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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Apr 12. 2022

'녹차의 가능성'을 고민하는 공간, 산노루 제주.

산노루가 만들어가는 차문화.

포스트 코로나가 다가오면서 오프라인의 새로운 사이클이 점차 시작되고 있다. 그 사이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각’이다. 공간은 이미 브랜드가 제안을 ‘전하는’ 공간으로 변했다. 무엇보다 '감각’이 이끌어갈 공간에서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공간이 추구하는 ‘메시지’가 중요해졌다. 단순히 멋진 문구를 적는다고 해서 ‘메시지’가 되는 게 아니다. ‘메시지’ 안에는 브랜드가 축적한 감각이 스며들어가 있어야 한다.  이 같은 공간을 만드는 데 가장 필요한 요건은 ‘감각’을 엮는 ‘편집’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산노루 제주는 ‘앞으로의 브랜드 공간은 무엇을 지향할지’나름대로의 답을 전하는 곳 중 하나다.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시작한다.

Chapter 1.한국 녹차의 다음 물결을 생각한다.

https://youtu.be/Ogzxzi33uqo

'산노루 제주’는 녹차와 말차를 주재료로 한 음료와 디저트를 판매하고 있는 제주도 F&B 브랜드다. 산 노루는 카페뿐만 아니라 제품 기획부터 디자인, 유통까지 올인원 통합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제주 농가들과 협업해 중소 다원들의 제품을 개발해 국내외 제주 녹차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산 노루를 만든 이상준 아트디렉터는 세계 3대 차 생산지인 제주에서 주목받지 못한 작은 다원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산노루’라는 브랜드를 설립해 소규모 다원들을 지원하고 새로운 차 제품을 개발해 고품질의 찻잎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산노루는 녹차, 말차 외에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청차, 황차 등 12종의 차 제품을 출시했다.

산노루는 시중에서 찾아보기 힘든 황차도 만든다.

내가 산노루 제주에서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루시 알터 디자인’과 오가타 신이치로였다. 이 둘은 각기 자신만의 관점으로 녹차를 새롭게 큐레이션 한다. 이 둘은 ‘맛’을 중심으로 큐레이션 한다. 커피와 마찬가지로 녹차도 산지와 품종에 따라 맛의 차이를 명확하게 느낄 수 있는 섬세한 음료다. 같은 지역의 차라도 비슷한 맛은 없다. 녹차도 와인 못지않게 땅에 따라 맛 차이를 가지고 있다. 녹차를 재배하는 밭 사이가 가까워도 토양이 다르다. 당연히 맛이 다르다. 와인의 떼루아처럼 말이다.


루시 알터 디자인이 만든 도쿄 사료. 일본 전역의 녹차의 맛을 구분해 소개한다.

루시 알터 디자인은 2016년 GreenBrewing으로 시작했다. 그들은 일본 전역의 주요 산지별 30종의 녹차를 선별. 이를 싱글 오리진으로 즐길 수 있는 녹차 전용 드립기구&방법을 개발했다. 그 후에 긴자에는 센차도 도쿄를, 산겐자야에서는 도쿄 사료를 만들었다. 그들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TOKYO TEA JOUNAL'이라는 구독 서비스도 시작했다.

오가타 신이치로는 차의 넘버링을 붙여 맛을 분류했다. 출처: 사보.

오가타 신이치로가 만든 'SABO’도 루시 알터 디자인과 비슷하다. 그는 ‘SABO’를 통해 일본 각지에서 엄선한 차를 6가지 종류와 4가지 맛으로 분류해 소개한다. 차는 산지만의 고유한 생육 환경에 따라 맛이 다르다. 당연히 산지마다 고유한 맛이 있다. 사보에서는 이를 반영해 단일 농장 , 각 지방에서 전통방식을 발전시킨  단일품종의 '싱글 오리진 녹차'를 소개하고 있다. 사보는 단순히 차를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일본 각지에 남은 차와 전통을 다음 세대로 전하고자 한다. 오가타 신이치로는 본인 스스로 라이프스타일 디자이너라고 말한다. 자신의 말처럼, 그는 의식주를 골고루 다룬다. 특히 ‘식문화’을 강조한다.


