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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May 18. 2020

서현진배우가 쌓은 축적의 시간들 [2011-2013]

더하기와 빼기. 배우에게는 축적의 시간이 있다.

여전히 멈추지 않고 조용히 성장하고 있는

서현진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면

2011-13년까지 안정된 기본기와 

신뢰를 쌓아옴과 동시에 조용한

성장을 주저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오늘 이야기할 시기는 '짝패'에서 '불의 여신 정이'까지다. 

2011년부터 2013년 서현진배우의 연기에서는

인물을 작품 안에서 살아있는 존재로 

구축하는 ‘기획력’과 캐릭터를 통해 

시나리오에 생명을 불어넣는 ‘표현력’을 

키워가는 모습을 주로 볼 수 있다.

반면에 이를 작품 맥락에 잘 맞도록 

묶고 엮어 배치하는  ‘편집력’은

상대적으로 잘 보이지 않는다.


짝패 (2011) | 캐릭터: 달이

 

‘짝패’의 시대 배경은 조선 후기다. 

당시 조선은 ‘양반’과 ‘비’ 양반으로  

극명하게 나뉘던 시대다. 

당시 양반은 세금을 내지도 않고 특혜만 누리던 시기였다.

(당시 제도적으로 양반이 완전 면세는 아니다.)

짝패에서는 많은 이들이 유독 ‘돈’과 ‘양반’에 집착하는데 

이러한 이러한 시대상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양반과 돈’은 ‘짝패' 이야기 속에서 

인물관계를 파악하는데 꼭 필요하다.

 

짝패에서 의상은 생각보다 매우 중요한 요소다. 출처: 웨이브

짝패에서 서현진배우가 맡은 캐릭터는 ‘달이’다.
 꼬리가 긴 눈매, 아기자기한 이목구비로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인물이다. 

이는 극 중 갖바치라는 신분답지 않게 기품과 단아한 미모로 눈길을 잡는다. 

달이는 매 순간 차분하고 말투에서도 쾌활하다. 

하지만 ‘아래적’에서 ‘달인의 이 같은 모습은 ‘정의감’으로 바뀐다. 

짝패에서 서현진 배우의 딕션은 좋지만

하이톤 발성을 지금처럼 다양하게 활용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 

오히려 ‘천둥’이와의 대화에서 ‘-다’로 끝나는 어투는 종종 낯설기도 하다. 


 짝패 출연 당시 서현진 배우는

아무도 모르는 무명 신인배우였다. 

하지만 짝패를 통해서 ‘배우 서현진’은 

탄탄한 기본기를 가지고 있음을 전한다. 

이후 2012년 ‘마의’에서는 특별출연임에도 

사극 딕션에 표독스러움을 넣을 정도로 강렬했고 

2013년 ‘불의 여신 정이’에서는 딕션의 다양한 활용을 보여준다. 

‘제왕의 딸, 수백향’에서는 ‘현대극’과’ 사극’을 

넘나들며 익힌 ‘딕션’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걸 볼 수 있다. 

이는 TVN 삼총사에서 더 자유롭게 사극과 

현대극 발성을 활용하는 모습으로 이어진다.

절정(2011) | 캐릭터: 안일양


소리는 배우만이 가진 유일한 도구이기에 

얼마든지 다양하게 변주할 수 있다.

절정에서 서현진은 자신이 가진 목소리가 얼마나 

다양하게 변주를 줄 수 있는지 사투리로 증명한다.

안일양은 이육사의 아내로서 묵묵히 살아간다.

이육사가 교토로 유학을 갔을 때도, 독립운동을 위해

집을 떠났을 때도 이육사를 기다리며 홀로 아이를 키운다.

아이를 잃은 슬픔도 겪는다.

이육사가 감옥에 갔을 때도 그를 계속 기다린다.

절정의 시나리오는 쓴 황진영 작가는

이 같은 안일양이 가진 ‘한결함’과 ‘애절함’을 

담백하게 묘사했다. 황진영 작가의 대사는 

기품이 있으며 간결하고 곱고 아름답다. 

화려한 수식어보다는 고운 단어를 

선택하는 편인데, 그 덕분에 절정의 대사는 담백하다.  

