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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Sep 14. 2017

멈춤'이' 몰입'이 되는 공간

다이칸야마 츠타야 티사이트(1)

'경험'은  몸과 마음을 뜨겁게 한다.

내가 느낀 '경험'을 말할 때 우리는 그 누구보다도 정렬적이 된다.

경험을 말하는 입과 느낌을 세세하세 표현하기 위해 몸 서리 치는 손과 발.

경험은 다채로움이 가득한 파노라마이며 수많은 생각이 녹아있는 용광로이다.

다채로움과 생각 속에서 새로움이 태어난다.

누군가에게 그 새로움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누군가에게는 삶을 다시 바라보는 변화가 된다.


우리가 경험했던 기억을 생각하는 순간,

삶은 따스함으로 가득 찬다.

따스한 국물이 겨울철 추운 몸을 녹이듯이, 따스한 경험은

메마른 우리 가슴속 얼어있던 응어리를 녹인다.

따쓰함이 세밀하게 녹아드는 경험. 그것이 바로 여행이다. 



해외에서 어떤 지역을 가면 우리는 경험에 비추어 

그곳을  '우리나라의 어디이다'라고 말하게 된다.

우리가 새로운 것을 보았을 때, '우리나라 어디이다'라고 말하는 이유는

자신이 경험 중 가장 가까운 경험을 찾는 과정 중 하나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도 모르게 우리가 마주한 상황에 좀 더 집중하게 된다.

집중은 몰입으로, 몰입은 추억으로 머리와 가슴속에 퍼져간다.

새로운 경험은 우리에게 몰입을 선사하고 영감을 준다. 

그렇기에 우리가 책을 보고,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미술관에 가고, 여행을 가는 것이다. 


도쿄는 분주하다.

도쿄 사람들은 도쿄가 가진 분주함에 적응하고 그 속에서 살아간다.

도쿄 여행자로서 도쿄에 온 나는 '도쿄 사람만이 느끼는 분주함'을 느끼기는 단연코 쉽지 않다.

우리가 보고 느낀 생각은 피상적이거나 우리 나름대로 해석한 것들이 전부일 것이다.

하지만 낯선 도시가 가진 분주함은 일상 속 분주함과 다른 피로감으로 우리를 엄습한다.

기억하자.

분주함 속에 파묻히지 않게 신경을 쓰지 않으면 쉽게 지쳐버린다.

자신도 모르게 말이다.


.다이칸야마와 연결되는 에비스의 골목, 에비스와 다이칸야마는 나눠져있지 않다,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가 서로를 이어주는 공간의 연장선이다.

분주함에 빠지는 순간 두 가지 감정이 피어오른다.


짜증과 자괴감.


 '나는 이 분주함을 보러 왔는가? 서울에서 충분하지 않았나?'라는 자괴감에 빠진다.

어느 순간 서울과 도쿄, 두 도시가 가진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도쿄에서 우리는 목적지를 최대한 빨리 가기 위해서 분주하다.

도쿄 사람들의 분주함과 비교하자면 사치스러운 분주함 일지 모른다.

(아침 9시경에 지하철역에 가면 그 유명한 도쿄의 지옥철을 볼 수 있다.

한번 체험해보는 것도 괜찮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처

한국어가 일본어로만 바뀌었을 뿐 바뀐 것은 없다.

쉼 없이 돌아다니며 계획에 맞추어서 가다 보면 어느 순간 뭔가 이유 모를 답답함이 생긴다.

여행은 즐겁지만 무엇인가 쫓긴다.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해서  분주하게 움직있는데 말이다.

만약에 교통패스를 구매했다면 본전을 뽑아야 하기 때문에 분주함이 배가 된다.

일정을 적어놓은 노트는 손에서 놓지를 못한다.

도저히 모를 이유를 알 수 없는 자괴감이 가슴에 메아리친다. 

도쿄에 와서 기분은 좋지만 불편한 감정이 생긴다.

만약 일행이라도 있다면 서로가 짠 일정이 꼬여버려서 서로를 탓하기 시작한다.

그 감정이 싸움으로 번지는 순간은 순식간이다.

이러한 감정이 피어나기 시작하는 그때가 바로 다이칸야마에 갈 시간이다. 

도쿄 여행이 분주 해질 때까지`다이칸야마에는 결코 가지 말자. 

그곳은 마치 보물 같은 곳이니까.


이곳도 도쿄이다.분주함이 고요함으로 바뀌는 곳.그리곳이 바로 다이칸야마 티사이트이다. 사진은 다이칸야마 티사이트 옆의 츠타야가든.

분주한 여행이 고요한 여행으로 바뀌는 순간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분주함이 고요함으로 변할 때 비로소 우리기 진정으로 쉴 수 있게 된다.

그제야 여행에서 경험이 특별해진다. 


여행시간 동안 우리도 모르게 우리의 몸은 평소와 다르게 지친다.

여행이 시작되고 나면

낯선 언어, 낯선 음식, 낯선 시선, 낯선 공기, 낯선 날씨는 기본이며

그 외에 아주 세세한 다른 것에 적응해야 한다.

우리 몸은 그 낯선 것들에 적응하느라 미세하게 지친다.

갑자기 몸은 멍해지고 세상에서 나 홀로 있는 것 같은 느낌.

뭔가 헤아릴 수 없는 감정을 말할 사람도 그 순간에는 없다. 

그래서 여행에서 '멈춘다'는 것은 중요하다.

