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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Jul 29. 2021

시대에 따라 공간은 변화를 요구한다.

공간과 라이프스타일은 사람들이 요구하는 변화와 호흡했다.

모든 공간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모든 공간이 지금 시대에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가령 그리스 시대 이래 수천 년 지속된 건축 양식은 기술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건축 양식은 시대가 원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게 중요했다. 예를 들어 그리스 시대 건축에서 도리아식 기둥은 간결하고 힘이 있다. 코린트 양식 기둥은 수려하며 곡선이 빼어나다. 콜로세움이 단순한 형태이면서도 매우 역동적인 멋을 가진 이유 중 하나는  도리아, 코린트, 이오니아 양식 기둥을 모두 사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건축을 아름다움보다는 실용적으로 접근한 로마였기에 콜로세움은 더 의미가 있다.

모든 공간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모든 공간이 지금 시대에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시대가 요구하는 공간에 따라 공간을 만드는 방식은 변한다. 예를 들어 로마 판테온 같은 건물은 산업시대가 추구하는 가치를 담아내기 어렵다. 산업시대에서 건물은 언제나 '효율'이 중요하다. 오히려 뉴욕 맨해튼의 마천루야 말로 땅, 업무 효율성, 기술을 극대화한 공간이다.'층'으로 나눠진 공간. 승강기를 이용한 이동. 용적률과 건폐율을 극대화한 H빔 기술 등은 시대가 필요한 공간을 매우 효과적으로 만들었다.

빌딩은 산업혁명이 낳은 기술발전이 집약되어 만들어진 공간이다. 출처:unspalsh.

콜로세움에서 벌어진 검투사 경기와  챔피언스리그가 열리는 축구장을 생각해보자. 두 가지 모루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측면에서는 동일하다. 하지만 건물 용도를 생각해본다면? 콜로세움과 축구경기장은 기능은 비슷할지 모르지만 목적은 전혀 다르다. 로마 황제는 콜로세움에서 검투사 경기, 해상전투재현과 더불어 음식을 로마인들에게 무료로 제공했다. 콜로세움은 로마시대 선전도구용으로 사용된 측면이 적지 않다. 하지만 축구장은 철저히 비즈니스 목적으로 사용된다. 각종 구단 용품과 다양한 음식과 각종 상품 등은 구단의 주 수입원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같은 경우는 각 야구팀 경기장 만다 명물 음식이 있을 정도다.

콜로세움괴 축구경기장. 사람들에게 유희를 준다는 면에서는 비슷하나. 목적은 전혀 다르다.출처:unspalsh.

공간은 새로운 시대정신을 찾지 않는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시대정신이 공간에 담길 뿐이다. 공간은 시대정신이 담기기에 변하는 것뿐이다. 오히려 공간은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구체적으로 재구성한다. 물론 공간을 만드는 데 있어서 소재, 기술, 이론은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공간을 통해 행해질 모든 것들은 사람들을 담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공간과 사람은 언제나 함께 가야 한다. 이 둘을 나눠서 생각하면 안 된다. 공간들은 세상과 연결된 다양한 길과 만나면서 도시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고딕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성당은 종교행사와 관광 그리고 문화재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출처:unsplash

고딕 성당과 뉴욕 공립도서관은 건축양식이 비슷하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뉴욕 공립도서관은 보자르 건축양식. 양식으로 구분하면 엄연히 다르다.]하지만 현재 고딕 성당은 관광과 예배를 위해서만 사용될 뿐이다. 하지만 뉴욕 공립도서관은 뉴욕 사람들을 포함한 미국인들의 지식을 세대와 세대 사이로 끊임없이 이어주는 공간. 새로운 영감을 제시하는 장소다. 두 공간은 얼핏 비슷할지 모른다. 하지만 전자는 상대적으로 폐쇄적이고 후자는 열린 공간이다. 건물로 따지면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라이프스타일로 따진다면 두 공간은 완전히 다르다.

뉴욕 공립 도사관은 뉴욕을 비롯한 미국인들에게 지식과 지혜를 제공하는 곳이다. 그렇기에 이곳은 시대의 지혜가 숨 쉬는 공간이다. 출처:unsplash

19세기 말부터 유럽 사회는  산업혁명과 권력구조 변화로 더 크고 넓고 높은 내부 공간을 요구했다. 유럽 제국주의는 전 세계에 퍼졌으며 글로벌 사회의 시금석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까지 인류는 지속해서 발전할 거고 믿었기에, 건축도 이러한 변화와 요구에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내부 공간을 지탱하는 커다란 벽은 점차 사라졌다. 오히려 공간 폭과 길이가 커졌다.


산업사회는 공간에게 철저한 분리를 요구했다. 산업사회에서는 분업화로 일을 처리했다. 효율성 향상을 위한 ‘공정’이 중요했자. 특히 공정을 담당하는 사람들 간 업무상 공간을 분업화해야 했다. 헨리 포드가 만든 컨베이어 벨트를 생각해보자.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공간은 철저히 '기능'으로 나누어져 있다. 뉴욕을 주 무대로 한 드라마들만 보아도 사무실은 항상 파티션으로 나누어져 있다. 

파티션으로 구분된 효율. 그 공간은 점차 그 의미가 희미해지고 있다. 출처:unsplash

반면에 실리콘밸리는 파티션이 상대적으로 적다. 뿐만 아니라, 공유 오피스는 카페인지 사무실인지 알 수 없다. 오히려 입주한 기업들이 사용한 공간을 구분하는 벽만 있을 뿐이다. 1990년대가 지나면서 정보산업이 산업 중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분업보다는 협업이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벽은 최소한으로 남겨두어야 했다. 벽은 '분업'을 위한 공간 '구획’이 아니라 '개인 공간 경계'를 지키는 경계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가 광범위하게 시작되면서 사람들 간 물리적인 벽은 거의 사라졌다. 오히려 인터넷 연결을 통해 '벽'을 자율적으로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백신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코로나 19 이후 실시한 재택근무에서 사무실 업무로 바꾸는 기업들도 있으나, IT기술기업들은 여전히 재택근무를 계속 진행한다. 하지만 JP모건 같은 은행들은 이야기가 다르다. 금융업은 빠른 ‘의사결정’이 매우 중요하다. 빠른 시간 동안 차익거래를 해야 하는 경우, 빠른 의사결정이 필수적이다.

코로나 19 이후 우리는 우리 스스로 벽을 해체하고 있다. 벽을 세웠던 20세기와는 전혀 다르게 가고 있다. 출처:unsplash

20세기 벽이 해체되었다면? 21세기에는 오히려 사람들이 ‘벽’을 해체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벽'은 효율을 위한 '벽'이 아니다. 사무실 근무와 재택근무도 아니다. 무엇을 ‘기준’으로 공간을 나누는가? 다. 이러한 변화는 공간에 반영되고 사람들이 공간을 인지하는 틀이 된다. 반도체 미세공정에 반드시 필요한 EUV 노광장비를 만드는 ASML은 네덜란드 본사 직원이  EUV 장비 교육을 위해서 한국, 대만에 직원들이 와야 한다. 하지만 현재 ASML은 메타버스 플랫폼인 스페이셜을 활용해 EUV교육을 하고 있다. 물론 ASML은 용인에 공장을 만든다면 이 같은 과정은 변할지 모른다. 하지만 기술발전을 통해서 공간은 물리적인 한계를 어떻게든지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메타버스와 XR이라는 개념은 이러한 흐름과 같이 라이프스타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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