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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Jun 21. 2022

코오롱 솟솟리버스 제주, 지속 가능한 공간은 무엇일까?

코오롱이 고민하는 지속 가능한 공간.

코오롱 솟솟리버스: 공간에는 정체성을 담아야 한다.

공간을 기획하는 일도 메시지를 전하는 일이다.

‘이 공간에는  이것을 담았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일. 이것이 공간기획이다. 공간을 만들 때는? 기획의도와 디테일까지 끌어내야 한다. 공간은 포토샵처럼 쉽게 수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브랜드가 만든 공간은 언제나 ‘브랜드가 지향하는 방향이 공간 안에 잘 표현되었는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접근에서 제주도 탑동에 위치한 코오롱 솟솟 리버스는 ‘지속가능성’을 공간에 잘 담았다고 할 수 있다.


제주도는 우리에게 무엇일까?


‘제주도는 우리에게 무엇일까?’이 질문에 대한 대답도 개개인마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에게 제주도는 자연을 보기 위한 공간일 수 있다. 반면에 누군가에게는 올레길을 걸으면서 제주의 구석구석을 느낄 수 있다.’ 올레’란 ‘집으로 돌아가는 짧은 골목길’이라는 뜻이니까. 그 외에도 ‘중국요리’만을 위해 제주도에 가는 사람도 있다.

물론 소셜미디어를 통해 제주도의 여러 공간들이 소개되기도 한다. 디지털 아트 에이전시인 디스트릭트는 제주도에 아르떼 뮤지엄을 열었다. 버버리는 제주도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제주맥주, 산노루, 연돈, 우무, 백종원 등. 제주도를 근간으로 한 브랜드들도 있다. 그렇지만 오직 브랜드가 제주도를 ‘온전히’ 표현할 수 있을까? 쉽게 ‘그렇다'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 어떤 면에서 제주도가 브랜딩을 위한 도구 사용되었다는 관점이 더 옳을 수 도 있다.

제주도 마음샌드는 제주도를 온전히 품고 있을까? 출처:파리바게트

물론 제주 '마음샌드'같이 우도땅콩을 사용한 특산물도 있다. 식자재만큼 그 지역이 가진 특징을 품고 있는 것도 없으니까.  '마음 샌드'가 제주도와 우도를 모두 표현하는가? 쉽사리 답하기 어렵다. 물론 우리는 '마음 샌드'를 통해 우도의 결을 부분적으로 느낄 수 있다. 또한 우무같이 우뭇가사리 푸딩을 통해 제주도와 우무 자신을 알리는 경우도 있다. 산노루같이 오설록이 다루지 못하는 중소형 다원을 다루는 브랜드도 있다. 우리는 제주도를 볼 때 ‘트렌디’하게 접근할 수 있다. 동시에  ‘제주도’라는 날 것. 제주도에서 나오는 모든 부분. 그 자체를 보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전 글에서 이니스프리 제주 하우스를 이야기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탑동에 스며들어가는 건축.

코오롱 솟솟리버스는 디앤디파트먼트 제주, 아라리오 뮤지엄 제주와

만일 공간에서 ‘지속가능성’을 담아내고자 한다면? ‘지속가능성’이 과거에는 어떠했는가? 현재는 어떤가? 미래는 어떻게 나아갈지를 고민해야 한다. 코오롱 솟솟리버스의 건축을 맡은 건 일본에서 리모델링으로 잘 알려진 스키마 건축사무소다. 이곳은 이미 블루보틀 삼성, 성수를 맡은 건축사무소로도 유명하다. 스키마 건축사무소는 블루보틀 일본 매장을 총괄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블루보틀 상하이 매장을 만들었다. [스키마 건축 사무소가 작업한 몇몇 공간은 이미 소개한 적이 있다.] 스키마 건축사무소는 제주도 탑동에서 코오롱 솟솟리버스만 만든 게 아니다. 솟솟리버스 건너편에 자리한  디앤디 파트 먼트 제주 바이 아라리오, 프라이탁 제주도 작업했다.

