포장이 되어있어서 읽어볼 수가 없다. 

그러나 여기에서 포장이 벗겨져 있어서 볼 수가 있다.

"이런 반가운 일이! 또 있을 수가 없나!"

모노클을 읽고 있는데 지금 내가 있는 곳(나카메구로역)에 대해서 나온다. 은근히 신기하다.
반드시 다이칸야마 티사이트를 보고 이곳에 오자.츠타야만의 느낌은 분명하나 티사이트와는 분명하게 다르다.그래서 또 다른 느낌을 가지게 된다.

재미있게도 모노클을 보는데 내가 지금 있는 나카메구로역의 리모델링 이야기가 나온다

전혀 완전히 새롭게 바뀌었다는 찬사의 내용으로 시작한 기사의 내용이다. 

나카메구로역에서 나카메구로를 평가하는 잡지를 보고 있으니 기분이 오묘하다. 

여행이란 게 이러한 묘미가 종종 있다.

지금 도쿄는 아주 소란스럽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도심 대부분이 재개발을 하고 있다.

문제는 도쿄의 땅값이 비싸고 개발을 할 공간이 적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재개발의 쟁점이 공간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러한 와중에서 나카메구로역은 이러한 리모델링 문제를 그대로 반영한 채 진행한 곳이다. 그 결과물은 아주 멋지다. 우리나라도 도시재생이 부각되고 있는데 나카메구로역은 참고할 만한 아주 좋은 사례이다.



-나카메구로 츠타야 서점: 나카메구로역의 시작.

지하철은 현대사회에서 외부로 나가는 시작이다.

'시작'의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의 생각이 다른 외부로 향 할 수 있게 인도하는 '시작'인 책을 취급하는 서점이

'공간의 시작'이라는 점은 탁월하게 느껴진다.


츠타야의 파트너인 스타벅스도 변함없이 입점하고 있다. 오픈식으로 지나가면서 바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나카메구로역에서 전체적인 공간의 시작을 알리는 곳은 츠타야 나카메구로역점이다.
다이칸야마 츠타야가 10분 정도 거리에 있어서 비교도 아주 좋다. 다이칸야마 츠타야가

츠타야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다면 나카메구로역점은 특정한 지역에서는 

'어떤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같은 서점이지만 전혀 다른 공간감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둘 다 아주 좋다.

반드시 다이칸야마 츠타야 티 사이트를 방문한 뒤에 나카메구로 츠타야에 가기를 권한다.

나카메구로역은 인구가 100만에 육박하는 세타가야구(현재 89만 명 정도)와 

도쿄 도심을 이어주는 지역에 있다. 나카메구로역과 그다음 역인 지유가오카 역은 

도쿄 도심과 세타가야구의 교통허브이다.


나카메구로역은 사람들이 지나가고 오가는 곳이다.

사람들이 오랫동안 머무는 곳보다는  잠시나마 호흡을 멈추고 출발하는 곳의 느낌이 강한 곳이다. 

사람들이 머무는 느낌은 오히려 지유가오카가 강하다.

이러한 배경이 있기에 나카메구로역은 분주하지만 아쉬움이 흐르는 분위기를 시종일관 가지고 있다.

서점이 보여주는 공간의 '시선'은 머무는 곳이자 동시에 쉬는 곳이다. 

서점은 오랫동안 머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해야 하지만 머물어야 하는 것이 결코 부담스러워서도 안된다. 

나카메구로 츠타야 서점은 나카메구로역의 분위기와 자신들이 가진 서점이라는 공간감을 적절하게 잘 풀어낸다. 지하철역은 외부와 나를 이어주는 중간지대이다. 

지하철역에 도착하면 '이제 곧 집이구나'하는 안도감부터 먼저 드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 아니던가?

지하철 철로 콘크리트에서 흰색의 금속 재질로 이어지는 서점 외곽 마감처리는 보는 이에게 

편안함을 준다. 동시에 흰색 금속 재질은 괴리감도 없이 자연스럽게 거리의 행인들에게 다가온다.

마치 이제 곧 당신의 집에 도착할 시간이 멀지 않았음을 반기듯이 말이다.


