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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May 22. 2020

묶고 엮자. 그것이 편집력.

식샤를 합시다: 서현진이 생각하는 자신만의 연기언어. 

서현진의 연기는 햇살을 받은 꽃처럼 자연스럽다. 시나리오에 상관없이 언제나 충실하며 묵묵하다. 강렬하게 몰아치는 연기는 결코 아니다. 그녀의 연기는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차분하게 다듬어진 섬세함이 있다. 항상 눈앞에 놓인 시나리오를 최고의 시나리오로 생각한다. 그녀는 연기의 기교가 인무과 감정을 덮지 않게 언제나 경계한다.

수백향이 연기 기반을 잡은 작품이라면, 식샤를 합시다는 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연기 언어를 디자인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출처: 티빙.

캐릭터를 만들 때 그녀가 살아온 삶, 인생, 여정 일부를 조심스레 캐릭터에 담아낸다. 가슴에서 우러나는 진심과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일부를 작품에 녹여내려고 노력한다. 항상 작품 안에서의 자유로움을 찾는다. 온전히 자신만의 철학을 연기에 담아내는 귀중한 사람이다.


하지만 삼총사까지는 ‘이것이 내 연기 언어가 맞을까?’라는 의구심이 캐릭터 안에 항상 남아있었다. 캐릭터를 구축하는 기획력과 캐릭터를 통해 시나리오에 생명을 불어넣는 ‘표현력’은 꾸준히 성장했음에도,

캐릭터를 작품 맥락에 잘 맞도록 묶고 엮어 배치하는 ‘편집력'은 약했기 때문이다.

백수지를 연기함에 있어 언제나 확신이 있다. 

하지만 '식샤를 합시다'에서는 다르다. 연기에 대한 확신’이 작품 안에서 가득하다.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대로 거침없이. 지금 이 순간 내 판단이 옳다.'라는 확신으로 연기한다. 확신을 바탕으로 백수지를 '식샤를 합시다' 작품 맥락에 잘 맞도록 묶어낸다. 그렇기에 백수지는 극 안에도 유독 빛이 난다.


'나는 이제 이렇게 연기를 해볼 거야! 난 내 확신을 믿어’이러한 확신이 가득한 캐릭터가 '식샤를 합시다 2'의 백수지다. 자신이 그려나갈 캐릭터에 대한 의심 없는 확신. 서현진은 본인이 믿는 대로 백수지를 밀고 나간다. 백수지를 묘사함에 있어서 항상 자신감이 있다. 


백수지는 서현진이 인물을 연기함에 있어 '본인의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자신의 연기에 대한 확신이 높기에 지나치게 힘을 넣지도 않고 수월하게 '백수지'를 끌고 간다. 그만큼 백수지를 묘사하는 모습도 자연스럽다. '드라마 속에서 자신이 맡은 인물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그려나간다.'라는 형태로 연기를 한다. 그 덕분에 백수지의 표정, 눈빛, 딕션은 자연스럽다.

출처: 티빙

“어~ 저 집은 아침부터 청국장 끓였나 보네. 남편이 청국장 좋아하나 봐 이따 청국장 먹을까? 아니! 그건 염분이 너무 많아!” 라며 천진난만하게 헤벌 쩍 미소를 지으며 걷던 길을 멈추는 백수지. 그동안 서현진이 해온 연기와 그 결이 다르다. 하지만 그 결은 서현진이 의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출처: 티빙

그녀에게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상당히 많은 작품을 했고 이를 통해 누적된 캐릭터들이 있다. 자신이 만든 캐릭터에서 각기 요소를 빼와도 큰 문제는 없다. 다작을 통해 서현진 스스로 만든 다양성이 있는 셈이다. 다만 그 다양성을 묶어내기 위한 공통의 프레임이 필요하다. 


