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험을전하는남자 Oct 07. 2017

분주함이 멈출 때 고요한 환희가 시작된다.

다이칸야마 티 사이트(3)

가슴을 조아리게 하는 분주함의 사슬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에게 이곳은 오아시스다. 

다이칸야마 공기에는 여유과 낭만이 가득 차있다.

설명할 수 없는 환희가 나를 휘어잡았다.

그윽하고 감미로운 초콜릿향 커피가 모든 분위기를 감아놓는다.

적절하게 북적되는 사람들.

사람이 많으면 복잡하다. 복잡함은 사람에게 짜증을 유발하기 아주 좋다.

사람들 소리는 집중을 방해한다. 하지만 서점이 가진 마력은 사람이 많을 때 비로소 발휘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차분하고 조용하게 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최대한 존중하며 이야기한다.

오로지 서점만이 어떠한 강제력 없이 자연스럽게 이러한 분위기를 만든다.

사람은 많지만 서로가 서로를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이 안에서 개개인의 공간은 존중된다.

그 존중 감속에서 각자가 가진 일상이 바람처럼 흘러간다.

일상이 만들어내는 파도가 조용히 퍼지는 곳.

달빛에 빛나는 잔물결 같다.

티 사이트는 그러한 곳이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다이칸야마 티 사이트는 윤슬이다.


사람들 얼굴에는  몰입이 가득한 오후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커피를 마시고, 노트북을 켜고, 일을 하는 이들.

헤드폰 혹은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고, 주변에 놓인 책을 읽고, 

츠타야에서 제안하는 각종 책과 물건들을 조심스럽고 세세하게 살펴보는 사람들.

조용히 자신만의 공간에서 브런치와 술을 즐기는 이들도 있다.

그들의 얼굴에는 쉼이 가득하다.

나 역시 그 얼굴 중 하나이다.

바쁘게 흘러간 도쿄 여정들이 이곳에서는 천천히 흐른다.

티사이트에서 가장 조용한 곳을 찾는다면 단연코 음악코너이다.

도시는 본질적으로 시끄럽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흩어진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결코 조용할 리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 마냥 조용하다면 그곳은 살아있는 공동묘지이다.

도시의 혼잡함과 분주함이

교외의 고요함과 차분함이 양립하기 어렵다.

이 같은 두 상극을 이루는 두 가지가 효과적으로 협응 하는 곳. 


지나치게 조용하면 적막하고,

지나치게 분주하면 시끄럽다. 

이 두 개가 적절하게 조화를 맞추는 순간 차분함이 태어난다. 

도쿄가 주는 분주함에서 차분함으로 넘어가는 지점.

그 지점에 츠타야 티 사이트가 있다.

서로 이야기하는 사람들 모습은 시끄럽다디보다는 살아있다는 느낌 그 자치에다



음악만큼 대중적인 것도 없지만 음악만큼 개인적인 것도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일부러 찾을 만큼 숭배하는 건물 혹은 상품들을 마주하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어떤 기운이 신비롭고 영롱하게 느끼 진다.




숨겨져있는 화단을 보는 것은 새로운 즐거움.
사람이 없는 티사이트는 오직 오픈 전에만 볼 수 있다. 아침에 꼭 가보시라. 완전 새롭다.

스타벅스는 익숙하다. 서울 안에서도 서점 안에 입점한 곳이 적지 않다.

스타벅스뿐만 아니라 카페가 서점에 입점하고 있으면,

원하던지 원치 않든 간에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커피 향은 그윽하게 코 끝을 타고 들어온다.

이 커피 향은 오묘하면서도 고소한 초콜릿처럼 달콤하게 코 끝을 찌른다.

커피 자체가 마력을 가득 가지고 있지만,

커피 향은 유독 서점에만 들어가서 책과 만나 서면 그 마력은 배가 되어 우리를 더욱 끌어당긴다.

커피 향은 책 넘기는 소리, 조용한 발자국 소리, 조용한 음악, 책이 가져다주는 포근함과 같이

순식간에 우리의 영혼을 책 속으로 가두어 버린다.

다이칸야마 공기를 들이마실 때 받은 느낌이 바로 ' 은은하게 퍼지는 책의 마성'이다.

인간은 땀을 흘리며 일을 할 때는 인간의 영혼이 타오르지만

고요함과 사색 가운데서는 영혼이 다시 차오른다.

인간은 영혼이 불 타오를 때 가장 아름다움 법이지만,

아름다움은 언제나 아름다움을 발현한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고요함 속에서 사색은 영혼의 아름다움을 꽃피우고 불타오르기 위한 기다림의 시간이다.

츠타야 다이칸야마 티 사이트가 알려진이후 많은 곳에서 라이프 스타일을 이야기한다.

라이프스타일은 사람들에게 취향을 제안하는 것이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한 사회 내 개개인이 분명한 취향을 가질 때,

그리고 그것을 존중해 줄 때 비로소 정착할 수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어떤 이들은 건담을 보고 단순히 만화로만 생각한다.

어떤 이들은 건담을 프라모델 일부라고 생각한다.

어떤 이들은 건담을 하나의 이데올로기적인 산물로 보며

그 안에 어떠한 적은 없다고 하며 열광한다.

어떤 이들은 와인 컬렉터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어떤 이들에게 와인 컬렉터들이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스톰트루퍼는 애정이 가진 대상이지만, 누군가에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특정한 것에 대해서

누군가는 열광하고 좋아하지만 누군가는 무관심하다.

하지만 그것은 관심과 취향이다.

누군가가 그것을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개개인의 취향이 존중받고, 개인의 취미가 자연스러워 잘 때

그때서야 비로소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이 분명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각 나라에서 온  수많은 사람들, 일본 전역에서 온 이들, 다이칸야마 주민들.

이 모두가 이 티 사이트 안에서는 하나가 된다.

커피 향과 스콘, 주차장의 광활함, 츠타야 가든의 푸르름, 브런치를 즐기는 이들의 

여유와 더불어 이곳에서 사색을 즐길 것이다.

아늑한 조명으로 둘러쳐진 서점과 가득하게 차있는 잔잔한 재즈와 팝송, 책이 뿜어내는 특유한 냄새는

짧은 도쿄 여행에서 가장 큰 추억이 될 것이다. 

그와 함께 그것은 다이칸야마에 다시 오고 싶게 만드는 사모의 대상으로 남게 할 것이다.

여유와 사색이 가득한 이곳을 떠나면서,

한동안 놓치고 있던 삶 속 여유와 평정심이 다시 내 영혼 속으로 녹아드는 것을 느꼈다. 

이곳을 만든 마스타 무네이카는 본인의 저서에서  티 사이트에는

츠타야가 그동안 쌓아 올린 모든 것을 담았다고 했다.

그러나  이곳을 통해서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지친 영혼의 회복'일이도 모르겠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했다.



작가의 이전글 멈추면 생각들이 요동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