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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May 14. 2020

서현진이 그려낸 작품 속 얼굴들에 대한 이야기.(2)

[Persona] 배우를 판단할 때는 다른 작품도 같이 보자

보통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 빈도로 나눠본다면 

단역, 조연, 주연으로 나눌 수 있다.

단역은 말 그대로 극에서 아주 잠시 나오는 역할.

대사가 없는 경우도 있다. 이와 다르게 단역과 조연은 

시나리오에서 역할이 다르다. 주연은 이야기 전체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역할을 한다.


반면에 조연은 이야기 전개 구조를 단단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많은 배우들이 처음부터 주연으로 시작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단역에서부터 시작해 주연으로 성장한다.

서현진배우도 마찬가지다.


사극을 통해 단단하게 기본기를 다졌다.

서현진배우의 2014년까지 필모그래피는 사극이 압도적으로 많다. 출처: 웨이브


서현진은 한 때 사극의 얼굴이었다. 

우유처럼 맑고 가녀린 선을 가진 얼굴.

특유의 하이톤 딕션은 현대물보다는 

사극에 보다 더 잘 어울렸다.

(그녀가 본격적으로 현대물로 영역을 

넓히기 전까지 참여한 사극만 8편.)

그렇다고 사극에서 항상 같은 배역만 맡지도 않았다.

갓파 시(짝패), 후궁(마의:카메오), 상단 행수(불의 여신, 정이)까지 사극에서 만든 배역도 다양하다. 출처: 웨이브

황진이를 비롯한 8편의 사극에서도 

다양한 얼굴들을 소화했다. 

특히 ‘제왕의 딸, 수백향’에서는 사극에서 

여성이 맡을 수 있는 대부분 역할을 소화했다. 

[국립 국악중과 고등학교(도중 전학)를 다녔고 

한복을 무척이나 편하게 생각하는 

그녀에게는 당연했을지 모른다. 인터뷰에서도

이 같은 부분은 언급한다.]


 특히 ‘제왕의 딸, 수백향’은 그녀에게 

배우로서의 '주춧돌'인 작품이자, 

‘짝패’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작품이다.


오랜 시간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인내력. 

매일 대본을 읽어가며 인물과 

극 사이 흐름을 놓치지 않는 역량. 

지속해서 인물을 묘사하고 본인을 지워나가는 연습. 

스텝들과 호흡 등은 

'제왕의 딸, 수백향’을 통해 얻은 결과물이다. 


언제나 밝다.

 

서현진이 표현했던 캐릭터들은 대체로 밝다.

밝은 얼굴로 마냥 버티기보다는

어떻게든지 현실을 마주하며,

조금씩 인생을 극복해 나가는 평범한 여성을 표현했다.

  

설난은 동생만 생각한다. 동생을 찾기 위해서 전쟁터까지 갈 정도다. 출처: 웨이브

비록 사극이라서 현대극과 비교는 어렵지만,

제왕의 딸, 수백향’에서 설난[서현진]은 

부모를 잃고 동생을 찾아 나선다.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지만 

’ 동생을 찾겠다’라는 강한 의지로 

그 과정을 이겨나간다.

낭만 닥터 김사부에서 로맨스신도 나오지만, '의사'에 대한 비중이 더 높다. 출처: 웨이브

tvN ‘식샤를 합시다 2’의

백수지는 사근사근 웃는 얼굴로 

생존을 위해 물불 안 가리는 여성이다.

'낭만 닥터 김사부’에서 윤서정은 

의사가 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가졌다.

그녀는 김사부에게 의사로 인정받고자 

노력하고 이 과정에서 자존감도 성장한다.

오해영은 시종일관 밝지만 언제 자존감이 바닥이 떨어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상태. 출처: 넷플릭스


  ‘또 오해영’에서 오해영은 결혼식 전날 차인다.

사랑에 상처 받았지만 여전히 ‘사랑’을 믿는다.

소개팅 상대방에게 “제가 그렇게 아닌 얼굴은 아니지 않나요? "라고 

쏘아붙이며 외모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직원 건강검진 결과로 신체 나이가 42살이 나와도 

그걸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야자타임에 활용할 생각을 한다.


