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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Aug 19. 2017

분주함이 고요함으로 바뀔 때 내가 보인다.

디앤디파트먼트 도쿄 (1)

오늘의 일정은 구혼부쓰에 위치한 디앤디파트먼트이다.

세타가야구에 위치한 구혼부쓰역은 굉장히 조용하고 아늑하다.

일본 만화를 보았다면 만화에서 자주 나오는 일상적인 

일본의 동네길이 그대로 나온다.

구혼부쓰역에 가려면 도큐 오이마치선을 타야 한다.

자! 근데 이거 오이마치선을 찾아보니 약간 가는 게 복잡해 보인다.

이게 2번 정도 환승을 한다. 하지만 이 환승이 JR 신주쿠역에서 아사쿠사선 신주쿠 역으로 환승하는

그러한 환승이 아니다. 우리나라로 비교하면 왕십리역에서 ITX 경춘선으로 환승하는 것에 가깝다.

해외에서 교통은 이상하리만큼 어렵다.

그렇지만 여행지에서 교통길을 찾아가는 것이 여행에서 짜증 나지만 상당히 재미있지 않은가?

 구혼부쓰역에 가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1.JR시부야역으로 간다.

2.JR시부야역에서 도쿄 도요코선으로 환승 지유가오카역으로간다.

3.지유가오카역에서 오이마치선으로 갈아탄다.

4.오이마치선을 타고 구혼부쓰역에서 내린다.

지유가오카로 먼저가려면 도요코선을 타야한다.

도쿄올림픽 공사 때문에 JR시부야역에서 도쿄도요코선과 후쿠토신선으로 갈아타는 입구가 종종 바뀐다.

시부야를 일정에 넣는다면 히라키에 백화점을 넣어서 구혼부쓰역에 가는 것도 좋다.

왜냐하면 도쿄도요코선과 후쿠토신선 환승지점과 히카리에 백화점 지하하고 연결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2016년 8월의 환승위치와 2017년 1월 환승위치가 달랐다.)


그렇지만 저는 지유카오카역에 갑자기 내리고 싶어서 그냥 내려서

구혼부쓰로 걸어갔습니다.


나카메구로, 다이칸야마, 지유가오카, 구혼부쓰 이 루트는 걸어서 이동하기 매우 좋다.

물론 전철을 타도 좋다. 다만 지유가오카역이 살짝 복잡하다. 

신주쿠 역이나 도쿄역에 비한다면 수월하다.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흥미로운 것은 이 지역 전철(도큐도요코선과 후쿠토신선은 지상으로 다닌다. 

이 전철의 철도는 주택가 길목 등을 가로질러서 놓여 있다.

이 지상철로 덕에 전철이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이 지나가는 길들을 막는다.

마치 시골에서 기차가 지나가면 통행을 막는 것처럼 말이다.

(슬램덩크에 나오는 거리와 아주 비슷하다.)

어릴 때 아버지와 비둘기호를 타고 한탄강에 자주 갔는데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이 철로가 아주 묘한 것이 나는 분명 도시 안에 있는데 시골마을에 있는 기분이 들게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이 지상철로가 도심 내에서 고요함을 만든다.

단순하게 도심에서 조용한 곳으로 간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다.

(이곳의 위치는 도쿄 시부야구에서 세타가야구지역이다.)

복합한 도시 속의 도심은 사람을 분주함과 긴장감속에 가두어 놓는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그 긴장감에 메여있게 된다. 그렇기에 도심에서  조용한 곳은 잠시 숨을 돌리고 도심 속 긴장감을 해소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곳은 아주 다르다.

이 지역은 전철이 오고가기 때문에 수시로 철로는 막는 안전봉이 내려온다. 

이 낯선 동네를 걸어가는 길에서 구글 맵스는 나의 유일한 가이드이다.

서울에서 구글은 검색으로 많이 쓰지만, 도쿄에서 구글은 구글 신이 되어버린다.