그 프레임은 무엇일까? 서현진이 묘사한 캐릭터들을 살펴보면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공통점들이 있다. [이글에서의 기준은 '제왕의 딸, 수백향'까지다.] 캐릭터들이 대부분 자존감이 낮다. 동시에 ‘낮은’ 자존감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언제나 ‘관계’가 회복되고 그 중심에는 ‘사랑’이 있다. 그동안 쌓은 캐릭터들은  언제나 작품 끝에는 사랑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한다.(물론 불의 여신 정이의 화령처럼 답을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백수지도 마찬가지다.'식샤를 합시다' 초반에 낮은 자존감을 보여주는 백수지는 극 마지막에는 자존감이 많이 회복된다. 백수지는 그동안 쌓인 연기를 통해 서현진 스스로 묘사했었던 캐릭터들의 '공통성'들을  작품 맥락에 맞게 자신 있게 묘사하고 배치한다. 오히려 백수지를 관찰하면 특별히 무엇인가을 묘사하기보다는 가만히 들여다본 느낌이다. 백수지를 위해서 그동안 자신이 해온 복기한 흔적이 보인다. 


자신이 그동안 반복했던 연기들. 그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를 모은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서현진이 했던 연기의 본질은 이미 그녀 스스로에게 있었던 거다. 오해영이 완성도가 높은 이유도 백수지에서 이러한 발견이 했고, 이를 오해영에서 능숙하게 다루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있는 그대로 보기 시작하면 무심하게 봐왔던 것도 새롭게 보이기 마련이다. 식샤를 합시다의 '백수지'는 그동안 서현진이 만든 캐릭터들의 면면들. 다양한 삶들을 하나의  프레임으로 모았다고 보는 게 옳다. 그렇게 모든 그동안 쌓은 캐릭터의 면면들을 '백수지'라는 프레임으로 귀결된 셈이다. 

처연함과 기쁨을 동시에 담은 이 장면은 서현진이 그동안 쌓은 연기를 스스로 최적화하는 방향까지 갔음을 말해준다. 출처: 티빙.

백수지를 교향곡이라고 생각하면 그동안 맡은 모든 캐릭터들은 각기 이를 연주하기 위한 악기가 되는 셈이다. 동시에 서현진 스스로가 그 교향곡을 의 지휘하는 지휘자인셈이다. 그렇기에 '식샤를 합시다'에서는 좋은 연기란 어떤 것일까?라는 고민으로 시작해 다양한 연기를 어떻게  하면 잘 표현하고 강한 울림을 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으로 귀결된다.


배우는 자신의 작은 부분을 증폭시켜 대본 속 캐릭터를 묘사하는 데 사용한다. 하지만 이는 연기다. 그게 배우 전부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서현진은 ‘백수지’를 통해 시나리오 속 캐릭터에 배우 자신이 넣은 작은 부분이 ‘작품이 추구하는 맥락’과 일치하는 순간 작품 안에서 캐릭터가 표출하는 '공감대'가 더욱 커진다는 걸 발견한다. 그리고 이를 백수지를 묘사하는데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흐르는 생활밀착형 연기. 평범한 누군가를 ‘연기’하는 게 자신만의 연기 언어이자 가장 잘 맞는 '옷'임 알기 시작한다.

MBC작품에서의 연기는 기술적인 부분이 강해서 뻗뻗함이 자주 보인다.

오자룡이 간다’, ’ 신들의 만찬’에서 서현진이 맡았던 캐릭터는 작품 안에서만 '존재'하는 캐릭터 느낌이 강했으며 누군가에게 ‘공감’을 얻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연기에서 테크닉적인 면이 강했다. 그러나 백수지는 누구나 공감을 할만한 캐릭터다.

식샤를 합시다에서 서현진의 연기는 기술적인 부분이 뒷받침이 된 자연스러움이 나온다.

서현진은 백수지가 주책을 떨어도 그 안에 묻어나는 인물의 역사와 정서를 짠하게 끌어낸다. 이러한 백수지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었다. 백수지를 통해 서현진은 작품 안에서 ‘맥락을 증폭시켜’ 디테일을 키우는 연기로 뻗어 나갈 수 있게 된다. 

