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험을전하는남자 Aug 18. 2021

미디어로서의 백화점, 미디어로서의 공간.

백화점의 미래는 미디어 성격을 가진 디자인 회사다.


많은 브랜드가 오늘도 생긴다. 하지만 브랜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소비’를 위한 프레임과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 스토리텔링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그 스토리가 사실인지 아닌지 그건 중요하지 않다. 브랜드가 '아름답게' 보이게 만드는 기저로만 있으면 된다. 흥미로운 건 이제 이러한 부분을 사람들도 안다.

슈프림은 스트리트 브랜드를 하나의 거대한 미디어로 끌어올린 브랜라고 할 수 있다. 로고 자체가 스트리트 문화를 상장하니까. 출처:unsplash.

온라인으로 '거의' 모든 게 가능하다. 온라인으로도 라이프스타일 구축이 가능해지면서 '라이프스타 제안'이라는 소비 프레임은 그 수명이 다했다. 그렇다면 '라이프스타일 제안'의 다음 프레임은 무엇일까? '미디어'다. 어떤 미디어인가?'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서의 미디어인 나 자신이다. 미디어는 라이프스타일보다 더 추상적이다. 요즘에는 인플루언서들도 '독립 미디어'로 취급하고 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플랫폼과 미디어'로 화두가 넘어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많은 MCN기업들이 '플랫폼'이라고 하지만, 대부분 '중개업’이다. MCN기업을 보면, 겉은 화려하지만 대부분 적자다. 그들이 인플루언서 집단이라고 해도, 그들의 수입원은 '누군가의 상품'이자 '소비'를 이끌어내는 광고이기 때문이다. 가치와 제안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소비'만 자극하는 매체는 미디어로 성장할 수 없다.


경험이 만드는 '은유'는 공간을 미디어로 나아가게 만든다.


자신의 경험을 이해하는  방식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정의에 대한 일반적인 견해와는 다른 견해가 필요하다. 사람들은 자신이 자연적으로 경험하는 무언가로부터 그 개념의 '역할'과 '관점'이 정의된다. 개념은 단순히 처음부터 가지고 있는 것으로만 정의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개념은 기본적으로 상호작용, 경험에서 정의되기 쉽다. 즉, 사람들이 어떤 공간에서 어떤 '메시지'와 '제안'을 보는가에 따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개념이 변한다는 말이다. 

누군가에게 150KG이 넘는 바벨을 드는 게 스스로를 증명하는 일이다. 출처:unsplash.

정의는 어떤 개념을 적용하기 위해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관계하는 혹은 경험하는 무언가에 따라 정해지기 더 쉽다. 누군가에게 150KG이 넘는 바벨을 드는 게 스스로를 증명하는 일이다. 그 경험이 자신의 모든 걸 정의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왜 저렇게까지 무게를 들까?'라는 질문을 던질 수 도 있다. 그렇기에 은유는 어떤 개념을 더 자세하게 정의하고, 그 개념을 적용할 범위를 키운다. 공간도 마찬가지다. 공간 자체도 그 '공간'을 만든 사람이 공간을 어떻게 정의하는 게 따라서 달라진다. 우리가 공간을 미디어와 메시지의 관점에서 은유적으로 개념화할수록? 우리는 그 안에 있는 세밀한 요소와 그 안에서 공간을 더 구체적으로 강화한다.

경복궁도 '조선왕조의 권위'를 들러낸다는 분명한 목적 아래 지어졌다. 경복궁에 대한 경험이 조선에 대한 경험을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는  공간이 제시하는 콘텐츠를 경험함으로써, 나 자신과 그 공간 간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찾는다. 그 과정에서 '나의 라이프스타일'이 선명해진다. 공간에 있는 특정 콘텐츠를 더 접할수록? 우리는 라이프스타일을 스스로에게 더 자연스럽게 적용할 수 있다. "이게 이거구나? 생각보다 크기는 작네?""생각보다 실물이 더 예쁘네", "내가 딱 원하던 색깔이야."같은 표현들은 이 같은 과정에서 나오는 말들이다.