코오롱 솟솟 리버스는 ‘날것’의 공간감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진지하게 접근했다. 공간은 다소 거칠다. 말끔하게 매장을 만든 디앤디 제주와는 사뭇 다르다.‘같은 건축사무소가 작업한 게 맞나?’라고 말할 정도로 공간 성격이 다르다. 코오롱 솟솟리버스는 제주 탑동의 "보이지 않는 개발" 프로젝트의 후속작이다. 이러한 스키마 건축사무소의 관점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솟솟리버스는 ‘지속 가능성’을 콘셉트로 한 의류 브랜드 매장이기에, 제주도 해안 근처에서 수거된 해양 파편을 공간에 사용했다. 또한 기존 골격을 최대한 수정하지 않고 사용했다.

‘기존 건물을 존중한다. 동시에 새로운 공간을 모색한다. 점을 선으로 연결한다. 건물 간 네트워킹, 동선 흐름을 세심하게 디자인한다” 스키마 건축사무소의 나가사카 조가 지향하는 건축 방항이다. 그는 기존 환경에서 독자적인 시점과 가치를 발견해내는 건축가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건물과 건물 사이에 연결성도 찾아낸다. 예전 것을 허물기보다는 옛 모습을 간직한 상태에서 조화롭게 개발하는 방식을 찾는다. 공간을 통해 다양한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도록 공간을 기획한다. 그는 이러한 것을 ‘보이지 않는 개발’이라고 말한다.


솟솟리버스 공간감: 지속가능성은 날 것 그 자체를 보여줌으로써 시작한다.

코오롱 솟솟리버스 제주, 아리리오 뮤지엄, 디앤디제주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출처: 스키마 건축사무소.

모든 도시는 그들만의 특색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도시문화를 만든다. 도시는 그 ‘도시’만의 문화가 있다. 이를 표현하는 방식이 있다. 하지만 궁금하다. 왜 제주도에서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공간을 만들어야 할까? 서울에서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LVMH는 성수동에 파리 디올 매장을 고스란히 옮겨서 만드는데 말이다. 핫플레이스라면 사람들이 더 많이 찾아올 텐데? 당연히 더 많이 알려지기도 쉽다. 소셜 미 디어로도 더 많이 알릴 수 있다. 물론 소셜미디어를 통해 외부에 알려지는 방법도 있기에, 서울만이 꼭 답이라는 이유도 없다.

코오롱 솟솟리버스는 아라리오 박물관 남쪽 길 건너편에 위치한 세입자 건물이었다. 전통적인 3층 철근 콘크리트 강구조 건물이다. 스키마 건축사무소는 동쪽에서 2층의 1층과 2층을 개조했다. 기존 건물은 일반 상가처럼 외벽에 1층과 2층 사이에 간판이 붙어 있었다. 공간마다 별도 구간으로 구분돼 있었다.

스키마 건축사무소는 이 같은 건물 상태로는 안으로 들어가야 인지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발전'이라는 독특한 매력을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향후 건물을 매력적인 복합용도시설로 탈바꿈시킨다는 목표로 각 구간의 경계가 밖에서 알 수 없도록 간판을 치웠다. 그들은 향후 변화와 발전을 수용할 수 있도록 건물 측면과 뒷면의 건물들은 물론, 건물 상부와 연결했다.


솟솟리버스는 코오롱스포츠의 친환경 프로젝트 공간이다. 고객 손에 닿지 못한 재고들로 만든 재활용 상품을 통해 코오롱스포츠가 추구하는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전하는 곳이다. 코오롱스포츠는 자사의 1, 2년 차 재고를 새롭게 디자인한 ‘코오롱스포츠 리버스’ 상품을 이곳에서만 판매된다. 또한 코오롱 FnC의 3년 차 재고를 재활용하는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 ‘레코드’의 제품도 만나볼 수 있다. 글로벌 패션 스쿨 ‘에스모드’와의 협업 제품도 소개한다. 코오롱은 솟솟리버스에서 지속 가능한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것을 위해 코오롱은 '솟솟리버스'를 ‘지속가능성’이라는 이야기를 던지는 공간으로 ‘초점’을 맞췄다.


“우리의 삶을 둘러싼 다양한 물건들의 수명을 늘리고, 재사용하여 소비재의 낭비를 줄이는 일의 가치를 믿습니다.”라는 코오롱스포츠의 가치가 담긴 곳이라고 볼 수 있다.

