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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May 18. 2021

개인정보,탄소중립 그리고 반도체.

반도체가 만든 인프라위에 개인정보는 데이터로 계속 순환한다.

영국 석유기업인 브리티시 페트로륨 [BP]가 '석유를 넘어서!'라고 이야기하면 우리는 피식 웃을지 모른다. 하지만 애플 신제품 발표회에서 애플 직원이 아이패드를 들고 '이 제품은 100% 재활용 알루미늄으로 만들었습니다.'라고 말하는 게 사람들에게 더 와 닿는다.' 일론 머스크가  '집안에 솔라루프를 설치하세요. 태양에서 모은 에너지를 집에서 사용하고, 테슬라 모델 3도 충전하세요.'하고 하는 말이 사람들 귀에 더 잘 들어온다. 테슬라 차량은 튜닝 없이 업데이트를 하면 새로운 기능이 들어가 있다. 또한 내연기관차와 다르게 튜닝할 필요가 없다. 이는 대다수 테슬라 유저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다. 

슬로건보다는 멋진 상품이 더 쉽게 와 닿는 법이다. 출처: 애플

정보기술 기업들이 만든 제품들은 내 손으로 만질 수 있다. 내 손으로 만질 수 있다면? 더욱 신뢰할 수 있다. 매끈한 알루미늄 바디를 가진 아이맥과 아이패드가 재활용 알루미늄이라고? 정말 멋지지 않은가? 게다가 '탄소중립!'힙도 덤이다. 꼭 정보기업이 아니라도 상관없다. 나이키가 새롭게 출시한 스페이스 히피 시리즈는 기존 나이키 신발을 분해해 재활용해 만든 신발이다. 스페이스 히피를 신는 그 자체만으로 재활용을 실천하는 셈이다. 설령 그게 나이키의 마케팅이라고 할지라도.

나이키 신발 폐기물을 재활용해 만든 스페이스 히피. 한정판으로 시작한 스페이스 히피는 점차 나이키의 상품 라인업을 차지하고 있다. 출처: 나이키.

글로벌 빅 테크 기업들은 ‘대체’가 되지 않을 만큼 영향력이 강력하다.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오 표현하자면, 글로벌 빅 테크 기업[구글,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과 반도체 생산기업[인텔, 엔비디아, Arm, AMD, 삼성전자, TSMC 등]은 이제 ‘스탠더드 오일’ 같은 존재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스탠더드 오일은 빅 테크 기업과 다르다. 석유는 필요에 맞게 사용하면 되지만, 글로벌 빅 테크 회사 제품들은 사람들 삶에 24시간 붙어있기 때문이다.


빅 테크 기업들은 '정보'를 다루는 기술기업이다 보니, 이들은 언제나 사람들 정보에 기반해 매출과 상품을 만든다. 특히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애플]에게 사람들은  '숙주'와도 같다. 추적 광고만 생각해보자. 페이스북에서 광고를 만들 때, 광고주들은 [지역, 연령, 관심사] 등을 매우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다. 구글은 어떤가? 구글 스스로 구축한 데이터베이스에 기반한 광고 상품을 판매한다. 그걸로 끝이 아니다. 광고주가 그 광고가 어떻게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돕기 위한 구글 애널리틱스 같은 도구까지 제공한다.

구글은 광고 서비스는 물론 광고 분석 툴까지 제공해 사용자들이 구글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광고하기를 권한다. 출처: 구글.

구글만 보아도 자사 사이트 내 광고를 판매하고, 그 광고 결과도 알 수 있는 제품도 제공한다. 이를 통해 광고주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집행했던 광고 데이터를 상세히 분석하기를 권한다. 그 분석을 통해 이전보다 더 정교하게 광고를 설계하라는 말이다. 게다가 '광고'라는 말 대신 'sponsored'단어를 사용해 이용자들이 광고를 보고 느끼는 위화감을 최소화시키려고도 한다. 물론 광고에서 자유로운 검색을 위해 '덕덕고'같은 검색엔진도 생겼지만 그 영향력은 아직 미미하다.


반도체가 기반이 된 정보기술이 사회를 이끌면서 '정보'는 기업들에게 경쟁력 그 자체가 되었다. 무수히 퍼져있는 데이터는 사실 자체로 의미가 없다. 하지만 데이터를 분류하고 상관관계를 찾아내면 데이터는 유의미한 '정보'로 바뀐다. 그렇기에 개인정보는 모든 기업들이 마땅히 지켜야 할 영업비밀이다. 이런 면에서 현재 iOS 14.5 이후 불러온 애플과 페이스북간의 갈등은 두 기업 간의 이슈로만 따질 수는 없다. 특히 애플은 '금융'정보. '금융'을 설계할 수 있는 개인정보를 모으고 있고, '페이'서비스를 하고 있기에 개인정보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애플 페이 약관을 찾아보면 애플이 개인정보를 매우 기민하게 다룬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애플 페이, 애플 카드라는 금융서비스를 하고 있는 애플에게 개인정보는 영업기밀이다. 출처: 애플

우리가 주목할 건 빅 테크 '주가'가 아니다. 그보다는 IOS 14.5 버전 업데이트 이후 적용되는 개인정보처리다. iOS14.5부터는 IDFA가 비활성화되고, ‘내 개인정보는 수집해도 좋다’는 의사 표시를 할 경우에만 활성화된다. 나 같은 경우 이 기능을 사용해 '추적 광고'를 대부분 차단하고 있다. 광고가 싫기 때문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랩 앱도 지웠다. 유튜브도 마찬가지다. 데스크톱으로 볼 때는 애드블록 프로그램으로 광고를 차단하고 본다.

