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 제주, 브랜드는 사람이 만들기에, 브랜드 공간은 사람을 닮는다.
이솝은 이솝 제품을 사용하는 이들의 삶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를 원한다. 그렇다고 이솝이 이것을 전하기 위해 광고 캠페인을 집행하는 일은 없다. 오히려 이솝은 입점지역의 미학을 담은 매장을 만든다. 매장이 입점한 지역정서도 중시한다. 소비자들은 각기 다른 이솝 매장에서 이솝을 ‘경험’ 할 수 있다. 많은 화장품 브랜드가 트렌드를 쫓을 때 이솝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솝은 자신들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 그들만의 관점으로 만든다.
이솝은 매장에서 사용하는 소재에서도 로컬을 철저하게 담아낸다. 예를 들어 사운즈 한남점의 경우, 사운드 한남에 사용된 벽돌 소재를 매장 안에 고스란히 반영했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이솝 매장은 조명, 냄새, 촉감도 강력한 디테일이다. 특히 파슬리 시드 향은 이솝의 정체성이라고 할 만큼 방문객들을 자극한다. 그렇다고 이솝이 공간에서 특별한 무언가를 전하는가? 아니다. 오로지 자신들의 제품으로만 이솝 미학을 전한다. 이솝 매장을 방문한 이들은 자연스럽게 이솝만의 아우라를 강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이솝은 코로나 이전부터, 이미 공간의 ‘개성’을 알고 있던 브랜드다. 이러한 모습은 이솝 제주에서도 동일하다.
이솝은 '도시의 감성'에 맞는 직영 매장을 만든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로컬 정서도 매장에 표현한다. 그렇기에 이솝은 제품과 공간의 결이 사람을 향하는 매우 드문 브랜드다. 이솝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코끝을 산뜻하게 자극하는 파슬리 시드 향이다. 모든 이솝 매장은 파슬리 시드 향이 가득하다. 이솝 매장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파슬리 시드 향을 맡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솝을 떠올리게 된다.
이솝 제주는 디앤디 파트 먼트 제주 안에 입점했다. 디앤디 제주에 들어가자마자, 코를 찌르는 건 역시 파슬리 향이다. 그 향을 맡는 순간 ‘이솝이 있는 건가?’라는 생각하게 된다. 나는 디앤디 제주 매장 입구에서 파슬리 시드 향을 맡았다. 즉각적으로 ‘이솝 매장이 있나?’라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역시나 디앤디 제주 옆에 이솝 제주 매장이 있었다.
이미 알려진 대로, 이솝은 호주의 작은 미용실에서 시작했다. 그들은 식물성 재료와 과학적으로 검증된 원료만을 고집한다. 화려한 포장보다는 실용적이고 미니멀한 패키지를 사용한다. 이를 통 해환 경을 지키고 우수한 제품을 선보이려고 한다. 이러한 지속가능성은 디앤디 파트 먼트의 'LONG LIFE DESIGN'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또한 이솝은 ‘d room’과도 함께한다. 디앤디 파트 먼트 제주에서 운영하는 ‘d room’의 모든 객실에는 이솝 어메니티가 비치되어 있다.
이솝 제주 공간의 핵심은 해녀복에 사용한 원단을 쌓아 올려 만든 벽이다. 해녀복에 사용한 원단 안감은 네오프렌이라는 합성고무이다. 겉감은 고무 재질을 덧입힌 특수 원단이다. 이솝 제주 매장에 에서 가장 공간을 차지하는 이 벽은 제주도를 상징하는 오브제다. 동시에 제품 진열장이자, 직원들이 사용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해녀옷 원단을 기준으로 공간이 나뉘는 셈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이솝 매장에서 내부인인 이솝 직원과 손님을 나눈다. 마치 제주도를 찾아오는 외지인들과 내지인을 나누듯이 말이다.
해녀복 원단으로 만든 이 공간은 전혀 기대하지 않은 단절감을 만든다. 이솝 제주에서 일하는 이들은 당연히 제주도 내지인이니까. 그렇다고 이 단절감이 공간을 차갑게 하는가? 아니다. 오히려 이솝이 제주를 접근하는 방식을 설명할 뿐이다. 내지와 외지인을 나누는 기준. 취향과 취향을 나누는 기준. 이솝은 그 경계에 있다는 것을 공간감으로 전할뿐이다. 오히려 이솝은 내지인과 외지인을 모두 신경 쓰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은유적으로 전할 뿐이다. 이솝의 전매특허인 파슬리 시드 향은 그 역할을 더 심층적으로 할 뿐이다.