'식샤를 합시다 2'에서 지속적으로 볼 수 있는 모습은 서현진 배우 스스로 '연기의 틀’을 새롭게 정립하며, 그동안의 '틀'을 깨고 나와 자신만의 ‘연기 언어’. 즉 관점을 확고하게 밀어붙인다는 점이다. 오해영도 이러한 확신의 연장선이다. 그렇기에 서현진 배우의 연기 스펙트럼은 백수지 '전'과 '후'로 완전히 바뀐다. 이렇게 ‘백수지’에서 발견한 ‘생활밀착형 연기’는 ‘또! 오해영’에서 정점을 찍는다.


‘연기 틀을 깨는 시도’를 세밀하게 돕는 딕션.


백수지는 '결혼'을 통해서 자신의 열등감을 극복하고자 한다. 작가이지만 여전히 뚱뚱했던 사실에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이 같은 트라우마를 감추기 위해 스스로를 과장하며 감추려고 한다. 

백수지에게 다이어트는 투쟁이자, 트라우마. 출처: 티빙

그녀에게 운동. 즉, 다이어트는 투쟁이다. 항상 긴장상태다. 백수지의 말투는 때로는 과하게 반응하면서도 부드럽다. 동시에 자기주장은 깍듯이 밀어붙이는데 서현진은 이러한 백수지의 성격을 하이톤 딕션으로 묘사한다. 이는 차분하면서도 조목조목 강한 어조’의 발성을 하는 구대영(윤두준)과 조화를 이룬다.

같으면서도 성향 차이가 나는 두 인물은 극 안에 매 순간 활력을 더한다. 출처: 티빙.

백수지의 목소리는 구대영(윤두준)에게 연애 코치를 받으면서 변하기 시작한다. 극 초반의 백수지 소심하며 '과장'하는 말투와 목소리는 후반으로 갈수록 따뜻하고 촉촉한 톤으로 변한다. 이는 후반부로 갈수록 백수지의 자존감이 계속 회복되기 때문이다. 서현진은 이러한 백수지 내면의 변화를 세밀한 목소리 톤 변화로 완성한다.


이 같은 점이 극대화되는 장면은 13화에서 

구대영과 김치찌개를 먹는 장면이다. 

김치찌개를 거의 다 먹은 후 구대영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야 너는 꿇린다고만 생각하냐? 너 하나도 안 꿇려. 너 성격 좋고 착하고 재밌고 이쁘고 너 괜찮은 여자야. 너도 사랑받을 자격 충분히 있어. 난 그렇게 생각해". 

13화의 이 장면은 동일한 이 표정을 10초 가까이 클로즈업샷으로 잡아낸다.
13화의 장면은 백수지에 대한 이해와 작품 흐름과 맥락을 잡지 않으면 표현하기 힘든 표정이다.

그 뒤에 나오는 백수지의 처연한 말투. 스스로를 자학하면서 받아들였던 과거 백수지가 아니다. 조금이나마 솔직하게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게 된 백수지다. 아무 말 없이 손을 입에 대는 모습. 이를 묘사하는 표정, 손짓을 사용한 딕션은 무엇보다 ‘연기에 대한 확신’이 가득하다. 이는 MBC에서 전혀 보지 못했던 연기다.

서현진은 백수지를 묘사함에 있어 '묘사'라는 벽을 빼고 백수지처럼 되고자 한다. 출처: 티빙

백수지 캐릭터 자체가 짓궂은 면도 있고 표현을 과장하기도 한다. 멍 때리는 순간도 많다. 현실과 마주하며 처연한 상황에 초라함도 느낀다. 이러한 백수지의 다양한 표현은 그동안 쌓아온 내공의 결과다.

서현진배우가 ‘식샤를 합시다 2’에서 갑자기 잘한 게 아니다. 

백수지에서의 연기 변화는 오해영에서 최적화된다.

단지 캐릭터. 페르소나를 표현하는 방식이 바뀌었을 뿐이다. 서현진 배우도 인터뷰에서도 ‘백수지는 이제까지 한 연기 중에서 가장 덜 만들어낸 캐릭터’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백수지는 서현진이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인간미를 가지고 있고 완성도가 높은 캐릭터 중 하나다. ‘확신’이 분명한 캐릭터이며 스스로에 대한 확신은 지금까지 해온 ‘연기의 틀’을 ‘깬다’.


