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이트 스카이는 어떻게 유려한 영상을 만들었을까?

[심화학습] 넷플릭스 '미드나이트 스카이'영상 설계는 영상미에 어떻게 기

by 경험을전하는남자

작가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거나, 가슴속에서 흘러나오는 생각들을 글로 쓰고 싶어서 못 견디기는 사람들이다. 작가들은 평생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 한다. 글을 쓰면서 얻는 즐거움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한다. 영상의 시대. 그럼에도 텍스트는 여전히 가장 쉽게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수단이다. 누군가는 텍스트가 중심이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고 말할지 모른다.

작가가 적어간 세세한 묘사들은 텍스트를 넘어 영상으로 또 다른 생명력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영상기술의 비약적인 발전 때문이다.

작가가 적어간 세세한 묘사들은 텍스트를 넘어 영상으로 또 다른 생명력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영상의 시대이기에, 오히려 텍스트는 ‘영상’을 통해 더욱 선명함을 얻을 수 있다. 이제 영상은 텍스트의 연장선이다.책도 영상도 가방 속에 같이 넣고, 보고 싶을 때마다 본다.


지금까지의 심화학습은 샷 설계과 샷 편집에 중심을 두었다. 물론 오늘 살펴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인 ‘미드나이트 스카이’도 같은 선상에 있다. 하지만 이번 글에서는 샷 설계와 컷 편집이‘미드나이트 스카이’의 유려하고 절제된 영상미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일단 '미드나이트 스카이'의 촬영에 사용한 카메라와 렌즈는 다음과 같다.

Arri Alexa 65, Hasselblad Prime DNA Lenses

Arri Alexa Mini LF, Hasselblad Prime DNA and DNA LF Lenses


미드나이트 스카이의 이야기는 매우 간단하다.

넷플릭스의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2016년 릴리 브룩스 달톤이 집필한 SF 소설 ‘굿모닝 미드나이트’가 원작이다. 미드나이트 스카이의 이야기는 간단하다.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행성이 되어가는 지구. 북극에 혼자 남은 천문학자 오거스틴 로프트 하우스. 그는 지구로 귀환 중인 '에테르'호 우주 비행사들과 교신하려 애쓴다. "인류의 미래는 이제 지구에 없다고. 돌아오지 말라고..."라는 말을 전하기 위해서.

등장인물은 많지 않다. 7명 정도다. 영화 내용은 그래피티, 인터스텔라, 컨택트 등 최근 흥행했던 SF영화를 조금씩 섞어놓은 면이 강하다. 각본 자체는 혹평을 받은 편이지만, 영상미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중에서는 최고다.'디스토피아'라는 넷플릭스의 키워드에 맞지 않게 영상은 유려하고 절제된 영상미를 보여준다.

미드나이트 스카이 각본 자체에 대한 평가는 박하지만, 넷플릭스상에서 반응은 매우 좋다.


[실루엣: 유려한 영상을 만드는 포인트.]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북극 날씨와 홀로 남은 오거스틴을 부드러우면서도 절제된 영상에 담아 관객에게 전달한다. 특히 실루엣을 통해 고독과 차분함을 극대화한다.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북극 날씨와 홀로 남은 오거스틴을 부드러우면서도 절제된 영상에 담아 관객에게 전달한다. 특히 실루엣을 통해 고독과 차분함을 극대화한다. 영화는 오거스틴(조지 클루니)을 어떠한 희망도 없이 절망하는 인물로 묘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희망이 사라진 지구에서 자기의 남은 소임을 다하고자 하는 인물로 오거스틴을 묘사한다. 무엇보다 오거스틴의 상황을 실루엣을 통해 강조하고, 그의 모습을 다양한 샷으로 담아낸다. 홀로 남아 에테르호에게 지구 상태를 전하려는 그의 모습은 임종을 앞두고 모든 걸 정리하는 모습에 가깝다.

[영상을 부드럽게 연결하는 사운드 컷.]


북극에서는 오로지 오거스틴만 있다. 물론 아이리스도 등장하지만, 아이리스가 나오는 분량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하지만 오거스틴만 영상에 담아내는 일만으로는 영화에 존재하는 ‘감정’을 꾸준히 유지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면을 보충하기 위해 영화는 적절한 순간마다 사운드를 사용한다. 글로는 사운드 컷을 전달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검은색을 바탕으로 선명하게 다듬은 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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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이트 스카이의 컬러는 부드러운 검은색을 기반으로 빛과 채도를 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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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배경에 북극이 있기에 밝은색이 주축이 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영화는 전반적으로 검은색을 많이 사용한다.

