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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Oct 14. 2022

이구갤러리: 공간을 통해 브랜드 감도를 전하자.

29CM는 어떻게 공간으로 브랜딩을 하는가?

Chapter 1. 브랜드가 가진 결을 오롯하게 표현하자. 지향하는 이구갤러리.

브랜드를 더 세밀하게 알아갈 수 있는 공간. 29CM가 더현대 서울에 만든 공간인 이구갤러리에 어울리는 말이다. 이구갤러리는 새로운 브랜드를 소개하는 브랜드 큐레이션 공간이다. 매달 전시 주제와 작가에 따라 색다른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브랜드를 소개하기 위해 새롭게 벽을 세우기도 한다. 상자를 쌓아 꽃으로 수놓기도 한다. 공간 색을 바꾸기도 한다. 매달 소개하는 브랜드와 콘셉트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한다. 이곳이 이구갤러리다. 이러한 연유로 이구갤러리에 들어가면 마치 하얀 캔버스 같은 여유로운 공간감을 느끼며 브랜드를 느낄 수 있다.

https://youtu.be/0MkrZgE4iis

29CM는 ‘브랜드 소개’를 해도 이구갤러리 공간이 죽지 않도록 공간을 만들었다. 29CM가 드러나지 않는다. ‘브랜드’만 오롯이 전한다. 브랜드를 온전히 전하는 공간. 29CM는 조용히 브랜드만 놓고 떠난다. 오랜 기간 온라인에서 감도를 축적한 29CM. 그들은 왜 이제야 오프라인으로 나왔을까? 지금은 유행도 존재하지 않는. 모든 걸 묶고 합치고 섞는 시대. ‘감각’이 주도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Chapter 2. 기준이 명료하면 공간은 단순해진다.

29CM가 집중하는 건 상품이 아니라, 브랜드의 감도다. 출처: 29CM

다른 커머스들은 언제나 ‘사람들이 원하는 것'에 집중했다. 29CM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들은 오히려 '29CM는 브랜드를 이렇게 바라본다', ‘29CM는 이런 말을 할 거야’에 집중했다. 이러한 그들의 행보는 사람들이 ‘29CM’를 온라인 미디어로 바라보게 했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공간은 오랜 시간 축적한 큐레이션과 브랜드 스토리텔링을 오감으로 전하는 곳. 자신들의 감각을 더 구체적으로 하는 공간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구갤러리는 29CM가 선별한 브랜드만 알려주고, 조용히 떠난다.
이구갤러리와 다르게 이구성수는 브랜드 큐레이션'도'포함된 쇼룸이다.

이구갤러리는 매달 함께 전시될 브랜드 선정을 메인 브랜드 디렉터 또는  29CM MD들이 직접 한다. 공간의 ‘감도’를 만들기 위해서다. 브랜드 디렉터는 자기 브랜드와 29CM간 같은 지향점을 생각한다. 29CM의 MD입장에서는 이구갤러리와 분위기와 비슷한 브랜드를 하나의 주제로 묶어낼 수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이구갤러리는 ‘상품’이 아닌 ‘분위기’와 ’ 결’에 집중한다. 온라인에서 온전히 전하지 못한 브랜드만의 분위기를 이구갤러리에서 만들어내려고 노력한다. 29CM만의 결에 기반해 브랜드를 소개하려고 노력한다. 이 점이 ‘취향’을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큐레이션 쇼룸인 이구성수와의 차별점이다.

이구갤러리가 고른 첫 브랜드였던 '마르디 메크르디'의 키 비주얼. 클로드 모네의 그림이 떠오른다.

Chapter 3. 이구갤러리, 29CM의 감도를 부드럽게 전하기 위해 선택한 ‘뺼셈’의 공간.


이구갤러리는 29CM만의 ‘감도’로 고른 브랜드를 잘 전하기 위해 많은 부분을 뺐다. 동시에 디테일도 놓치지 않았다. 

스타벅스 리저브와 이구갤러리간의 괴리감은 거의 없을 정도다.

사진은 이구갤러리 옆에서 바라본 스타벅스 리저브다. 사진을 보자. 스타벅스 리저브 주변의 조명, 벽, 천장에서부터 이구갤러리까지 이어지는 동선이 일관적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진한 갈색 벽과 나무 마감은 이구갤러리를 들어내는 모습에서 끝나지 않는다. 스타벅스 리저브까지 와도 통일감이 이어진다. 이러한 세밀함은 이구갤러리를 ‘감도 높은’ 공간으로 만든다.