'콘크리트-화단-금속-흰-금속-철로의금속'  위에서 부터 아래까지 맥락이 이어지는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공간이 만들어져있다.
어두운 지하철로 아래와 지하철역 입구에서는 화사한 흰색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살려준다.
 다이칸야마와는 확연하게 다른 조밀한의자배치. 다이칸야마와 다르게 나카메구로는 좁을 공간을 살리다 보니 자리를 빽빽하게 배치했다.
레일조명과 노출천장과 콘크리트의 차가움과 삭막함을 검은금속과 식물로 보완한 천장의 모습.
좁은 공간을 활용하기위한 의자와 책상들.
지하철역의 각종 파이프 아래에 나무벽을 만들고 화분을 가져다 놓았다. 그 아래 나무색과 같은 테라스를 배치했다.삭막한 지하철역의 밖을 살리기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이곳은 철 츠타야 서점이 축적하고 있는 데이터와 노하우로 만든 것임을 철저하게 보여준다.

지하철역에서 죽은 공간과 남는 공간을 어떻게 활용해서 살려내야 할지 훌륭하게 보여준다.

죽은 공간이 아니라 공간과 공간 사이를 어떻게 이어줄지 맥락들을 하나씩 짚어주면서 

전체적인 서점을 만들어 냈다. 버리는 것들은 최소로 하면서 사람들이 머물 수 있게 심도 있는 노력을 다했다.

(참고로 나카메구로 츠타야는 2곳으로 나누어져 있다.)



-꽃집과 베이커리: 분주하게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따스함을 선사한다.


 사람들이 분주하게 지나가는 역 입구 바로 옆에 꽃집과 베이커리가 있다.

이곳에서 뒤돌아서가면 바로 꽃집과 시티베이커리가 나온다.
차가운 콘트리트안에서의 꽃은 더더욱 빛이 날 뿐이다.그래서 우리는 꽃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꽃은 삭막한 콘크리트 둘러싸인 역과 도심에서 사람들에게 따스함을 선사한다.

사람은 모두 각기 따른 꽃이라고 하지 않는가? 차가운 도심에서 꽃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법이다. 이 순간 서울에서의 무뎌진 감각들이 다시 소생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감각의 소생. 

보지 못했던 것들을 다시 보는 것.

바쁜 일상에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감각이 얼어붙어버린 것을 모른다. 

날씨가 추워서 얼어 묻는 것이 아니다. 

마음이 차가워지는 순간 이미 감각은 얼어붙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을 다시 녹이는 방법을 우리는 아는가? 그것을 찾아 나서는 것이 여행이다.

추위 속에서 따스함이 더욱 따스한 것처럼, 

차가운 도심에서 찰나의 따스함은 삶의 충만함을 순간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사람을 향한 공간의 제안은 사람에게 삶의 제안으로 다가온다.

공간을 만드는 것도 사람의 몫이지만, 그 공간을 살아가는 것도 사람의 몫이다.

공간 안에서 공간을 유지하는 것도 역시 사람의 몫이다. 

공간의 주인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주인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이다. 

공간을 만들어가는 우리에게는 보이지 않는 책임감이 각자에게 보이지 않게 존재한다.



콧속  가득하게 퍼지는 빵의 향은 지나가는 순간 행복을 느끼게 해준다.

잠시 멈추어서 꽃을 보는 사이에 코끝을 찡하게 자극하는 빵 냄새가 오감을 지배한다.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 빵을 사 가지고 길에서 빵을 한 입 베어 무는 것은 소소한 행복이다.

지친 몸을 이끌고 빵을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피곤함이 사라진다.

침샘을 자극하는 빵들의 향연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고를지 한참을 멍하게 바라보게 된다.

'무엇을 고를까? 이것도 먹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다''아 다이어트는 다시 내일부터인가?'

이 순간만큼 우리는 프로고민러, 프로결정장애자가 된다. 

빵을 보면 누구든지 이러한 고민에 빠지고, 동심으로 돌아간다. 

집밥이 삶의 따뜻함과 정겨움을 안겨준다면, 빵은 우리를 순수한 즐거움으로 이끄는 마법이 있다.

빵집이 그러하듯 식빵은 기본이고 여러가지 빵들이 있다.

