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는 사람과 사람 그리고 공간을 잇는 새로운 존재다.
도시 안에 사람이 많고 활발하면 길은 언제나 북새통이다.
길은 언제나 도시와 국가의 흥망성쇠와 함께 했다.
로마가 그렇다. 로마를 대표하는 길은 단연코 아피아 가도다.
아피아 가도는 도로의 여왕이요, 도로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려주는 중요한 유산이다.
로마는 언제나 한 지역을 점령하면 그 지역을 압살 하거나 문화를 파괴하는 미개한 일은 가급적 하지 않았다.
지역문화를 인정하면서도 그들에게 로마법을 지킬 것을 요구했다.
새로운 땅을 정복하고 난 뒤에, 로마는 언제나 정복한 땅과 로마를 연결하는 길을 만들었다.
그 길은 언제나 아피아 가도로 이어졌고 로마로 연결되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말에서
로마로 향하는 마지막 길은 언제나 아피아 가도였다. 길이 이어지면 많은 물자들이 들어왔다.
식량을 물론이거니와 다양한 물건들. 그에 맞게 상공업도 발전했다. 동시에 로마 정치가 혼란에 빠지면
길은 정비되지 않았고 더러워졌다. 당연히 식량도 부족해지고 상공업도 엉망이 되었다.
매번 혼란이 수습되고 나면 로마는 길을 다시 정비했다. 옛날부터 사람들은 길이 물류의 중심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로마를 통솔하는 이에게 도로정비는 가장 중요한 책무였다.
피렌체와 로마에 갔을 때 나는 두오모 성당, 콜로세움을 비롯한 유적보다는
여전히 사람들이 사용해도 무리 없는 옛 도로에 더욱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피렌체에서는 옛 도로와 아스팔트 도로 간의 괴리가 없을 정도였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살았었던 피렌체. 그 시대에도 피렌체 안의 길은 로마, 베네치아, 피사 등
당시 이탈리아 도시을 연결했을 거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다빈치가 고민하고
미켈란젤로가 광장을 설계하기 위해서 걸었던 길 위는 이제 매년 피티 우모라는
세계적인 남성복 컬렉션이 열리는 새로운 길로 변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길은 여전히 소중하다. 경부고속도로의 '경'은 서울이고 '부'는 부산이다. 매년 명절이 되면 차가 지나가는 단순한 시멘트 덩어리들은 사람들의 추억으로 가득 찬 공간으로 변한다. 어릴 적 강원도를 갈 때를 기억한다. 지금은 강원도까지 가는 길이 좋아졌지만, 20년 전만 해도 진부령, 미시령, 한계령을 넘어갈 때는 꼬불꼬불한 길을 돌아서 가야 했다."동해바다 보기 참 쉽지 않지?"라는 질문 던지는 듯한 미시령 고개 끝자락의 시원한 바람. 멀미와 어지러움은 바닷가를 보기 위한 의식인 듯했다. 그렇게 도착한 동해바다는 유독 시원했다. 길은 단순하지 않다. 과거를 추억하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공간이다.
예부터 길은 유통이었다. 로마제국은 병참으로 이겼다는 말도 있다. 아피아 가도를 통해 이어진 수많은 도로는 물자를 나르기 좋았고 승리의 원동력이기도 했다. 과거 길은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이 유이도 했다. 이제 길은 기업 생사를 결정짓은 전투장이 되었다. 어느 순간 '배송'은 기업들의 경쟁력이 되었고 서로가 서로를 이기기 위해 육, 해, 공을 전부 사용한다. 칼은 배송속도와 가격으로, 방패는 콘텐츠다. 병참은 데이터다.
어린 시절 물건을 사려면 반드시 밖으로 나가야 했다. 중학생이던 시절 옷을 사기 위해서는 동대문에 가거나 집 근처 옷가게를 이용해야 했다. 지금 우리는 물건을 사기 위해서 밖에 나갈 필요가 없다. 앱을 실행하고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하면 2일 이내로 집에 도착한다. 식료품은 새벽에 온다. 물건이 정말로 급하다면 퀵으로도 받을 수 있다. 걷고, 뛰고, 찾던 시절은 이제 터치 몇 번으로 끝난다. 옷 사이즈를 모르겠다면? 오프라인 매장으로 나가서 사이즈만 체크해도 된다.
