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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Dec 27. 2017

진한 국물에 추억이 방울방울

참돔이 선사하는 강렬한 맛의 향연을 느끼자! -마다이 라멘-

어린 시절 아직도 선명한 기억이 하나 있다.

어린 시절  나는 지하방에서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맞은편 집에 살고 계신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 집은 돌아가신 할아버지 발인까지 모든 과정을 집에서 했다.

그 집 사람들은 조문객을 대접하기 위한 국을 만들기 위해 아주 큰 냄비 4개를 집 앞에 두었다.

집 앞에 간이 천막을 세우고 냄비에서는 잠시도 멈추지 않고 소뼈를 끓였다.

3일 동안 우리 집 근처 골목길은 소뼈를 끓이는 냄새로 가득했다.

종종 우는 소리도 들렸지만 소뼈 우려내는 냄새가 오히려 더 진했다.

커다란 4개 솥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모습에 그 앞은 항상 뿌옇게 김이 서려있었다.

요즘도 종종 그 집이 있던 골목길을 지나갈 때마다 그 풍경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요즘은 장례식을 병원과 같이 있는 장례식장에서 하기 때문에 

집에서 조문객을 위한 음식을 직접 준비하는 과정을 보는 일은 아주 드문 일이 되어버렸다.

보통 장례식장에서 3일 동안 필요한 모든 용품을 제공하기 때문에 일이 과거처럼 많지 않다.

보통 장례식장에 가면 육개장, 돼지머리 수육, 가자미 무침, 과일, 떡, 전, 밥이 나온다.

(대부분 가자미 무침을 홍어무침으로 알지만 

전라도 지역을 가지 않는 이상 진짜 홍어가 나올 일은 극히 드물다.


어떤 맛을 느끼고 향을 맡을 때,

우리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특정한 기억이 있다.

때때로 그 기억이 떠오르는 순간은 우리가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순간 찾아온다.

나는 라멘 집에 가서 어린 시절 그 할아버지 초상집을 기억할 줄은 생각조차 못했다.


맛은 기억에 의존한다.

저 커다란 참돔이 마다이라멘 간판입니다. 기다리시는 동안 참돔국물냄새는 신나게 맡게됩니다.

미라이 라멘에 가는 길 300미터 근방에서부터 국물을 우리는 냄새가 진동한다.

이 라멘집은 다른 라멘집과 다르게 참돔을 국물 베이스로 사용한다.

(매일 도미 뼈 100kg을 6시간 동안 우려내 만든 국물을 사용하며,

가게 사장님은 츠키지 어시장에서 중계인으로 일했던 경력이 있다고 합니다.

라멘 국물이 떨어지면 가게 영업도 끝입니다. 

그래서 가게 앞에서 매일 참돔이 들어오는 내용에 대해서 적어놓은 안내문이 있습니다.)


생선을 우리는 냄새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다이 라멘이 나온다.

구글 맵스가 필요 없을 정도이다. 그만 틈 강력한 참돔 국물 냄새가 나를 인도한다.

라멘 간판 자체도 도미머리로 아주 크게 장식을 했다.

가게 안에 냄새를 흡입하는 큰 팬이 있지만 그것으로도 역부족이다. 


냄새는 공기를 타고 바람을 타고

가게를 찾는 이는 물론 동네 사람들과 모든 곳에 

강력하게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가장 재밌게 본 요리만화 3가지를 꼽는다면

미스터 초밥왕, 중화 일미, 맛의 달인이다.

이 만화들을 보다 보면 음식 먹으면서 느끼는 다양한 표현이 나온다. 

"이 요리는 재료가 가진 모든 것을 한꺼번에 농축한 맛이다!"

"이 맛은 바다! 푸르른 바다 그 자체이다!"

"도미다! 입 안에서 도미가 살아서 꿈틀거리고 있어!"

"이것은 맛의 우주이다!!!!!"

만화 속에서 인물들은 가장 황홀한 표정과 흉내내기도 힘든 몸동작을 하면서 맛을 표현한다.

또한 그들은 음식을 먹으며 혀를 낼름낼름거린다. 눈가에서 눈물을 한 가득 흘리면서 

입에서는 침이 질질 흘려내리는 모습으로 요리를 만든 이를 보면서 감동한다.

만화를 그린 만화가는 이 표현을 위해서 자신이 아는 모든 찬사와 수사를 모두 동원한다.




참돔 국물,간장에 조린 반숙달걀, 파, 고기고명, 간 유자잎, 김.가격은 1000엔으로 기억합니다. 추가로 밥을 시켜서 나중에 죽처럼 먹을 수 있습니다.

미라이 라멘의 라멘이 딱 이 맛이다.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참돔이 가진 맛을 국물에 모두 농축했다.

그러나 명심할 사실이 있다. 나는 맛있다고 하지 않았다.

미라이 라멘의 참돔 라멘은 철저하게 호불호가 분명한 라멘이다.

호불호가 분명하다는 말은 자기 개성이 뚜렷하다는 말이다.

(나중에 찾아보니 마다이 라멘은 2016년 도쿄 내 라멘 순위 3위였다. 마다이 라멘은 2016년에 영업 시작.

1위는 2018년 미슐랭 별을 획득한 탄탄멘의 나리 쿠.)

