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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Dec 19. 2017

10분: 라멘에 몰입하는 시간

세계 최초 미슐랭 원스타 라멘집. -츠타-


10분이다. 라멘을 씹고 국물을 마시고 고명을 다 먹은 후 라멘에 대한 판단을 심사숙고하기 위한 시간이다.

사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라멘을 먹는 사람에게 10분은 중요하다.

10분의 시간이 필요한 이유는 라멘이 가진 맛이 갑작스럽게,

특히 예상하지 못한 맛이 불쑥 튀어나올 수가 있기 때문이다.

츠타 같은 그 경우가 트러플과 간장이다.

블랙 트러플 간장라멘, 트러플,차슈, 파 3가지 간장을 섞어서 만든 국물 이렇게 구성이 되어있습니다.

(2016년에는 블랙 트러플 간장 라멘이 주 메뉴였지만,

2017년 1월에는 블랙 트러플 외에 화이트 트러플 라멘이 추가되었습니다.

여기에 고명을 추가가 가능해졌고 가격은 200엔 정도 올랐습니다.) 

맑은 간장 국물 사이에서 트러플 향이 녹아들어 간다.

그 녹아들어 간 향은 가게 안에서 은은하게 퍼져간다. 그 향을 느낄 무렵 간장 특유 짠맛과 담백한 국물이

입속을 감아 돌아간다. 아쉬운 점은 국물을 삼키고 나서 간장 짠맛이 혀끝과 목 끝에 남아서 먹다 보면 물을 마셔야 한다. 그러나 2017년 1월(2017 미슐랭 가이드 도쿄 발행 직후)에 가보니 

이 국물 끝에 나는 특유 짠맛을 말린 죽순으로 깔끔하게 없앴습니다.

화이트 트러플 시오(소금)라멘, 차슈, 화이트트러플, 말린 죽순, 다진 양파,채썬 파(이건 잘 모르겟습니다.) 이렇게 구성이 되어있습니다.

(가게 손님들이 트러플 라멘을 시키기 때문에 가게 안은 트러플 향으로 진동한다.)

그리고 목으로 넘어가고 다시 한번 면발을 후루룩 넣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일본 어떤 라멘집에 가든지 간에 예상하지 못한 맛이 불쑥 튀어나온다. 

다만 정성과 노력이 들어간 라멘일수록 이 순간이 길고 여운이 길다.

10분간 먹은 시간이 지나도 조금 전 순간은 계속 혀에 남는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대체로 '한 끼 먹었다'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일상에서도 음식은 사람을 기쁘게 란다.

여행에서 음식은 여행을 추억하는 경험으로 남는다.

"야! 너 거기 가면 그 음식점 꼭 가! 여기 구글 맵스로 찾으면 금방 찾아!'하면서

위구 글 맵스 어플을 손수 보여주면서 이야기하지 않는가?


10분은 내가 정한 시간이 자 나만의 룰이다.

라멘을 음미하기에는 10분만큼 좋은 시간은 없다고 본다.

국물이 많이 식지도 않고 면발이 불지도 않을 정도 시간이다.

10분이란 시간은 라면을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를 종합적으로 음미하는데 목적이 있다.

일본은 라멘 종류가 다양하다.

 그 다양한 라멘을 맛보려면 적어도 자신이 정한 분명한 룰이 필요하다.

가령 츠케멘 경우에는 라멘을 소스에 찍어먹는다.

이때는 국물에 면이 같이 나오는 라멘과는 조금은 다르게 음미해야 한다.

로쿠렌사의 츠케멘.츠케멘을 어떻게 음미하면서 먹어야할까?

음식을 음미한다는 사실은 어려운 게 아니다.

나는 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했지만 대학 가기 전 미술에 대해서 관심도 없었다.

남들은 미술작품을 봐도 여러 가지 말을 하지만 나는 그럴 줄 몰랐다.

나는 몰랐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냥 먼저 나만의 기준을 정하고 그림을 보고 그냥 느꼈다.

