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을 말할 때 브랜드를 이야기하면 의외로 말이 잘 통한다.
이제 우리는 브랜드에서 친근감과 소속감을 느낀다.
같은 브랜드를 좋아하는 이들은 끊임없이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여기에서 중심은 브랜드가 아닌'브랜드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다.
같은 브랜드를 이야기한다는 건 서로가 그 브랜드에 대한 가치를 '공유'하고 있음을 말한다.
브랜드는 지금 사림들이 추구하는 추구하는 가치를
매우 구체적인 형태로 제시하고 이를 이어주는 교차로다.
그 교차로에 브랜가 만든 공간이 자리하고 있으며 그 속에서 사람들을 만난다.
낯선 외국인을 만나도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다면 손쉽게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도쿄 취재 당시 이솝 도쿄점에 들렸을 때 직원들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를 물었다.
자연스럽게 직원들과 이솝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공간을 만든 오가타 신이치로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야쿠모 사료에 대한 이야기, 키테에 있는 JP Tower Museum Intermediatheque(공간 디자인은 오가타 신이치로가 했다.) 이솝 교토점, 심플리시티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어느 순간 이솝 나카메구로 직원들은 나에게 매우 호의적으로 변했고
내가 요청하지 않았음에도 매장 내 기구, 재료, 공간을 설명해주었다.
특히 피부관리실까지 열어주면서 그곳은 어떤 미감을 담았는지 상세히 설명했다.
물론 흔히 말하는 오모테나시의 연장선이기도 했다.
어쩌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니자키 준이치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그늘에 대해서' 책에 대해서 말이다.
그들과 나는 '이솝'과 '오가타 신이치로의 미감'을 매개로 한 유대감이 생긴 걸 느꼈다.
누군가는 sns와 브랜드,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이 사람들 간의 유대감을 끌어낸다고 하고,
다른 이들은 이 같은 이야기가 오히려 천박하다고 폄하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가 매일 잠을 자고 먹고 마시는 데 사용한 그릇과 식재료는
누군가 만들었고 우리는 그걸 돈 주고 구매했다,
브랜드 대한 이야기는 이야기는 각자의 취향, 일상 속 불편함들, 삶에 대한 이야기로 귀결된다.
립스틱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처음에는 브랜드와 취향 피부톤에서 시작한다.
"틴트는 역시 베네핏이죠.", "틴트 베이스에 다른 립을 발라 변화는 주는 일도 좋아요."
"저는 차차틴트가 인생 틴트인데.. 가격이 비싸서 다른 저렴이도 같이 사용해요."
"엄마는 화장을 가볍게 하니까. 발색을 좋은 걸로 부드럽게 발라봐"
하지만 그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자신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간다.
커피를 이야기하다 보면 자연스레 원산지를 이야기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커피 취향, 와인, 요리 , 음식, 그릇과 인테리어,
음악에 대한 부분으로 화제는 점점 더 커진다. 자연스럽게 선호하는 커피 브랜드, 와인, 요리,
그릇 브랜드를 언급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누군가에게는 오설록에 나온 감귤 영귤차와 정갈한 찻잔에 먹으면 느낌이 좋을지 모르고,
누군가에게는 청화백자 찻잔에 담긴 마리아주 프레르가 더 좋을지 모른다.
증류소주인 화요만 해도 그렇다. 도자기에 담을 만큼 훌륭한 소주를 만들고자 한
의지에서 나온 화요. 이를 이야기할 때 광주요의 도자기를 언급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삼성 스마트폰을 이야기하다 보면 누군가는 반도체 산업과 정치를 이야기할 거다.
반면에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이들은 아이폰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디터 람스에 대해서 이야기할 거다. 스미트폰 기술에 대해서 이야기하다 보면
엑시노스, 스냅드래건 등 칩과 이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7 나노 반도체 공정 기술을 이야기할 수도 있다.
개인이 가진 관심사는 '브랜드'를 언급함으로써 매우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당연히 취향도 '브랜드'를 통해 드러난다. 개별 카테고리에 속한 '브랜드'를 '점'으로 찍어다 보면 어느 순간 '취향', '생활양식'같은 면으로 만난다. 이게 중요하다. 이제 취향은 '매우 구체적'인 형태라는 점이다.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방식이 구체적이라면? 아름다움 역시 구체적인 형태여야 한다.
이를 통해서 브랜드는 취향이라는 각자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으로 변한다.
브랜딩 작업은 면을 견고하게 채우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피카소가 위대한 화가가 될 수 있었단 이유 중 하나는 당시 '미술사조' 울 모두 섭렵했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미술사조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있었고 모두 그릴 줄 알았다. 동시에 급격하게 변하는 당시 시대의 세계관을 날카롭게 포착하는 통찰력도 있었기에 위대한 화가 반열에 올라갈 수 있었다
아름다움은 언제나 시대를 관통하는 정신을 표현한다. 예술은 단지 그걸 담아내는 그릇이며 미술, 조각, 건축은 다양한 그릇의 종류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이집트에서 현대미술까지 예술은 언제나 그 시대를 읽어내는 정신을 담아냈다. 중국도 별반 다르지 않다. 위에민준이나 장샤오강 같은 이들은 그림을 통해 경제발전과정에 잃어가는 중국인들의 모습을 매우 적나라하면서도 서정적으로 그려냈다.
과거 미술이 한 역할을 이제 브랜드가 한다. 대량 생산된 SPA 옷과 하이앤드 패션 브랜드는 같이 입는 게 지금 시대다. 티셔츠 속에 카라바조 그림, 엘사, 자유의 여신상을 프린팅 한다. 티셔츠에 찍힌 그들의 모습에 우열은 존재하지 않는다. 명화, 캐릭터, 도시는 나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변한 것이다. 신기하게도 깔끔하게 입은 옷에 어글리 슈즈를 신으면 잘 어울린다. 중요한 건 '어떻게 입느냐'가 아니다. '어떻게 표현할까다."다.
그렇기에 우리가 브랜드, 공간, 사람에 귀 기울여야 한다. 나는 지난 1년간 나이키와 아디다스 드로우에 다 떨어졌다. 하지만 사람들을 추첨에 떨어진 이야기도 게시판에 올리며 스니커즈 이야기를 한다. 3년 동안 모두 떨어진 사람도 있고, 특정 신발만(그것도 YEEZY만) 다 당첨된 사람도 있다. 중요한 건 당첨 여부가 아닌 그 자체가 남들과 소통하는 주제가 된다는 점이다. 이를 마케팅으로 적극 활용하는 나이키도 영리하지만 소비자도 이게 그걸 안다. 그렇게 브랜드와 사람은 관계를 만들고 아름다움을 구체화하는 소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