영상은 어떤 방향을 추구해 이야기의 리듬을 만들어야 할까?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이야기에 필요한 강력하고 균형 잡힌 영상을 만들기 위해 검은색을 세밀하게 사용한다. 많은 샷에서 검은색을 부드럽게 조절한다. 그 후 색을 선명하게 조절하고 , 밝음과 어두움을 조절해 잔잔한 영상을 풀어간다.

주인공은 오거스틴 로프트 하우스는 채도와 다른 캐릭터들보다 채도가 높다.

영화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피사체는 오거스틴을 연기하는 조지 클루니다. 제작팀은 조지 클루니의 얼굴.. 오거스틴의 얼굴 표정 안에 색들을 다른 이들보다 조금 더 세말 하게 조절한다. 특히 수염의 질감을 매우 강조한다. 이는 오거스틴이 극을 이끄는 주체이기 때문이다.(조지 클루니가 감독이어서가 아니다.) 어떤 면에서 컬러의 선명 도을 높여 다소 거칠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미드나이트 스카이’의 컷 편집 자체가 명료하기에 컬러는 오히려 리듬감을 만든다. 이러한 면은 조지 클루니가 감독을 맡았던 모뉴먼트 맨과 킹메이커에서도 보여주었던 모습이다. 물론 모뉴먼츠 맨과 킹메이커,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각각 이야기가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컬러 방식을 사용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컬러를 구축한 방식은 대체로 비슷하다.

조지 클루니는 본인이 감독을 맡았던 과거 자신이 감독했던 영화에서도 인물 묘사를 위해 검은색을 다채롭게 사용했다. 출처:넷플릭스, 소니 픽쳐스.


[에테르호와 바르보 천문대의 대조적인 상황.]

오거스틴에게는 수명을 다한 지구의 상태를 에테르호에게 전하는 게 최우선이다.

지구는 희망이 없다. 북극에 홀로 남은 오거스틴은 시한부와 다름없다. 이제 과거 지구에서 사람들이 누리던 정상적인 삶이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와 다르게 에테르호는 공간만 다를 뿐, 지구의 일상과 비슷하다. 테르호에는 그나마 인류에 대한 새로운 희망이 있다. 이러한 면은 지구의 오거스틴과 대조를 이룬다. 영화는 이 같은 면을 강조하기 위해 영화 초반 긴 시간을 북극에 홀로 남은 오거스틴을 묘사한다. 그러나 이 같은 컷 설계가 에테르호의 홀로 남은 오거스틴의 비참함을 묘사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보다는 에테르호를 통해 미드나이트 스카이가 오거스틴만의 지루한 이야기로 빠지는 걸 방지한다.

에테르호의 우주비행사들은 지구의 상태를 모른 채, 지구의 가족들을 만날 생각에 기대를 품고 있다.

우주선과 지구와의 상황. 지구에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음을 모르는 에테르호의 우주비행사들. 그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만이 미드나이트 스카이에 존재하는 거의 유일한 긴장감이다. 하지만 영화는 이걸 아주 느리게 묘사한다. 영화 시나리오가 혹평은 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감정과 상황을 명료하게 전하는 컷 편집.]

미디엄숏에서 천천히 미디엄 풀샷 라인까지 줌 아웃한다.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이야기 속에서 인물이 거의 없는 탓에 영상 설계가 간결하다. 와이드샷, 미디엄 풀샷, 풀샷을 활용해 오거스틴(조지 클루니)이 마주하는 현실과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반면에 미디엄, 클로즈업, 익스트림 클로즈업 샷을 조합해 오거스틴의 상황과 감정을 전하는데 집중한다. 미드나이트 스카이 각본과 상관없이 영상이 유려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미디엄숏: 모든 이야기 정보전달의 시작점]

'미드나이트 스카이'에서 미디엄숏은 이야기가 지금 어떤 장소에서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이야기 정보를 보다 객관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목적이 강하다. 특히 미디엄숏은 미드나이트 영상의 흐름을 시작하는 중간지대다. 만일 미디엄숏에서 익스트림 클로즈업으로 연결되는 경우 오거스틴의 감정과 판단을 담아내고, 미디엄숏에서 풀샷 혹은 와이드샷으로 연결되는 경우 오거스틴이 마주하는 상황을 묘사한다.