더 현대 서울 지하 2층의 시작은 스타벅스 리저브의 강렬함에서 시작한다. 

 만일 이구갤러리 조명을 스타벅스 리저브와 동일하게 맞추었다고 생각해보자. 그 다음에 이구갤러리 안에 커피 관련 상품을 놓는다면? 스타벅스 리저브 굿즈 코너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이구갤러리는 ‘열린’ 공간이다.

 

강렬한 스타벅스 리저브 공간에 주눅 들지 않는 이구갤러리.

이것은 낯선 게 아니다. 29CM가 오랜 시간 동안 온라인에서 보여준 모습이다. 이구갤러리의 시도는 온라인이 어떻게 ‘오프라인’으로 나와야 할까? 온라인에서 보여준 큐레이션을 어떻게 오프라인으로 옮길지 알려주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29CM는 ‘부드러운’ 공간을 통해 브랜드를 전하려고 하는데, 그것이 사람을 향한다. 브랜드에나 몰두하지 않는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이구갤러리는 ‘갤러리’라는 목적 그 자체에 매우 충실하다.


Chapter 4. 29CM가 만든 공간에는 ‘감각’이 우선이다. 상품이 아니다.


브랜드 공간에 가면 여전히 제품이 중심이다. 제품이 중심인 공간에서 브랜드만의 '결'이 드러나는 건 쉽지 않다. 29CM는 브랜드 결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29CM는  ‘브랜드’의‘상품적인’ 면을 지워버리고 싶었다. 동시에 브랜드가 가진 풍부한 결을 표현하는 방법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29CM가 집중한 부분은 브랜드 ‘감도’였다. 브랜드만이 가진 감도를 찾으면? 그것을 개인 취향과 연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29CM는 더 나아갔다. 브랜드와 결이 같은 다른 분야의 브랜드를 라이프스타일로 묶으려고 했다. 29CM가 만든 공간에는 이러한 29CM의 방향이 모두 반영되어있다. 이구성수와 이구갤러리 모두.

29CM는 브랜드 큐레이션을 위한 기술적인 부분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우리는 이 브랜드를 통해 어떤 감도을 전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그 구상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 브랜드 디렉터와 MD가 함께 고민한다. 이구갤러리의 공간과 분위기도 이러한 방향에서 나온 것이다. 브랜드 감도에 대한 고민이 공간을 성장시키고, 그 고민이 쌓여 이구갤러리라는 공간을 낳았을 뿐이다. 그 고민이 더욱 확장되어 이구성수로 이어진 것뿐이다. 이구갤러리와 이구성수가 부드러운 공간을 지향하는 이유도 그들이 지향하는 ‘취향’ 높은 감도의 기저가 부드러움이기 때문이다. 29CM는 이구갤러리와 이구성수를 ‘감각의 토양’으로 삼은 셈이다.

29CM가 이구성수 2층에서 선보이고 있는 뉴발란스 PT.

생각하는 방식이 바뀌면 브랜드를 접근하는 방식도 바꿀 수 있다. 29CM가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이러한 바탕이었다. 이를 위해 29CM는 자신들이 축적한 가진 디자인 감각을 총동원한다. 29CM가 쌓은 스토리텔링 역량의 정수가 담긴 ‘온라인 프레젠테이션(PT)’이 대표적인 사례다. 29CM가 ‘PT’를 이구성수에서 오프라인으로 선보이는 건 당연하다.


감각의 중심은 사람이다. 물건이 아닌, 사람이 구현한 감각이 취향을 만든다. 그 시작은 우리가 취향을 자유롭게 전하는 토양에서 만들어진다. 취향을 전하는 토양에서는 감도와 결이 고스란히 자랄 수밖에 없다. 또한 그 토양에서 취향을 가꾸는 사람들의 삶도 담길 수밖에 없다. 같은 브랜드라도 서울, 도쿄, 뉴욕, 교토, 파리 등 모두 다르다. 해외를 볼 필요도 없다. 

이구갤러리와 이구성수가 첫 제안으로 고른 마르디 메크르디만 봐도 우리는 알 수 있다. 브랜드에는 삶과 문화가 담긴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기에 사람이 고르는 브랜드는 모든 취향의 시작이라고 충분히 말할 수 있다. 이구갤러리가 ‘더 현대 서울’에 위치한 이유도 ’ 사람’때문이다.


Chapter 5. 감도 높은 큐레이션을 위한 이구갤러리의 디테일.