특히 구글 맵스는 필수 도구다. 아마도 구글 맵스 덕에 우리는 

더욱 도전적인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다른 것은 모르더라도 걷는 여행에서 구글 맵스는 천군만마와 같은 존재다. 

앱에서 GPS를 켜면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니까!

구글 맵스를 보며 걸어가면서 알게 된 사실은 구글 맵스가 알려주는 길중에서 종종 철로 때문에 

끊어진 길이 종종 있다는 것이다. 길을 찾아가려면 철로 반대편으로도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는 때도 있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구글 맵스의 안내를 적절하게 무시해야 한다. 오히려 위치 파악용으로만 쓰는 것이 좋다.

도심속의 철로. 이 철로는 도시가 아니라 시골의 풍경을 연상시킨다.
전철이 지나가면 차도 멈추고 나도 멈추고 모두가 잠시 멈춘다.빠른 일상에서 멈춤이다.

여행에서 구글 맵스와 해외 유심칩은 필수품이다.

기술은 우리가 더욱 편하게 여행을 하게 도와준다.

그 덕분에 짐도 많이 줄었다. 스마트폰이 없을 때는 여행 책을 2,3개를 가지고 갔지만 

이제는 PDF 파일과 검색만으로도 정보 등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기술적 진보는 여행지 안에서 알게 모르게 느끼는 걱정으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해주었다.

통역어플은 언어의 두려움을 없애주고 있고, 지도 어플은 길을 찾는데 큰 도움을 준다.

메신저 어플은 현지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해서 서울에 쉽게 연락할 수 있게 도와준다.

해외 유심칩은 저렴한 비용으로 여행기간 동안 자유롭게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처음으로 해외에 나갈 때 어머니는 나에게 국제전화카드를 주셨다.

그렇지만 그 카드를 전화기에 놓고 '국가번호+국제전화서비스 번호+집전화번호'까지 꼭 외어야 했다.

그것뿐만 아니라 충전금액이 있어서 전화를 해도 서둘러서 전화를 끊어야 했다.

'00700, 001, 002' 국제전화 카드는 공항에서 어디를 가든지 구입할 수 있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이용하면 여행지에서 방송까지 가능하다. 

이 얼마나 놀라운 세상인가?


구글 맵스에 부분적으로 의존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여행이 진정으로 편해진 것이 맞는지

스스로 자문해본다. 지도를 보면서 방향을 찾는 것은 여행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험이다.

액정화면을 보면서 GPS를 맞추기 위해서 바둥바둥 회전하는 내 모습.

지도상에 나온 건물이 맞는지 액정을 확대하며 눈을 대고 있는 내 모습.

길거리나 전봇대를 보는 것이 아니라 길에서 걸어가면서 스크린에 목을 박고 있는 내 모습.

액정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서 정말로 여행을 하는 것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스마트폰을 들고 사진을 찍고, 영상을 녹화하고 그것을 SNS에 올린다. 

혹시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장소만 바뀌었을 뿐이 아닌가?

여행지에서 불안감은 언제나 함께한다.

스마트폰을 하면 그 불안함이 가라앉는다.

적어도 그 안에는 나에게 익숙한 것들이 가득해서 안도감을 주기 때문이다. 

여행지에서도 카톡은 울리고 전화도 가능해지니 내가 여행을 온 것이 맞는가 반복되는 질문만 던진다.

우리가  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여행이 기술에 함몰되어버린다. 

여행지에서 느끼는 공기, 사람, 분위기, 이국적 음식, 다른 언어

뭔가 다른 것들로 나를 채우고자 했던 초심은 어느 순간 기술이 준 안락함 속으로 사라진다.

여행을 갈망했던  나의 마음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기술이 주는 익숙함속에서 서서히 잃어버리게 된다.



여행지에서는 불안감이 항상 존재한다.

오로지 자신만을 의지해야 하는 상태와 내 물음에 답하는 낯선 이의 말들.

나의 기대보다 잘하지 못하는 외국어는 내 안의 불안감을 더욱 심화시킨다.

그렇지만 길을 찾는 나의 모습. 