유통속도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이제 길은 단순한 물자와 사람을 이어주는 수단 그 이상으로 변하고 있다.
더 이상 사람들이 물건을 보기 위해서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나오게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물건을 팔던 회사들은 점차 매장을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들로 바꿔나가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길에 자리한 가게에 들어왔다. 하지만 이제 아니다. 스마트폰을 키는 순간 나만의 놀이동산으로 들어갈 수 있다. 밖으로 나갈 이유가 없다.
그렇기에 지금은 온오프라인을 이용해 사람들이 자신들을 찾아오도록 길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사용한다. 콘텐츠를 통해서 온라인 와 오프라인을 잇는 교두 보을 만든다. 오프라인은 교통을 이용하면 되니까 어느 정도 수월할 수 있다. 그렇지만 온라인은? 온라인상에서 길이라는 게 존재하나? 존재한다. SNS다. 흥미롭게도 SNS 서비스는 적절한 비용만 지급하던 그들이 알아서 사람들을 기업들이 만든 온라인 공간 앞까지 연결해준다. 'Sponsored'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그렇게 기업과 개인은 온라인상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사람들과 연결할 수 있게 한다.
오프라인에서도 매력이 있어야 사람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각자마다 엄청난 노력을 한다. 맛집 개념은 이제 딜리셔스에서 테이스트로 바뀐 지 오래다. 음식 맛집은 뷰, 미술관, 사진 등등 다양한 맛집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맛집 개념은 지금 점차 그 의미가 바뀌고 있다. 이제 도로는 단순한 돌과 시멘트로 깔아가는 길이 아니다. SNS는 데이터에 근거한 타깃 광고, 해쉬태그, 콘텐츠로 사람들 마음속에 길을 만든다. 랜선도 이제 엄연한 도로다.
아모레 성수에 방문할 때 직원들은 다음 같은 말을 무척이나 강조했다."인스타그램 해쉬태그에 아모레 성수를 꼭 넣어주세요. " 이같이 온라인은 이제 사람들 마음속의 길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마켓 컬리가 '#온 더 테이블'이라는 해쉬태그를 사용해 인지도를 높인 일도 길을 만든 거나 다름없다.
SNS는 사람들을 오프라인 공간으로 향하게 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 이로 인해서 공간을 은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 과거 공간은 사람과 환경을 나누는 '구분'하는 곳이었지만, 이제 공간은 다시 '관계'에 집중한다. 넷플릭스가 최근 뉴욕의 옛 프랑스 극장에 임대해 영화를 제공하기로 결정한 일, 아모레퍼시픽이 사옥 일부를 개방해 지역주민과 호흡하는 공간으로 만드는 일, 도큐 플라자가 '&프리이엄'과 같이 협업 팸플릿을 만드는 일, 시세이도가 요코하마시에서 자사 건물을 개방한 것, 지드래곤과 나이키와의 협업을 하는 이유도 결국 '관계'를 위해서다. 과거 로마가 속주와의 관계를 도로로 이어서 영향력을 유지한 일들을 이제 기업과 개인이 한다.
공간을 어떻게 경험할지 설계하는가는 공간 디자이너의 몫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는 언제나 사람에게서 나온다. 오설록을 만든 아모레퍼시픽 창업자 故 서성환 회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어느 나라를 가도 나라마다 독특한 차가 하나씩은 있는데 우리나라는 없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우리의 전통 차문화를 정립하고 싶다.
이 같이 브랜드는 언제나 언제나 사람의 바람에서 시작한다. 지금 오늘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보이고 , 느끼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공간 안에 이야기를 담아야 하고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이를 통해 당신이 추구할 가치와 공감할 도로를 연결해야 한다. 길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연결할 수 없는 길은 아무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