이구갤러리는 이구성수와 달리 단독 공간이 아니다. 더현대 서울 안에 있다. 더현대 서울이라는 더 큰 브랜드 때문에 이구갤러리는 ‘상대적’으로 돋보이지 않는다.이구갤러리는 원하지 않아도, 더현대 서울이 지향하는 방향에 합을 맞추어야 한다. 이구갤러리 자체가 경계와 경계. 브랜드를 소개하는 ‘연결’의 공간을 지향하기 때문에 더현대 서울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그러나 이구갤러리는 더현대 서울 안에서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여러 가지 디테일을 선보인다. 그 시작은 ‘향기’다.


’이구갤러리’ 공간 브랜딩의 시작점. ‘향기’

이구갤러리의 향은 모노하 매장에서도 맡을 수 있다.

이구갤러리의 감도는 ‘향기’에서 시작한다. 향기로 유명한 브랜드는? 단연코 이솝니다. 이솝은 전 세계 모든 이솝 매장은 각기 개성 강한 매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파슬리 시드’라는 이솝만의 향으로 사람들에게 이솝을 전한다. 성수, 제주, 교토, 나카메구로 등 어느 매장에 가도 ‘파슬리 시드’ 향은 동일하다. 사람들에게 ‘이솝’이라는 브랜드가 각인되는 건 당연하다. 29CM도 마찬가지다.

이구갤러리의 향은 이구갤러리 매장과 근처 매장에서 맡을 수 있다.

29CM는 수토메 아포테케리와 협업하여 제작한 29CM 시그니처 향을 만들어 이솝같이 자신들이 만든 공간에서 사용한다. 이 시도는 29CM만의 정체성을 전할 수밖에 밖에 없다. 더현대 서울에 입점한 이구갤러리에서 확실히 알 수 있다. 사람이 적은 날, 이구갤러리의 향은 근처 ‘인 사일런스’ 매장까지 이어진다. 사람이 많은 주말에는 ‘모노하’ 매장까지 이구갤러리의 향이 전해진다.


‘오브제 존‘: 브랜드 정체성을 정하는 특별한 공간.

이구갤리리는 오브제 존과 키 비주얼을 통해 사람들에게 브랜드 '감도'를 전한다.

이구갤러리는 브랜드를 소개하는 공간이다. 당연히 브랜드에 따라서 분위기가 달라진다. 이 역할을 하는 곳이 ‘오브제 존’이다. ‘브랜드 이미지를 전하는 ‘오브제 존’은 ‘브랜드 철학’을 오브제로 압축해 전하는데 집중한다. 첫 전시회였던 ‘마르디 메크르디’를 보자. 입구에 전시된 마르디 메크르디의 브랜드 조형물은 거대한 꽃꽂이 같다. 이와 다르게 9월 1일부터 시작한 캐치볼은 신발수납장 같은 ‘이미지’를 연출한다. 우리가 주목할 점은 마르디와 캐치볼의 브랜드 이미지를 연출한 ‘오브제’가 아니다. 이구갤러리가 ‘브랜드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 ‘오브제 존’이라는 공간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더 집중해야 한다.

오브제존은 매달 소개라는 브랜드가 가진 '느낌'에 집중한다.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매달 전시 주제를 비주얼로 강하게 느낀다. 8월에 소개한 브랜드는 마르디 메크르디를 살펴보자. 생명력이 넘치는 꽃들을 오브제 존에 배치했다. 이는 온라인에서 성장한 29CM와 마르디 메크르디가 오프라인으로 뻗어져 나오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마르디 메크르디를 상징하는 로고가 ‘꽃’이라는 점도 한 몫한다. 이렇게 설치된 오브제는 브랜드 정체성을 포함해 29CM기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나왔다는 의미도 전한다.

29CM가 이 오브제 존을 만든 이유는 전시 주제를 전하기 위함만은 아니다. 오히려 이구갤러리의 오브제 존에서 표현하는 감도는 29CM 사이트와 앱에서 전하는 ‘결’과 같다. 29CM는 온라인 감성을 오프라인을 옮기기 위해 공간을 만들었고, 언제나 온오프라인이 같은 방향성을 유지하려고 한다. 이구갤러리가 폴딩도어까지 설치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공간에 유연함을 두기 위함이다.


공간감을 유지하는 나무 프레임과 바닥.

나무, 벽돌아 중심인 이구갤러리의 분위기를 만든다.