몇 년 전만 해도 ’ 음식’을 중심으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일은 낯선 일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면역이 중요해졌다. 음식은 자연스럽게 라이프스타일 중심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음식’은 ‘음식’에서 끝나지 않았다. 건강과 회복 그 자체가 되었다. 그렇기에 이제 ‘음식’을 중심으로 라이프스타일을 논하는 일은 낯선 게 아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산 노루는 이 부분에 더 집중한다. 그렇기에 산 노루는 차 브랜드라기보다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에 가깝다.


Chapter 2. 산노루. 제주도를 통해 브랜드 철학을 표현한다.


‘전함’의 디자인.

산노루제주 입구. 제주 한경면의 정서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세밀함'은 얼마나 덜어내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이런 면에서 산 노루는 ‘무엇’을 어떻게 덜어내야 할지 잘 알고 있다. 이것은 산노루에서 풍기는 공간감이 잘 말해주고 있다.  일단 벽돌로 마감한 건물 외벽은 따뜻한 정서를 품고 있다. 부드러운 갈색 벽돌은 ‘홍차’를 연상시킨다. 녹차를 숙성시켜 만든 홍차. 반짝 뜨고 사라지는 브랜드가 아닌,  ‘지속해서 숙성하는’ 브랜드가 되고 하는 산 노루의 의지를 담았다고도 할 수 있다. 산 노루 제주의 공간감은 강렬하지 않다.

산노루 제주는 차를 기반으로 어떠한 형태의 ‘문화’를 ‘전할’ 지를 고민한다. 쇼룸, 공장, 카페로 나눠진 공간은 차와 연결되는 다양한 분위기를 구성하고 배치하는 일에 초점을 둔다.(공장은 관계자만 출입가능.) 카페와 쇼룸은 흰색과 녹색만 사용해 여백을 강조했다. 직선으로 구성된 내부 공간의 답답함을 피하기 위해 곡선으로 만들어진 가구를 배치했다. 여기에 식물을 넣어 계절감을 살렸다. 새롭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공간이 늘 트렌디하다고 그 공간이 멋진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산노루 제주의 아름다움을  만드는 건 인테리어가 아니다.

산노루제주에 쓰인 그래픽 디자인은 산노루 공간 전체와 통일감을 이루고 있다.

산 노루 제주의 그래픽 디자인을 면밀히 관찰하면 그래픽 디자인, 공간, 제품이 모두 동일한 흐름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부분이 가장 두드러지는 건 쇼룸 입구에 적힌 문구다. 쇼품 문구에 적힌 문구의 배치는 산노루에서 판매하는 코스매틱 제품, 메뉴판, 스테인리스 트레이에 놓인 종이 디자인에도 모두 반영되어있다. 이러한 세밀한 부분까지 반영된 그래픽 디자인은 산노루가 오설록과 다르게 ‘세밀함’에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산노루 제주의 공간은 ‘제품 판매’가 아니다.

산노루제주에서는 제주도 한경면의 정치. 제주도 로컬 정서를 느낄 수 있다.

산노루제주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다. 평범한 제주도의 풍경만 있다. 이게 바로 산노루제주의 매력이다. 성수 같은 핫플레이스는 후광효과로 인해 공간이 가진 진짜 매력을 알기에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산 노루에는 그런 게 없다. 산노루를 찾아가는 길목에서 들리는 새소리. 붉은 미소로 반겨주는 동백꽃.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화사함을 선보이는 유채꽃. 제주도의 진짜 모습에 감탄하는 순간에 등장하는 공간이 산노루다. 내부는 어떤가? 창문에서 들어오는 [빛, 색, 소리]는 산노루를 멋진 다실로 만든다.


