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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Aug 17. 2021

더현대서울은 브랜드를 이끄는 군단이 되고자 한다.

백화점은 크고 작은 브랜드를 '제안'으로 묶고 엮는 미디어다.

더 현대 서울은  카이사르가 이끌었던 ‘로마 군단’처럼 봐야 한다. 더현대 서울이 ‘오프라인의 미래’를 제시한다는 말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특정 쇼핑몰 혹은 백화점은 변화를 제시하기 어렵다. 하지만 자신들이 가진 공간을 통해 라이프스타일이 어떤 식으로 나아갈지, 현시대에 맞는 ‘관점’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보는 면이 더 정확하다.

대기업은 인력이 많기 때문에 많은 브랜드들을 관리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은 기업처럼 많은 브랜드를 모두 관리할 수 없다. 누군가는 작은 브랜드는 그 영향력이 작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틀렸다. 작은 브랜드는 보다 세밀하게 개인 취향을 정밀 타격할 수 있다. 나에게 맞지 않는 브랜드라고 해도? 그게 다른 이들에게는 취향을 저격해 마음을 설레게 할 수도 있다. 이런 면에서  백화점은 '덩어리'된 개인을 포괄하는 브랜드를 모아 정제된 메시지로 만드는 일을 해야 한다.

공간을 통해 브랜드를 어떻게 엮어야 하는가? 백화점이 가지고 가야 하는 과제다.

백화점은 조각조각 나눠진 브랜드와 취향을 하나의 '아름다움'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기에 백화점이 추구하는 공간은 자신들의 관점이 담긴 공간이어야 하며, 백화점은 '이것'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백화점에게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라는 말은 어렵다. 백화점은 사람들의 아름다움과 취향을 연결하는 전체 공간에 가깝다. 예를 들어 로마 군단에서 백인대장들은 그 말대로 자신 휘하 80명의 장병들을 통솔한다. [제1 백인대장은 160명]철저히 병참과 전략으로 이기는 로마 군단 구조를 본다면? 브랜드들은 각기 백인대장이라고 할 수 있다.

재현한 로마 군단기와 푸시킨 박물관에 남아있는 거의 유일한 로마 군단기. 로마 군단기는 로마군대의 자존심과 명예 그 자체였다. 출처: 위키디피아.

그렇다면? 백화점은 하나의 군단이라고 할 수 있다. 로마 군단에서 군단기는 그 군단의 명예와 존재 그 자체다. 로마인에게 최대 굴욕은 군단기를 빼앗기는 일이다. 전투에서 지더라도 군단기는 절대 빼앗기면 안 된다. 그렇다면 백화점의 명예는 무엇인가? 자신들 로고가 군단기다. 백화점은 자신들이 가진 편집력을 극대화해 취향을 연출하는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서 브랜드들이 사람들에게 '제안'하는 영역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인테리어, 공간설계, 재질, 음악 및 각종 콘텐츠가 필요하다. 이렇게 규모를 촘촘하게 키운 백화점이 많을수록 그 흐름은 보다 덩어리화 되며, 이는 지역색깔을 가지게 된다. 그 색들이 모여 도시단위로 커진다.

브랜드를 배치해 라이프스타일을 전하는  군단을 만드는 일. 백화점에게 주어진 과제다. 동시에 백화점 로고는 이를 드라마틱하게 표현하는 군단기다.

