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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Sep 22. 2017

멈추면 생각들이 요동친다.

-다이칸야마 츠타야 티 사이트(2)-


'우리는 강요하지 않습니다. 이 책은 어떤가요? 느낌은 어때요?

혹시 서핑에 관심이 가지 않나요? 요리를 좋아하신다고요?

음..... 그렇다면 이번 주말에는 가족들하고 스페인 요리인 깜빠스 알 아히요를 해보세요.

여기 스페인 요리책이 있습니다. 책 재료는 아마존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이 그릇 한번 보시죠? 깜바스 알 아히요와 딱 아닙니까? 어떠신지요? "


다이칸야마 츠타야 티 사이트에서 제안하는 '삶'은 느긋하다.

츠타야의 제안은 일본정서 그 자체인데 강한 문구와 화려한 이미지보다는 자연스러움이다.

그들의 기획은 조심스럽게 우리에게 다가와 취향들은 발견하게 도와준다.


책: 제안의 시작.

책은 우리가 무엇인가 알고자 할 때 가장 먼저 찾아보는 첫 번째 매체이다.

물론 지금은 가장 먼저 우리가 하는 것은 구글에서 검색을 먼저 해보는 것이다.

구글에서 나온 검색 결과물과 위키디피아 내용은 아주 기본적인 내용을 알게 해줄 뿐이다.

어디까지나 검색자료는 가장 먼저 '이것이 무엇일까?'하는 선에서 멈춘다.

본격적으로 알기 위해서는 책부터 찾아본다. 특히 가장 쉬운 책부터 말이다.

한국에서 보지 못한 서점의 풍경에서 일단 먼저 놀랄것이다. 
편집샵 같기도 하지만 책을 기점을 해서 모든 제안이 연결된다.



공간: 제안을 담는 그릇.



티사이트는 아늑하다.공간을 만들어는 진한 갈색 '자재'와 '조명', 아이보리색 천장 빛, 창가에서 들어오는 

햇빛은 따스한 하모니이다.  티 사이트에서 도쿄의 분주함은 여유로움으로 녹아내린다.

사람들 얼굴에서는 미소만 가득할 뿐이다.무엇인가 채워지는 느낌. 이곳에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공간은 사람에게 '감정'을 제시해야 한다. 어떤 공간에 들어왔을 때 , 어떤 곳은 적막함과 차가움만을 느끼게 된다. 반면에 어떤 곳은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에 마음도 편안해진다. 공간이 만드는 감정은 철저하게 공간에 대한 몰입도와 이어진다.공간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이를 통해 공간의 정체성을 부여받는다.

공간을 만들기만 한다고 그 곳에 정체성이 생기는 게 아니다.

티 사이트 공간이 가진 색깔은 디테일하다 책장, 창가와 의자, 가죽소파, 목재 책상과 의자등은

미세한 색깔 차이가 있다.디테일한 색감은 공간이 가진 에너지를 풍성하게 한다.

공간에 사용한 자재는 '목재'다.

목재를 많이 사용한 공간은 사람을 부드럽게 감싸준다

공간과 공간이 끝나는 부분에서 이어지는 연속된 색상도 말끔하다. 

색상과 색상 간 이러지는 일관성과 말끔함은 공간에 있는 이들에게 안정감과 편안함을 준다.

공간을 위해서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위해서 공간이 있는 것이다.

티 사이트는 이것을 놓치지 않는다.

나카메구로역 츠타야는 콘크리트와 금속 간의 일관성을 말끔하게 표현했다면,

티 사이트는 독립된 공간이 가지는 일관성을 말끔하게 표현한다. 두 곳을 꼭 비교하기를 권한다.


티 사이트는 3개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지만 티 사이트 모든 건물은 일괄적으로 

동일한 조명 색과 편안함을 가지고 있다.

(다만 2동에 위치한 에비스 가든의 색이 티 사이트 내부 색보다 

더욱 진한 색과 어두운 조명을 유지하고 있다.)

3곳의 건물 내부가 종종 헷갈릴 정도이다. 그만 큰 안정감으로 우리를 계속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건물과 건물사이의 정원은 빛을 받을수록 더욱 따뜻한 느낌을 더한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연결시키는 정원과 정원 바닥인 목재도 매끄럽게 공간 맥락을 연결한다.

일본 절의 정원을 연상시키는 건물 사이 정원은 건물로 인해 단절될 수 있는 공간을 자연스럽게 이어준다.

간소한 나무와 풀들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

오히려 티 사이트 전체 공간에서 필요한 그 이상 범위를 넘어서지 않는다. 

이러한 구성으로 다른 건물로 이동할 때마다 단절감이 아닌 '이어지고 있다'라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금속처럼 보이는  'T'자는 모두 벽돌이다.


