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험을전하는남자 Jul 16. 2019

어떻게 전시회를 볼까?

전시회에 보는데 은근히 도움이 될지도 모를  나만의 원칙들.

끊임없이 변하는 요즘이다. 몇 달 전에 나온 기술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한물간 기술로 변한다. 새로운 제품이 나오지만 금세 사람들에게 잊힌다. 

물건도 볼 것도 즐길 것도 너무나 많은 포화의 시대.

 그 가운데에서 예술은 변함없이 그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사람들은 더욱 예술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려고 한다.


예술을 접하기 좋은 건 언제나 미술관, 박물관 그리고 전시회다.

그렇자면 어떻게 하면 전시회를 더 잘 볼 수 있을까?

미술에 미자도 모르던 나는 어쩌다 보니 '미술사전공자'가 되었고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미술전시회를 이해해야 했다, 그래서 나는

전시회를 보는 나만의 방법과 원칙을 세웠다.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내가 만든 이 방법에 익숙해지고 나서는 전시회를 찾아다니는 사람으로 변해있었다

.

오늘 이 글에서는 내가 세운 전시회를 보는 원칙들을 적어보려고 한다.

물론 이 내용이 전시회를 마스터하는 만능 양념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전혀 공감이 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안다. 그럼에도 이글이

조금이나마 전시회를 더 즐기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다.


1. 전시회 홈페이지에 가서 사전 정보를 먼저 체크하자.


먼저 전시회(혹은 미술관/박물관) 홈페이지에 가서 정보를 확인하자. 홈페이지에서는 전시회의 목적을 비롯한 기초정보를 충분히 설명한다. 요즘에는 인스타그램 혹은 유부트를 통해서 전시회의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다. 대부분 전시회마다 선보이는 일부 리스트품을 공개하기 때문에 사전 정보를 얻기가 정말 좋다.

 나는 전시회에 가기 전 전시회에 나온 작품을 확인한 후에 관련 책과 다큐를 보고 간다. 지난 1월 도쿄에 갔을 때 마루노우치 지구에 위치한 미츠코시 1호관 미술관에서 열린 ‘필립스 갤러리’ 전에 갔었다. 미츠코시 1호관 미술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전시회에서 선보이는 모든 작품 리스트를 PDF 파일로 제공했고 나는 그림을 하나씩 체크하면서  전시회를 수월하게 볼 수 있었다. 디뮤지엄처럼 영상으로도 전시회를 소개하기도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AHMwplWTlWE#action=share


2. 전시회 구성을 확인하기 위해서 전시회를 훑어보자.


국립중앙박물관은 홈페이지에서 층별로 상세한 지도로 안내한다. 그렇지만. 미술관, 박물관, 전시회에 따라서 상세 안내를 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 이건 전시회가 열리는 미술관 혹은 박물관에 갈 때마다 확인해야 한다. 


전시회에 들어가자마자 곧바로 작품을 보지 말자. 가장 먼저 할 일은 전시회 구성을 살펴보는 일이다.

전시장을 돌아다니면서 전시목적 및 세부내용을 적은 안내글을 먼저 읽어보자. 벽에 적힌 안내글을 통해 전시회 방향에 대해서 알 수 있으며, 각 전시구역마다 어떤 그림이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전시회를 훑어보다 보면 어떤 작품이 인기가 많은지 알 수도 있다. 인기가 많다는 건 당연히 사람도 많을 거라는 이야기다. 이는 전시회를 어떻게 볼지 직관적으로 생각하기 위함이다. 또한 이 과정이 필요한 이유는 스스로 전시회를 즐기기 위한 초석을 다지기 위함이다. 마치 책을 보기 전에 목차를 보는 일과 동일하다고 해야 할까?

사진 촬영을 허용하는 전시회라면 어느 곳이 사진이 잘 나올지 미리 확인할 수 도 있다.


3. 가장 마음에 들어오는 전시구역부터 먼저 본다.