아마존 고에 적용된 기술을 사용한 매장을 백화점 안에 놓는다고 해서 그 백화점이 '기술친화'적인 장소가 되는 건 아니다. 실제로 더현대 서울 6층에 입점한 언커먼 스토어는 더현대 서울의 전체 공간에 비하면 매우 작다. 그렇지만 그 작은 공간은 사람들에게 '소비'에 대한 새로운 메시지를 전하기에는 충분하다. 동시에 AWS기술을 통해 구현한 매장은 '전체' 공간에 ’ 혁신기술, 인공지능'같은 하나의 섹션이 된다. 마치 그림 속 하나의 획이 되는 셈이다. 비록, AWS의 기술을 접목한 공간이 사운드 포레스트 같은 강렬한 공간 때문에 잘 드러나지 않아도 괜찮다. 관계없는 것들은 공간으로 잘 엮어내면 그 자체가 창의성이 깃든 공간이 되니까. 그렇기에 부분을 가지고 전체를 '비약'해서도 안된다. 반대로 '전체'만으로 부분을 '전체화'해서도 안된다. 유기적인 연결성이 떨어진다면? 그 역시도 서서히 트렌드와 시간에 맞추어 삶의 속도와 맞추면 된다.

비록, AWS의 기술을 접목한 공간이 사운드 포레스트 같은 강렬한 공간 때문에 잘 드러나지 않아도 괜찮다. 관계없는 것들은 공간으로 잘 엮어내면 그 자체가 창의성이 깃든 공간이 된

만일 쿠팡이 '더 현대 서울'에 매장을 만들었다면? 그건 참으로 이상하다. 이는 쿠팡과 더 현대가 지향하는 방향, 두 회사가 선보이는 공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쿠팡은 온라인과 배송에 최적화되어있지만 '더 현대 서울' 공간 안에서 전하는 '제안'이 더 중요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물론 '유통'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하지만 전자는 플랫폼 성격이 강하고, 후자는 미디어 성격이 강하다. 두 기업 간 추구하는 결이 다르기 때문에, 그 기반에서 나오는 아름다움도 다르다. 다만 백화점은 사람들이 원하는 다양한 아름다움을 매우 '구체적'으로 전해야 한다.


소비가 빠져버린 백화점에 남은 건 ‘공간’뿐.

이곳에 사람이 없다면? 그저 공허한 공간에 불과하다.

'소비'가 빠진 백화점에 남은 건 공간이다. 그렇다면 공간을 어떻게 구축할지에 대한 새로운 정의는 필연적이다. 공간을 구축한다는 건 그 공간이 자리할 지역이 가진 속성, 정취, 감성. 그곳을 이용할 세대. 주축이 돼가는 세대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소비가 빠진 백화점에 채워야 하는 건 결국 '사람과 문화'다. 그것도 구체적인 사람과 문화 말이다. 오히려 백화점같이 큰 공간을 가진 곳은 MZ세대가 원하는 니즈를 채워 넣는 일에 만족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앞으로 소비주축이 될 그들의 문화, 소비, 지향점, 가치관을 잘 섞어야 한다. 동시에 그걸 백화점 스스로가 해석하기보다는 편집해 제시해야 한다. 오히려 모르는 것은 과감하게 인정하고 입점하는 브랜드가 알아서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렇기에 지금 시대 백화점은 백화점이 아닌, 백화점이 위치한 ‘도시’ 혹은 ‘지역’을 담아야 한다. 소위 도시가 가진 '속성'을 백화점 브랜드. 그들만의 관점으로 다시 해석하는 일. 이것이 바로 지금 시대 백화점이 해야 할 일이다. 그것도 자신만의 관점으로 말이다.

더현대 서울에 존재하는 모든 요소는 현대백화점이 해석하는 '서울'이다. 

이런 관점에서 더현대 서울이 ‘더 현대’라는 이름과 ‘서울’을 붙인 건 결국 (주)현대백화점이 해석한 ‘서울’의 모습이다. 현대백화점이 해석한 서울의 '라이프스타일'은 누군가에게는 힙하고 트렌디할 수 있다. 반면에 누군가에게는 공감되지 않을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 루이뷔통, 샤넬, 오프 화이트가 없는 ‘더 현대 서울’은 별로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누군가에는 모든 백화점에서 볼 수 있는 루이비통은 오히려 지루할 수도 있다.


이 글은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더 현대 서울은 브랜드를 이끄는 군단이 되고자한다'의 일부입니다.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https://contents.premium.naver.com/freeoos/expicksnote/contents/230206063709175f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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