온라인이 대세이지만, 결국 모든 건 오프라인을 통한 경험으로 이어진다.

공간에서 라이프스타일의 이미지를 볼수록 우리는 더욱 구체적으로 라이프스타일을 그려보게 된다. 특히 그 안의 세세한 콘텐츠들은 우리가 라이프스타일을 자세히 구현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케아가 대표적이다. 카탈로그에서 본 제품은 '이미지'다. 하지만 그 '이미지'가 구현된 이케아 매장 쇼룸에 가면 이케아의 제안이 더 와닿는다. 이는 이미지에서 시작한 추상적인 라이프스타일이 공간에서 구체적인 경험이 되었기 때문이다. 공간에서 경험한 콘텐츠들. 신발을 신어보고, 색조화장품을 발라보고, 사진을 찍어보고, 음식을 먹으며 사진 찍는 일. 나의 구체적인 행동들이 내 취향을 알게 모르게 구체화한다. 공간 안에서 느끼는 모든 요소들은 사람들에게 은유를 전하고, 그 은유에 근거힌 형태가 사람들과 직접적인 연결을 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쇼룸은 라이프스타일 이미지화시킨 대표적인 사례다.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공간은 언제나 라이프스타일을 이미지화한다. 이미지로 만든 은유를 공간 내 각종 물건들로 공간화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구체적으로 적용된다. 많은 브랜드 매장들이 자사 제품에 대한 체험 및 관련 서비스를 만드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제품을 사람들이 직접 체험할수록 자신의 라이프스타일 구현을 고민하게 된다. 공간이 '미디어'가 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백화점. 용적률과 브랜드 경험, 그리고 디자인.]


보통 토지에서 건물을 얼마나 높게 올릴 수 있는가를 용적률이라고 한다. 우리가 겪는 라이프스타일 경험도 브랜드 제품을 통해 경험이 용적률처럼 확장된다고 할 수 있다. {이 부분은 이전에 포스팅한 '용적률과 라이프스타일 제안의 확장.'글에서 살펴보았다. }

https://brunch.co.kr/@freeoos/600

애플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일상은 애플 제품을 통해 유기적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차이도 있다. 아이폰만 사용하는 사람들의 경험은 iOS로 끝난다. 반면에 아이폰과 맥북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OSX를 통해 iOS경험이 더 확장된다. 나 같은 경우만 해도 [갤럭시 노트+맥북]으로 사용하던 시기와 [아이폰+맥북]으로 사용하던 시기의 경험이 완전히 다르더. 그렇다면 애플을 통해 이루어진 라이프스타일 구축과 확장은 개인 라이프스타일 건축 용적률이라고 할 수 있다. 

애플에서 만든 어떤 제품을 사용하는가에 따라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 용적률은 달라진다. 출처:unsplash

건축은 숫자가 보이는 수치로 말할 수 있으나, 경험은 다르다. 누군가에게 애플은 '-100%'일 지도 모른다. 하나 누군가에게는 '+1000%' 일수도 있다. 이는 삼성, 구글, MS 제품을 사용하는에게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엘지 냉장고, 삼성 비스포크, 발뮤다 토스터기, 스타우브 주물냄비, 비타맥스 믹서기 등 개인마다 제품에서 얻는 경험은 다르고, 그로 인한 만족감도 다르다.


내가 가장 사고 싶은 조명은 오로지 단 한 개. 세르주 무이 조명이다. 그렇다면? 세르주 무이가 내 라이프스타일의 용적률은 어떻게 올릴까? 적어도 100% 이상은 될 거다. 건축에서 말하는 용적률은 브랜드를 통해 우리가 느끼는 경험, 삶, 팬덤들까지 모든 걸 총괄한다. 내가 변함없이 이야기하는 부분. '브랜드가 개개인의 아름다음을 구축한다'라는 말은 어떤 면에서 용적률에 따라 달라지는 건물 모습과 같다.

