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미술사를 알아고자하는 이들을 위한 내 나름대로의 답들.
미술에 미자도 모르다가 미술사를 전공해서 그런 걸까? '어떤 미술사 책을 보면 좋을까?'
'비전공자가 미술사 공부를 하려면 어떻게 하냐?'라는 질문을 종종 받았다.
나는 몇 개의 글에서 미술사를 공부할 때 ’ 책’과 ‘다큐’를 활용하라는 말을 했다.
그렇지만 어떤 면에서는 무책임한 부분이 적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은 이제 ‘막 미술사 공부를 시작했다는 점’을 전제 삼아 이야기하고자 한다.
Q: 미술사 공부 시작은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A: 일단 서양미술로만 한정해서 이야기해볼게.
이제 막 미술사를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권하는 책은 9권의 만화책이다.
(나는 어떤 분야이던지 항상 만화책부터 찾는다.) 만화 서양미술사(5권 세트),
삼인삼색 미학 오디세이, 르네상스 미술이야기 (피렌체 편) 이외에도 어린이용으로 나온
미술사 관련 만화책이 아주 좋다.
"어른이 어린이책을 보는 건 좀 그렇지 않아?"라고 의문을 던질지 모르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어린이들을 위해 책을 만들다 보니 내용이 정말 쉽다.
만화책으로 시작하는 이유는 배경지식을 단시간에 빠르게 쌓기 위해서다.
만화를 보며 미술사가 친근해졌다면 그때부터 책으로 넘어가도 늦지 않는다.
차곡차곡 쌓아놓은 지식은 책 읽는 속도를 비약적으로 올려준다..게다가 만화책이라니!
부담도 적다.
Q:만화책을 보았다면 이제 어떤 책을 보면 좋을까?
A:요즘은 예술에 대한 관심사도 높아져서 좋은 책들이 정말 많이 나오는 편이다.
나도 미술사에 관한 모든 책을 다 보지 못했지만 나에게 도움이 된 책들 몇 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윤운중의 ‘유럽 미술관 순례’. 저자인 윤운중 씨는 유럽미술관 가이드만 10년을 해오신 분이고
이 책에는 그분의 경험이 그대로 녹아있다. 나는 이 책을 보면서 미술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많이 배웠다.
초심자에게는 책 내용이 잘 들어온다. 특히 유럽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에게 윤운중 님의 책이 도움이 많이 되리라 생각한다.
캐롤 스트릴랜드의 ‘클릭 서양미술사’.
캐럴 스트릭랜드의 서양미술사는 이제 막 전공 공부를 할 때 교수님이 추천해준 책이다.
서양미술사 중에서도 핵심만 짚어서 서술했다. 특히 도표 정리가 정말 좋다. 이 책은 3,4번 읽고 미술관에 간다면 아마도 더 깊이 있게 미술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스테파노 추피[ ‘그림 속의 고양이’, 그림 속의 강아지’] [깊게 보는 세계명화:스테파노 추피가 들려주는 그림이야기, 천년의 그림여행]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스테파노 추피가
쓴 책을 좋아한다. 그는 미술 자체를 편안하게 설명한다. 특히 문체가 편안해서 좋다.
특히 ‘그림 속의 고양이’는 정말 최고다. 특히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님들이
꼭 보시기를 권한다. 고양이가 미술 속에서 정말 많이 등장한다는 사실에 놀랄 거다.
각 시대마다 그려진 그림속에 담겨진 고양이의 모습과 의미를 알려준다.
또한 자신의 고양이와 고양이 그 자체를 ‘미술’의 관점에서 새롭게 이해할 수 있다.
(집사의 소양을 늘리고 싶다면 전적으로 ‘그림 속의 고양이’를 보셔야 합니다.)