티 사이트 3동 2층에는 음악코너와 1층에는 스타벅스와 츠타야 서점이 있다.

스타벅스는 오픈 시간인 아침 7시인데, 그 이전부터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아침에 가지 않는다면 생각보다 스타벅스 자리잡기가 수월하지 않다.

오후에 가는 경우 스타벅스 쪽에서 자리를 잡기는 매우 힘들다.


츠타야에는 매 코너마다 컨 시어저 내에 전문가들이 상주하고 있다.

가예를 들면 재즈 코너에는 전직 재즈 잡지 편집장이 있는 식이다. 

티 사이트 안 음악은 재즈가 큰 축이다. 

주로 현악기로 구성된 음악이 주로 나온다.

(음악은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내가 들은 음악들이 항상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음악은 놀라음을 만든다.

음악은 어떤 곳에서든지 항상 그곳이 가진 향기를 짙게 만든다.

같은 공간이라도 음악에 따라서 그 공간이 가진 모습이 완전히 달라진다.

어떤 공간에 가던지 그 공간을 움직이는 것은 음악이다.

내부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그 디자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모습을 섬세하게 만드는 것은 음악이다.

티 사이트도 이와 다르지 않다. 특히 음악코너가 3동은 매우 흥미롭다.

음악코너이다 보니 같은 공간에서 다양한 음악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양한 음악이 공간을 애매모호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음악코너 내의 서로 다른 음악 볼륨이 미묘하게  다르다.

전체적으로 흘러나오는 티 사이트 내 음악에 다른 음악 등이 죽지도 않고 해치지도 않는다.

이 미묘한 차이로 티 사이트가 가진 '따뜻한 공간감'이 변하지 않는다.

(음악코너에는 청음 할 수 있도록  청음용 헤드폰들이 여러 대 설치되어있다.)

태블릿과 연결된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공간이 몰입도를 가지고 있다면, 그 몰입도는 공간에 대한 철저한 이해에서 나온다. 

(그 이해를 더욱 상세히 하기 위해 티 사이트를 보고 반드시 10분 거리의 나카메구로의 츠타야를 가보라.

같은 스타벅스와 츠타야 서점이 함께 있지만 티 사이트와는 완전히 다른 공간감을 보여준다.)



우리는 너무 분주하게 살고 있다.

끊임없이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느낌 속에서 살고 있다.

쉴 새 없이 스마트폰을 보고, 이메일을 확인하고, 메신저를 확인한다.

무엇을 위해서 '무엇'인가 확인하고 분주한 것일까? 

어느 순간부터 분주함은 모두에게 습관이 되어 버렸다.

'분주하고 바쁘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행위가 미덕일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우리도 모르게 여행에서도 그 습관이 이어진다. 

그 습관이 이어지게 도와주는 위대한 조력자가 바로 와이파이이다.

에어비앤비에서 숙소를 검색해보라. 후기에서 포켓와이파이 유무는 아주 중요하다.

(와이파이는 한국과 연락이 되게 도와주기 때문에 분명하게 중요하다.)

와이파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단지 습관을 내려놓지 못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상대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와이파이는 실로 강력하다. 그 실체는 없고 조그마한 와이파이 신호 그림만으로

여행지에서 '일상 속 분주함'이 이어지도록 하게 한다.

그 힘은 놀라움 자체이다. 

와이파이가 되지 않아서 체념하다가 와이파이 신호가 잡히는 순간,

기쁜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보는 이들은 한 두 명이 아니다.

나 자신도 그러하기까 말이다. 나도 결코 자유롭지 않다. 

우리가 '여행'이라는 그 자체에 집중하다가도

'분주함'에 습관적으로 들어가는 순간 , 

여행 속에서 자신의 행동에서만 의미를 찾게 된다.

인증샷, 인증샷, 셀피, 인스타 , 페이스북, 트위터.

순식간에 사라질 타임라인 속에 집착하게 된다.


집착은 우리를 멈추지 못하게 한다.

집착은 우리를 쉬게 하지 못하게 한다.

집착은 끊임없이 자신을 몰아붙인다.


여행은 그것을 잊는 순간이자, 성찰이다.

여행에서 중요한 것은 멈춤이다.

호흡을 멈추고, 걸음을 멈추고, 카메라를 멈추고 

온전히 내 두 눈으로 다른 것을 보는 것이다.

다른 이에게 보이기 위해서 다른 것을 보려고 하는 행동이 아니다.


보는 것은 멈추는 것에서 시작된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이다. 

멈추면 비로소 느낄 수 있다.

멈추면 비로소 사색할 수 있다.

만약 내가 티 사이트 건물들을 연결해주는 이 다리에서 멈추지 않았다면, 

이 철과 철 사이의 따스한 햇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 햇빛은 시부야구 다이칸야마 츠타야 티 사이트에서 2017년 1월에 본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햇빛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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