'Waste less, Wear Longer’라고 적힌 문구처럼,’솟솟리버스의 공간감’은 날것 그 자체다. 일단 기존 건물의 구조를 그대로 살렸다. 마감재 사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리노베이션을 진행했다. 노출 콘크리트와 천장은 솟솟리버스가 생기기 전의 공간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것은 기존 공간에 담긴 흔적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함이다. 동시에 새로운 시각을 전하고자 노력했다. 이를 위해 마감재를 최소화했다. 매장에서 사용한 테이블과 선반, 의자와 같은 집기류는 제주도에서 수거한 해양 폐기물을 활용해 제작했다. 판매 상품과 매장을 구성하는 집기류에서도 지속가능성을 보여준다. ‘화려한’ 무언가는 전혀 없다.

상품 매대는 스티로폼과 플라스틱 통을 차곡차곡 쌓아 만들었다. 흥미롭게도 제품 진열 자체가 지속가능성을 우리에게 ‘지속가능성과 상품은 무슨 관계 일까?’ ‘화려한 제품 진열장은 어떤 의미일까?’’럭셔리 브랜드의 멋진 디스플레이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화려하지 않은 진열장. 우리는 보다 더 제품 그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코오롱 솟솟리버스제주에서는 상품매대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볼 수 있다.

우리가 집중하는 건 물건인가? 분위기인가?

지금 시대에 브랜드는 아름다움을 포함한 모든 가치를‘실제’로 구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름다움이란 언제나 모호하다. 브랜드는 이 모호함을 구체적으로 전한다. 그 구체적인 모습 하나하나가 사람들에게‘메시지’를 전한다. 예술과 다르게 ‘광고 캠페인’이라는 이름 때문에 우리에게 전해지는 메시지가 상업적으로 보일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제 브랜드가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에 따라서 사람들은 브랜드가 하는 캠페인을 보고, 사람들 스스로가 판단할 줄 안다.


석유기업은 석유에서 뽑아낸 나프타를 통해 무언가를 ‘구현’하게 만드는 재료를 만든다. 코오롱 같은 경우, 원단에서 옷까지 라이프스타일’ 제안’을 하면서도 ’ 인프라’를 모두 다루는 기압이다. 재고품을 재활용해서 옷을 만들 수 있는 이유도 코오롱이 ‘제안’과 ‘인프라’를 모두 다루기 때문이다.

코오롱 솟솟리버스의 상품 진열장은 ‘뭐 꾸민 게 없네? 뭐야?’이러한 말이 튀어나올 정도로 꾸민 게 거의 없을 정도다. 어떤 면에서 블루보틀 성수와 다소 비슷한 느낌이다. 공간을 작업한 건축사무소도 동일하다. 하지만 블루보틀 성수와는 다르다. 블루보틀 성수는 카페라는 성격 탓에 콘크리트가 가진 차가움을 빛, 음악, 사람이 메꾼다. 반면에 솟솟리버스는 ’재활용, 지속가능성’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공간이다. 블루보틀과 공간 성격이 다르다. 오히려 날것의 콘크리트와 페인트는 ‘공간이 꼭 멋저야할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날것의 공간이기에 힘을 얻는 ‘렌털’ 서비스와 전시들.]

내가 솟솟리버스에 방문했을 때는 에어백을 활용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에어백은 자동차 사고 시 생명과 직결되어 조금의 흠결 없이 관리되어 자동차에 부착된다. 조금의 흠결이 있다면? 사고로 이어진다. 하지만 종종 까다로운 테스트에 통과하지 못해 폐기되는 에어백 제품도 생길 수밖에 없다. 솟솟리버스는 테스트에 통과하지 못한 에어백을 여기 솟솟리버스의 설치물로 사용했다. 에어백에 민트색만 더했다.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았다. 

전시공간에는 에어백 원단을 활용해서 제작한 가방, 노트북 캐리어, 패드 커버, 룸 슈즈와 텀블러 캐리어 등 다양한 ‘RE;CODE’ 상품도 같이 소개하고 있었다. 이 같은 전시가 가능한 이유는 솟솟리버스 공간이 ‘날것’. 다양한 물건들을 받아들이는 열린 공간이기 때문이다. 렌털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공간에서‘렌털도 곧 환경보호를 위한 작은 실천이니깐요’라는 메시지는 공간 맥락 덕분에 힘을 얻는다.


