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삼총사 :서현진만의 색깔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작품.
사극은 현대극보다 서정적이다.
사극은 사랑’이라는 단어보다
‘연모’라는 말을 더 자주 사용한다.
사랑과 연모는 어떻게 다를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사랑을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다’라고 정의한다.
이와 다르게 연모는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사랑하여 간절히 그리워함’이다.
‘사랑’에 간절함과 그리움이 더해진 게 연모다.
‘연모’는 사랑보다 더 부드럽고 애틋하다.
사극이 현대극보다 서정적인 매력을 가진 이유는
사극에서 사용하는 단어가 현대극보다
정서를 더 듬뿍 담고 있어서가 아닐까?
영상미를 스토리 탤링으로 활용한 tvN 연출 방식은
서현진의 연기를 새롭게 발견하기 시작한다.
tvN은 MBC와 드라마 연출이 다르다
PD들에게 제작 자율성을 보장했으며 새로운 시도에 적극적이었다.
tvN은 드라마를 만들 때 ‘배우 위주의 앵글’은
물론 ‘영상미’를 스토리텔링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삼총사에서도 tvN은 수직이동 카메라 앵글, 색감,
원근감을 살린 구도, 역광, 황금비율, 주변 풍경과
소실점을 이용한 라인 처리, 아웃포커싱 등
일반적인 사극과는 다른 방식을 사용한다.
무협지 느낌이 강한 사극이다 보니 오히려
일반 사극보다 차별화된 영상이 더 많다.
액션신은 종종 홍콩 무협극에서 볼만한
붉은 색등을 활용한 점도 적지 않다.
서현진이 맡은 강빈을 묘사함에 있어
영상도 큰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흰 옷을 입은 강빈이 침소에서
일어나 창문을 여는 장면에서는 빛이 들어오는 창문에
소실점을 두고 영상 라인을 만들어 촬영해
지난밤 술을 마시고 주사를 부린 강빈과 대비시킨다.
이를 통해 강빈의 궁궐에서 느끼는
고독감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이처럼 빛을 활용한 심리 묘사는 삼총사를 제외한
서현진배우가 출연한 사극에서는 거의 없었던 장면이다.
과거 MBC에서 서현진은
‘작품 안에서 캐릭터를 '잘' 표현하는 성실한 배우.’
‘한결같이 단단하게 캐릭터를 묘사하는 배우.’에서
좀 더 나아가지를 못한다.
이는 MBC의 드라마 촬영이 서현진이 가진 ‘개성’을
영상으로 잘 표현하지 못한 부분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습이 사라지기 시작한 작품이
‘제왕의 딸, 수백향’이다. 그 이유는 촬영 때문이다.
수백향의 촬영감독은 '아마존의 눈물'과
‘남극의 눈물’을 촬영한 송인혁 감독.
그는 ‘배우 중심의 앵글’에 중점을 두고 수백향을 촬영했다.
당연히 드라마 안에서 배우들이 부각되는 당연한 결과였다.
‘제왕의 딸, 수백향’에서 서현진배우의 연기 원형을
찾아볼 수 있는 이유도 송인혁 감독이 추구한
수백향의 촬영 방향 때문이었다.
서현진의 연기는 달라진 게 없다.
여전히 묵묵하게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소임을 다한다.
다만 그녀의 연기를 담는 그릇만 바뀌었을 뿐이다.
배우의 연기를 담는 그릇.
연출과 카메라 촬영이 가 MBC에서 tvN으로 바뀌자,
그녀만이 가진 색깔이 영상 속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삼총사는 그런 의미에서 서현진이
어떤 색깔을 낼 수 있을지를
가늠해 볼 수 있었던 매우 의미 있는 작품이다.
tvN 삼총사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를 조선시대에 맞게 각색한 작품이다.
사극이지만 ‘기존 사극’과는
다른 무협물에 좀 더 가깝다.(퓨전 활극을 표방한다.)
삼총사 대본 단어도 현대극과 사극 어휘를 적절하게 섞었다.
그렇기에 정통사극에서 좀처럼 쉽사리 허용하지 않는
‘코믹 연기’와 ‘오글거리는 대사’가 상당히 많다.
서현진 배우가 맡은 ‘강빈’도 예외가 아니다.
술을 마시고 ‘주사’를 부리는 장면.
소현세자에게 자신의 처지를 따지는 장면.