색은 브랜드 철학과 전략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디자이너가 가장 선호하는 분위기.‘아우라 혹은 룩이라는 것은 디자이너가 가장 많이 사용한 색에서 알 수 있다. 사람의 철학은 색에서 간접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산 노루에서 많이 사용한 색은 흰색이다. 이 부분은 산노루를 만든 이상준 아트디렉터가 최근 작업한 프레인 빌라를 관찰하면 보다 명료하게 알 수 있다.

산노루 제주와 산노루 삼성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색을 찾아보자.

산노루제주의 섹깔들.
프레인빌라&산노루삼성의 색깔들.

다음은 두 공간의 몇몇 공간을 ‘컬러 카드’로 정리한 것이다. 이 컬러 카드를 보면 산 노루의 감각을 발견할 수 있다. 컬러 카드를 보면 산 노루가가 선호하는 색이 대부분‘흰색 계통’이라는 점을 파악할 수 있다. 다만 차이가 있다. 산 노루 제주는 녹색이 더 강하다. 반면에 프레인 빌라는 아이보리와 흰색이 산 노루 제주보다 더 많다.

산 노루 제주는 ‘녹차’가 기반이기에 녹색을 사용하는 게 옳다. 반면에 프레인 빌라는 ‘프레인 TPC’ 건물이라는 점이 더 강하다. 전자는 산노루가 주인공. 후자는 산노루가 콘텐츠다. 프레인 빌라에서는 산노루의 색깔이 상대적으로 덜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프레인 빌라에는 스트롤의 색깔도 들어가 있다. 하지만 산 노루제주와 프레인 빌라 모두 주변 ‘정서’를 공간에 담고자 하는 면에서는 동일하다.

산 노루 제주와 프레인 빌라는 ’ 연결’을 기반으로 한 부드러운 건축이다. 두 건물 모두 흰색과 아이보리를 기반으로 지역과 사람 간의 연결성을 구축한다. 하지만 건물 외벽재질은 다르다. 산 노루 제주는 갈색과 벽돌. 프레인 빌라는 회색과 금속이다.  금속과 벽돌이라는 질감 차이가 건물이 가진 개성을 표현 한셈이다. 질감은 사람들에게 주변 정서를 전하는 도구일 뿐이다.

산노루 제주는 공간에 두 가지 조명을 사용해 공간 성격을 표현한다. 카페동부터 살펴보자. 카페동은 릴 조명과  기다란 조명을 사용해 공간이 차분하면서 은은하게 만든다. 아이보리와 흰색이 섞은 공간. 여기에 녹차를 연상하는 녹색이 산 노루의 정체성을 표현한다. 또한 건물 곳곳에 설치된 큰 유리창은 ‘빛’을 가게 안으로 끌어와 공간 안에 제주도 정서를 집어넣는다. 산 노루 제주가 사용한  아이보리와 흰색은 ‘다도라는 이름의 딱딱하고 차분 한틀의 차문화를 벗어나 조금은 더 대중적인 식음료 문화로의 개선’을 지향하는 산노루의 브랜드 철학을 만드는 기반이 된다. 일단 흰색, 아이보리색 은색 대비를 극대화시키면서 공간에 활력을 넣는다

쇼룸은 카페동과 달리 갤러리 느낌이 강하다.
산노루의 브랜드철학을 알 수 있는 쇼룸.

쇼룸은 조금 다르다. 작은 창문을 사용해 빛이 공간에 들어오는 것을 최소한으로 제한했다. 카페동과 다르게 갤러리같이 차분하게 만든 쇼룸은 산 노루가 지향하는 가치를 표현한다. 쇼룸에 사용된 제한된 채광과 ‘릴 조명’은 산노루 제품을 ‘오브제’로 만든다. 이를 통해, 산노루가 지향하는 ‘사람과 함께 만들어가는 차문화’ 모습을 공간으로 표현한다.

