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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Oct 19. 2019

일본정원은 기획에서 어떻게 나타나는가?

자연을 묶고 엮는 과정에 나오는 중첩의 기술.

지난 글에서는 일본 정원에 담긴 편집력에 대해서 적었습니다.

일본에 대한 글을 적는 저 역시도 부담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일본 미감에 대해서 저만의 생각을 적는 이유는 일본 미감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지역의 미감을 이해할수록 자신(기업, 브랜드)만의 미감을 

더욱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일본정원: 중첩의 기술로 만든 구현.


일본 정원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자연을 묶고 엮었다고 볼 수 있다.

엮고 묻는다는 말은 각기 좋은 요소들을 발굴하고, 이를 중첩시켜 이를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말이다. 앞선 글에서 일본 정원을 만드는 책인 '사쿠테이키'에서는 정원을 만들 때 한 가지 양식이 아닌 여러 정원 양식을 골고루 받아들이라고 적었음을 이야기했다. 이걸 다시 요약하면 여러 정원이 가진 좋은 점들을 중첩시켜서 자신만의 정원을 만들라는 이야기다. 즉, '편집'감각을 기르라는 말이다. 

가모 강이라는 충분히 좋은 풍경이 있음에도 정원을 만드는 교토.
작은정원인 쓰보니와와 대나무가 있음에도 작은 정원을 또 만드는 텐류지. 내향적편집은 일본미감의 핵심이다.

자연과 정원을 섞거나, 정원과 정원을 섞을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취향을 구현한다. 이 과정에서 중첩은 피할 수 없다. 중첩시킨 자연을 통해 나온 결과물은 '취향'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중첩시키는 과정을 통해 하나의 의도된 기획과 구현이 나온다. 일본 정원에 편집력이 있다면, 중첩은 편집을 통해 구현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편집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모으는 일이다. 덧셈이다. 두 번째는 뺄셈이다. 충분한 자료가 모았다면 취향, 의도에 맞게 빼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중첩은 더욱 세밀해지고 핵심만 추려낸다.

많은 사례들이 있지만 이번 글에서는 무인양품, 아이폰, 니토리만 살펴보고자 한다.

도리이를 중첩시켜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무인양품: 미니멀리즘이 아닌 추려낸 '충분함'

출처:nds.co.jp

무인양품을 미니멀리즘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무인양품이 미니멀리즘이다 라는 말을' 하라 켄야는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무인양품이 추구하는 비움은 서양의 미니멀리즘과는 결이 다르다'라고 이야기한다. 그의 저서인 '디자인의 디자인'과 '내일의 디자인'에서 무인양품을 서양 미니멀리즘으로 접근하는 말 것을 우회적으로 적었다.  서양 미니멀리즘은 단순함을 추구하며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고 사물의 본질만 남긴다. 미니멀리즘에서는 본질을 '남긴다'가 중요하다. '본질'을 추구하는 것.  미니멀리즘이 추구하는 방향이다.

무인양품의 모든 광고는 언제나 '충분함'을 염두에 둔다. 출처: muji

무인양품은 다르다. 무인양품이 추구하는 방향은 '엠프티니스'. 즉 '비움'이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아니다. 간소함에 다다르려고 한다에 가깝다. 무인양품이 추구하는 '충분함'은 '충분함'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버리고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를 중첩시킴을 말한다. 이를 통해 브랜드 정체성을 만들어간다. 충분한 요소들을 편집해 최적화한 모습이 무인양품에서 선보이는 제품뿐만 아니라 매장과 호텔에서도 드러난다. '충분함'으로 만들어진 간소함. 

출처:nds.co.jp

부서진 표고버섯에서 아로마 디퓨저까지 이르기까지 무인양품 내 베스트셀러 등은 대부분 '충분함'에 대한 고민, '더 나은 충분함'을 찾는다. 옵져베이션 방법을 통해서 고객에게 '불편함'을 듣는 모습도 '편집'의 연장선이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고객소리를 듣고 제품을 개선하고 또 개선하는 것이다. 무지 호텔도 무인양품이 추구하는  '충분함'을  더 구체적으로 느끼기 위해 만든 곳이다. '충분함'이라는 눈에 보이지는 않는 개념을 사람들이 알게 하려면 공간으로 선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무인양품 긴자점에서는 신제품을 가장 보기 좋은 충분한형태로, 빵도 가장 '충분한'만큼의 종류만 판다.

무인양품이 새롭게 출시하는 제품을 긴자점에서 오브제같이 소개하는 이유도 '충분함'을 가장 '충분'하게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직관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원에서 추구하는 자연의 에센셜. 편집력으로 구축한 미감은 무인양품에서 이처럼 구현한다. 