 

빵을 먹으면서 공부도 할 수 있다. 1인 공간도 충분히 있다.

-정겨움을 더해주는 역 주변 거리와 점포들.


지하철역, 버스정거장은 항상 사람이 가득하다.

특히 환승역이거나 교통의 요지에 속하는 역은 빨리 벗어나고 싶은 곳이다.

(종로 3가, 교대, 신도림역만 생각해도 역을 빨리 벗어나고 싶지 않은가?)

지하철역은 '교통'이라는 목적에 아주 충실한 곳이다. 

지하철역은 지하철을 타려는 사람들이 빨리 들어가고 나올 수 있도록 만들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지하철역은 사람이 많으면 정신이 없고 분주하고 답답하다. 

반면에 사람이 드문 지하철역은 적막감이 돈다. 지하철 종점에 다다르는 순간 서서히 사람들이 

줄어드는 지하철 안의 적막함을 누구가 한 번쯤 느껴봤을 것이다.

뭔가 으스스한 분위기가 불안하지는 않지만 오묘하게 빨리 떠나고 싶은 느낌을 들게 한다. 

일본 답게 벚꽃나무가 있다. 지하철역의 앞쪽 구역은 다른 도쿄의 지하철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조금은 여유가 있다.
정갈하게 배치된 나무판들은 시선을 모을수 밖에 없게한다.
지하철역 주변이 걸을만 하다는 것은 집으로 가는 길이 더욱 즐거워지는 일이다.
나카메구로에 사는 누군가에게는 이곳이 집으로 가는 길이다.반면에 나에게는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없는 의문투성이의 길이다.

누군가에게 나카메구로역은 집으로 향하는 길 일 것이다. 

나는 리모델링을 통해서 그 길이 예전보다는 더욱 걷기 좋은 길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집으로 가는 길이 걷기 좋다는 것은 집으로 향하는 기대감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세상에서 집으로 가는 길만큼 반가운 일이 있을까? 

(물론 여행을 맞추고 집으로 갈 때는 돌아가시 싫다. 그것은 여행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외부에서 온 나에게 이 길 하나하나는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는 의문투성이다.

사람들이 집으로 가는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한다.

 '이 길이 무엇일까? 나에게 집으로 가는 '길'은 무엇일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언제나 그렇듯이 사색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한다.

그 사소함을 무시하지 말자. 그 사소함이 시선의 전환을 가져다 줄지 모른다. 

츠타야의 'T'가 누군가에게는 집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반가운 신호일지 모른다.

이곳 사람들은 집으로 향할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다음 여정을 위해서 '이동'할 것이다.

물론 나 역시도 며칠 뒤에는 집으로 향하는 길을 갈 것이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나카메구로역 리모델링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누군가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누군가는 리모델링 공사 소리에 시끄러웠을지 모른다.

누군가는 리모델링을 기대 어린 마음으로 고대했을지 모른다.


여행에서 기대감과 불안감은 우리를 지배한다.

두 감정을 조절하는 것은 철저한 자신의 몫이다.

모든 순간의 결정은 자신이 해야 하고 책임도 자신이 져야 한다.

그 결정으로 인한 모든 경험도 내가 온전히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일상을 단조롭게 여길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서둘러서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선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직장으로 나간다.

직장에서의 모든 일들은 생계를 꾸려나가는 전쟁이다.

그 전쟁에서 수많은 크고 작은 전투를 치루어야 한다.

그 전투에 온전히 집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일상을 단조롭게 보는 것이다.

우리가 그 전투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일상을 단조롭게 보는 것이다.

일상을 단조롭게 보고 싶어서 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아침 7시에 일어나서 밤 12시에 일을 마치는 

나 역시도 다른 이들처럼 생계를 위한 전쟁 속에 있다.

다만 그 전쟁에서 승자와 패자는 없다.


여행에서는 그것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시선을 주지 못했던 일상을 다시 보게 되는 것일지 모른다.

외지인인 나에게는 나카메구로역이 낭만스럽게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곳에 살고 있는 누군가에게 나카메구로는 생계를 위한 치열한 전장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카메구로 역이나 내가 사는 곳과의 공통점이 있다면

집으로 가는 길은 즐겁다는 것이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보다 천천히 주변을 들려보면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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