돈코츠라멘, 소유라멘, 간장 라멘, 미소라멘 등을 충분히 먹어본 이들에게도 

마다이 라멘은 낯섦 그 자체이다. 나도 먹으면서 처음에 굉장히 낯선 맛에 당혹스러웠다.

짠맛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바닷가에서 배를 타면 바다의 짠내가 코끝에서 계속 맴돈다.

우리가 바다내음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 느낌이다.

다른 점은 생선 국물 특유의 바다내음이 아주 강력하게 코 끝을 찌른다.

(가장 비슷한 느낌은 미더덕을 많이 넣어서 끓인 해물칼국수가 연상된다.)

라멘에 올린 고기 고명도 좀 짜다. 국물을 마시고 나면 항상 짠내가 입에 남는다.

하지만 이 짠내는 간유자 껍질로 향긋하게 씻겨준다.

그렇지만 가게에서 나는 도미 국물 냄새가 강력해서  도미 육수에서 나오는 강력함이 계속해서

코 끝을 계속 강타한다. 오락실에 가면 오락실 기계소리에 내가 오락을 하는 것인지 

아닌지 헷갈리게 하는 그 느낌과 유사하다.

아주 오묘한 맛이 국물과 밸런스를 맞춘다.

츠타의 트러플 라멘과 비교한다면 완전 반대쪽에 위치해 있다고 할 수 있다.

간장 국물이 만들어내는 그 간결하고 깔끔한 맛! 이 맛을 기대하지 말자.

자! 이 참돔라멘이 선사하는 강렬함을 맛보자!
같은 라멘이지만 맛은 정말로 다릅니다. 그래서 라멘을 먹게 됩니다.

맛에 한번 흠뻑 놀라고! 뒤돌아보면 더욱 길어진 줄에 한번 더 놀라고!

이 긴 줄을 내가 기다렸다는 사실에 마지막으로 한번 더 놀란다!

(영업시간이 오전 11시부터입니다. 저는 10시 20분경에 도착했지만 2시간 30분을 기다렸습니다.)

사실 2시간 30분을 기다리고 들어간 라멘 맛이 내 입맛 하고는 맞지 않았지만 정말로 재밌는 경험 그 자체였다.

10시 20분경 제가 서있던 줄입니다.가게 간판이 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대략 1시쯤에 라멘을 먹었습니다. 그렇지만 줄을 전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일요일이었다는 사실을 감안 할 필요도 있었습니다.

라멘을 먹고 나서 든 생각은 과연 2시간 30분 가치가 있었는지 의문만 들었다.

(하지만 오픈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신생 라멘집이 타베로그 3.98이면 엄청난 점수이다. 지금은 2년차겠네요.)

일본 가게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크지 않습니다. 마다이라멘도 작습니다.
푸근한 미소를 지닌 미다이라멘 사장님.그렇지만 라멘은 전혀 그렇지 않다.

청국장이 가진 그 강렬항 향을 기억하는가?

마다이 라멘의 참돔 라멘은 그 느낌이다.

청국장이 가진 오묘한 향과 적절한 간.

여기에 밥을 쓱쓱 비벼 먹을 때 그 짭잘함를 기억하는가?

마다이 라멘에서는 밥 대신 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밥을 시켜서 국에 말아먹을 수 있다.)


가게 안은 자리가 8석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줄이 길다.

마다이 라멘에서 줄 서서 기다린다면 츠타가 굉장히 머리를 잘 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게다가 가게 직원들이 영어를 못한다. 영어로 이야기할 생각은 일단 접어두자.

여행객이라고 하면 손으로 다 알려준다. 그래도 불편함은 전혀 없다.

어차피 여기도 자판기로 티켓을 구매하는 형식이라서 직원이 알아서 알려준다.



도쿄에 가게 된다면 츠타와 미라이 라멘을 같은 날에 가지 말기를 권합니다.

츠타가 세련된 맛과 간결한 맛을 보여준다면

마다이 라멘은 중후하고 복잡한 맛을 보여줍니다.

같은 라멘이라도 그 맛은 무궁무진하다는 말은 이 두 라멘집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날에 완전히 성격이 다른 라멘을 맛보면 

도쿄 라멘집이 보여주는 라멘 맛의 다양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서로 다른 날에 가기를 권하는 이유는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츠타와 마다이 라멘은 서로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습니다.

츠타는 JR스가모 역에 위치 하기에 신주쿠/하라주쿠에서 

도쿄/우에노/아키하바라 방면으로 갈 때 일정에 포함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반면에 마다이 라멘은 JR소부센 가구 테라인을 이용하면 됩니다.

긴 시쵸 역이 아사쿠 사하고 가깝기 때문에 아사쿠사 일정에 같이 포함시키는 방법도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얼마나 기다릴지는 제가 말은 못 하겠습니다.)



마다이 라멘

위치:일본 〒130-0022 Tōkyō-to, Sumida-ku, Kōtōbashi, 2 chrome−8−8

교통편:JR 긴시쵸 역, (JR 주오/소부센 가구테 라인 이용.)

https://www.google.com/maps?ll=35.703373,139.744778&z=13&t=m&hl=ko-KR&gl=US&mapclient=apiv3&cid=14889522996092450587


#도쿄 #도쿄 라멘 #라멘 #참돔 #마다이 라멘 #도쿄 여행 #아사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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