전시회 장소를 한 바퀴 돌았다면 아마도 전시회 입구가 아닌 출구에 있을 거다. 잠시 숨을 돌리자. 자 이제 생각을 해보자."어떤 작품이 내 눈에 한 번에 들어왔지?" 천천히 한번 생각해보자. 아마도 전시회를 한번 훑어보면서 자신이 맘에 드는 작품이 몇 점 눈에 들어왔을 거다. 그 작품들부터 먼저 보자. 작품을 관찰하면서 내가 왜 이 그림에 마음에 들었는지 스스로 계속 질문하자.

"그냥 느낌이 좋았나?""그림을 그리는 방법이 좋았나?"

"빛 묘사가 좋았나?""분위기가 좋나?"질문을 계속 던져보자.

 대체로 마음이 드는 작품들은 자신의 예술 취향과 동일할 확률이 높다. 

이 과정을 지나고 나면 전시회 자체에 익숙해지기 때문에 전시회를 보다 편하게 볼 수 있다.


4. 일행이 있는 경우에는 일행과 몇 분 뒤에 만나자는 ‘약속’을 하자.

아무리 마음에 맞는 친구라고 하더라도 취향이 완전히 같을 수는 없다. 같이 온 친구도 혼자서 전시회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이 클 수도 있다. 이럴 경우에 “ 20분 뒤에 만나자. 그동안은 자유롭게 전시회를 보자”라고 이야기하자.  맨 처음에 전시회 전체를 한번 훑어보라고 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전시회를 한번 훑어보다 보면 전시회 관람시간을 가늠할 수 있다. 각자  전시회를 20분 동안 보다가 만나자고 하면  상대방도 나도 마음이 편해진다.  의외로 서로 잠시 따로따로 보다가 같은 그림 앞에서 다시 만나는 일도 심심치 않게 생긴다. 이럴 경우에는 그림에 대해 서로 이야기도 해보자. 사진 촬영을 허용하는 전시회라면 셀피로도 남겨두자.


5. 도슨트 설명을 적극 이용하자.


미술관의 도슨트 설명은 매우 좋지만 사람이 항상 몰린다는 단점도 있다. 출처:Whitney.org

미술사 전공을 하면 좋은 점 중 하나는 도슨트의 도움이 필요 없다는 점이다.

(자랑이 아니다. 미술관에 가면 뭔가 좋기는 한데 엄청 긴장한다.. 뭔가 공부하러 왔다는 느낌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꼭 도슨트의 설명을 듣는다. 아무리 전공자라고 해도 전시회에 나온 모든 그림을 

그때그때 다 아는 건 불가능하다. (교수님들은 다 아시더라.....ㅠㅠ흑흑)

나는 전공자보다 설명을 잘하는 도슨트도 많이 보았고 많이 배웠다.


잠시 도슨트에 대해서 이야기하자. 도슨트는 전시회에서 미술작품을 설명하는 사람이다.

예전에는 큐레이터라고 많이 이야기했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레이터는 미술관의 모든 기획 및 운영을 총괄하는 사람이고 도슨트는 전시회 속 작품들을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사람이다. 보통 전시회를 하면 도슨트를 따로 교육을 시키는 걸로 안다. 

도슨트는 큐레이터가 아니지만 큐레이터는 도슨트 역할을 할 수 있다. 이게 차이점이다.


전시회에서 도슨트를 따라다니면서 설명을 들으면 좋다. 하지만  도슨트는 정해진 시간마다 작품을 설명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 이럴 경우에는 도슨트의 설명이 필요한 작품만 골라서 듣는 것도 영리한 선택이다. 처음에 전시회를 훑어보면서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고르라고 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아무래도 마음에 드는 작품일수록 작품 설명이 더 귀에 들어오는 법이다. 전시회 동선을 알면 도슨트가 언제쯤 내가 원하는 곳에서  설명을 할지 감이 온다.  


6. 개인 오디오 가이드 활용.


출처:the worldwar.org


나도 종종 개인 오디오 가이드를 사용했다. 미술사전 공자는 다 아니까 개인 오디오 가이드를 사용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아니다. 미술 작품을 보는 게 편하지만 모든 걸 다 알 수는 없으니까.