더욱 풍성해진 표정들.


현대극이 가진 장점은 다양한 표정이다. 반면에 사극은 표정을‘제한’을 해야 하는 면이 적지 않다. 현대극은 현대인의 '지금'을 묘사해야 하기 때문에 표정이 자유롭다. 그 이전까지 서현진 배우가 맡은 작품들은 대부분 사극이다 보니 표정을 '절제'해야 하는 게 많았다. 뿐만 아니라, 현대극도 감정을 억제해야 하는 캐릭터였다.

'식샤를 합시다'에서 서현진은 자신만의 관점을 백수지의 표현을 맥락에 맞게 배치한다. 출처: 티빙.

'신들의 만찬'에서 ‘하인주’는 인정받기 위해 참는다. 오자룡이 간다’에서 나진 주는 ‘이루지 못한 사랑에 따른 불행과 슬픔’을 감추기 위해 참는다. 심지어 삼총사에서도 강빈은 ‘세자의 여인으로 인정받지 못함’을 참는다. 그렇기에 백수지에서는 그동안 사극 연기에서 참아왔던 ‘자유’를 풀어간다는 느낌이 강하다.


음식을 담아내는 촬영 방식.

식샤를 합시다 2는 음식 조리에서부터 먹는 과정 전부를 세밀하면서도 경쾌하게 잡아낸다. 출처:티빙.

‘식샤를 합시다’에서는 ‘음식’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가깝게 하는 도구로 접근한다. 자연스럽게 드라마 속 '먹방'은 드라마 정체성과 구조를 만든다. 음식을 통해 사람 간의 따뜻함을 묘사해야 하기에 영상은 부드럽다. 대비가 강하거나 채도가 높지 않다. 

쉐프스 테이블은 음식을 예술이자 자아표현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음식을 하나의 오브제로 묘사한다. 출처: 넷플릭스

음식을 예술이자 자아의 표현으로 접근한 넷플릭스의 'Chef's table'와 비교하면 그 차이를 선명하게 알 수 있다. 오히려 '식샤를 합시다'가 추구하는 결은  '음식'속에 담긴 이야기, 역사, 다양성을 찾아가며 음식과 사람 간 관계를 조명하는 '어글리 딜리셔스'와 비슷하다.

어글리 딜리셔스는 음식이 가진 '의미'에 초점을 둔다. 출처: 넷플릭스

'식샤를 합시다'에서 나오는 대부분 음식들은 혼자 먹는 음식이 아니다. 중국요리, 칼국수, 곱창, 김치찌개, 백숙, 삼겹살 등 일상에서 ‘같이’ 먹는 음식들이 대부분이다. 편의점 음식도 혼밥의 상징처럼 묘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양한 편의점 음식을 조합해 편의점 음식의 가능성을 강조하며(물론 간접광고이지만) 동시에 편의점도 얼마든지 식당처럼 서로서로 같이 먹을 수 있음을 묘사한다.

음식 그 자체를 그대로 묘사하고자 하는 식샤를 합시다. 출처: 티빙.

음식 그 자체와 먹는 장면을 영상에 담을 때는 다른 음식 다큐처럼 빠르다. ‘클로즈업’과 아웃포커싱을 활용한 장면 전환이 빠르지만 부드럽다. 하지만 여타 먹방 방송과는 조금 다르게 음식을 먹는 장면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음식을 준비하고 먹는 과정을 경쾌한 음악과 함께 세세하게 묘사한다.

삼계탕을 손으로 찢는 장면은 식샤를합시다가 추구하는 '음식'에 대한 접근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출처: 티빙.

예를 들어 백숙을 같이 먹는 장면에서는 닭고기를 하나씩 찢는 장면을 넣어 손맛을 영상에 담는다. ‘고독한 미식가’처럼 ‘음식’을 먹으며 행복해하는 ‘한 사람 ’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넷플릭스의 'Chefs Table’같이 음식을 예술처럼 그리지도 않는다. 등장인물들이 음식을 먹는 장면은 세세하게 잡아내고, 음식을 설명하는 장면을 같이 비치한다. 그 안에서 표출되는 인물들의 성격을 묘사하는데 방향을 둔다.

