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삭함과 크림이 만들어가는 즐거움.
빵은 냄새만 맡아도 군침이 돈다. 고소하고 달콤한 향. 그 자체만으로 기분을 좋다. 빵은 맛 이전에 향에서부터 특별한 음식임에는 분명하다.
이제 조금은 성수동 빵집을 알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연무장길과 성덕정길. 서울숲으로 가는 길을 어느 정도 꿰고 있으며, 누군가 성수동에 간다면 빵집을 어느 정도 추천할 수는 있을 정도로 아는 곳이 많아졌다. 성수동 빵집에 대해 나름대로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설픈 잘난 척이었다. 테니 때문이다
성수역에서부터 시작하는 연무장길 안쪽에 위치한 테니는 프랑스제빵괴 한국맛의 완벽한 조화를 보여준다.
테니를 대표하는 페이스트리는 퀸아망과 딸기슈다. 사실 이곳에서 판매하는 빵은 모든 이에게 골고루 사랑받고 있다.
오늘은 크로롤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일단 성수동에서 내가 본 크로롤은 에르제와 테니다. 크로롤은 '어디가 더 낫다'하는 식으로 고집할 생각은 없다. 단지 크로롤의 특색만을 말해보려 한다. 크로롤은 기본. 바삭함이 어느 정도인가가 중요하다.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맛있는 크로롤은 그 안에 담긴 '크림'이 중심이 아니라는 거다. 오히려 우리가 집중할 부분은 기본을 좋게 만든 크로롤이 더 중요하다는 거다. 기본이 좋으면? 나머지는 알아서 따라온다.
크림이 가득 찬 빵은 언제나 찾는 사람이 많다. 특히 겨울은 크림이 묽어져서 빵이 축축해지는 일이 덜하다. 그래서 조금 더 좋다. 이 시기에는 크림빵을 먹기 마치 좋다. 크로롤도 마찬가지다. 그 안에 크림을 넣으면?
바스락거리는 질감과 크림의 꾸덕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맛있다'는 표현은 양질의 식자재에만 사용할 수 있다. 먹었을 때 맛이 없다면 좋은 빵이라 할 수 없다. 특히 크로롤은 같은 종류라도 크기나 크림에 따라 맛이 다르다. '어느 곳이 기준'이라는 확실한 표준이 될 수 없다.
크로롤은 미각으로만 먹는 게 아니다. 청각이 먼저다. 처음 씹는 순간 '바스락!'거리는 소리. 귀가 즐겁다. 바삭하게 부서지는 크로롤. 바삭한 페이스트리안에서 흘러나오는 쫀쫀함 크림. 입술에 닿는 순간 유독 행복하다. 겉은 바삭바삭면서도 묵직하지만, 가벼운 크림의 질감으로 예상을 깨는 즐거움을 주는 곳이 있다면? 그곳은 단연코 테니의 뉴욕롤이다.
테니의 뉴욕롤. 특히 레몬머랭 뉴욕롤은 토치로 그을린 머랭이 무엇보다 아름답다. 정갈함 뉴욕롤에 올려진 머랭. 그 뉴욕롤을 먹을 때 흘러가오는 레몬 커스터드 크림. 테니의 뉴욕롤은 기본을 지키면서도
'아름다움'을 살리는 데 관심을 기울였다. 바삭한 페이스트리 결안에서 촘촘히 나오는 레몬 크림.행복이 있다면 바로 여기 있다.
세상에서 눈으로 보아 아름다운 것보다 좋은 것은 없다. 빵도 마찬가지다. 보기 좋은 빵은 참으로 보기 좋다. 여기서 아름다움은 빵을 화려한 조각품처럼 만들어야 한다는 게 아니다. 빵으로 하여금 보는 이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해야 한다. 테니의 빵들은 이러한 아름다움에 충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