백화점이라는 공간은 ‘기획’을 구현하는 그릇이다. 백화점 내 브랜드 배치는 공간 안에서 강력한 규칙을 만들며 백화점 공간 안에 균형감을 만든다. 물론 이는 백화점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백화점은 '소비 예술의 결정체'로 불리지만 언제나 공간 안에 있다. 다시 말해 백화점과 공간이 하나라는 말이다. 공간도 백화점의 구성원중 하나다. 공간 안에서 내다봤을 때 백화점은 공간에서 라이프스타일 제안을 만든다. 이 제안은 세 가지를 중시한다.'어떤 상황에서 이용하는가?''누가 이용하는가?''방문하는 이가 어떤 심리 상태로 오는가?'다. 


백화점에 남는 것은 공간과 브랜드뿐이다. 브랜드로 구성된 백화점은 무척 소비지향적인 공간으로 변한다. 하지만 백화점은 '소비'를 넘어선 다양한 가능성을 백화점 안에 담아야 한다. 물론 현대백화점만 해도 '더현대 서울'에 마이크로 웹페이지를 적용해 온라인 경험을 끌어올리려고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더현대 서울'은 백화점이라는 공간이라는 걸 사람들이 알고 있다. 사람들이 현대백화점을 판단하는 기준은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에 조금 더 가중치를 둔다. 이는 앞에서 말한 사람들이 '은유'를 받아들이는 방식 때문이다.

그렇기에 백화점은 자신들 공간에 '자신들의 선명한 관점'으로 콘텐츠를 채워야 한다. 브랜드도 콘텐츠이지만, 브랜드와 합을 이루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관점들을 맞춰나가야 한다. 물론 브랜드는 조합 가능성을 키운다. 백화점에서는 브랜드를 이렇게 놓고 다른 브랜드는 이렇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그 느낌이 완전히 바뀐다. 브랜드를 통해 공간에 어떤 균형을 넣을지 고민해야 하는 곳이 백화점이다. 브랜드와 공간을 배치해 다양한 가능성이 확인하며, 배치한 브랜드를 통해 만들어진 백화점 속 경험. 백화점 안에 브랜드와 콘텐츠가 어떤 모습으로 있어야 가장 어울리는지 머릿속에서 그려보아야 한다. 이 과정을 세밀하게 조절하면서  백화점이 이 추구하는 '제안'을 다듬어야 한다.

지금까지 백화점은 많은 브랜드를 모은 공간 그 자체에 불과했다.'1층에는 꼭 명품과 하이엔드 패션매장, 고급시계와 보석 브랜드가 입점해야 한다.'이래야 하는 식이였다. 그렇기에 백화점을 비롯한 브랜드 가게는 단순히 브랜드 소개에서 절대로 멈추어서는 안 된다. 공간이 물건 진열이 아닌 '물건의 역할'을 사람들에게 직접 전하면 그 경험은 사람들에게 가깝게  다가온다. 동시에  그 영향력의 정도도 커진다.

YETI 같은 경우 캠핑과 함께할 수 있는 매우 좋은 파트너다. 출처:unsplash

모든 브랜드는  사람들의 삶에 ‘동반자’ 들어가고자 한다. 하지만 이건 브랜드가 개별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그렇다면 백화점이 해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사람들이 그 동반자를 찾는 걸 도와야 한다. 그렇기에 백화점은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미디어가 되어야 한다. 백화점은 자신들의 색깔을 공간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해야 하고, 고객 취향과 그에 맞는 브랜드를 큐레이션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즉, 백화점의 미래는 미디어 성격을 가진 디자인 회사다.

매거진의 이전글 더현대서울은 브랜드를 이끄는 군단이 되고자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