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밀한 디저트는 그 자체로 행복하다.
지금은 눈으로 먼저 먹고 입으로 먼저 먹는다. 여기서 눈으로 먼저 먹는다는 말은 사진을 먼저 찍는다는 말이다. 빵을 포함해 모든 요리는 만드는 시간에 비해 입안으로 빠르게 사라진다. 물론 손이 적게 가는 요리도 있다. 하지만 빵은 대부분 손이 많이 간다.
F45성수에서 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늘 성수동 빵집을 찾아다닌다. 하지만 종종 주말 운동 프로그램이 끝나는 토요일. 이때는 성수동이 아닌 다른 곳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오늘은 남영동에 위치한 킵햅이다.
킵햅은 ‘Keep Happy’를 줄임말이다. 행복하자. 행복이란 생각하기 나름이다. 나만해도 운동하고 먹는 ’ 커스터드 크림 크로와상 하나만으로 행복하다. 요즘에는 도어 투성수에서 디저트를 먹는 행복도 솔솔 하다. 만일 햇빛이 비치는 12시 오후. 햇살을 맞으면서 킵햅에서 크로캉 에클레어와 바닐라 캔디 크러핀을 먹는다면? 그 자체만으로 행복이다.
그중에서도 에클레어는 그 과정 과정 하나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에클레아 슈 반죽을 만들 때 계란을 천천히 나누어서 넣어야 한다. 재료 본연의 맛을 페이스트리 안에 살린다. 디저트 외양과 향에 신경을 써서 먹는 이로 하여금 먼저 눈과 코와 입으로 즐기게 한 뒤 마침내는 그 마음까지 부드럽게 사로잡는다. 그렇기에 페이스트리는 만드는 사람의 철학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마련이다.
물론 같은 페이스트리도 가격차이가 있다. 가령 발로나 초콜릿을 쓰면 당연히 비싸다. 발로 나사 제품이 비싸기 때문이다. 그래서 칼리 바우트와 발로나 제품을 같이 사용한다. 물론 좋은 재료를 사용하면 언제나 맛이 좋다. 값이 비싸거나 싼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먹는 사람만 납득하면 된다. 하지만 값이 꼭 ‘맛’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내 취향과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가격이 싼 음식이라 해도 의외로 깊은 맛을 발견할 수 있다.
킵햅은 시그니처 크로캉 에끌레어를 반드시 먹어야 한다. 킵햅의 인스타그램에서는 그날그날 나오는 빵들을 포스팅하는데 ‘크로캉 에클레어는 빠지지 않는다. 킵햅은 빵들이 12시부터 나오기 때문에 시간 맞춰서 가야 한다. 만약 2-3시간이 지나면 다 팔린다.
크로캉 에클레어는 주문 즉시 바로 크림을 넣어서 준다. 이 부분은 오뗄두스도 마찬가지다. 아무래도 크림을 넣으면 슈 반죽이 촉촉해지는 게 있으니까. 만일 진열대에 크로캉 에클레어가 없다면 매진이다. 에끌레어는 손으로 잡고 먹어도 좋다. 포크로 가르면서 먹어도 좋다. 나는 손으로 먹는걸 더 선호하다. 하지만 킵햅의 에클레어를 포크로 갈라 먹는 게 더 좋다. 크로캉때문이다.
포크로 에클레어를 가르면 바닐라 빈이 콕콕 박힌 슈크림 이 흘러나온다. 바삭한 에클레어와 함께 크로캉이 ‘바스락’ 거리면서 잘린다. 크로캉은 프랑스어로 ‘바삭한’ 이란 말이다. 손으로 에클레어를 먹으면 이 ‘바스락’ 소리를 들을 수 없다. 바삭한 슈에 바삭한 크로캉. 여기에 시원한 커스터드 크림이 조화롭다. 그것에 세심하게 말이다.
킵햅의 크로캉 에클레어는 에클레어를 만드는 수많은 제작과정을 생각하면 참으로 빨리 사라진다. 에클레어라는 말처럼. 슈 반죽을 굽고. 크로캉을 만드는 시간을 생각한다면, 에클레어가 입안으로 시작하는 시간은 참으로 야속하다.
이 야속한 시간을 채워주는 다른 빵이 ‘바닐라 캔디 크러핀’이다. 에르제의 크러핀과 다르게, 킵햅은 원형통에 크로와상 반죽을 구웠다. 그 덕분에 그 풍채가 늠름하다. 풍채만이 아니다. 그 안에 밑바닥에는 소금 캐러멜소스가 그 위에는 커스터드 크림. 크러핀 위는 설탕으로 코팅했다. 크로캉 에클레어의 바삭함, 차가운 크림. 크림의 단맛을 감칠맛으로 끌어주는 소금 캐러멜. 솔직히 나는 크로캉 에클레어보다 바닐라 캔디 크러핀이 더 좋았다. 에클레어는 너무 빨리 사라졌으니까.
킵햅의 빵은 대체로 세심하고 안온하다. 그 안온함을 가장 잘 느끼기에는 바닐라 캔디 크러핀이 더 좋다. 차분하게 마음을 서서히 깨워주는 빵. 여기에 킵햅의 매장을 둘러싼 커튼에서 비쳐오는 햇빛은 가슴을 촉촉이 적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