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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Nov 04. 2020

영상 비율은 기교가 아니다.

영상 비율은 시나리오가 추구하는 방향을 나타내는 바로미터다.

ARRI와 레드사가 영상카메라를 거의 양분화했다고 하지만 두 회사가 만드는 카메라는 분명 차이가 있다. 

아리사가 만든 카메라는 부드럽고 빛을 풍성하게 담아내지만, 레드 사는 건조하고 날카로운 면을 더 잘 표현한다. 레드 사는 화면이 시원하고 날카롭기에 정치권력 물, 서스펜스, 누아르에 좀 더 잘 어울린다. 서스펜스, 정치, 누아르물이 많은 넷플릭스 쪽에 유독 레드사가 만든 카메라 비중이 높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물론 꼭 이런 게 정답은 아니지만 대체로 그렇다. 하지만 부드럽고 빛이 풍성한 아리사 카메라로 찍은 영상이라도 렌즈와 후반 작업에 따라 얼마든지 차갑고 날카롭게 만들 수 있다.

남한산성은 부드럽고 빛이 풍성한 아리사 카메라로 영상을 찍었지만, 조명과 후반 작업을 통해  혹한의 차가움과 날카로움을 영상에 집어넣었다.

영화(혹은 드라마) 내 영상 비율은 영화가 의도하는 방향에 따라 결정된다. 영화와 드라마 제작 시 [1.85: 1] 비율을 사용할지 혹은 [2.35대 1] 비율을 활용할지에 대한 여부는 시나리오가 ‘관계중심’인지 혹은 ‘이야기 중심’인지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그렇다고 이게 공식은 아니다. 택시운전사같이 인물이 많이 나오면서도 사건까지 많은 영화는 인물과 사건 묘사를 모두 잡아야 하기에 2.35대 1이 더 영화에 어울린다. tvN '블랙독' 같은 경우도 인물과 사건 묘사를 통해 교육현장을 담아야 했기에 2.35대 1을 사용했다. 최근 방영 중인 '스타트업'역시 관계와 사건 묘사가 연속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2.35대 1을 사용했다.

택시운전사와 블랙독, 2.35대1를 선택한 두 작품은 인물과 사건묘사를 모두 잡아낸다. 출처: 넷플릭스,티빙
스타트업에서 남주현배우를 보자. 이 장며네서는 인물감정과 사건모두 영상이 표현한다.반면에 영상비율이 1.85대1인 '눈이부시게'에서 사건보다는 '감정'이 보다 더 잘보인다.

반면에 드라마 ‘눈이 부시게’는 등장인물 간 ‘관계’가 드라마 스토리 중심이기 때문에 1.85대 1을 사용한다. 때때로 잠시나마 연출 때문에 영상 비율이 1.85대 1에서 2.35대 1로 잠깐 바뀌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2화에서 문상태(오정세)가 고문영(서예지) 사인회에 가는 장면을 보자. 음악과 함께 나오는 이 장면은 잠시나마 1.85대 1에서 2.35대 1로 바뀐다. 이는 흥분한 문상태의 마음을 '사인회 상황'과 같이 묘사하기 위함이다. 영상 비율은 멋이 아니다. 영화 혹은 드라마 시나리 오안에서 '감정'이 우선인가? '사건'이 우선인가? 사건과 관계가 동률이라 이를 관찰하는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라는 방향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다.

사이코지만 괜찮아 촬영팀은 기대감에 부픈 문상태(오정 세분) 룰 역동적 트로 표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영상 비율 변화를 주었다. 

트와이스의 ‘yes or yes’ 뮤직비디오에서도 마지막 부분에서만 비율이 바뀐다. 이 역시도 뮤직비디오 마지막에서 트와이스 전체를 묘사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영화와 드라마를 구축하는 강력한 내력인 시나리오다. 영상은 언제나 시나리오를 따르기에 영상 비율은 시나리오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무엇보다 영상은 텍스트를 시각언어로 바꾸는 ‘도구’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영상 비율’을 바라볼 때는 영상 비율이 시나리오 방향과 적합한지를 고려해야 한다.