'멈춤'이 우리에게 시선을 전환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



다이칸야마역이 아닌 JR에비스역에서 다이칸야마로 '걸어'가자. 도쿄도 사람사는 곳임을 느끼게 해준다.

다이칸야마로 가는 길은 시부야역에서 도큐 도오쿄선으로 갈아타고  

다이칸야마 역에서 내리는 것이 가장 빠르다.

그렇지만 나는 그렇게 가는 길보다 JR에비스 역에서 10분 정도 걸어서 

다이칸야마로 가는 길을 추천한다.

JR에비스 역에서 시작하는 길은 도쿄답지 않게 조용하다.

지극히 평범하다. 그래서 좋다.

에비스 역에서 다이칸야마까지 걸어가는 동안 뜻하지 않은 아기자기한 풍경에 놀랄 수도 있다.

카페같지만 이곳은 부동산 중개업소이다.
중고의류를 판매하는 매장도 볼 수 있다.
이 매장 건너편이 다이칸야마 츠타야 티사이트이다.
집에 있는 와인병이나 다른 병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게된다.

조용하게 이어지는 에비스 길목은 다이칸야마로 부드럽게 이어진다.

다이칸야마는 조용하다. 조용하게 사람들은 거리를 걸어가며 서로 이야기한다.

분주한 도쿄의 시간은 일상적인 도쿄로 돌아간다.

하지만 솔직한 내 마음은 일상적인 도쿄 분위기를 모른다. 나 혼자 추측할 뿐이다.

(도쿄 아사쿠사나 신주쿠 가부키쵸도 유명하지만 아사쿠사나 가부키쵸의 모습을 

도쿄가 가진 전부라고 하지 않는다. 우리가 명동을 서울의 전부 하고 하지 않듯이 말이다.)


서울은 쉽사리 우리에게 '멈춤'을 허락하지 않는다.

서울을 대변하는 말에 '빠르다', '분주하다', '팍팍하다'라는 말을 하면 누구나 수긍할 것이다.

핫플레이스란 곳을 가도 그곳은 소비의 공간이다. 

우리에게 쉼과 여유와 같은 '멈춤'을 주지 않는다.

우리는 서울이란 도시가 분주하고 쉴틈을 주지 않는 도시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잊고 살아간다. 

서울이 주는 익숙함속에 파묻혀서 있기 때문이다.

그 익숙함속에서 우리는 많은 순간들을 놓치고 살고 있지 않은가?

그 놓치고 있는 것들 스스로 찾아 나서는 용기 있는 발걸음이  여행일지 모르겠다.

주말마다 서울을 떠나는 차들로 도로가 막히는 모습을 보면 이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서일까? 여행지에서 생각하는 일상은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성찰이다.

나에게 일상은 소중했을까? 

나에게 일상이 무엇인가? 

내가 일상에서 잊어버린 모습은 무엇일까?

길을 걸어가면서 스스로 계속 끊임없이 질문을 한다.

그 답을 해보고자 생각을 한다.

다이칸야마 거리로 들어설 무렵 머릿속에서 떠오른다.

"도쿄에 가면 다이칸야마 츠타야 티 사이트는 꼭 가보라!" 하는 말.

하지만 왜 꼭 가보라는 권유하는지 궁금증을 가지고 다이칸야마 거리를 걸어간다.

티사이트 3개의 건물마다 간결하게 정원이 만들어져 있다. 이 간결함이 숨을 쉬게 해준다.
츠타야가든.도쿄여름이 그대로 묻어나는 곳이다.
여름의 다이칸야마 티 사이트 분주함속에서 홀로 고요함을 갖은 신기한 곳이다.

도쿄 땅값은 어마 무시하게 비싸다. 특히 다이칸야마 땅값은 매우 비싼 지역에 속한다.

그래서 다이칸야마 츠타야 같은 여유로운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물론 도쿄에서 잠시 여유를 찾기 위해서는 다이칸야마보다 지유가오카가 더욱 좋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곳은 사람을 고요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이곳은 2016년 8월 2017년 1월 두 번에 걸쳐서 왔다.)

멈춤이 몰입이 된다면 다이칸야마로 가라.

 여행에서 '멈춤'은 쉽지 않다. 

'다시 올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여행에서 우리를 계속 따라다닌다.

그 불안감이 극에 달할 때 멈추기를 권한다.

그 불안감이 나를 삼켜버리는 순간, 

여행은 지독한 고통의 순간으로 변한다.

여행이 고행이 된다. 


여행 계획표를 보면서 

'아! 여기도 빨리 가봐야 하는데! 여기도 가봐야 하는데!!'라고 생각할 것이다.

혹여 일행이 있다면 '저 녀석은 여기도 왜 오자고 한 거야! 아! 시간 날린 기분이다.... 아.. 짜증 나 진짜!!'

라고 말하고도 싶다. 때때로 일행의 면전 앞에 차마 말은 못 하겠지만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순간도 있다. 

우리는 고통을 피하고자 여행을 왔다.

오히려 고통을 느끼고자 온 것이 아니다.

잠시 멈춰도 늦지 않는다. 멈추는 순간 내가 보지 못한 새로운 시선들이 눈과 가슴속에 들어온다.

다만 그러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의외로 말이다.

잠시 멈춰선다면 나만의 시선이 보일 것이다.멈춰선 순간 편의점 사람들마자도 새로운 시선이 된다.

다이칸야마 티 사이트에서 멈추어서 그곳에서 머무를 때, 알고 있던 것들을 새롭게 생각하게 된다.

예전에 알았다고 하는 것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 순간은 온전하게 당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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