낯선 이들의 말속에서 무엇인가 힌트를 찾는 내 모습.

기대보다는 잘 하지 못해도 외국어를 의외로 잘하는 내 모습을 조금씩 볼 때마다

"좋아! 잘하고 있어! 일단 해보면 조금은 된다!'이렇게 외치게 된다.

그렇게 스스로 쌓아 올린 불안의 산들은 하나씩 부서져가면서 조금씩 작은 돌덩이들로 변하기 시작한다.

그 부서진 불안감들 사이는 어느새 자신감과 기쁨의 물결이 파도치고 있다.

나는 이제 그 파도를 타는 배의 함장이 되면 되는 것이다.



낯선풍경은 언젠가 또다른 낯설음을 이어지는 소중한 재산이 된다.


지도를 보면 구글 맵스는 계속 걸어가라고 한다. 하지만 맵스가 가리키는 길은 전철이 지나간다. 

종종 길은 사라지고 없다. 어떻게든지 돌아가서 길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만 이 낯선 곳에서 길을 어떻게 찾는가 말이다? 나는 오늘 여기 처음 온 사람이다. 

이 지역을 알리가 없다. 하지만 결국 길을 찾게 된다.

아주 쉽게 찾거나 혹은 아주 어렵게 찾거나 말이다.

그게 길 찾기의 묘미이다.


도쿄는 아주 시끄럽다. 사람들은 분주하게 움직이며 지하철 정거장에서도 사람은 항상 많다.

여행을 하다 보면 사람에 너무 치여서 오히려 서울이 그리울 때도 있다.(적어도 서울은 익숙하니까.)

여행의 묘미는 나 홀로 느끼는 여유이다. 하나 도쿄에서 여유를 느끼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물론 카페에 들어가서 여유를 느낄 수는 있겠다만 그것은 공간이 만들어내는 인위적인 여유일지도  모른다.

카페의 인테리어와 음악이 만들어주는 고요함과 나무로 가득 찬 숲이 만들어내는 고요함은

결코 비교할 수가 없다. 그 고요함이 같다면 우리는 등산을 할 이유가 없다.

이 정도면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은 것이다.

지유가오카에서 구혼부쓰는 조금은 다르다. 언제 시끄러웠냐는 듯이 도쿄의 분주함을 지워버린다.

고요함과 사람들이 살아가는 냄새로 나를 반겨준다. 오히려 이곳이 더 도쿄 같다는 느낌이 든다.

거리를 천천히 걸으면서, 과연 언제에 걸었는지 생각해본다. 

항상 일에 바빠서, 일에 치여서 걷는 것보다는 뛰는 일이 더 많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스스로에게 많이 무뎠구나 하는 마음에 멈칫한다.


그때 미처 알지 못한 나의 모습이 비로소 보인다. 일상에서의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며

나를 다시 한번 생각한다. 멈추면 시야가 바뀐다. 멈추고 보니 비로소 내 모습이 보인다.

'나는 나를 안다고 생각하지만 정말로 얼마나 나는 나를 알까?'

'나는 내가 보고 싶은 내 모습만 보려는 것이 아닐까?'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자문하며 길을 걷는다.

저 길의 끝에는 뭐가 있을까?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더 좋다.

'이 평범한 길이 영원히 끝나지 않는 길이었으면 좋겠다. 시간이 그냥 멈춰 서서 가만히 있고 싶다'


걷는 와중에 구글 맵스로 내 위치를 확인하지만, 그 알려주는 위치와 길도 사실은 처음 가는 길이다.

길을 걸어갈수록 더더욱 낯선 풍경이 나오고, 지도를 보고 있음에도 이 길이 맞는지....

그러나 잠시 뒤 '그냥 마음대로 흘러가는 대로 걸어가련다~'라는 생각에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어 버린다.

'내가 이곳에 살지도 않는데 어떻게 내가 이 길을 아는가?'

'이 곳에 살지 않으니 오히려 이 곳에 메어있을 필요가 없지 않은가?'