카페동과 달리 쇼룸은 산 노루가 추구하는 ‘제품 가치와 다도'를 담았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색 대비가 큰 공간에 빛이 들어오면 공간은 그림자와 빛의 조화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동시에 긴장감 있는 고요함과 편안함이 가득한 공간으로 변한다. 하지만 산노루는 이러한 경험이 공간이 아닌 경험으로 이어지는 장치도 만들었다. 바로 스테인리스 트레이다.


스테인리스 트레이가 만드는 경험 밀도.

산 노루 제주에서 차를 주문하면 스테인리스로 트레이에 제품 담아준다. 일단 스테인리스에서는 따듯함을 느낄 수 없다. 보통 카페들이 갈색, 검은색. 혹은 나무 재질 트레이를 사용하는 모양과 정반대다. 스테인리스 트레이에서 느낄 수 있는 차가움. 금속이 주는 차가움을 잠시 느낀 후 차를 마신다. 트레이안의 음료와 음식을 먹으려면 고객을 살짝 숙여야 한다. 고개를 살짝 들면 산노로 주변 풍경이 더욱 보인다.

스테인리스가 만들어내는 의도적인 ‘차가움’이 만드는 찰나의 순간이다. 이 순간 덕분에 방문객들은 산 노루 제주에서 혼자만의 시간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차가운 스테인리스 트레이, 흰 종이, 검은색 트레이는 일기일회의 순간을 만드는 셈이다. 산노루 제주는 ‘제주도의 아름다움'으로 공간을 모두 채웠다. 그 아름다움은 화려함이 아니다. 순간순간이 다른 제주도의 평범한 정서다. 이는 프레인 빌라에서 수공간을 바라보면서 음료를 마실 때 느낄 수 있는 정서와 동일하다.


Chaper3. 산 노루는 차와 연결되는 모든 가능성에 주목한다.


차에 대한 브랜딩은 일본이 한국보다 더 다채로운 건 사실이다. 이걸 두고 우열을 가려서는 안 된다. 일본과 한국과는 ‘시간’ 차이가 있기에 라이프스타일 흐름이 다르다.  이런 관점에서 오설록이라는 큰 브랜드가 만들어놓은 차문화와 그 규모는 ‘세밀한 차에 대한 가능성’을 여는 환경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은 산노루가 지향하는 방향에서 고스란히 찾을 수 있다.

녹차:제주도의 아름다움을 가장 쉽게 전할 수 있는 매개체.


산 노루는 차, 건축, 화장품, 요리를 아우르는 다양한 디자인 활동을 통해 차를 기반으로 한 차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산 노루는 음식을 문화의 '근원'으로 생각한다. 여기에 프레인과 협업을 통해 ‘근원’을  연결시키고자 한다. 특히 프레인 빌라, 한아 조, 네스트 호텔과의 협업을 보면 산노루가 지향하는 방향을 보다 더 자세히 알 수 있다.산 노루는 ’ 일상에서 쉽게 접하면서도 풍성함을 느낄 수 있는 건 무엇일까?’ 그들이 택한 건 제주도 ‘녹차’다. 차를 통해 이러한 감각을 어떻게 구현할지는 고민한다.

녹차는 많은 가능성을 가졌다. 녹차는 말차, 녹차, 홍차라는 세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이렇게 나뉜 3가지는 과자를 비롯한 카페 문화로 연결된다. 특히 ‘차’는 그 자체를 마시는 일 만으로도 좋다. 하지만 녹차는 다른 재료들과 섞으면 더욱 다채로운 맛을 낸다. 대표적인 예가 여린 녹차 잎을 꼽게 분쇄해서 만든 말차다. 말차는 쿠키, 양갱, 초콜릿 등의 과자 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생초콜릿과 양갱은 ‘녹차’ 맛을 새롭게 변주하는 과자이기도 하다. 생초콜릿과 양갱인 모두 부드럽지만, 초콜릿은 카카오 버터, 양갱은 한천을 사용해 식감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산 노루는 작년 크리스마스에 밀도와 협업해 녹차 슈톨렌을 선보였다.