이구갤러리는 회색, 흰색, 벽돌, 금속을 사용해 공간에 균형감을 유지한다. 이를 통해 공간 안에 ‘오롯이 스며든다’라는 분위기를 집어넣는다. 이구갤러리가 브랜드를 자유롭게 소개할 부드러운 공간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구갤러리를 더욱 부드러운 공간으로 만드는 소재는 ‘나무 프레임과 바닥’이다. 이 부분은 이구성수에서도 동일하게 발견할 수 있다. 이구갤러리의 공간감이 이구성수에서 확장되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구갤러리는 벽돌 같은 '물성'을 통해 브랜드의 질감이 드러나도록 했다.

 부드러운 공간은 주변에 스며들어간다. 강렬함보다 ‘조화’를 이룬다. 이구갤러리는 이 공간의 딱 중간. 지하 2층에서 공간이 변하는 경계에 있다. 공간이 더현대 서울 지하 2층에 있기 때문에, 부드러운 공간을 지향할 수밖에 없다.

더현대 서울 지하 2층은 입점 브랜드의 분위기를 고려해 기본색을 기반으로 바닥, 천장, 벽 색에 변화를 주었다.

이구갤러리는 더현대 서울 공간을 반영해 자신들이 드러나지 않는 분위기를 택했다. 더현대 서울 지하 2층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더현대 서울 지하 2층은 다른 층과 달리 다양한 장르의 브랜드들이 입점하고 있다. 더현대 서울은 각 입점 브랜드가 각자의 결에 맞는 색과 간판을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다양하게 만들었다. 

더현대서울 지하2층은 아이보리,진한갈색,회색. 이 세가지색에 변화를 주면서 분위기를 만들었다.

지하 2층은 아이보리, 진한 갈색, 회색. 이 세 가지가 공간을 이루는 중심 색이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현대 백화점은 다양한 팝업스토어를 설치할 수 있도록 지하 2층을  다양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입점 브랜드의 분위기를 고려해 기본색을 기반으로 바닥, 천장, 벽 색에 변화를 주었다.

이구갤러리의 주변을 살펴보자. 이구갤러리는 더현대 서울 지하 2층에서 분위기가 크게 변하는 경계에 있다. 이구갤러리 주변의 스타벅스 리저브, 포터 매장을 살펴보자. 이 구역 조명은 주변보다 아늑하지만 다소 어둡다.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 옆을 살펴보자. 모노하와 인사일러스같은 브랜드. 부드러운 분위기를 가진 브랜드가 많다. 이 주변 바닥, 벽, 천장 색은 부드러운 파스텔톤이다. 나이스 웨더, 나이키, 아디다스가 입점한 구역과 다르다.

이구갤러리 근처를 조금 더 살펴보자. 더 현대 서울의 지하 2층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가 바닥에 닿자마자 이구갤러리의 간판이 바로 보인다. 이구갤러리 바닥은 회색 벽돌이다. 회색 벽돌 색깔은 포터와 스타벅스, COOR매장과 바닥, 벽 색깔이 같음을 알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미세한 차이도 발견할 수 있다. Coor매장을 향한 이구갤러리의 한쪽 벽은 밝은 회색이다.

이구 갤러리는 더현대 서울 지하 2층에서 분위기가 변하는 지점에 정확하게 위치한다.

모노하로 이어지는 이구갤러리의 다른 벽은 진한 회색이다. 각기  서로 다른 톤의 회색 벽이다. 29CM는 벽 옆에 갈색 나무 프레임을 넣어 공간이 무거워지는 걸 막았다. 또한 나무 프레임을 통해 사람들에게 공간 전체를 편하게 보도록 했다. 매우 사소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디테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구갤러리가 지향하는 공간. 이구갤러리가 더현대 서울에서 맡은 역할이 무엇인지 명료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리저브에서 본 이구갤러리.

스타벅스 안에 있거나 혹은 근처를 지나가다 보면? 이구갤러리의 조형물을 보고 자연스럽게 이구갤러리에 들어가게 된다. 적지 않은 이들이 20 갤러리 근처에서‘어 마르디다!’라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는 동선과 공간 설계가 만들어낸 반응이다. 주변을 둘러보자. 이구갤러리 주변에는 강한 브랜드들이 많다. 그에 반해 29CM는 이구갤러리라는 공간에 힘을 넣지 않았다. 하지만 힘을 넣지 않았기에, 공간은 더더욱 빛난다.


큐레이션 감각을 차분하게 전하는 ‘가구’들.

이구갤러리의 가구는 브랜드를 드러내는데 사용된다.

