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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May 17. 2021

반도체를 어떻게 라이프스타일관점에서 봐야하는가

반도체는 점차 석유처럼 우리 삶에 스며들고 있다.



지난주 발표한 미국 CPI 발표에서 흥미로운 수치는 중고차였다. 특히 우리가 집중해서 봐야 할 건 '중고차, 연료' 물가상승'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의미다. 소비자 물가지수 자료를 자세히 살펴보면 [중고차, 연료, 파이프라인] 가격 상승이 단연코 두드러진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 부품을 판매하는 오렐리 오토매 티브[ORLY] 주가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신규 차량과 중고차량 간의 비교. 이 수치를 보고 우리는 4월 미국 내에서는 중고차 소비가 매우 많았음을 알 수 있다. 출처:미국 노동부
음식 외에도 자동차와 관한 수치가 비약적으로 올랐음을 알 수 있다. 서서히 미국 경제가 리오프닝을 향해간다는 말이다. 출처: 미국 노동부.

현재 미국 중고차 가격 상승은 '자동차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신규 자동차 생산 감소 때문이다. 그 원인 중 하나가 '자동차 반도체'다. 이미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자동차 반도체 부족으로 각 자동차 회사들의 신규 자동차 생산은 저조하거나 멈춘 상태다. 만일 자동차 반도체 부족이 없었다고 가정해보자. 자동차 수요는 신규 자동차와 중고차로 나뉘면서 중고차 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중고차 가격 상승에 한 몫한  렌터카업체들이 신규차와 중고차를 골고루 매입했을 가능성도 크다.

미국에서 자동차는 필수품이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자동차가 없으면 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걸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이번 CPI 발표는 경제가 다시'리오프닝'을 준비한다는 걸 '통계'로 보여주었다고 보면 된다. 정말로 CPI가 문제였다면? 음식과 에너지가 제외된 Core-CPI도 대폭으로 올라야 했다. [Core-CPI는 전월 대비 0.8%]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다시 주목해서 볼 게 있다. 반도체다.


반도체가 이끄는 라이프스타일은 스마트폰이다. 석유가 이끄는 라이프스타일은 자동차다.우리 삶은 현재 이 두 가지 도구가 이끌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인프라가 만들어지도 있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석유가 이끄는 자동차가 '전기차'로 바뀐다는 말은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반도체가 이끄는 시대로 바뀐다는 걸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4월 미국 CPI 발표 속 중고 차수치 증가는 손톱 크기의 반도체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다.

반도체는 '전자'움직임을 설계하기에 관련 단어가 미세하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매우 낯설다. 출처:unsplash.

반도체는 전자공학, 수학, 물리학, 재료공학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전자공학이 만들어낸 예술이라고 볼 수도 있다. 반도체는 '원자'단위로 제품을 만든다. 전자공학자들은 반도체 설계를 '원자'단위로 하며  '전자'가 흐르는 길을 설계한다. 외계인 엔지니어로 불리는 짐 켈러가 동료의 반도체 설계하는 걸 보고 '그거 공기가 잘 흐르지 않겠다.'라고 말한 일화는 유명하다. 또한 원자와 분자 단위로 사물을 바라보기 때문에 반도체는 매우 구체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편이다. 반도체 관련 기사를 보면 'nm', 'mm'같은 세밀한 숫자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점은 이와 관련된 전자공학기술이 아니다. 그보다는 전자공학과 반도체가 즐겨 사용하는 단어들이 시사하는 점이다. 특정분야에서 사용되는 단위(혹은 단어는 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 사고방식, 논리, 언어 형태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애플 M1칩은 DRAM, CPU, GPU를 일체화해 전자 간 움직임을 최소화했다. 당연히 연산속도 효율도 매우 좋다.

반도체는 낮은 온도에서는 거의 전기가 통하지 않으나 높은 온도에서는 전기가 잘 통한다. 반도체는 언제나 전기에너지와 연결되어있다. 반도체가 데이터를 많이 처리할 경우 많은 열이 발생한다. 많은 열이 발생하면 반도체의 데이터 연산속도를 떨어진다. 그렇기에 '효율'이 중요하다. 반도체 회사들은 이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미세 공정', '신소재, '설계'로 통해 해결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역시나 애플 M1칩이다. M1칩은 CPU, GPU, NPU, DRAM을 일체화했다. 이러한 설계 덕분에 맥북, 아이맥, 아이패드의 빌열을 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최근 삼성이 공개한 반도체 패키징도 이 같은 문제 해결에서 나온 결과물 중 하나다. 한때 시가총액 1위였던 엑슨모빌은 다우존스 지수에서 빠졌다. 반도체가 기반이 된 환경에서 '정보기술회사'들의 영향력과 시가총액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반도체 패키징 기술은 '반도체 구동'에 필요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데 도움이 된다. 출처:삼성전자 뉴스룸.

지난 수요일 아마존은 각각 2년, 20년 물 채권 발행을 했다. 10억 달러(약 1조 1000억 원) 규모로 발행한 2년 만기 채권은 스프레드(회사채와 미국 고채의 금리 격차)가 0.1% 포인트였다. 아마존 회사채 스프레드가 0.1% 포인트라는 것은 대표 안전자산인 미 국채 수준에 버금가는 신용도를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만큼 그들이 가진 영향력은 기술을 넘어 채권 시장까지 뻗치고 있다. 아마존이 어떤 회사인가? AWS라는 글로벌 IT 인프라를 구축한 회사다. 과거 석유회사들은 카르텔을 통해 '에너지 유통망'을 좌지우지했다면? 지금 세계를 이끄는 글로벌 정보기슬 회사 들은 IT 인프라를 통해 막강한 [가격경쟁력, 편의성, 고객중심주의 사고,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인프라를 깔고 있다.