앞서 말한 대로, 이솝 제주는 디앤디 파트 먼트 제주 바이 아라리오에 입점했다. 당연히 공간감을 공유할 수밖에 없다. 물론 조그마한 통로를 기준으로 공간은 나눠져 있다. 하지만 파슬리 시드 향은 공간의 경계를 없앤다. 오히려 디앤디 제주 안에 이솝 제주가 입점한 모습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물론 이솝 매장을 확실하게 구분하는 유리벽이 있다. 하지만 하나같은 공간 구획 덕에 디앤디 제주가 추구하는 방향. ’ 롱 라이프 디자인’과 디앤디 매장은 이솝 제주까지 연결된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시대와 상관없이 사랑받는 디자인인 ‘롱 라이프디자인’ 디앤디 제주 자체가 ‘제주도’라는 로컬에 집중하기 때문에, 앞서 말한 해녀복을 공간의 주 소재로 만든 이솝 제주 매장은 더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갈색병을 이야기하면 두 부류로 나뉠 가능성이 크다. 하나는 에스티로더. 다른 하나는 이솝이다. 에스티로더의 갈색명은 ANR이다.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 크림] ANR은 강력한 성능이 우선이다. 에스터로더의 ANR은 독보적이지만 그 외에는 다른 게 떠오르지 않는다.
이솝의 갈색병은 다르다. 이솝만이 가진 특유의 아우라를 전한다. 갈색병을 보는 순간, 파슬리 시드 향이 머릿속에서 기억날정도로 아우라가 대단하다. 이미 이솝을 모방한 갈색병 용기 디자인도 많다. 하지만 이솝을 따라가지 못한다. 오히려 이솝만이 가진 ’ 유일함’만이 더 커질 뿐이다. 그렇기에, 이솝의 진열대에 놓인 갈색병은 단순한 제품이 아니다. 이솝을 표현하는 오브제다.
이솝의 갈색병은 이솝 매장에서만 위력을 뽐내지 않는다. 이솝 매장 외에도 이솝만의 아우라를 만든다. 이는 이솝이 매장에 만들어낸 아우라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성수동에 위치한 LCDC는 화장실에 이솝 제품을 비치했다. 화장실에 비치된 이솝 제품은 이솝 매장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우리가 이솝 갈색병을 보고 이솝 매장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만큼 이솝이 제품과 공간의 조화롭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브랜드에서 풍기는 향기는 브랜드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표현한다. 오감 중 하나인 향은 다양한 순간에 여러 방식으로 기억을 자극한다. 자연스럽게 향은 브랜드를 드러내는 관점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향수를 뿌리는 이유도 자신을 표현하기 위함이니까. 향이란 개성과 정체성을 의미한다. 이솝이 만든 공간이 언제나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이 선보이는 향, 제품 디자인, 공간 철학이 이솝이 추구하는 스토리와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파슬리 시드 향은 이솝을 떠오르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향은 그 향기로 떠오르는 공간 기억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솝의 파슬리 시드 향도 마찬가지다. 사실 파슬리 시드의 기능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 하지만 이솝의 파슬리 시드 향은 전 세계에 위치한 이솝 매장을 익숙한 공간으로 만든다. 오히려 파슬리 시드 향은 이솝 매장이 입점한 지역정서와 조화를 이루면서 이솝의 결을 더욱 다채롭게 만든다. 이런 관점에서 공간은 빛, 소리 그리고 향으로 완성된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향기는 브랜드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일 이상으로 브랜드에 기여한다.
사람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갈색병을 보고 이솝을 떠올리기 쉽다. 이는 이솝 매장이 부드러운 공간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 중심에는 언제나 파슬리 시드 향이 있다. 향과 갈색병이 이솝이라는 브랜드가 지향하는 ‘언어’를 공간에 직관적으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이솝’이라는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이솝은 부드러운 건축을 지향하기에 사람들에게 이솝을 강력하게 각인시킬 수밖에 없다. 이솝 매장에 방문하고 나면 이솝만의 분위기를 반드시 기억할 수밖에 없다. 이솝이 매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설령 이솝 매장에서 제품을 사지 않는다고 해도 괜찮다. 이솝 매장은 그 자체만으로 사람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기 때문이다.
이솝 제주만 해도 해녀복의 원단을 사용했고, 해녀복 원단으로 제주도 정서를 묘사했다. 또한 이솝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매장'을 통해 하기에 도시 안에서 같은 느낌의 매장이 하나도 없다. 이러한 공간 차별화가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그렇기에 이솝을 보려면 소비자들은 이솝 매장에서만 가야 한다. 물론 이솝은 이러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협업하는 건축가에게 최대한의 자율성을 보장한다.
화장품은 매일 삶 속에서 우리와 관계를 맺는 도구 중 하나다. 선크림, 로션, 에센스, 색조화장품 등 다양하다. 우리는 화장품을 매일 바르고, 제품은 피부에 스며든다. 화장품이 추구하는 방향은 언제나 사람들과 ‘동행’이다. 그렇기에 화장품 매장은 언제나 사람들과의 연결. 부드러운 건축을 지향해야 한다. 하지만 대다수 화장품 매장은 ‘제품 판매’에만 집중한다. 많은 화장품 브랜들이 여전히 화장품의 본질과는 먼 공간을 선보인다. 당연히 공간에 ‘연결’이 부족하다. 이솝은 이 부분은 정확하게 알았다.
