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기분 좋은 빵을 만나면 언제나 행복하다.
음식은 기다림과 끈기로 만든 보석이다. 음식을 만들기 위한 식재료를 기르는 사람들의 노고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빵을 만들기 위한 밀가루도 마찬가지다. 겨울밀을 파종하고, 여름밀을 수확한다. 농부들은 파종한 종자가 죽지 않게 하기 위해 애쓴다.
아무리 농업이 기계화되고, 존 디어 같은 회사가 자율주행 농업기계를 만들었다고 해도 밀가루, 토마토, 올리브도 사람손을 거쳐야 한다. 그렇기에 세상에 존재하는 빵은 평범하지 않다. 오히려 빵은 일상을 풍성하게 만드는 감각이다. ‘빵드에코’의 빵은 이러한 기다림, 끈기가 담겨있다
빵드에코는 성수동 인기맛집인 ‘소문난 성수감자탕’ 맞은편에 있다. 다만 1층이 아니다. 2층이다. 헷갈리면 안 된다. 잘 안 보인다. 빵드에코는 매일매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날그날의 빵 라인업을 전한다. 오픈런을 하지 않으면? 원하는 빵을 쉽게 못 산다. 일찍 가서 빵을 담아야 한다. 인스타그램 포스팅과 다르게 빵의 절대수가 많지 않다. 나는 아침과 저녁 두 번 갔다. 저녁에는 빵이 거의 없어서 빈손으로 나왔다. 며칠 뒤, 아침에 가서 소시지 바게트와 퀸아망을 골랐다.
가게문구가 재밌다. "우리는 빵쟁이입니다, 우리는 빵 먹는 것, 빵 만드는 일이 좋습니다.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우리의 빵을 나누는 일이 좋습니다."빵드에코. 이들은 단단히 빵에 미친 사람이라는 점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알고 보니 성수동의 유명한 치킨버거집인 르프리크에서 이곳 빵을 쓴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르프리크의 빵이 부드러우면서도 유독 깔끔했었던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빵드에코의 빵은 담백하다. 화려하지 않다. 잔잔하다. 빵드에코에서 빵을 계속 보고 있노라면 미소가 지워지지 않는다. 그윽한 고소한 향. 빵 그 자체가 담백하게 전해진다. 빵드에코는 천연효모인 ‘르방’을 사용해 빵을 만든다. 속이 촉촉하다. 풍미가 확실히 강하다. 풍미가 부드럽고 소시지 바게트 끝의 바삭함. 기분 좋은 바삭함이다. 나는 소시지 바게트와 퀸아망을 골랐다. 소시지 바게트도 마찬가지다. 바삭한 바게트 안에 담긴 소시지. 촉촉한 소시지 육즙에 바게트가 고소하게 뜯겨나간다.
퀸아망은 테니와 사뭇 다르다. 테니와 달리 바삭함을 응축되어 있다. 아마도 크기 차이일 거다. 테니의 퀸아망이 빵드에코보다 30% 정도 더 두툼하다. 테니의 퀸아망이 묵직하면서 쫀쫀했다면? 빵드에코의 퀸아망은 바삭함이 겹겹 압축되어 있다. 그 마무리는 바삭한 캐러멜의 몫이다.
빵드에코의 바삭함은 빵에서 끝나지 않는다. 빵을 종이로 모두 포장해 주는 감각에 한번 더 감탄한다. 푸근함이 넘쳐나는 에르제와는 조금 다르다. 빵드에코의 빵포장은 귀엽고 차분한다. 생각해 보면, 작은 빵이지만, 그 빵을 담는 과정에서도 우리는 쉽게 감동한다.
하물며 한입 베어무는 빵이 주는 행복은 사실 엄청 크다고 할 수 있다. 모든 게 빠르게 지나가는 세상, 오랜 시간 발효종을 키운다. 그 발효종으로 반죽을 만들고 발효시킨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다채로운 빵들. 우리가 보는 빵은 결과물이지만, 그 결과물이 나오는 시간은 결코 길지 않다. 우리가 그 사이에 존재하는 ‘시간’을 기억한다면? 빵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어제보다 1분 정도는 더 포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