‘세자빈’에 맞지 않는 방정맞은 표정 등은
정통사극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장면들이다.
그렇지만 현대극과 다르게 ‘사랑’에 관해서는 다른 사극처럼 절절하다.
삼총사에서 정서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하는 강빈(강윤서)
삼총사는 무협 활극이다 보니 음모, 정치, 액션 비중이 높다.
그렇지만 이 3요소를 종종 환기해줄 요소가 필요하다.
이 같은 역할을 담당한 캐릭터가 강빈(강윤서)다.
삼총사에서 강빈은 기구하다. 남편인
소현세자(이진욱)는 여인을 믿지 않는다.
(이 말을 강빈에게 직접 한다.)
미령 때문에 생긴 트라우마 때문에
강빈에게 마음을 주지 않는다.
그녀에게 세자빈은 박달향과 사랑을 이루지 못하게 한 족쇄다.
강빈(강윤서)은 세자빈을 원하지 않았다.
강빈은 원하는 사랑도 못하고 여인으로
사랑도 받지 못하고 궁에서는 고독하다.
강빈은 항상 평범한 여인으로서의 ‘사랑’를 갈망한다.
세자빈이 되기 전 자신이 사랑했던 박달향.
그가 자신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무과시험을 보러 한양에 온다.
그걸로 끝이 아니다. 시험에 합격한 후 세자 밑에서 일하기 시작한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악역인 미령(유인영)은 ‘세자빈’이 되려고 한다.
그렇기에 강빈은 반드시 제거해야 할 대상이다.
강빈은 미령에게 어떠한 잘못도 하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세자빈을 원하는 미령은 강빈에게
자살을 권하기도 하며 화살까지 쏘며 죽이려고 한다.
게다가 박달향과의 과거 관계 때문에 소현세자와도 미묘한 감정도 흐른다.
그렇다고 삼총사가 소현세자, 미령, 강빈이
세 사람 간의 관계를 치정극으로 엮지 않는다.
김자정과 미령의 음모, 청나라 간 관계 등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부분에서 끝낸다.
많은 사극에서 '세자빈'은 권력과의 연결점이자
정치적인 관점으로 묘사하는 편이 적지 않다.
하지만 삼총사에서는 '강빈’을 이 같은
관점으로도 묘사하지 않는다.
강빈과 외척에 대한 묘사도 일절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강빈의 방정맞은 표정, 울보 같은 표정은
극 안에서 시청자들이 잠시 감정적 여유를 만들어낸다.
그보다는 ‘여인’으로서,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자 하는 보통 ‘여인’으로서 '강빈'에 집중한다.
심지허 강빈은 소현세자에게 폐위를 간청하기도 한다.
강빈의 방정맞은 표정, 울보 같은 표정은
극 안에서 시청자들이 잠시 감정적 여유를 만들어낸다.
삼총사 속 현대와 사극 간의
미묘한 경계를 잘 표현하는 딕션.
삼총사에서 서현진의 대사는
소현세자(이진욱)와 대화가 제일 많은 편이다.
그러나 소현세자와 대화에서 사용하는
어휘 들는 사극에 맞게 변형시킨 현대극에 좀 더 가깝다.
반면에 사극에서 필요한 연출들.
예를 들어 인조에게 문안인사를 하는 장면,
상궁들과 대화를 하는 장면, 궁궐 행사에 참여하는 장면 등
'세자빈'이라는 지위에 맞는 어휘와 격조를
표현할 때의 딕션은 다른 배우들과 톤 자체가 다르다.
삼총사 이전에 참여한 작품이 108부작 사극인
'제왕의 딸, 수백향'임을 감안해본다면
tvN 삼총사는 12부작 정도의 짧은 드라마다.
서현진의 연기는 달라진 게 없다.
삼총사에서도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책임을 다한다.
'제왕의 딸, 수백향'에서 익힌 강약 조절과 능숙함을 보여준다.
특히 딕션, 발성, 어투, 눈동자 연기가 더 다양해졌다.
또한 강빈을 작품 성격에 맞도록 변주하며, 삼총사 맥락에 맞게
강빈을 편집하고 디자인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이에 그치지 않고 사극이라는 제한된 환경에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낸다.
삼총사는 그런 의미에서 의미 있는 작품이다.
서체: 애플 산돌 고딕 네오, 본고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