2.35대1에서 1,85대1로 비율이 바뀌자. 
2.35대1에서는 트와이스 멤버 전체가 강조된다. 비율이 바뀌자 'YES or YES'비디오 관점에서의 트와이스가 더 잘보인다. 비율변화는 영상에 미세하게 영향을 준다.

 '비율'은 텍스트 디자인인 시나리오를 시각디자인인 영상을 옮기기 위한 기초 골격을 잡는 작업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이를 항상 기억한다면 영상 비율이 단순하게 영상 ‘위아래’를 잘라 멋져 보이게 하려는 기교가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영상 비율은 영상의 일관적인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마치 아이폰 12에서 라이더 스캐너를 통해 빛 골격을 잡아 사진을 더 정확하게 완성하는 모습처럼 말이다.


요즘 드라마는 OTT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로 유통된다. 국가에 한정되는 게 아니라, 글로벌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기에 영상미와 룩의 '일관성'이 더욱 중요해졌다. 특히 JTBC와 CJENM같이 넷플릭스와 파트너십을 맺어 독점으로 드라마를 공급하는 경우 영상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특정 룩'을 고수하는 게 효율적일 수도 있다. 이러한 면에서 알렉사 카메라만이 가진 부드러운 톤은  한국 드라마만이 가진 '세련미'를 유지하기에 최적화된 카메라다.

이 세드라마는 모두 라이카 주밀러스렌즈를 사용했다.

예를 들어 스튜디오 드래건이 기획한 ‘청춘 기록’은 알렉사 미니와 라이카 주 러스 C, 알루라 45-250mm 렌즈를 사용했다. ‘스타트업’은 아리 알렉사 SXT와 알렉사 미니에 라이카 주 밀러스 C 렌즈를 사용하고 있다.''부부의 세계'는 아리 알렉사 SXT, 라이카 주 밀러스 C, 알루라 45-250mm, 알루라 30-80mm 렌즈를 사용했는데, 세 드라마는 공통적으로 모두 알렉사와 '라이카 주 밀러스 C렌즈'사용했다. 

두 작품 모두 라이칸 주밀러스C렌즈를 촬영했다. 하지만 영상비율은 다르다.  

라이카 주밀러스 C 렌즈는 조리개 값이 1.4다. 조리개 값이 낮기 때문에 클로즈업 샷을 찍기에 좋다. 세 드라마에서 유독 ‘인물’을 강조한 샷이 많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참고로 알렉사 미니와 SXT는 아리사에서 서로 다른 팀이 만들어서 성향이 다르다. 그럼에도 영상미가 비슷한 건 후반 작업 때문이다.]하지만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드라마 제작(영화도 마찬가지) 시 렌즈, 카메라, 비율을 드라마 방향을 어느 정도 짚어 볼 수 있는 바로미터라는 점이다.

이와 또 다르게 JTBC '우리 사랑했을까'는  아리 알렉사 미니. 렌즈는 쿠크 S4, sakura, 알루라 45-250mm 렌즈를 사용자. 우리 사랑했을까 같은 경우 영상미가 선명하면서도 때때로는 화사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반면에 tvN '화양연화'는 아리 알렉사 미니카메라를 사용했고, 렌즈는 마스터 프라임과 알루라 45-200mm 렌즈를 사용했다. 요즘 드라마들은 대체로 아리사의 카메라를 사용하기 때문에 드라마 화소 및 느낌은 일관적이다. 까칠하게 말하자면 다들 '알렉사 룩'이라고 말할 수 도 있다. 하지만 룩은 같아도 '색감'은 모두 다르다. 우리가 여기서 중점을 두어야 할 점은 '어떤 카메라'가 아니다. 영화(혹은 드라마)가 추구하는 공간감은 카메라 비율과 색감에서 시작한다는 걸 보아야 하며, 비율과 식감은 시나리오 해석에서 나온다는 걸 다시 한번 봐야 한다.


사실 드라마에 사용한 카메라와 렌즈를 관객들이 하나씩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드라마 자체를 보는 건 이야기를 즐기는 일이지만, 앞서 말한 카메라와 비율을 따져보는 건 드라마보다는 영상디자인을 분석하는 일에 좀 더 가깝다. 하지만 카메라와 렌즈 그리고 비율까지 숙지하면서 드라마를 본다면, 드라마 추구하는 방향을 보다 세밀하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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