차는 과자를 만나는 순간부터 새로운 가능성을 만든다. 이는 과자가 가진 무궁무진함 때문이다. 마카롱과 떡이 대표적이다. 한국에서 마카롱은 뚱카롱으로 진화했다. 사람들은 마카롱 꼬끄를 크게 만들고 제철 식재료를 포함한 여러 가지 식재료를 넣은 크림을 넣었다. 떡도 마찬가지다. 흑임자를 비롯한 전통재료를 크림으로 만들어 속을 채웠다. 티라미수, 치즈케이크 크림도 떡 안에 넣었다. 과자는 혼자서도 먹을 수 있다. 누군가에게 선물할 수도 있다. 나 같은 경우, 친구에게 빈브라더스 콜드 브루와 아우 어 인절미를 선물로 하기도 했다. 과자를 고르면 응당 그에 맞는 음료를 선택하는 일은 당연한 일이다.

과자는 놀라운 확장성을 가지고 있다. 출처: 산노루 인스타그램.

‘일상에서 접하기 쉽다’. 과자가 가진 장점이다. 또한 과자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도구다. 산 노루 제주가 소개하는 제품을 보면 기술적인 부분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을 볼 수 있다. 오히려 '우리는 녹차로 무엇을 제안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제품에 담겨있다는 점을 볼 수 있다. 제주도를 담은 녹차와 이와 연결된 삶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디자인이 기술을 높이고 기술이 디자인을 높이는 방식을 추구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Chpter4. 산 노루의 협업


제주가 가지고 있는 현무암 지질은 통풍이 잘된다. 이 같은 지질은 차나무의 뿌리가 썩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날수 있게 돕는다. 연평균 기온이 14도 이상 유지되는 제주도의 해양성 기후는 고품질을 가진 찻잎을 생산하기에 좋다. 또한 제주도 녹차 산업은 전통적인 제다 방식을 사용하여 맛과 향이 우수하다. 게다가 오염물질 유입이 없는 깨끗한 화산 암반수를 이용하여 재배하므로 각종 미네랄과 영양분도 풍부하다. 이 같은 제주도 자연환경은 제주 녹차의 세계적인 경쟁력을 만들고 있다.

오설록이 쌓은 축적은 무시할 수 없다. 오설록이 만든 차문화와 산업. 다음 세대는 이것을 더욱 새롭게 해야 한다.

그러나 제주 녹차 산업은 고령화, 유통과정의 구조적 문제에 마주하면서 불균형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오설록의 서광다원 같은 대형 다원과 대기업 유통사들로 인해 녹차시장은 다소 편중되어있다. 오설록 티 뮤지엄만 보아도 답이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오설록이 ‘보여주는 차문화’를 소비하기에 급급하다. 실제로 수많은 사람들이 오설록 티 뮤지엄에 온다. 하지만 서광다원을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또한 오설록이 보여주는 다양한 디자인이 ‘차문화의 전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오설록이 ‘차문화’의 장벽을 낮춘 점도 사실이다.  오설록이 쌓은 축적은 분명 존중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오설록 이외에 다른 녹차는 생각나지 않는다. 이는 대형 다원과 대기업 유통사들이 만든 장점이면서도 단점이다. 시장이 커지는 만큼, 상대적으로 세밀함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산노루가 추구하는 가치는 세밀함과 확장. 현미경이 이 모든 걸 보여준다.