‘사랑의 온도’에서 이현수는

대기업이라는 안정을 버리고

드라마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끊임없이 흔들리지만,

그 흔들림에도 항상 자기 자신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출처: 티빙


블랙독에서는  고하늘은 해맑은 얼굴로 

'질문이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스스로를 포장하지 않는다.

모르면 모른다고 말한다.  

학교 안에서 마주하는 문제점. 

현실을 완전히 바꿀 수는 없다는 사실도 안다.

그렇다고 좌절하기보다는 자신 나름대로 해결책을 찾고자 한다.


아름다움보다는 현실에 기반한 사랑.


서현진 배우가 작품 속에서 그리 

연애와 사랑은 항상 아름답지 않다.

 

출처: 넷플릭스


 ‘식샤를 합시다’의 백수지는 

초등학교 때 구대영(윤두준)에게 상처를 받았다.

그 상처로 인해 오랜 시간 히키코모리로 살았다.

그 와중에서 연애도 상처투성이다. 돈도 뜯긴 경험도 있다.

그녀에게 사랑은 자신의 처지를 바꾸어보겠다는 수단이다.

동시에 한없이 밑바닥인 자존감을 보는 일이다.

그렇기에 언제나 다이어트와 몸매에 집착한다.

오히려 ‘식샤를 합시다 2’에서 백수지 사랑은

흔한 사랑보다는 ‘사랑’을 통해 

스스로 자존감을 회복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출처: 티빙
출처: 티빙.

‘또 오해영’의 오해영은 결혼식 전날 결혼이 깨졌다. 

이도 모자라 상사에게 문책을 들을 때마다 

파혼에 대해 인신공격성 발언을 듣는다. 

박도경에는 ‘자기는 쉬운 여자’라면서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한다. 

사랑 때문에 자존감이 밑바닥까지 간다.

그렇다고 사랑에 대한 자신만의 소신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사랑의 온도 이형수에게 사랑보다는 일이 먼저다. 출처:웨이브

‘사랑의 온도’에서 이현수는 사랑보다 일이 먼저다.

 “난 사랑이 시시해. 사람 마음 벌 거 없이. 

별 거 없는 사랑에 청춘에서 중요한 걸 써버리면 안 되잖아.”라고 말한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각자마다 사람을 사랑하는 방식이 다른 거야'라며 

사랑에 대한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표현한다.


혼잣말이 많고 소심하다.


백수지, 오해영, 이현수, 한 세계, 고하늘 등 

서현진이 연기하는 캐릭터들은  혼잣말이 많다. 

백수지는 혼자 너무 오래 살아서 어설프고 서툴다.

혼잣말을 하며 스스로 상상한다.

상상 속에 빠져들어 즐겁다가도 시무룩해지기도 한다.

오해영은 동명의 다른 오해영과 비교를 당한 

트라우마를 주변에 숨긴 채 살아간다.

트라우마를 마음에 담은 체 

혼자 방에서 중얼거린다.

박도경(에릭) 방을  보며 

'나 생각해서 일찍 일찍 들어와라. 

사랑은 바라지도 않는다. 나 정말 심심하다. 진짜 '라는 혼잣말. 

박보경(에릭)에게 이를 들키자, 애써서 변명으로 감추려고 하고

친구에게는 쪽팔리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 장면은  누구나 혼잣말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는 '우리 모두'를 대변하기도 한다.

사실 누구나 혼잣말을 하고 혼잣말 때문에 실수도 많이 한다. 출처: 티빙, 넷플릭스 


 이현수는 드라마 작가이기에 

글을 쓰면서  혼자 대사를 말로 곱씹는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들어갔지만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 떠난다.

이러한 자신을 날카로운 말로 대하는 동생말도

참는다. 물론 혼잣말과 상상으로 짜증을 풀지만 말이다. 
 

한 세계 집의 비밀방에는 지금까지 변한 다른 모습의 한세계 사진이 걸려있다. 속은 한세계이지만 겉만 다른 멀티 페르소나. 그건 과연 드라마 속 이야기일까?

한세계는 얼굴이 변한 상태에서 ‘자신의 존재’

 그 자체를 스스로 되묻는다. 자신을 까먹지 않기 위해

사진으로 얼굴을 찍은 후 영상으로도 기록한다

 '오늘의 한 세계는 여기까지'라는 혼잣말이 담긴 동영상.