보통 개인용 오디오 가이 드은 추가 요금을 내기도 하고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 개인 오디오 가이드는 전시회에 오는 관람객들을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오디오 도슨트나 마찬가지다. 주변 방해 없이 그림 설명이 필요하다면 오디오 가이드는 매우 좋다. 나는 오디오 프로그램을 참고하면서 내가 놓친 부분 혹은 표현방법 등을 배웠다. 개인 오디오 프로그램 목소리가 무미건조해서 괴롭기는 했지만 말이다. 도슨트를 따라다니기 싫고 자신만의 흐름에 맞게 작품을 보기 원한다면 개인 오디오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7. 전시회에서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낀 부분은 반드시 체크하자.


사실 이게 제일 중요하다.  전시회에 온 목적을 분명하게 상기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전시회라서 가는 거라도 상관없다. 오히려 왜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지를 

생각해보는 게 중요하다.  전시회에서의 소감을 소셜미디어에 포스팅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블로그에 적어도 좋다. 글로 쓰면 기억과 생각이 더 선명해지기 때문이다. 만약 소셜미디어에 전시회에 대한 자신의 생각에 많은 이들이 공감을 해준다면  그 자체가 예술을 더 알아가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걸로 만족해서는 안된다. 전시회에서 자신이 잘 몰랐던 부분, 더 알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그 부분을 체크하고 시간이 나면 영상을 보던가 책을 찾아보자. 전시회에서 소개하는 예술가들의 인터뷰를 보는 게 좋다. 


8. 더욱 전시회에 몰입한다면 스스로 책과 영상을 찾자.


앤디 워홀에 대해서 더 알고 싶다면 역시나 공부하는 수밖에! 출처: unsplash

이건 정말 답이 없는 질문이다. 미술관과 미술 전시회를 풍성하게 보고 싶다면 결국 미술사 책을 틈틈이 봐야 한다. 이건 어쩔 수 없다. 특히 현대미술일수록 자신이 아는 사전 지식만 틈 작품 이해다 더 올라간다. 그렇지만 실망할 필요가 없다. 누구나 처음부터 작품을 모두 이해하는 건 아니다.

만약 전시회가 너무 좋았다면 도록을 구매하기를 권한다. 충동적으로 사지 말고 도록의 내용을 읽어보고 이해가 충분히 된다면 도록을 구매하자. 미술 도록은 저작권과 인쇄비용 때문에 비싸다. 비싼 돈을 주고 산 도록에 먼지가 쌓이는 건 정말 슬픈 일이다. 요즘은 유튜브에서도 미술작품과 작가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MOOC에서도 미술사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다. 넷플릭스, 왓챠 플레이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다큐나 영화도 충분히 찾아볼 수 있다. 예술을 더 알고 싶다면 도전하는 수밖에 없다. 


역시나 내 이야기를 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나는 내가 지금까지 가본 미술관과 박물관중에서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이 제일 좋았다. 

그곳에서 가장 좋았던 유물은 로마 식민지에 발행한 '로마화 폐'였다. 지금도 이것만 기억난다. 나는 당시 이 유물을 보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 당시 나는 미술사 공부에서 금융사 공부로 방향을 선회한 직후였다. 나는 로마시대 화폐에 대해서 공부를 했고 일부 식민지에서 '화폐 발행'을 허용했었다는 부분도 알고 있었다. 근데 이에 대한 유물을 직접 보니 너무 좋았던 것이었다. 남들은 그냥 지나치는 동전들을 몇십 분씩 좋아라 쳐다보았다. 뉴욕 여행 중에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을 5번을 갔는데 매번 로마화 폐 유물을 보았다. 아마도 내가 로마시대 화폐에 대해서 공부하지 않았다면 디테일하게 보지 못했을 것이다.


미술작품에 관심이 많고 전시회를 좋아한다면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에서부터

차근히 알아가기를 권한다. 모든 일은 자신이 좋아하는 부분에서 시작해야 동기 부여돼 잘 된다.

이 글에서 내가 적은 글이 전시회를 보는 만능키는 아니다. 각자마다 전시회를 보는 방법은

다를 테고 노하우나 징크스가 있을 거다.  

리는 괴테의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예술은 우리의 영혼을 일깨우고 우리의 영혼을 성장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계속)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