'지속가능성'은 브랜드에게 어떤 의미일까?


지속가능성을 두고 우리는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지구의 어떤 상태에 놓여있는가?

1. 지속가능성을 위한 책은 무엇일까? 

2. 우리는 어떤 공간에서 살고 있는가 

3. 어떤 기술이 사회를 바꾸고 있는가?

나이키는 '무브 투 제로'를 통해 지속 가능한 물건을 만들고자 한다.

도시는 도시는 사람을 담은 공간이다. 사람이 살면 도시가 살아난다. 사람이 떠나면 도시가 사라진다. 그렇기에 지속가능성은 단순히 ‘브랜딩’ 혹은 마케팅 용어로 여겨서는 안 된다. 지금 시대는 사람과 기업들이 만든 브랜드가 ‘지속가능성’을 토대로 삶의 터전을 만들고 있다. 코오롱 솟솟리버스와 그 주변 거리는 ‘도시’에 대해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요구한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의 구체적일을 하고 있는 것이 브랜드들이다.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 맥 등 애플 제품군을 생산할 때 전체 소재 가운데 20% 이상을 재활용 소재로 채웠다. 출처:애플

재활용으로 가장 유명한 브랜드 중 하나인 프라이탁은 어떠한가? 프라이탁이 만든 공간은 그 어느 곳보다 멋지다. 공간만으로 끝이 아니다 프라이탁만의 재질과 로고는 그 자체로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다. 애플은 어떠한가? 애플은 2022년 환경 경과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서 애플은 아이폰과 맥 제품군을 생산할 때 텅스텐, 희토류, 코발트 등 재활용 소재의 사용량을 두 배로 늘렸다고 말한다. 또한 업계 최초로 제품 생산에 재활용 금을 활용한다. 게다가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 맥 등 애플 제품군을 생산할 때 전체 소재 가운데 20% 이상을 재활용 소재로 채웠다. 나이키는‘무브 투 제로’ 캠페인을 비롯해 나이키는 재활용 소재를 많은 제품 제작에 사용하고 있다. 현재 나이키는 명동에 위치한 나이키 서울 매장에서 나이키 제품을 수거하고 있다.

한아조와 산노루는 녹차찌꺼기를 재활용해 훌륭한 화장품을 만들었다.

그렇다면 지속가능성을 글로벌 기업들만 하고 있는가? 아니다. 브랜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지속가능성’을 실천하는 브랜드도 있다. 프레인 글로벌 산하의 산 노루는 코스매틱 브랜디 인한 아조와 함께 녹차찌꺼기를 활용해 훌륭한 수딩 오일 및 제품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제품은 올해 네스트 호텔의 그린 베케이션 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큰 기업에서 작은 기업까지 브랜드가 추구하는 지속가능성은 인간 아주 가까운 ‘삶’의 모습을 상상한다. 브랜드는 10,20년 뒤를 바라보기도 하지만 1,2년 뒤. 아주 가까운 미래를 바라본다. 브랜드가 나아가는 방향은 아주 가까운 미래. 구체적인 도시공간을 그려가는 작업인셈이다. 그렇기에 브랜드와 사람이 만들어가는 공간은 브랜딩 그 이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오히려 브랜딩은 ‘삶의 변화와 구체적인 개선’을 만드는 작업에 들어갈 수도 있다. 브랜드는 오히려 삶을 만드는 기저다. 


브랜드가 만든 공간들은 주변에 색깔을 넣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색깔들은 지역을 만든다. 그 지역들이 삼삼오오 모여 지역과 도시를 만든다. 우리가 말하는 수많은 핫플레이스는 이렇게 시작했다. 그렇기에 도시를 만드는 일은 미래를 만드는 일이다. 브랜드가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일은 미래의 초석을 만드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브랜드에는 개인과 기업. 크고 작음이 없다. 어떠한 ‘메시지’를 담고 나아갈 것인가? 이러한 고민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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