빅 테크 기업들의 매출구조. 구글과 페이스북이 얼마나 개인정보를 통해 수익을 내는지 알 수 있다. 출처: 비니니스 인사이더.

그 이전 버전인 iOS14.4까지 IDFA는 활성화된 상태였다. iOS14.5에서는 그동안 개인정보에 근거한 추적 광고가 쉽지 않다. 이는 굉장히 중요하다. 타깃 광고는 그동안 모든 스타트업이 저 비용으로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근간이었다. 동시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광고수익 원천이었다. 지금도 페이스북 매출의 97%가 광고다.


애플이 개인정보에 근거한 '추적 광고'를 막는 일은 ‘스타트업'을 포함해 페이스북 및 인스타 기반으로 광고하는 소상공인’까지 막을 수 있다는 걸 말한다. 각 스타트업 및 기업 그로스팀이 하는 일은 ‘사용자'들이 자사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게 하는 걸 설계한다. 한마디로 플랫폼과 콘텐츠를 사용해 이용자들을 자사 서비스에 중독시켜야 한다. (참고로 '이용자'라는 표현은 주로 마약과 카지노에서 사용하는 단어다.) 어떤 면에는 모든 스타트업들은 카지노같이 행동해야 한다. 이는 스타트업들의 가치 산정 시 DAU, MAU가 매우 중요한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케터들이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들이 마케팅을 위해 사용하는 플랫폼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 '마약 혹은 카지노'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선거운동 당시 가짜 뉴스 유포와 자문은 캠브리지 애널리티카 덕에 할 수 있었다. 출처: opendemocracy

2018년 초에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수백만 페이스북 가입자의 프로필을 그들의 동의 없이 수거해서 정치적 선전을 하려는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사실은 개인정보가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사람들에게 알려주었다. 이는 넷플릭스 다큐 '소설 딜레마'와 ;거대한 해킹'에서도 상세하게 다룬다. 


애플이 개인정보를 '사전'에 막는다는 건, 애플이 ‘스타트업 생태계’와 ‘페이스북’등을 간접적으로 통제하겠다는 뜻이다. 한쪽에서는 반독점을 위한 준비이자, 한쪽에서는 독점력을 강화하는 행동으로 볼 수 도 있다. 또한 애플 입장에서는 애플 페이로 협력하는 마스터카드, 골드만삭스같이 핀테크 데이터 점유율을 올릴 수도 있다. 또한 애플은 ‘개인정보’를 양보하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개인정보를 애플 브랜드 일부로 사용한다. 그렇다고 애플이 보여주는 이 같은 행동들이 오직 애플 자신들만을 위하는 것만은 아니다. 어떤 면에서는 반독점 소송을 위한 준비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개인정보는 사실 반도체와 동떨어진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전혀 다른 이야기다. 반도체는 이러한 개인정보를 데이터로 바꾸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때문이다. AWS는 반도체가 구축한 첨단 정보기술 인프라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가장 대표적인 서비스 중 하나다.

데이터센터의 서버는 첨단 반도체 기술의 결정 체중 하나다.

개인정보가 보관되는 데이터센터는 첨단 반도체 기술의 집결체다. 인텔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진 서버 CPU인 제온, 엔비디아가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A100,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만든 디램과 SSD 등등. 기업들은 서버에 보관된 개인정보를 머신러닝, 딥러닝 등 자신들이 구축한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을 통해 고객 서비스 예측 및 도구를 만든다AWS만 해도 반도체가 구축한 첨단 정보기술 인프라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매일매일 쏟아지는 개인정보들은 기업들의 데이터 하우스로 흘러들어 간다. 이를 정제해 다시 고객 데이터를 만들고, 다시 고객들을 위해 사용된다. 마케팅 도구가 되는 건 당연하다. 석유처럼 한번 쓰고 다시 버려지는 구조와는 전혀 다르다.

반도체가 만든 인프라는 데이터를 계속 순환시켜 더 밀도 있게 만든다. 그리고 이는 인공지능개발에도 사용된다.

데이터는 개선되고, 개선된 데이터는 또 다른 데이터를 낳는다. 이과정이 끊임없이 순환한다. 반도체가 만든 인프라는 데이터를 계속 순환시켜 더 밀도 있게 만들고, 이는 인공지능개발에도 사용된다. 그렇기에 이걸 가능하게 하는 반도체 인프라는 '효율'을 기반으로 데이터가 '순환'되게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모든 과정에 수많은 전기에너지가 발생한다. 당연히 이 전기에너지를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반도체가 '저전력과 고효율'을 추구하는 건 공학적인 목표가 아닌 이러한 현실에 기반했기 때문이다. 빅 테크 기업들은 24시간 수집한 정보를 기반으로 자신들의 경쟁력을 키우는 플라이휠을 만든다. 이 결과물들이 지금 우리가 누리는 라이프스타일의 기반. 즉 라이프스타일 인프라가 된다. 지금 당신이 보는 이 글도 마찬가지다. 이 글을 쓴 나도 마찬가지다. 이제 우리는 반도체로 구축된 인프라가 없으면 많은 일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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