절정에서 서현진배우 연기는 두드러지기보다는 

정서를 듬뿍 담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자신의 하이톤 딕션을  경상도 사투리와 

건조한 말투로 바꾸며 안일양에  가까워지고자 한다

(황진영 작가는  2013년 ‘제왕의 딸, 수백향’에서 다시 만나는데, 

수백향에서도 문체는 그대로다.)

신들의 만찬(2011) | 캐릭터: 하인주


신들의 만찬의 주 내용은 

전통 한식 요릿집 ‘아리랑’의 명장 자리를 

놓고 벌이는 고준희(성유리)와 

하인주(서현진)의 대결이 주 내용이다.

드라마 초반에서는 이야기가 요릿집을 가장한 

기업승계 싸움인 듯  보이지만, 극 후반이 갈수록 

승계 싸움에서 ‘자존감과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로 변한다.

[다만 출생의 비밀, 애정관계 등이 이러한 부분을 가리는 부분이 많다.]

 

하인주에게 한식 요릿집인 ‘아리랑’은

자신이 누리는  어떠한 ‘권력’이 아닌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원동력이자 

정체성의 기반이다. 극에서 요리는 

하인주가 유일하게 마음을 붙일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극 후반부에 밝혀지지만 사실 하인주(서현진)는

하인주가 아니라 송연우라는 사람이다.

진짜 하인주는 고준희(성유리)다. 

실종된 하인주 대신 송연우를 데리고 와서

하인주로 대신 키운 셈.

하인주 ‘아님’에도 하인주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서 

매 순간 노력한다. [극에서는 출생의 비밀처럼 

묘사하지만 잘 살펴보면 부모에게 버려진 송연우를 

하인주 친모가 데려와 키운 형태.

이를  드라마 전개를 위해  자극적으로 

묘사한 부분이 적지 않다.]

하인주(드라마에서 원래 이름은 송연우)는 

그 삶을 뺏기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녀는 자신에게 맞지 않는 하인주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착한 아이 콤플렉스도 있다. 

언제나 압박감을 가지고 살아가며, 경직된 부분이 적지 않다.
종종 하인주는 압박감을 풀기 위해 클럽에서 춤을 추며 

자유분방한 본연의 자신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하인주는 상처가 있지만 뻔뻔하게 

웃으며 버티는 안쓰러운 캐릭터다. 

이처럼 하인주는 악역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억울하고 입체적인 인물이다. 


‘신들의 만찬’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진짜 자신[송연우]’과 조금씩 마주하며 변화해 가는 하인주. 

서현진 배우는 이 같은 하인주를 

‘요리사’로서 모습으로 한정하지 않고 묘사한다.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누군가를 대신하며,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지나치게 

차갑게 대하는 아픔도 가진 여인으로도 표현하고자 노력한다.


서현진은 이러한 그녀를 설득력 있게 

표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이미’ 만들어진 굴레를 버티는 하인주의 마음. 

매 순간 긴장하고 고군분투하기에 

신경이 곤두선 하인주를 자신이 가진 하이톤 목소리를 변주해 

묘사하는 데 사용한다.


아직은 ‘날카로운 면도날

 

MBC에서 서현진은 ‘시나리오’에 충실한 

성실한 연기를 꾸준히 선보인다. 

시나리오에 맞도록 캐릭터에 

무언가 ‘꽉’ 채우려는 노력 한다. 

그래서 항상 안정감이 있다. 

이는 부정적인 게 아니다.


오히려 캐릭터를 만드는 

기초체력을 만들려는 자세에 가깝다. 

실력을 키우기 위한 도끼질이자,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한 차곡차곡 

고독한 노력을 버텨내는 자세에 가깝다.

백수지의 다채로운 연기는 2011-14년까지 거의 쉬지 않아도 연기를 축적시킨 결과물이다. 출처:티빙, 넷플릭스

‘또! 오해영’의 오해영은 다듬어진 도끼.

‘식샤를 합시다 2’의 백수지는 새롭게 만든 도끼였다면,
  ‘신들의 만찬’에서 서현진배우의 

표현력은 날카로운 면도날에 가깝다.

도끼같이 한방 한방이 묵직하지 않다. 

아직은 뭔가 작지만 강한 한방을 

날리는 저력만이 있을 뿐이다.


사실 MBC 작품들은 지금 우리가 보는 

‘서현진’의 연기와는 결이 많이 다르다.