그리고 천천히 미술사라는 학문을 공부했다. 도서관에서 가장 얇은 책부터 천천히 보기 시작했다.

조금씩 그림들을 보면서 각 각 그림마다 내가 이전에 왜 그러한 느낌을 받아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러한 느낌을 준 기법도 알게 되었다.

도미국물이 아주 진하게 입안을 강타하는 미라이라멘, 츠타와는 극과 극의 맛이다.맛도 생소하다.이 맛을 우리는 어떻게 느껴야할까? 일단 먹고 고민해도 된다.

라멘을 처음 먹을 때 라멘 맛이 생소하면 생소한 상태로 느끼면 그만이다.

나는 10분이란 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 동안 라멘을 최대한 느껴보라고 노력할 다름이다.


10분

마지막 국물을 마시는 순간까지 모든 감각을 집중해야 한다.

(물론 음식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도 중요하니 너무 집중에서 먹지는 말자.

너무 집중하다 못해 사진을 찍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사진을 찍어야 하는 이유는 음식을 보면서 맛을 기억해낼 수 있다.)


일본은 3번 방문했다. 첫 방문은 오사카.

 나머지 두 번은 도쿄이다.

간사이 지방을 대표하는 오사카와 간동 지방이자 일본 수도 도쿄는 음식 맛 차이가 많이 난다.

만화 '맛의 달인'을 보면 오사카 출신 동료와 도쿄 토박이인 인물이 음식을 가지고 다투는 모습이 나온다.

아마도 오사카와 도쿄를 둘 다 가본 이들은 충분히 이해할만한 이야기다.


오사카 음식은  잔잔하고 달달하다.

반면에 도쿄 음식은 간결하고 분명하다.

오사카 맛이 수줍고 부드러운 사람에 비유한다면,

도쿄 맛은 분명하고 사리가 분명하고 자기 개성이 분명한 사람이다.

적어도 내가 느낀 맛은 그렇다.


라멘이 실로 놀라운 것은 일본에서 가장 많은 맛의 변주를 허용하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가이세키나 초밥에는 좀처럼 새로운 시도를 허용하지 않는다. 

반면에 라멘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라멘은 무궁무진하게 바꿀 수 있으며 새로운 가능성을 허락한다. 

라면을 구성하는 국물, 고명, 면발이에는 인간이 가진 무한한 상상력이 담겨 있다.


(라멘에 대해서 더더욱 알고 싶은 분들은 맛의 달인 38권 '라멘 전쟁'편을 보시면 아주 도움이 많이 됩니다.

국물을 만드는 방법, 재료, 면을 만드는 방법 모든 내용이 총망라되어 있습니다.)


밤 11시에 비행기는 착륙했다.

입국 수속을 기다리느라 새벽 12시가 조금 넘어서 하네다 공항 로비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노숙하면서 새벽 5시까지 도쿄 모노레일을 기다린다. 

공항 1층에 로손 편의점이 있어서 허기를 채우는 일에는 문제가 없다.

몇 번 로손편의점을 가고 화장실을 가면 하네다 공항이 익숙해진다.

단지 하네다 공항에서 하마마츠죠 역에 도착해서부터가 걱정이다.

하마마츠죠 역에서 아사쿠사선 다이묘역으로 환승하고 츠키지 시장역으로 간다.

새벽에 츠키지 시장을 가도 넉넉하게 구경을 해도 2시간이다.

새벽에 도쿄에 도착하면 시간 때문에 다소 난감한 부분이 있다.

그런 면에서 츠타는 여행 일정을 조율해주는 은인이다.

츠타는 미슐랭 원스타를 획득한 최초 라멘집이라서 많이 기다려야 할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가게 주인장은 찾아오는 사람들을 잘 배웅하는 좋은 생각을 만들었다.

그것은 라멘집 입구에 서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라멘을 먹을 수 있는 시간대를 예약을 받기로 한 것이다.

게다가 그 예약은 오로지 가게에 직접 와서 표를 받아가야 한다. 

또한 1000엔의 예약금도 걸어야 한다. 노쇼와 재고를 관리하기에도 아주 좋은 방법이다.