미술사 책의 고전이라고 하는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는 서양미술에 많이 익숙해진 후에 보는 면이 더 낫다.'곰브리치 서양미술사' 책이 일단 책 자체가 두꺼워서 쉽사리 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나 같은 경우에는
전공수업 후에 복습용으로 활용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가게에 놓고 생각이 날 때마다 읽었다. 만약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도전해보겠다면 챕터 하니씩 틈틈이 보기를 권한다. 특히 위에 있는 적어 놓은 책들과 틈틈이 같이 보는 것도 좋다. 위에서 적어놓은 책들을 본 후에 본다면 곰브리치 책을 보면서 막히는 일은 딱히 없을 거다.
Q:추천해준 책도 다 보았으면 그 다음에는 뭘하면 좋아?
A: 역시 미술관을 꾸준히 가는 게 최고다. 위에 적은 책들만 보아도
서양미술 전시회에 가서 막히는 일을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모르는 작품이 있을 수도 있지만 괜찮다.)
아마도 내가 권한 책들을 다 보았다면 미술사책을 고르는 자신만의 기준이 확실해질 것이다.
직접 미술작품을 보면서 작품을 더욱 관찰하려고 노력하자. 미술사 지식이 상대적으로 적던 시절에는 그림을 볼 때 자신의 감각에만 많이 의지하게 된다. 또한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들은 그냥 지나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미술 지식이 쌓이면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도
“작가가 이 작품으로 무엇을 의도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된다.
감각에만 전적으로 의지하는 게 아니라 감각과 지식 모두 동원해 미술을 볼 수 있게 된다.
이게 중요하다. 그냥 ‘예쁘다’하고 보던 그림들이 ‘이건 르네상스 당시 그림을 차용한 건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한 일이다. 당연히 그림을 관찰하는 시간은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
예를 들어서 마네의 올랭피아를 예로 들어보자. 올랭피아는 오르세 미술관에 큰 벽에 단독 전시하고 있다.
(요즘에도 그런지는 모르겠다.) 만일 미술사 지식이 없다면 올랭피아가 왜 그리 유명한지 알기 힘들다.
그렇지만 미술사를 공부하고 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올랭피아 그림 속에서 올랭피아가 침대 위에 누워있는 모습이 티치아노가 그린 ’ 우르비노의 비너스’에서 비너스가 누워있는 모습을 그대로 옮겨 그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녀가 차고 있는 목걸이와 구두는 당시 매춘부들 사이에 유행하던 아이템이라서 올랭피아가 정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흑인 하녀가 올랭피아에게 꽃을 건너는 모습도 올랭피아가 정식 부인이 아님을 암시한다. 이는 당시의 부르주아 계급의 '도덕적 해이'를 비꼬는 모습이다. 마네는 흑인 하녀에서 멈추지 않고 ‘검은색 고양이’를 넣었다. 그림에서 ‘검은색 고양이’는 여성의 ‘음부’를 상징한다. 이 정도만 이해해도 올랭피아가 공개될 당시 부르주아 계층이 이 그림을 보고 ‘왜 분노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올랭피아 그림 속에 담긴 ‘부르주아 계급의 위선’을 해석하기 위해서는 미술사 및 19세기의 사회분위기를 알아야 한다. 아무리 그림을 관찰해도 그림 속에 담긴 모습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관찰도 소용이 없다.
여기까지가 '어떤 미술사 책을 보면 좋을까?' 혹은 '비전공자가 미술사 공부를 하려면
어떻게 하냐?'라는 질문에 대한 나만의 답이다. 여기에서 내가 제시한 책들이 꼭 정답은 아니다.
누군가 이 글을 보고 미술사를 공부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난 그걸로 족하다.
나는 사람들과 미술사에 대해서 이야기할때마다 매번 느끼는게 있다.
남녀노소 연령을 불문하고 '미술을 알아가고 있다'라는 사실만으로
자기 자신에게 굉장한 뿌듯함을 느낀다는 점이다.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
자부심이라고 해야할까? 난 그냥 그런 모습이 좋았다. 그래서 사람들이
미술을 그리 좋아하는가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