식샤를 합시다에서 '음식'은 인물들의 성격 표현하는 도구다. 출처: 티빙.


영상의 모든 요소를 스토리라인으로 

활용하는 일관적인 tvN방식.


드라마와 영화에서 ‘촬영’은 이야기를 보여주는 공간을 만드는 작업이다. 당연히 촬영 방식은 배우들 연기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tvN이 만든 대부분 드라마는 언제나 영상 콘텐츠에 필요한 편집디자인에 대한 이해가 뛰어나다. 드라마 콘셉트와 스토리에 맞는 색상을 설정한 후 드라마 전체 스토리텔링을 위해 배우들의 연기를 세세하게 촬영해 이를 드라마 전체 디자인에 맞게 배치한다. 이를 구조화해 드라마를 매끄럽게 만든다. 이는 tvN이 일관적으로 보여준 방식이다.

호텔 델루나에서는 장만월(아이유)의 옷을 비롯한 색상 대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출처: 티빙
색상 보정은 배우들이 연기하는 인물에 사실성을 부여하는 막강한 디테일이다. 출처: 티빙.

 그렇기 때문에 tvN 드라마를 볼 때는 ‘영상’ 한컷 한컷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0년 지금은 tvN이 보여준 드라마 제작방식이 모든 방송사에 적용이 되고 있지만 2014년만 해도 지상파 방송과 tvN과 차이는 분명했다. ‘식샤를 합시다’도 마찬가지다. 말투와 움직임 등 모든 장면에서 캐릭터 성격이 고스란히 나온다. 백수지에게서 보이는 다양한 표정들. 그녀를 보면서 ‘말투와 행동이 찰지다!’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tvn은 영상 한컷이 드라마 디자인에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방송사 중 하나다.

식샤를 합시다에서 '카메라'는 ‘과장된 움직임’으로 백수지를 표현한다. 백수지가 이상우에게 주사를 부리는 장면에서 ‘움직임’은 백수지가 어떤 사람인지 고스란히 드러난다. 휙휙 주먹을 휘두르고 이상우(권율)의 멱살을 잡는다. 이를 통해 백수지가 얼마나 억눌려있고,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있는지를 알려준다.

출처: 티빙.

이는’ 제왕의 딸, 수백향’과 비교할 필요가 있다. 수백향에서 비문이 되기 위해 설난(서현진)은 주먹을 맞으면서 얻어터지는데, 카메라 묘사가 tvN만큼 디테일하지 않다. 물론 수백향 카메라 촬영도 최대한 배우를 남아 내기 위해 노력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배우들의 움직임’을 카메라로 담는 것 자체를 tvN과 비교한다면 MBC의 카메라 연출이 아쉬운 건 사실이다.

수백향도 서현진의 연기를 잘 잡아냈지만, '식샤를 합시다'만큼 더 디테일하게 잡아내지 못했다. 출차: 웨이브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작품을 보면 ‘잘 해내야지’라는 압박감이 매 작품보다 보인다. '잘 해냈어. 자 다음은?' 이러한 보이지 않는 압박감이 작품마다 넌지시 보인다. 반면에 이러한 모습이 전혀 없고 자유로워 보이는 작품이 '식샤를 합시다 2'다. 서현진의 전체 필모그래피에서 유독 백수지는 '잘 해내야지보다는 이런 시도는 어떨까?. 앞으로도 잘 해낼 수 있을 거야'라는 안도감과 함께 과거 자신을 뛰어넘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식샤를 합시다 2’의 백수지는 직업으로서의 배우인 서현진이 스스로가 가장 자신감 있게 제일 잘하는데 무엇인지, 서현진만의 ‘연기 언어’가 처음으로 나온 작품이다. 그렇기에 배우에게는 본인의 의지가 중요하다. 아니 모든 이들에게 의지를 중요하다. 의지가 확신이 되는 순간에 자신이 더욱 성장할 확률도 놀라가니까. 우리 모두에게 각자의 인생이 있고 모두 평범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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