예약가능한 시간이 표시된 예약표를 준다.

내 경험으로는 9시 정도에 가면 12시부터 예약이 가능하다.

 만약에 오전 11시쯤에 가면 오후 3시 혹은 4시쯤 시간대를 예약할 수 있다.

이러한 예약은 의외로 여행 일정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단 츠타에 가는 길부터 생각해보자. 츠타가 위한 지역은 JR스가모 역이다.

이 역은 우에노역과 이케부쿠로 역의 중간지점에 있다. 

도쿄에 처음 도착했다면 일단 츠타를 예약하기 위해서 JR스가모 역으로 가자.

아무리 서울에서 도쿄 지하철을 공부하고 온다고 해도 직접 보지 않는 이상 감이 오지 않는다.

JR하마마츠죠에서 츠타로 가기 위해서는 JR 야마노테선을 타야 한다.

도쿄가 첫 방문이라면 하마마쓰쵸역에 도착하기 전까지 스이카나 파스모교통카드를 가지고 있을 수가 없다.

일단 하마쓰쵸죠역에서 스이카 카드를 만드는 것을 익혀두자.

그리고 JR 야마노테선을 타고 도쿄/간다/우에노 방면 전철을 타자.

여기에서 포인트는  JR하마마츠죠에서 JR스가모까지 가면서 

신바시/유락 쵸/도쿄/우에노/아키하바라역을 모조리 지나간다는 사실이다

각 역들을 지나가는 동안 지하철 노선을 익히면 된다.

그리고 각 역을 지나가면서 각 역 모습을 보면서 기억할 수 있다.

JR 야마노테선을 타고 지나갈 뿐이지만, 낯선 도쿄 풍경을 조금 더 빠르게 익숙해지도록 도와준다.

낯선 여행지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적응하는 것은 심적 부담감을 덜어준다.

무엇보다 여행에서 마음의 부담감이 줄어들면 조급함도 한결 나아진다.

아침 8시 정도면 아직 JR 야마노테선에는 사람이 많지 않다. 

자리에 앉아서 노선도를 보고 주변을 보면서 지리를 익히고 음악도 듣자. 

일본에 왔으니 이왕이면 일본 음악으로 들어보자.

JR스가모 역에 도착하면 구글 맵스를 켜서 츠타를 찾아가자.

가게 간판은 없지만 사진과 같은 문이 보이면 그곳이 바로 츠타이다.

만약에 사람이 없다면 '익스큐즈미" 혹은 '스미마셍'이러고 말하면

가게에서 사람이 나오고 예약 가능한 시간을 알려줄 것이다. 

그러면 1000엔 예약금을 걸고 그 시간대에 오면 된다.

예약은 그것으로 끝이다. 신주쿠/하라주쿠/시부야 쪽이 숙소면 계속 그 방면으로 JR선을 타고 가면 된다.



츠타는 '미술랭이 최초로 준 원스타 라멘집'으로 유명하다.

(2018 미슐랭 가이드 도쿄에서 츠타는 별한 개를 유지. 별을 받은 라멘집이 한 개 더 생겼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스가모 옆 오카쓰에 위치한 라멘집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라멘집은 1월 도쿄 여행 후에 글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예약표를 받아도 가게가 좁은지라 줄을 서야합니다. 대략 30-40분정도.

오전에 츠타를 예약한 후에 정한 시간대에 오면 사진처럼 줄을 섭니다. 만약에 혼자 왔다면 좀 더 빨리 들어갑니다. 가게 직원이 와서 수시로 일행수를 물어봅니다. 일행 수에 따라서 입장을 시킵니다.

가게에 들어가면 직원이 예약금 1000엔을 돌려줍니다. 그 1000엔을 가지고 자판기에서 라멘을 구입한 후에

구입한 티켓을 가게 직원에게 주면 됩니다. 현지인들도 많지만 미슐랭 가이드 영향이 있어서인지 외국인들도 많습니다.(아! 저도 이곳에는 외국인이죠! 저도 포함입니다.)