이게 어쩌면 가장 정확한 지도 일지 모른다.


지하철을 타면 5,6분이면 갈 길을 애써서 걸어는 가는 길이다.

조금 길이 어긋하면 어쩌겠는 기? 그냥 걷다 보면 어떠한 답이 나오겠지 하는 마음이다.

그저 사뿐히 한걸음을 내딜뿐이다.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도 없다. 온전히 홀로 흐르는 나만의 시간이다.


 지유가오카에서 구혼부쓰로 가는 길가의 동물병원 주차장. 도쿄 시내에서 이러한 풍경은 의외로 볼 수 없다.

지난여름에도 지유가오카에 들렀다. 그때는 지유가오카에 온 이유가 몽상 클레르 때문이었다. 오로지 디저트!

순전히 디저트 하나 먹자고 온 지유가오카였다. 그리고 디저트만 먹고 다시 시부야로 돌아갔다.

(내가 왜 그랬을까??? 이번에 지유가오카를 걸으면서 나 자신이 너무 이상했다. 이 좋은 동네를 두고 말이다!!)


이곳이 도쿄에서 사람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동네라는 것은 여행을 다녀온 뒤에서야 알았다.

이곳에 오면 퇴근하는 느낌이 든다. 집들만 가득하고 그 집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일정을 소화하고자 하는  계획표는 자연스럽게 가방 속에 집어넣게 된다. 

오히려 여행을 오기 전에 품었던 그 여행의 설렘이 다시 마음속에 찾아온다.


이 지역은 여행을 생각하던 내 초심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곳이다.

누군가 도쿄에 간다면 일정 중에서 가장 중간쯤에 이 지역을 넣기를 권한다.

이 곳에서 잠시 멈추라! 다시 여행의 느낌을 회복하기를 권유한다.


도쿄는 먹기만 해도 24시간이 부족한 도시이다.'도쿄는 어느 곳이든지 평타는 친다'라고들 하지 않는가?

하지만 맛있는 음식점은 언제나 사람들이 많은 법이다. 맛있는 음식점은 기본으로 30,40분을 서있는 것은 기본이다. 나는 라멘을 먹으려고 2시간 30분까지 기다리기도 했다. 사실 짜증도 나고 체력도 많이 소진되는 곳이 도쿄이다. 여행자에게 시간은 돈과 같아서 지나가는 시간은 정말 하염없이 아까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여행지에 먹는 것 때문에 타협도 많이 하고 일행이 있다면 종종 싸우기도 한다.

IDEE SHOP. 갑자기 나오는 이러한 가게에 사뭇 놀라는 것은 덤이다.

지유가오카의 골목은 좁다. 이 좁은 골목 가운데에서 정처 없이 걷다 보면 뜻밖에 아기자기함에 반하게 된다. 

(아기자기함이라고 쓰고 취향저젹이라고 합니다.)

지나가는 길목에 있는 유아용 옷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990엔이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멈춘다. 옷을 보면서 조카 생각만 날 뿐이다.

'이 옷은 조카가 좋아하는 색이고, 저 색깔은 아니고, 이 사이즈는 너무 크다'

순식간에 조카바보로 변한 나 자신을 보면서 그저 스스로 웃을 뿐이다.

조카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될겁니다.게다가 면세도 됩니다!

길을 만드는 것은 사람이다.

길에서 살아가는 것도 사람이다.

우리는 종종 길의 주체가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게 된다.

길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문화를 보여준다.

길이 좁을수록 사람들은 더욱 만날 수 있고, 길이 커질수록 사람은 더욱 소외감을 느끼게 한다. 


필라델피아에 가면 신시가지와 구시가지가 있다. 필라델피아의 구시가지는 사람 1,2명이 지나가기도 벅차다. 비좁은 길에서 미국의 건국의 아버지들은 미국의 미래를 의논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필라델피아에서 구시가지에서 신시가지로 가면 갈수록 그 길의 크기는 점차 커진다. 