(연출 방식, 카메라 앵글, 색감 등도 영향을 미친다.)

2011-13년은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서현진배우를 접근할 필요가 있다. 출처: 웨이브.

오히려 한결같이 성장하고 있는  

서현진의 연기와 편집력을 

갈고닦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좋아! 이곳을 계속 파보자!’라며 

끈기 있게  땅을 파는 이같이 말이다.

 게임과 비교하면 레벨 업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오자룡이 간다(2012) | 캐릭터: 나진주


연기에 맞고 틀린 데 없다. 정답도 없다. 

만일 정답이 있다면 ‘사람들에게 어떤 감정을 전하는 가?’다. 

서현진 배우는 작품에서 어떤 연기를 맡겨도 진지하게 임한다.

언제나 시나리오 안에서 기대치를 뛰어넘는다.


서현진 배우는 ‘시나리오’가 나아가는 방향에 맞도록 

캐릭터를 천천히 만들어간다. 그렇기에 언제나 안정적이다.

129부작인 ‘오자룡이 간다’는 서현진 배우의 

‘안정감’이 고스란히 드러난 작품 중 하나다. 

‘오자룡 간다’가 방송된 시간은 대략 7개월. 

이토록 긴 시간 동안 자신이 맡은 배역을 중심을 잃지 않고 

연기하는 일은 매우 힘들 텐데 이걸 해낸다. 

7개월 129부작이라는 장기간 동안에서 

‘중심을 잃지 않는 인물 묘사’는 서현진이 

얼마나 끈기 있기  작품을 임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오자룡이 간다’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은 

인물을 작품 안에서 살아있는 존재로 구축하는 ‘기획력’이다.

‘오자룡이 간다’ 속 이야기 흐름은 두 가지다. 

[여기서 전제사항은 '오자룡이 간다' 방영시기

지상파 드라마들은 '막장'이라는 소재를 경쟁적으로 차용했다.
'오자룡이 간다'도 이와 같은 흐름의 연장선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반면에 TvN은 이명한 PD를 영입하며 

천천히 지금의 드라마왕국 기틀을 다지고 있었다.]


오자룡과  공주 간의 로맨스. 

나진주, 진용석, 김마리, 강인국 얽히고설킨 관계다. 

한쪽 성장드라마인데 한쪽은 막장이다.

나진주의 동생인 나공주(오연서)는 오자룡을 만나, 

철없는 여자에서  적극적으로 남을 

배려하고 자존감이 높아지는 캐릭터로 성장한다.

이와 다르게 나진주는 동생과 다르게

AT그룹 ‘장녀’는 모습에 떠밀려 살아간다.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어쩔 수 없이 헤어졌고

어머니가 속인 아버지 유언에 따라  진용석과 결혼한다. 

남편인 진용석은 ‘나진주’의 조건만 보았을 뿐 ‘사랑’ 하지 않는다. 

오히려 김마리와 함께 다른 살림을 차리고 회사 돈을 횡령한다. 

게다가 나진 주는 불임이다. 이러한 환경에 노출된 나진주는  

언제나 ‘자존감’이 낮다.  이 같은 시나리오가 반영되어서일까? 

나진주가 극에서 입는 대부분 입은 옷들은 대체로  어두운 의상이 많다.

129화의 긴 드라마에서 나진주가 입은 옷은 대체로 어두운 톤이 많은 편. 출처: 웨이브.

나진주는 ‘오자룡이 간다’에서의 

가장 부정적인 내용에 많이 노출되는 캐릭터이자, 

흥행을 위한 자극적인 이야기에 

제일 많이 ‘소비’되는 캐릭터다.

극이 진행될수록 나진주는 

자존감이 바닥을 치며 무기력하게 변한다. 

서현진은 어디에도 갈피를  못 잡는 ‘나진주’를 129화까지 잘 끌고 간다.

물론 이 모든 이야기들이 극 막판에 

오자룡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장치이지만,

이 역시도 오자룡에 대한 출생의 비밀이 나오면서 방향을 잃어버린다. 

흥미롭게도 2012년 지상파 드라마는 지상파 드라마가 어떤 방식으로 몰락하기 시작했는가를 알려주기도 한다.

‘오자룡이 간다’에서는 생활연기가 비약적으로 성장한다.