[익스트림+클로즈업샷: 감정에만 초점을 둔다]

주인공인 오거스틴(조지 클루니)은 이야기를 계속 이끄는 주체다. 당연히 카메라는 자연스럽게 그의 시선, 신체, 모습을 담아낼 수밖에 없다. 지구에서는 등장인물이 오거스틴(조지 클루니) 혼자다. 3분 1법칙과 정중앙 구도의 사용이 효과적일 수밖에 없다. 특정 샷 사용이 과하지도 않다.

익스트림 클로즈업샷은 절제된 감정을 매우 탁월하게 묘사한다. 상황에 필요한 순간에만 적당하게 익스트림 클로즈업샷을 사용한다. 만약 [클로즈업+익스트림 클로즈업]을 사용하다 지나치다 싶으면 미디엄숏으로 돌아와 오거스틴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묘사한다.


[정석을 지키는 와이드와 익스트림 와이드샷]


와이드샷은 관객과 유대감을 만들거나 몰입시키지 않는다. 그보다 각 장면들이 바뀌거나 혹은 이야기가 새롭게 시작할 때, 인물보다 공간을 더 강조할 때 사용한다. 와이드샷은 관객에게 객관적인 정보를 설명해주는 샷에 가깝기에 상황을 설명하는데 치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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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이트 스카이’에서 와이드샷은 그 기능을 고스란히 따른다. 예를 들어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행성으로 변한 지구를 묘사하기 위해 천문대 주변 상황을 보여준다. 또한 에테르호와 연락하기 위해 안테나를 조절하는 오거스틴의 모습, 젊은 오거스틴이 K-23 행성을 발표하는 모습, 혹한에 뒤덮인 천문대 주변 등. 시청자들에게 상황정보를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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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사용한 익스트림 와이드샷도 그 목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와이드샷을 더 멀리서 찍은 샷인 '익스트림 와이드샷’도 마찬가지다. 익스트림 와이드샷은 정보를 제공하는 목적을 넘어, 장면 분위기를 전하는 역할도 겸한다. 이러한 성격 때문에 익스트림 와이드샷은 '대사' 혹은 '내레이션' 없이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때 사용한다. 미드나이트 스카이에서 ‘익스트림 와이드샷’은 이 역할을 충실하게 해낸다. 예를 들어 바르보 천문대를 떠나 하센 호수로 떠나는 향하는 장면, K-23 행성을 묘사하는 장면에서 사용된 익스트림 와이드샷은 어떤 설명 없이 이야기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샷 사용목적이 분명하기 때문에 컷 편집도 명료하다.]

영화에서는 [와이드샷, 미디엄 풀샷, 풀샷]과 [미디엄, 클로즈업, 익스트림 클로즈업샷]의 목적이 명료하기 때문에 컷 편집과 컷 전환 속도도 적절하다. 구성 자체가 말끔하기 때문에 이야기를 매우 편하게 볼 수 있다. 특히 [미디엄-클로즈업], [미디엄-익스트림 클로즈업]으로 샷 전환이 될 때 최대한 이야기 흐름이 이어지도록 컷을 편집했다. 이 덕분에 시청자들이 이야기에 필요한 정보만 전한다.


영화는 이미 지구가 더 이상 회복불능인 상태 하는 상황에서 시작한다. 영화는 신파극같이 애써서 희망을 전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와이드샷과 익스트림 와이드샷을 통해 오거스틴이 처한 상황을 차분하게 다루는데 집중한다. 또한 차분하고 부드러운 카메라 워크는 지구가 처한 상황을 비극적으로만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의 무기력함을 오거스틴을 통해 전하고 하는 봐와 유사하다. 마치 임종을 앞둔 누군가를 바라보듯 말이다.


소설의 첫 문장은 그다음 문장으로 우리를 이끈다. 그렇게 처음 시작한 문장 하나가 우리를 마지막 문장까지 이끈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영화의 첫 화면은 그 화면으로 우리를 이끌고, 그다음 화면이 우리를 계속해서 영화로 끌고 들어간다. 마지막 화면이 끝나야 비로소 우리는 영화에서 빠져나온다.


관객들을 끌어당기는 강력하고 유연한 영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영상. 샷과 컷 편집이 만드는 가능성에 마음 문을 열어놓아야 한다. 처음부터 관객의 신뢰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첫 화면. 이것을 만드는 일은 수많은 고민이 만든 결과물이다. 만일 우리가 영화를 구성하는 샷과 컷 편집에 주목할수록 우리는 영화를 단순히 관객 입장이 아닌, 영화를 만든 감독처럼 볼 수 있다. 단순히 영화를 즐기는 일을 넘어, 보다 더 풍성한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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