'충분함'을 의도하고 의식해 표현한다는 무인양품 미감을 담은 은각사 도진사이 광고. 미감을 이해하면 브랜드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다. 출처:muji.com

무인양품 광고도 비단 다르지 않다. 2005년에 선보이인 은각사(긴가쿠지) 내 도진 사이, 츠크바이, 다실은 이 같은 무인양품이 추구하는 충분함을 여실 없이 보여준다. 그러나 이 같은 이미지는 일본이기에 더욱 가능하다. 일본 미감을 모른 상태에서 은각사 도진사이의 사진은 '저거 무슨 의미인가?' 하는 질문만 던질 뿐이다. 

일본인이 아닌 이상 츠바이크와 니 지리 쿠지(다실로 들어가는 작은 문을 꼭 알 필요는 없다.  충처:muji.com

아이폰: '충분함'과 '미니멀리즘'의 완벽에 가까운 조화.


스마트폰이라는 가장 '충분한' 개념을 확립한 아이폰. 출처:macworld.com

아이폰은 '스마트폰'을 구체적으로 정의했다. 그 이전에도 스마트폰은 있었다. 하지만 개념이 모호했다. 스티브 잡스는 스마트폰이 '왜' 필요하고 이게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본질'에 집중했다, 여기까지는 미니멀리즘의 방향이다. 동시에 아이폰에는 딱 '충분한' 기능만 들어갔다. 나머지 부차적인 점은 앱 스토어로 넘겼다. 아이폰보다 앱스토어 자체를 높게 평가하는 사람도 많다. 그 이유는 앱 스토어를 통해 누구나 앱을 개발하고 '제안'하는 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 계기를 열었기 때문이다. '충분함'은 상대적이다. 아이폰은 '충분함'만 전한다. 나머지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행동할 것이다. 이것이 잡스가 생각한 아이폰이 바꿀 '삶'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스티브 잡스는 키노트에서 전화,음악, 인테넷을 계속 강조했다. 출처: 유투브.

아이폰 발표 키노트에서 잡스는 '전화, 인터넷, 음악[아이튠]'이 하나가 된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하고 아이폰을 소개했다. 우리는 아이폰을 제품으로 보았다. 하나 잡스는 앞으로의 삶에서 가장 '충분한'기능을 가지면서도 생활양식을 바꿀 제품으로 아이폰을 보았다. 아이폰 첫 제품은 정말로 기능이 많지 않다. 그래도 충분하다. 필요한 기능은 다 있다. 그 외는 어플과 업데이트로 대체한다. 사람들은 아이폰을 각자 취향대로 사용했다. 그 이후는 이미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니토리:

2층의 매장을 매우 알차게 꾸며놓은 니토리 긴자 매장.조명과 디스플레이가 무인양품보다 더 부드럽다.

니토리는 일본 가구업 체다.  한국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본에서 가구는 단연코 니토리다. 나는 니토리 긴자점을 갔다. 크다면 믈 수도 있다고 말할 수 있는 2층 매장이었다.  긴자점은 마치 이케야 매장은 매우 작게 줄여놓은 느낌을 많이 받았다. 단순하게 모든 걸 떠나서 니토리를 처음 보자마자 떠오른 건 일본인에게 맞춘 디테일이었다. 그렇지만 있을 건 다 있다. '음....? 그릇을 새로 사야 해. 최근 하고 니토리에 들렸다 가야 헸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였다. 니토리 매장에서는 이케아 매장이 가진 많은 불편함이 개선된 걸 볼 수 있다. 특히 물건을 검색할 수 있는 키오스크, 필요한 건 다 있는 매장 이 두 가지였다. 이케아 매장은 솔직히 너무 크다. 

북유럽과 일본 감성을 적절히 섞어놓은 면은 이케아보다 더 매력적이었다.

니토리 가구 특징은 이케아와 다르게 조명, 가구 크기, 색깔 등을 모두 일본인들에게 맞추었다는 점이다.

(추후 니토리에 대한 글에서 무인양품, 파나소닉과 같이 다루어보려고 한다.)  도쿄 근방 이케아 매장을 가보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동경 게임쇼에 가기 위해 치바현으로 가던 도중 이케아 매장을 보았는데 한국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오히려 근방에 있는 무인양품이 지워질 정도로 니토리가 가진 매력은 상당했다. 가격 면에서도  매력적이다.

왼쪽이 니토리, 오른쪽이 무인양품. 무인양품의 충분함은 니토리의 정서적인 부분보다 다소 차갑게 느껴진다.

'누군가와 분명한 차별점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 '차별'을 가지기 위해서는? 이를 위해서는 겉과 속에 있는 자기 모습을 바라보고 객관화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미감을 추구할수록 오리려 외피보다는 내부를 더 신경 써야 한다. 니토리는 이런 면에서 외피보다는 내부를 더 다져야 함을 상기시킨다. 


미감은 어떻게 영향을 주는가?

호텔 안테룸 교토는 가레산스이, 쓰보니아를 예술과 결합해 1층 숙소 옆에 비치했다. 중첩을 통해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모두 잡았다.