산노루는 이 같은 면에 집중한다. 산 노루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차 브랜드를 지향하지 않는다. 그들이 집중하는 건 한국차문화의 다음 단계다. 그렇기에 그들은 ‘큰’ 문화가 아니다. 문화를 풍성하게 만드는 세밀함이다. 이는 어떤 면에서 싱글 오리진 커피로 개편되고, 개성과 취향이 중심이 된 커피와 비슷하다. 이를 위해 산노루는 차문화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더 넓은 범위로 끌어올리기 위해 중소형 농가와의 협업을 통해 ‘품질 좋은 차’를 소비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제주 녹차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며 상품을 판매한다. 또 녹차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는 공간을 만들려고 한다. 그 끝에는 제주 녹차에 대한 소비자의 이해. 그 이해에서 시작되는 소비다. 그렇기에 산노루가 선보이는 제품은 인기 제품에만 치중하지 않는다. 오히려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만나 소통하며 제주 녹차를 원료로 하는 다양한 제품들을 만들어 선보이려 한다. 이러한 방향은 네스트 호텔, 프레인 핸스, 한아 조와의 협업에서 찾아볼 수 있다.


1. 네스트 호텔과의 협업

네스트 호텔과 산노루의 협업은 산노루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라는 점을 알려주었다. 이는 호텔이 가진 성격 때문이다. 호텔은 ‘의식주 정도’라는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어우른다. 호캉스 자체가 하나의 ‘장르’가 된 이유는 호텔 그 자체가 ‘제안’이기 때문이다. 네스트 호텔은 매년 봄이 되면  그린 베케이션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 속 휴식을 지향하는 브랜드’를 소개한다. 2022년에는 ‘산노루 for skin’이 네스트 호텔 ‘그린 베케이션’의 동반자로 뽑혔다. ‘산노루 for skin’은 녹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버려지는 차나무의 아랫잎으로 만들었다. 이 둘이 손을 잡은 이유는 갈대밭에 둥지를 튼 네스트 호텔과 녹차 잎을 업사이클링한 산노루의 이미지가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네스트 호텔은 ‘그린 베케이션 패키지’를 호텔 숙박권과 산노루 제품으로 구성했다. 이 키트에는 건조해진 피부를 관리하는 산노루 하이드레이팅 토너와 숙면 전 스킨 테라피로 사용하는 산노루 수딩 보디 오일이 들어갔다. 각각 재활용 가능한 유리병과 친환경 타이 백지로 제작한 파우치에 담았다.


2.한아조

한아조와 산노루가 같이 만든 산노루 for skin 출처: 한아조.

산노루와 한아조는 버려지는 차나무의 아랫잎을 활용하고자 수제 비누 브랜드 ‘한아조’와 협업해 ‘산노루 for skin’을 출시했다. 협업제품인  ‘수딩 보디 오일’과 ‘하이드레이팅 토너’는 제주 찻잎을 우려 자연에서 얻어낸 투명한 빛깔과 순한 성분이 특징이다. 수딩 보디 오일은 청정 제주에서 직접 생산한 녹차를 유채 씨 오일에 오랜 시간 우려내 얻은  인퓨즈 오일을 비롯한 식물성 오일을 듬뿍 담아 만들었다.


3. 프레인

프레인은 산노루의 대주주가 되면서 산노루라는 브랜드에 자사의 역량을 더하기 시작했다.

국내 1위 PR업체인 프레인글로벌의 여준영 대표는 새로운 비전을 담아낼 건물을 구상했다. 그는 제주에서 만난 이상준 차 브랜드 ‘산노루’의 대표에게 이 프로젝트를 맡겼다. 이 프로젝트가 지금의 프레인 빌라다. 산 노루의 대표이자 이상준 아트디렉터는 프레인글로벌이라는 회사가 지닌 철학을 담아 새로운 이미지와 비전을 제시하고자 디자인과 소재를 고민했다. 그 결과 스테인리스 판재를 사용한 친환경 건물인 프레인 빌라가 탄생했다. 프레인은 산 노루의 지분을 인수해 대주주가 되었다. 동시에 이상준 디자이너이자 산노로 대표는 아트디렉터로 명칭이 바뀌었다.