내면은 모두 한세계 이지만 겉만 다른 멀티 페르소나. 

그건 과연 드라마 속 이야기일까?

이미 우리들도 SNS상의 여러 계정에서

각기 다른 이미지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지 않은가?

고하늘은 기간제 교사라 말을 쉽사리 하지 못한다. 

모든 걸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 

그래서 블랙독에서 혼잣말은 전부 독백이다.


 서현진이 연기하는 캐릭터들.

그들의 페르소나는 과거의 드라마 

여주인공과 다르다. 매우 구체적이다.

'멜로, 로맨틱'이라는 '이상'적 요소를 가지고 있지 않다. 

평범한 일상을 묘사하거나,

고통을 수반하는 현실을 묘사하는 면이 강하다.

MBC는 직업을 드라마 대본 콘셉트 정도로 생각하는 반면, tvN은 직업을 스토리텔링까지 확장시킨데. 이러한 tvN이  장르물을 잘 만드는 건 당연하다.

일단 사극은 배제하자.

‘신들의 만찬’에서는 요리사.

‘오자룡이 간다’에서는 무용과 교수.

‘식샤를 합시다 2’에서 백수지는 프리랜서 작가. 

‘또 오해영’의 프랜차이즈 한식뷔페 1호 담당 대리.

사랑의 온도’의 명문대 출신 신인 작가. 

뷰티 인사이드에서는 배우, 

블랙독에서는 국어교사다.

'또! 오해영' 1화에서는 오해영이 직접 일하는 장면이 나온다(물론 PPL이기도 하지만). 출처: 티빙

그녀가 출연한 드라마는 캐릭터의 일을 

비중 있게 묘사하며 현실적인 대상을 

찾는 일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일부  드라마에서는 

업에 대한 언급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예를 들어, MBC 오자룡이 간다 같은 경우 

직업은 교수이지만, 일하는 모습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이 같은 점에서 서현진은 한국 멜로드라마에서 

흔히 나오는 신데렐라 이야기의 진부함을 넘는다. 

오히려 현대 여성이 마주한 모습.

우리가 마주한 현실을 표현하는 면이 더 강하다.


사랑의 온도에서 이현수는  

“기존 사회교육에서 아직 못 벗어났지만, 

자유로워지려고 노력 중이거든요”라고 말한다.

블랙독은 '로맨딕 코미디 여왕 서현진 '이 아니라 '장르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라는 걸 걸 스스로 증명한 작품이다. 출처: 티빙. 

블랙독에서 고하늘은 

'학교가 원래 이모양에요?'라며 울분을 토한다. 

황보통의 자퇴서를 보며 고통을 느낀다. 

이카루스 심화반을 통해 생긴 갈등, 

학생들이 겪는 서운함을 느끼며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었던 걸까?'라며 

자신에게 질문한다.


서현진배우가 페르소나를 표현하는 모습은

'제왕의 딸, 수백향'에서 기본기를 모두 보여준 후에,

또! 오해영'을 걸쳐 만개하며 고하늘을 통해 여문다.

‘배우로서 서현진’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보다는

부족한 면을 보완할 고통에 스스로를 노출시킨 후

 그 순간을 버티면서 성장했다.


이를 통해 시나리오에 생명을 불어넣는 ‘표현력’. 

인물을 작품 안에서 살아있는 존재로 구축하는 ‘기획력’.

 캐릭터를 작품 맥락에 잘 맞도록 

묶고 엮어 배치하는 ‘편집력’을 천천히 끌어올린다.

이렇게 끌어올린 편집력은 블랙독에서 여질 없이 보여준다.

배우의 연기를 볼 때 누군가와 비교하면

그 배우에 대한 평가는 쉽다. 

하지만 비교가 아닌 '관찰'을 기준으로 삼고
설령 비교대상을 같은 사람의 '결과물'로

놓으면 자연스럽게 성장에 집중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서현진배우를
 축구로 비교하자면 센터백이나
 수비형 미드필더에 가깝다고 본다.

  포지션 모두 '공격'보다는
  '
오프  '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가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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