에너지를 저장하는 관점이 달라지면 라이프스타일이 점진적으로 바뀐다. 테슬라가 전기차 산업의 강자가 되고, 전기차가 새로운 모빌리티로 부상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연비’ 대신 ‘1km당 15km’ 같은 말이 더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 또한 ‘완충 시 413km’,’ 주행거리’ 같은 에너지를 ‘저장’하는 경우 최대치 혹은 효율을 말하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내연기관 돠 다르게 전기차는 '주행거리'중심이라는 점. 에너지 효율을 따진다는 점에서 다르다. 출처: 테슬라


애플이나 삼성의 스마트폰 발표 시에도 ‘몇 시간 사용 가능’이라는 수치는 반드시 들어간다. 또한 보조배터리는 이제 생활필수품이 되었다. 공항에만 가도 콘텐츠 근처에는 항상 배터리를 충전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가? 물론 우리는 여전히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다. 하지만 주유소에서 ‘에너지’를 공급받는 환경에서 점차 충전소에서 ‘에너지’를 공급받기도 하고 집에서 에너지를 채우기도 한다.

스마트폰의 배터리정보를 알려주는건 이제 필수다.

이렇게 우리 일상에서 ‘에너지’는 매우 세밀하게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키고 있다. 우리가 지금 자주 접하는 라이프스타일은 어떤 면에서 마케팅 용어로 변한 측면이 강하다. 라이프스타일을 구성하는 '의식주'는 철저히 그걸 유지하는 '에너지'를 기반으로 형성된다. 단순히 브랜드 상품이나 취향에 맞는 상품, 서비스, 커뮤니티에 들어가는 일만이 라이프스타일을 만드는 게 아니다. 취향에 따라서 물건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건 '소비'의 또 다른 이름이다. 현재 우리가 접하는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용어는 마케팅 프레임으로 변한 지 오래다. '제안'도 마찬가지다.

아주 냉정하게 따져본다면 라이프스타일 제안은 '소비'의 새로운 프레임이다. 하지만 이는 대량 생산된 물건을 통한 몰개성화를 피하기 위함에서 나 온면도 있다.

석유는 나프타를 정제해서 각종 연료와 산업재료로 만든다. 석유는 '시추'와 '용도'에만 더 집중하기에 반도체와 다르게 '효율'이 다르다. 얼핏 보면 석유와 반도체는 서로 대척점에 있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석유와 반도체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향’이 다를 뿐이다. 게다가 모든 산업은 차이가 있기에 절대적인 비교도 불가능 하디. 석유에서부터 비롯한 재료로 만든 일회용품들. 예를 PVC로 만든 용기들은 모두 일회용품이다. 잘 썩지도 않는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해 석유로 부산된 물건들은 점차 친환경을 바뀌기를 권고당하고 있다. 석유와 화석연료가 이끄는 사회는 천천히 저물고 있다. 동시에 석유를 대체하는 천연 에너지 개발 기술이 대안으로 나오고 있다. 그 중심에는 에너지를 저장하는 ‘배터리’가 있다. 당연히 에너지산업도 변하고 있다. 석유는 그 자체를 연소시켜 에너지를 만들기 때문에 '저장'만 하면 된다.

태양광, 풍력 같은 천연 에너지는 석유같이 연소를 해서 에너지를 만들지 않는다.

태양광, 풍력 같은 천연 에너지는 석유같이 연소를 해서 에너지를 만들지 않는다. 태양광발전 같은 경우 ESS 시스템을 구축해 에너지를 배터리 안에 저장한다. 최근 폭스바겐이 각형 배터리를 자사 차량에 설치한다고 발표하자, 파우치형 배터리를 만드는 LG에너지 설루션과 SK이노베이션에 불리할 거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누가 더 유리한가?'가 아니다.'에너지를 어떤 형태로 저장해야 더 효율적인가?'라는 에너지를 대하는 접근이 바뀌고 있음을 봐야 한다.


앞선 말한 ‘에너지’는 라이프스타일을 만드는 ‘인프라’이고, 후자는 ‘선택’이자 개인에게 한정된다. 하지만 명심해야 한다. 우리가 에너지를 받아들이는 형태에 따라서 라이프스타일은 언제나 변해왔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라이프스타일 구축에 필요한 ‘인프라’를 생각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과거 화석연료 카트텔이 에너지를 이끄는 중심축이었다면? 지금은 IT기업이 권력을 주도하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 과거 주식시장에서 높은 시가총액을 가진 석유회사들은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에게 내어주었다. 또한 반도체 설계와 생산, 이를 기반으로 한 산업들의 지배가 견고해지고 있다. 반도체 아키텍처와 이를 생산하고 구현하는 환경. 그 부산물로 나오는 '탄소'에 대한 관심도 커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반도체를 통해 접근하는 '탄소'와 석유를 통해 접근하는 '탄소'는 그 결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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