산노루제주의 고요함은 프레인빌라의 수공간에서 구현되었다.

현재 프레인 빌라의 건물 1층은 프레인글로벌의 새로운 계열사 ‘프레인 핸스’의 팝업 전시 공간과 젊은 창업자들을 위한 워크스페이스 겸 카페. 이 카페가 산 노루 삼성점이다. 지하는 프레인 TPC 소속 배우들의 연습실과 창업자의 소장품으로 공간을 채운 갤러리가 있다. 산노루 삼성점은 제주 본점 카페에 이어 만들어진 플래그십 스토어다. 산노루는 이곳을 프레인 빌라 안의 카페로 운영되면서도 서울 유통 거점 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프레인과 산노루의 만남은 단순히 프레인의 지분투자가 아니다. 사람들과 ‘연결’을 항상 고민해야 하는 PR회사가 F&B 브랜드를 다룬다. 이는 PR회사가 디자인 회사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회사로 한걸음 더 나아갔다고 볼 수 있다.

산노루는 다양한 협업을 통해 자신들의 가치를 전하고 있다. 출처: 산노루 인스타그램.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산노루는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에. 베이커리 ‘밀도’와 협업해 ‘산노루 말차 슈톨렌’을 선보였다. 또한 한남동에 위치한 라이프 리빙 편집샵 ‘챕터원’과 원료 납품 OEM 형식으로 ‘파운드 로컬 제주 퓨어 티’ 7종을 제조하고 있다.


Chapter 5. 브랜드 공간은  '스며듦'추구하는 일이다.

브랜드 공간은 스며듦을 추구해야 한다. 코로나 이후 스며듦이 없는 공간은 사라질 거다.

지금은 온라인과 오프라인간 경계가 사라진 시대다. 오프라인의 모습은 인스타그램 같은 SNS와 메타버스에서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은 온라인대로. 오프라인은 오프라인만의 강점을 취하는 모습으로 가고 있다. 누군가는 온라인이 주도하는 세상에 오프라인은 쇄락하지 않을까라고 말한다. 하지만 쇄락하는 공간은 ‘개성’이 없는 공간들이다.


오프라인을 구축하는 인프라들을 보면 온오프라인은 서로 상호작용하며 자연과 자연의 관계처럼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나는 산노루 삼성과 제주점을 모두 가보았다. 두 곳은 달라도 너무나 달랐다. 산 노루의 브랜드 정서는 오직 ‘제주 매장’에서 진짜로 느낄 수 있다. 산 노루가 지향하는 제품에 담긴 가치는 산 노루삼성, 한아조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코로나와 무관하게 공간은 언제나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만들어졌다. 브랜드가 지향하는 공간이 힙하거나 멋진 건 지극히 일부다. 개성 있는 공간은 힙과 멋진보다는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전하다’과’’스며들다’를 추구한다. 무엇보다 공간은 브랜드 혹은 사람과 소통한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브랜드와 브랜드를 만드는 브랜딩에서‘사람이 장소와 행복한 관계’를 추구하는 것이다. 브랜딩에 지나치게 매몰되서는 안 된다. 산 노루 제주는 주변 공간이 가진 정서가 건물에 스며들도록 만들었기에 산 노루가 추구하는 가치를 알 수 있다. 만일 내가 산노루 제주에 가보지 않았더라면? 산노루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를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공간을 만들 때 그 공간은 비로소 자연스럽다. 브랜드가 만드는 공간은 브랜드만이 추구하는 ‘분위기’. 감각을 통해 만들어진 분위기를 공간에 배치해야 한다. 그렇기에 자연스러운 공간은 편안하고 기분이 좋아야 한다. 이러한 기분들이 사람과 공간 사이의 행복한 관계를 만든다. 산노로 제주는 이러한 공간감을 가진 귀중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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