가구 배치는 공간에 어떤 색을 담아낼지를 결정한다. 오브제 존에 사용된 가구들은 29CM가 선정한 브랜드 결을 온전히 드러내는데 집중한다. 이구갤러리안에서 중립 색인 회색은 브랜드가 온전히 드러나는 밑바탕이다. 여기에 29CM 각인이 생긴 옷걸이도 공간에 통일감을 준다. 이구갤러리 안으로 좀 더 들어가면 잡화들을 배치하는 진열장이 있다. 과하지도 않게 상품을 진열하는 진열장은 공간에 차분함을 더한다. 수납장 근처에는 오프라인 감성을 키 비주얼을 전하는 액자. 3D 효과를 통해 브랜드의 디지털 요인을 전하는 벽이 설치되어있다. 이 두 벽은 브랜드의 핵심 이미지를 다각적으로 전한다.

이구갤러리에서 가구는 브랜드만 오롯이 드러내려고 하다 보니, 존재감이 덜 부각될 뿐이다.

갤러리 안쪽에 설치된 서랍장을 보자. 이곳에는 여기에 결이 같은 3개의 브랜드가 놓여 있다. 브랜드의 결이 같기 때문에, 설명을 보지 않으면 하나의 브랜드로 착각할 수도 있다. 이처럼 3가지로 나눠 진공 간은 브랜드가 가진 정서. 분위기를 전하는데 집중한다. 이구갤러리에서 ‘가구’는 존재감이 약해 보이지만, 사실은 존재감이 약한 게 아니다. 브랜드만 오롯이 드러내려고 하다 보니, 존재감이 덜 부각될 뿐이다.


Chapter 6. 감각의 시대에 공간 브랜딩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이구갤러리는 29CM가 오랜 기간 동안 온라인에서 브랜드를 표현하는 방식을 오프라인으로 옮긴 공간이다. 이구갤러리에서는 29CM만의 감각과 브랜드가 어떤 ‘합’을 이루는지 알 수 있다. 오히려 이구갤러리는 29CM가 온라인에서 보여준 ‘브랜드’ 감도를 오프라인에서 더 세심하게 보여주고 있다. 다만 이구갤러리는 더현대 서울에서 공간 역할을 ‘브랜드 큐레이션’으로 분명하게 정하고 ‘그것’에 모든 감각을 집중한다.

이는 이구갤러리 자체가 더 현대 서울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구성수는 성수동과 성수 다움과 발걸음을 같이한다. 하지만 이구갤러리는 아니다. 이구갤러리는 ‘더현대 서울에 입점한 편집샵이다’ 이게 나쁜 건 아니다. 더 현대 서울로 유입되는 세분화된 소비층으로 인해 이구갤러리는 브랜드 선정 및 29CM의 오프라인 채널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어떤 면에서 이구갤러리는 ‘더 현대 서울’로 유입되는 사람들을 통해 각종 가설 검증을 해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으로 인해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이라는 거대한 테마를 가진 이구성수와 다르다. 이구갤러리가 ‘브랜드 큐레이션’이라는 한 개의 목표에 집중한 이유도 더현대 서울이라는 큰 존재뿐이다. 이구갤러리가 더현대 서울에서 존재감이 뚜렷한 이유는 ‘목적’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말은 29CM가 ‘자신들의 감각’을 잘 알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구갤러리가 브랜드에 집중한다면? 이구성수는 '제안'에 더 집중한다. 29CM는 공간이 어떻게 브랜딩으로 사용할지 잘 알고 있다.

현재 이구갤러리는 매달 여러 개의 브랜드를 소개한다. 이곳에서 선보인 브랜드들은 이구성수에서 다른 브랜드들과 새로운 해석도 가능하다. 실제로 이구갤러리에서 가장 먼저 선보인 마르디 메크리디는 이구성수의 ‘처음 만나는 가을 : 스웨트 셔츠’ 테마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구갤러리는 이구성수를 위한 ‘안정적인 실험공간’이라고도 볼 수 있다. 또한 이솝이 개성이 강한 매장으로 브랜딩을 하듯이, 29CM도 ’ 29CM만의 결을 가진 개성 있는 공간’을 공간 브랜딩의 중심으로 삼고 있다.

앞으로 펼쳐질 감각의 시대. 공간은 무엇보다 ‘개성’. 브랜드가 지향하는 개성을 전하는데 목표를 두어야 된다. 29CM는 이 같은 방향을 아주 잘 포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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