물론 그 커지는 길은 도시가 커지는 역사를 기록한 역사의 산물일 것이다. 그렇지만 길이 커질수록

사람은 그 길에서 작아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서울 강남대로를 걸어갈 때 누구나 한 번은 그 커다란 길 때문에 자신이 위축되고 작아진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위축이 될 때 소외감을 느낀다. 비록 자신이 그 소외감을 느끼지 못해도 말이다.


지유가오카의 좁은 길을 따라서 올라가다 보면 조금씩 차가 많이 지나가고 길이 넓어지기 시작한다.

(그래 봤자 여기 길은 2차선이다.) 그렇게 길이 조금 넓어진 무렵이 되면 이러한 가게가 나타난다.


맞아요. 오늘은 다시는 오지 않은 특별한 날이죠.


생각이 자신을 만든다. 일상에서는 모르나, 여행에서 매일매일은 특별하다.

하지만 특별하다는 말의 의미는 어느 특정 부분에만 한정해서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시간을 만들어서 여행을 한다는 것 자체가 특별하다는 것을 우리는 종종 잊는다. 

여행을 하다 보면 우리가 여행을 떠나기 전에 품었던 마음을 잊는다. 

'TODAY'S SPECIAL'이라는 가게 이름처럼 오늘은 나에게 특별하다.

그 누구의 눈치 따위는 볼 필요가 없다. 그저 나에게만 특별하면 된다.


'지유가오카에는 멈춤이 있다. 여행을 하다 잊은 여행의 설렘을 잠시 찾아보자.

모든 것이 다시 새로워질 것이다.'

Todays Special을 지나면 나오는 ACME

세련되지도 않고 오히려 눈앞에 자연스레 펼쳐진 길들은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

주변을 둘러보면 사람이 지나가고, 차가 왕복으로 지나가기 아주 좋은 길목이다. 걷는 순간에도 

나는 소외되지 않고 길을 걸어가는 살아있는 인간임을 느낀다. 이것이 바로 걷는 맛이다.

도쿄 시내에서는 4차선 이상의 도로에서 느끼던 소외감을 이곳에서는 느낄 수가 없다.

사람도 별로 없는 지유가오카의 거리.하지만 사람이 없는데도 사람 사는 냄새가 자욱하다.

이렇게 도심에서 지친 나를 이끌고 2,30분 걷다 보면 공기는 더더욱 고요해진다. 

이 지역 사람들의 수다 소리만 들리고 아이들을 이끌고 어디론가 향하는 엄마들의 모습들만 보인다.

좁고 좁을 길을 지나가면서 목표지인 디앤디파트먼트를 찾아간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디앤디파트먼트를 찾아가는 내 모습보다는 이 길을 걷고 있는 나 자신에게 좀 더 집중하게 된다. 


변함없이 이 길은 낯설다. 당연한 것 아닌가??? 다시 한번 생각나는 한마디!

나 오늘 여기 태어나서 처음 온 거라고!!


아기자기한 빵집에서는 아침에 만들어낸 형형색색의 디저트가 창밖에서 보인다.

지금도 구워내는지 빵 냄새가 코 끝을 가득 채운다. 빵 냄새는 언제나 기분이 좋다. 

먹지 않아도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기분. 무엇인가 가득 찬 기분. 

그것이 바로 빵 냄새이다.  아마도 냄새만으로도 배가 빵빵해지고 마음도 빵빵해지고 

기분도 빵빵해져서 빵일지도 모른다. 

드디어 디앤디파트먼트에 도착했다.

 '드디어'는 무엇인가 고대하는 마음을 표현할 때 쓰는 밀이다.

반면에 지금 내 마음은 형용할 수 없는 '가득 참'으로 마음이 평온하다. 

나는 분명 이곳을 찾아왔다. 그렇지만 내가 걸어온 길이  나를 이곳으로 이끈듯한 느낌이다.

길은 또 여기서 나에게 무엇을 속삭일 것인가? 그렇게 또 다른 기대감을 안고 D&DEPARTMENT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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