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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Oct 14. 2019

'교토 공간. 일본 정원에서 답을 찾다'를 시작하며

일본 미감으로 바라본 교토 공간들.

"교토에 가야겠다. 그곳에 가면 도쿄 기획을 더 선명하게 볼 수 있을 거야"

2019년 1월 나리타공항에서 인천행 비행기를 타면서 이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언제 교토에 갈지는 정하지는 않았죠. 비행기에 타서 눈을 감았습니다.

문뜩 베이징에 갔을 때, 자금성에 본 화려운 지붕과 함께 다음과 같은 말이 떠올랐다.

'중국은 화려하고 한국은 자연스럽고 일본은 인공적이다. 세 나라의 미감을 비교하려면 지붕을 보면 된다.'

미술사를 전공한 저에게 일본 미학은 낯설지는 않습니다. 

축소지향적인 자연 묘사, 내향적인 그림체, 과감하지만 비약하는 구도. 

일본 미술에 대해서 어느 정도 공부했지만 제 취향과 정서에 맞지 않았습니다.

물론 책만 보고도 어느 정도 일본 미학에 대한 글은 쓸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미 시중에 일본 미술에 대한 책은 많고 

'일본 미학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정원을 만드는 방법을 

다룬  책인 사쿠테이키도 이미 번역본이 있습니다. 

금각사, 은각사, 료안지, 텐류지, 가쓰라 리큐, 슈 카쿠 인리 큐, 니조 성 등 

정원이 훌륭한 곳의 자료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직접 보지 않고 판단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교토에 가기로 했죠. 계획을 세우고 자료를 모았습니다. 

도쿄와 교토를 동시에 다녀오자고.

우리는 종종 다른 나라 기획을 어떻게  지금 내가 일하는 곳에서 접목할지를 집중합니다.

저 역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7년간의 창업기간 동안 저는 '구현'을 하는 사람이었죠.

디자인을 하고, 레시피를 만들고, 각종 엽서, 스티커, 브로셔 견본을 만들었습니다.

'어떻게 만들까?'는 제가 매일매일 하는 고민이었습니다. 

당연히 '어떻게'에만 집중했습니다.

도쿄에 간 이유도 '어떻게'에 대한 해소 때문이었죠.


기획자가 생각한 '생각'을 구현한다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머리를 쥐어짜며 만든 시안 혹은 시제품이 

기획자가 생각한 의도와 다를 때마다

'다시 해야 한다'라는 말을 들었죠.  

기획자의 의도를 반영하지 못한 제 자신에 대한 좌절감에 괴로워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적어온 도쿄에 관한 글도 대부분 '어떻게'에 많이 집중했습니다.

'어떻게'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 순간 '왜'를 잃어버리고 있었죠. 

글을 써나가면서도 뭔가 놓치고 있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당연했습니다. '왜'보다는 '어떻게'에 집중했으니까요.

일본, 도쿄에 사는 이들은 왜 이들은 이 같은 기획을 했을까? 

이를 뒷받침하는 구현은 왜 이런 방식으로 했을까? 에 대한 질문을 하지 못했죠.

저는 기획과 구현은 완결이 아닌 '진행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기획을 했고 구현까지 했다면 거기에 미감을 채워서 조금씩 바꾸면 되니까요,


이 글의 목적은 제 자신이 '왜'를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일본 기획은 왜 다른가? 그렇다면 한국 기획은 왜 달라야 하는가? 에 

대한 제 나름대로의 답을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새롭게 만든 이 브런치 북은 교토에서 발견한 일본 미학을 담은 장소들에 집중하며

장소들에서 미학과 미감에 대한 제 나름대로의 생각을 적어가려고 합니다. 

제가 일본에서 만난 몇몇 사람들은 자신들이 만든 기획이

타니자키 준이치로 같은 작가의 책과 그가 제시한 

일본 미학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이야기를 하며 저에게 책을 추천해주기도 했습니다.

(다들 '그림자에 대하여'라는 수필을 꼭 읽어보라고 하더군요. 실제로 읽어보니,

제가 교토와 도쿄에서 궁금했던 많은 부분들이 해소되었습니다.)

미학을 기반으로 기획을 보는 일은 상상력을 기르는 일입니다. 

기획을 보면서 '난 이런 서비스, 공간기획, 디자인'을 하고 싶다'라고 상상하는 일말입니다. 

솔직히 저는 미학을 몰라도 얼마든지 기획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적인 요소들은 얼마든지 연습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니까요. 

하지만 미학(혹은 미감)을 이해하는 일은 아름다움을 넘어 사회에서 사람들이 

어떤 구호에 반응하고 싫어하는 지를 추적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개인의 성취와 주체적인 여성상을 강조하는 나이키 캠페인이 공감하고 

빅토리아 시크릿의 매출이 하락하는 이유는 아름다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 때문입니다. 

동시에 이에 기반한 '미의 추구'. 즉 사람들이 추구하는 미감이 바뀌었기 때문이죠.


기획과 구현에서 미학을 찾는 건 어떤 의미일까?

 

저는 기획은 철학이며, 구현은 이를 담는 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걸 의미하지 않고, 

그 너머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직관적으로 표현된 '무언가'라고 생각하죠.

미학을 통해 디자인을 다듬는다는 건 기획 이면의 '의도'와 '철학'을 분석하는 걸 말합니다. 

같은 기획이라도 미학(혹은 미감)으로 바라보면 왜 이러한 논리가 나왔는지에 대한 더 깊은 추론이 가능하죠. 논리를 넘어서 그 속에 담긴 '디자인의 원천을 본다'라고 해야 할까요? 

하라 켄야는 디자인을 '욕망의 에듀케이션'이라고 했지만 

저는 디자인을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이 같은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여럿 글에서 반복해서 말했듯이 기획보다는 '구현'에 더 능한 사람이니까요. 

단지 미학을 익히면 기획자를 보필하기 더 수월합니다.

또한 기획자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더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제 글은 어떤 면에서 기획자보다는 '구현'하는 사람의 입장을 대변하는 방향에 무게가 쏠려있습니다.


기획하고 구현하는 일은 단순히 판매를 넘어 자기가 꿈꾸는 상상을 만드는 일입니다. 

미감은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배경을 만들어주는 도구죠..

그렇기에 나는 미감이 기획과 구현을 더욱 끈끈하게 연결시키는 풀이라고 생각합니다.


자 다시 교토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오도록 합시다. 교토 공간과 기획을 볼 때는 교토 현지에 자리한 여러 일본식 정원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식 정원에는 항상 편집된 자연을 겹쳐가며 기획을 구성하기 때문이죠. 자연을 그 자체가 아닌 '편집대상', '목적을 위한 도구'로 보는 일본인의 미학. 이를 분명히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교토에서 공간을 만 그리고 이를 채우는 서비스, 디자인에도 실제로 영향을 미치고 있죠. 그렇기에 정원을 이해하는 일은 교토와 일본 미학의 구심점을 보는 일입니다. 그렇기에 이 브런치 북은 먼저 교토 안에서 널리 알려진 일본 정원에서 시작합니다. 그다음은 일본 정원에 영향을 받은 교토 공간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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