사진이 흔를렸습니다.가게안 사진 촬영은 됩니다.다만 주방만 사진촬영 금지입니다.

라멘 집안에서는 트러플(송로버섯) 향이 진동합니다.

그 이유는 가게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가 블랙 트러플 간장 라멘이기 때문이죠. 

게다가 모든 이들이 다 이 라멘만 먹습니다. 국물 냄새와 트러플 향으로 코가 가득 차게 됩니다.

제 생각으로는 미슐랭 별을 받은 이유 중 가장 큰 하나가 이 향이 가득한 가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트러플(송로버섯)은 3대 진미라고 한다.

보통 3대 진미라고 하면 트러플(송로버섯), 캐비어, 푸아그라 이렇게 말한다.

'트러플이 최고 식재료일까라는 것에 무조건으로 동감한다?'

이 질문에 대해서 무조건 동의를 하는 것이 아니다.


재료에 귀천은 없다. 밥, 계란, 간장, 참기름 이 4가지만 있어도 한 끼가 풍성해질 수 있다. 

고슬고슬한 밥, 풍미 좋은 노른자, 참기름이 선사하는 고소함, 간장이 만들어내는 적절한 간.


하지만 츠타에 만든 라멘에 몰입한 10분.

기다리는 시간은 길지만 라멘을 먹는 시간은 짧다.

가게 안 모든 이들이 트퍼을 간장 라멘을 먹어서 가게 내에서는 모든 감각이 트러플 향에 집중된다.


전설적인 셰프 파란 아드리아가 레스토랑 엘 불리에서 트러플을 요리하지 않고 

손님에게 그대로 가지고 와서 을 가차 없이 그라인더로 가른 후에 그 향만을 흠뻑 마시게만 한 적이 있었다.

사람들은 높은 가격을 자랑하는 트러플을 갈아버린 사실에 경악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말했다. "트러플은 맛이 없습니다. 트러플은 그 온전한 향만을 즐기는 것입니다."

음식 맛을 구성하는 데 향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견주어 본다면 

파란 아드리아의 말은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오히려 트러플이라는 재료가 가진 속성을 올 바르게 보았다고 할 수 있다.

사실 트러플을 일상에서 먹기는 쉽지 않다. 고급 식자재 슈퍼에 가면 트러플 오일 혹은 트러플 페스토를 팔지만

트러플을 집을 꼭 가지고 있을 이유는 없다.

물론 츠타에서 맛본 트러플 라멘은 훌륭했지만 

과연 라멘에 트러플을 써야 할 이유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들이 트러플을 택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요리를 맛있다. 맛없다는 표현에 나는 어느 순간부터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요리에서 '맛의 표현'이 '제대로 됐다' 혹은 '그렇지 않았다'가 더 적확한 표현이라 생각한다. 

아무리 그림 데생이 좋아도 채색이 엉망이면 데생은 그 존재를 잃어버린다.

츠타에서 10분은  살아가는 동안 일부러  혹은

때로는 나도 모르는 사이 음식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 관점을 가지게 도와줬다

 그렇게 함으로써 다른 이들 음식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얻었다.


갓난아이가 걷지 못한다고 우리는 뭐라고 하지 않는다. 

누군가 처음 무엇을 할 때 우리는 

그를 비난하지 않는다. 



#도쿄 #도쿄 여행 #도쿄 맛집#츠타 #TSUTA#스가모 #라멘 #RAMEN


츠타

홈페이지:http://www.tsuta.com, http://ameblo.jp/yuki-onishi/

(홈페이지는 싱가포르 점포 정보만 나옵니다)

위치:1 Chome-14-1 Sugamo, Toshima, Tokyo 170-0002 일본

구글 맵스:https://www.google.co.kr/maps/place/%EC%B8%A0%ED%83%80/@35.732949,139.7384352,17z/data=!3m1!4b1!4m5!3m4!1s0x60188d984b885555:0x8865404110668995!8m2!3d35.732949!4d139.7406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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