미감은  '표현'이다. 반면에 가격은 '유통'과 '품질'이라는 '문제 해결'에 가깝다. 그런 면에서 미감에서 비롯한 '편집'은 '문제 해결'로 확장할 수 있다. 특히 이 분야에서는 가장 특화된 분야는 건축이다. 건축은 아름다움 괴 실용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그렇기에 가장 높은 편집 수준을 필요로 한다. 루이비통과 오프 화이트를 이끄는 버질 아블로가 건축학도 출신이라는 점에 사람들이 놀랐지만, 건축만큼 편집에 능한 다른 분야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일본 미감이 추구하는 '편집'은 취향을 의식하고 의도적으로 찾는 과정에 집중한다.

코에 도넛은 아라시야마의 대나무를 활용해 교토 미감을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정원에서 발견한 '편집력'은 정원에 국한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일본 기획을 보고 '다양하다. 개개인 취향을 존중한다'라고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렇다면 이걸 다시 질문으로 바꿔보자. "왜 이들은 다양하고 개개인 취향을 고려하는 기획(구현)을 했을까?', 의외로 답은 간단하다. '차별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 일본인들은 일찍부터 '편집된 미감'을 쉽게 접한다. 감각으로 체득하는 편집력은 자신의 '취향'을 포장하는 원동력이 된다. 어쩌면 취향을 잘 포장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을 직관적으로 아는 것일지 모른다.

몸은 내면과 외면이 가진 아름다움을 가장 정직하게 표현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출처:GQ.com.au

우리는 흔히 미감을 겉으로 보이는 면이라고 생각하지만 미감은 내부와 외부에 모두 영향을 준다. 바디 프로필을 촬영하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내면괴 외면이 가진 아름다움을 극대화해서 표현할 수 있는 건 '스타일'이 아니라 '몸'이다. 가장 정직하게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건 '몸'밖에 없다.


편집력에서 비롯한 '중첩'은 지역이 추구하는 방향을 따르기도 한다.

스타벅스 교토 BAL
스타벅스 니겐자카

교토 BAL에 위치한 무인양품, Estination, 스타벅스, 존 하먼, 투데이스 스페셜은 각기 자신들만의 생활양식을 추구한다. 동시에 그들은 '교토'라는 도시에 맞추어 자신들을 교토 미감에 맞춘다. 스타벅스 BAL점과 니겐자카점의 차이는 스타벅스가 교토를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지 알려준다. 사실 정원미 감은 기획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인지 할 수 없는 정도다. 몰라도 크게 상관은 없다. 정원에 담긴 편집력. 이를 통해 나오는 '중첩'과 '축소지향'은 일본 기획을 이해하는 폭을 넓게 만든다.

Estination은 교토가 가진 직선, 조명, 그림자, 정원등 요인들을 공간에 모두 녹여낸다.

국가, 지역에 대한 미감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는 한국 미감에 맞도록 적용하기 돕기 위함이다. 도쿄에 위치한 1899 호텔 도쿄에서는 체크인 시에 따듯한 물수건을 준다. UDS가 운영하는 온센 료칸 신주쿠에서도 체크인 시에 따뜻한 물수건을 준다. 손을 닦으라는 거다.  손을 닦으라는 건네는 물수건은 같을지 모른다. 그러나 두 호텔이 추구하는 공간미와 서비스는 다르다. 그렇기에 우리는 전혀 다른 서비스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메시지는 같다.  '정결'이다. 

이 같은 요소를 오가타 신이치로는 이솝 교토점에서 물이 떨어지는 오브제를 통해서 표현한다. 일본 미감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물수건과 오브제가 '츠크바이'에서 연유했다는 점을 알 수 없다. 여기에서 파생되는'정결'과 '마음을 다듬어라'라는 의도와 메시지를 찾기 힘들다. 일본인들은 물수건과 물을 보고 '정결'을 알아볼 것이다. 반면에 이를 모른다면 '서비스 좋다'라고 받아들이기 쉽다. 물론 츠크바이나 정결을 몰라도 상관없다. 그렇지만 서비스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미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서비스를 디테일하게 제공할 수 있다. 설령 사용자가 그 의도를 모르더라도 말이다.

자연을 묶고 엮는다. 돌도 나무도 이끼도.

일본 정원은 자연을 묶고 엮는다. 그 속에는 자연스럽게 편집이 있다. 도쿄는 이 같은 부분을 자세하게 찾아보기 어렵다. 도쿄에 있는 정원은 서양과 일본 정원을 미묘하게 섞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도쿄에서는 일본 미감을 비롯한 전 세계 모든 요소를 적절히 섞어 놓는다. 반면에 교토에서는 그런 게 없다. 오로지 일본 정원과 미감에만 집중할 수 있다. 교토가 '정서의 도시'라는 말도 1000년간 유지한 미감을 계속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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