이솝이 만든 공간은 기능, 감성, 문화를 모두 아우른다. 많은 브랜드 공간은 대체로 비슷한 경험을 제시한다. 스타벅스를 생각해보자. 스타벅스는 훌륭한 브랜드다. 하지만 스타벅스의 공간감은 대체로 모두 비슷하다. 서울, 도쿄, 교토, 뮌헨, 뉴욕, 보스턴 등등 대체로 느낌이 비슷하다. 이걸 놓고 좋은 말로는 '한결같다'라고 말할 수 있다. 하나 나쁜 말로는 '천편일률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솝 매장은 그렇지 않다. 같은 이솝 제품이 놓여있다고 해도 모든 매장의 ‘감성’은 다르다. 오히려 이솝 매장들은‘이솝 제품이 이런 결을 가지고 있는가?’라고 느낄 만큼 브랜드의 새로운 결을 만날 수 있다.
브랜드 공간이 다양한 페르소나를 어떻게 가질 수 있는가? 이솝은 이에 대한 풍부한 답을 가진 브랜드다. 그들은 건축가가 아님에도, 건축가의 관점으로 매장을 만든다. 가구업자가 아님에도 브랜드의 다양한 결에 맞는 가구를 만들어 매장에 놓기도 한다. 동시에 실용적이면서 절제된 감각을 유지한다. 이솝 제주만 매장의 소파는 해녀들이 사용하는 장갑 소재인 양모를 사용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이솝은 그 자체로 하나의‘분위기’를 가진 브랜드로 거듭난다.
다른 화장품 브랜드들이 ‘우리를 사용해보세요!’라고 말할 때, 이솝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화장품 브랜드이면서도, 그 자체로 분위기를 제안하는 매우 드문 브랜드다. 그렇기에 자신들과 잘 맞는다고 느끼는 공간에 이솝 제품이 등장하면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만든다. 동시에 자사 제품을 배치하는 일에도 높은 기준을 고집한다. 예를 들어이 솝의 거치대를 구매하려면 이솝 본사에 사진을 보내 적합여부를 허락받아야 한다. 이솝은 자신들 제품의 비치하는 일에도 스스로 의 기준을 고수하는 셈이다. 오히려 이솝은 그들만의 소박한 진정성. 고집과 주관이 강한 브랜드다.
세심한 디테일은 이솝을 지금까지 유지시키는 원동력이다. 브랜드를 대할 때 ‘사람’을 떠올리면? 브랜드는 언제나 명료해진다. 브랜드 자체를 사람이 만들기 때문이다. 브랜드 페르소나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만일 이솝을 사람으로 비유한다면? 주관이 뚜렷 환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MBTI성향으로 브랜드를 분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브랜드가 지향하는 브랜드 철학은 브랜드 공간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브랜드를 사람으로 생각한다면, 브랜드 공간은 브랜드가 살아가는 집이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그렇기에 브랜드 철학이 선명한 공간일수록 공간이 추구하는 페르소나도 명료하다. 앞선 글에서 소개한 산노로 제주만 해도 공간에 브랜드 페르소나가 명료하다. 산 노루는 산 노루 제주의 공간을 두 곳으로 나누어 녹차가 기반은 카페 문화와 차문화를 선명하게 나눈다.
이솝 제주 옆에 위치한 디앤디 파트 먼트 제주와 근처에 위치한 코오롱 숏숏리버스도 마찬가지다.
제주도는 도시와 다르게 지속가능성이 중요한 공간이다. 디앤디 제주와 코오롱 숏숏리버스는 둘 다 스키마 건축사무소에서 리모델링한 곳인데, 리모델링이라는 이름처럼, 공간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 이러한 공간적 맥락과 연결된 이솝 메주는 이솝이 추구하는 지속가능성과 맞물리며 브랜드 페르소나가 강화된다.
이솝 제품에 대한 이미지와 권위는 다른 브랜드가 쉽사리 따라올 수 없다. 특히 이솝을 취급하는 편집샵들을 보면 이러한 부분을 면밀하게 볼 수 있다. 특히 이솝만큼 다른 브랜드 공간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브랜드도 없다. 이솝은 편집샵의 관점을 돋보이게 하면서도, 편집샵 안에서 자신마의 독특함을 자랑한다. 이는 이솝이 가치 표현에 기반을 두고 이에 걸맞은 디자인을 택했기 때문이다.
브랜딩은 브랜드를 '사람같이 키우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브랜드가 추구하는 공간은 브랜드가 지향하는 모습이 담길 수 밖 없다. 그렇기에 브랜드 안에는 브랜드가 가진 다양한 면들이 어떤 형태로든지 담긴다. 제품은 기본이다. 패키지에서부터 시작한 보든 면면들. 브랜드가 가진 다양한 모습들은 공간에 담길 수밖에 없다. 이런 면에서 이솝은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알고 있다. 이솝은 ‘자신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오프라인 공간에서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인다. 이솝에게 있어서 매장은 자신들의 룩북과 마찬가지다.
이솝 제주의 공간 자체는 크지도 작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이솝은 그 작은 공간에도 제주도가 가진 공간감을 최대한 남고자 노력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앞으로 만들 공간은 무엇을 추구해야 할까? 이 질문에 정해진 답은 없다. 하지만 이솝은 언제나 이 질문에 대한 좋은 대답들 우리에게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