‘오자룡이 간다’ 속 서현진이 나진주를 통해 담아내는  

감성연기, 슬픔을 연기하는 모습은 지금보다는 디테일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극 중 나상환(독고영재)의 교통사고 장면을 보고  오열하는 장면은 

‘또! 오해영’에서 오열하는 장면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서현진배우의 필모그래피에서 보았을 때 오자룡이 간다는 사극과 생활연 기간의 편차를 크게 줄인 작품이다. 출처: 웨이브

그렇지만 ‘오자룡이 간다’에서 서현진은 

자신의 ‘하이톤’ 딕션을 다채롭게 활용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한걸음 성장한 연기력은   그다음 작인

‘불의 여신 정이’에서 그대로 나타나는데, 

‘불의 여신 정이’에서 심화령을 표현하는 묘사력은 

짝패의 ‘달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2011-13년까지는 '축적'이라는 키워드로 서현진의 연기를 보아야 한다. 모든 배우의 연기는 언제나 축적의 시간이  있다. 출처: 티빙.

서현진의 연기가 스스로 가둔 ‘무언가’에서 

자유로워지는  작품은’ 식샤를 합시다’다.  

그 이전까지 서현진은 쉬지 않고 크고 작은 역할을 맡으면서 연기력을

축적시킨다. 동시에 인물을 작품 안에서  

살아있는 존재로  구축하는 ‘기획력’를 키워나간다.

기획력을 우선으로 키우다 보니, 

시나리오에 생명을 불어넣는 ‘표현력’과

작품 속 캐릭터를 맥락에 잘 맞도록 묶고 

엮어 배치하는  ‘편집력’은 천천히 축적되고 있을 뿐이다.


 ‘오자룡이 간다’도 예외는 아니다. 

 

불의 여신 정이 (2013) | 캐릭터: 심화령

 

불의 여신 정이에서 서현진은 

자신만의 연기 언어를 조금씩 보여주기 시작한다


심화령은 서정적이면서도 부드럽고 동시에 강인하다. 

하지만 화령은 자신이 연모하는 태도(김범)가 

자신에게는 어떠한 감정도 주지 않음에 좌절한다.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정이(문근영)만 생각하는 태도(김범). 

자신이 결코 얻지 못한 태도의 마음을 

너무나 쉽게 얻은 정이를 보고 분노한다. 

이 같은 분노를 채우기 위해 행수가 되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자신이 목표한 행수가 되지만 

화령은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짝패와 다르게 '정이'에서는 더욱 축적된 연기를 선보인다. 출처: 웨이브

서현진 배우는 단순히 괴롭히는 악역이 아니라 

전략을 짜면서 정이를 이기고자 하는 심화령.

동시에 무너져가는 화령을 설득력 있게 묘사한다.

‘화령’이라는 캐릭터에 더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 매 장면마다

 ‘화령’이 마주하는 감정에 미묘한 ‘다름’을 넣는다. 

'화령이라면 이 상황에 어떨게 행동할까?’하는 

고민을 담아 성격과 상황에 어울리는 대화’ 톤’을 만든다. 

이 대화톤이 ‘다름’을 만든다.

'불의 여신 정이'에서는 하이톤 딕션을 다채롭게 사용한다. 출처: 웨이브.

정이 및 태도와 대화. 이육도와의 대화, 

상단에서의 대화 등 상황에 맞게  

자신의 강점인 하이톤 발성을 능숙하게 사용한다. 

(물론 대본에 쓰여있는 대사이겠지만, 그 대사에 살을 붙여 

상황을 입체적으로 만드는 건 엄연한 배우의 역량이다.)

친근하지만 때로는 표독스럽다. 

목표를 위해 부드러움을 가장하기도 한다.

신들의 만찬’과 ‘오자룡이 간다’에서 보여준

서현진의 연기는 대본 속 인물을 

가득 표현하고자 한 모습이 강하다. 

시나리오에 충실하지만 자신만의 연기를 보다  

입체적으로 살아 숨 쉬게 하고자 하는 시도는 보이지 않는다.

동시에 연기력이 ‘짝패’ 때보다 

많이 축적되었다는 걸 쉽사리 확인할 수 있다.

반면에 ‘불의 여신 정이’에서는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표현하는 선에서 끝나지 않는다.

‘불의 여신 정이’에서는

'조금은 덜어내는 시도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면들을 관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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