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호빵. 정겨운 샤워도우의 맛

정겨운 빵을 만나면 그저 미소만 지을 뿐.

by 경험을전하는남자

샤워도우의 맛을 알게 된 것은 약 5년 전. 직접 발효종을 키워보면서부터다. 그 당시 샤워도우로 유명해진 타르틴의 원서를 보고 무작정 발효종을 키워보았다. 발효종은 매일매일 밀가루를 먹여주어야 한다. 무작정해본 발효종 키우기. 그 과정은 매우 신기했다. 타르틴책에서 나온 그대로 하기에는 한국의 밀가루는 생각보다 다양하지 않았다. 그랴도 구할 수 있는 밀가루는 최대한 구했고, 주어진 환경에서 발효종을 키워나갔다.


샤워도우빵의 겉모양은 화려하기보다는 투박함 그 자체다.


처음으로 구워본 발효종은 정말 부드러웠다. 샤워도우특유의 고소함이 너무 좋았다. 단맛이 아닌 ‘시큼한 ‘ 맛. 유독 그 맛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샤워도우빵으로 샌드위치를 해 먹었을 때. 놀라움 그 자체였다. 빵과 재료가 혼연일체를 이루는 맛. 요리란 화려함이 아니라, 정성과 마음가짐. 재료가 가진 특징을 끌어내는 데 있음을 샤워도우를 통해 깨달았다.

테나, 먼치스 앤 구디스, 빵드에코등등 성수동의 개성 강한 빵집들은 연무장길을 중심으로 퍼져있는 편.

성수동의 많은 가게들은 연무장길 위아래로 많이 퍼져있는 편이다. 빵드에코, 먼치스 앤 구디스, 테니, 엘레먼츠, 에르제, 코끼리베이글, 어니언 등등. 많은 베이커리와 카페들은 연무장길에서 가깝다. 연무장길에서 더 내려한 뚝섬 한강지구와 가까운 성덕정길. 그 길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곳이다. 힙하면서도 공장들이 멋을 이루는 연무장길. 같은 성수동 2가 지역임에도 성덕정길은 연무장과 다르게 차분하다.

성덕정길로 이어지는 길목은 성수동정서 그 자체다.

차분하다고 해서, 그것이 ‘트렌디함’과 거리가 멀다와 아니 다를 말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성덕길은 성수동정서를 잘 담아내고 있다. 이 성덕정길에 누구에게도 알려주기 싫은 빵집. 누구에게나 열려주고 싶은 빵집이 있다. 바로 일호빵이다.

IMG_8908.jpeg
IMG_8891.jpeg
IMG_8907.jpeg

일호빵은 작다. 대부분 성수동 빵집이 큰 편은 아니다. 미엘렛도 작고, 빵의 정석도, 보난자, 포도식빵도 상당히 작은 편이다. 하지만 ‘작다’가 빵의 맛을 전하는 건 아니다. 공간이 작기에, 오히려 빵에 더 몰입할 수 있다. 일호빵도 여타 다른 빵집과 마찬가지로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그날의 라인업을 알려준다. 세련된 말보다는 정감 있는 어투로 말이다.

IMG_8926.jpeg
IMG_8925.jpeg
IMG_8924.jpeg
일호빵은 작다. 하지만 빵의 깊이는 크다.

일호빵은 마치 아이가 커가는 모습과 같다. 일호빵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웃음이 가득하다. 그 인스타그램은 일호빵의 맛과 유독 비슷하다. 동시에 옛것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성수동에도 부합하다. 일호장 사장님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성덕정길을 보았을 때, 제가 딱 찾던 공간이었어요.”

잡곡식빵, 뽀바이 치아바타, 무화과 크랜베리 깜바뉴.

일호빵에서 고른 빵은 무화과 크랜베리 깜빠뉴, 잡곡식빵이다. 뽀빠이 치아바타를 하나 더 챙겨주셨다. 여타 샤워도우빵처럼 시큼하게 끝나면서도 고소한 맛이 단연코 일품이다. 먹으면서도 계속 웃음 짓는 빵이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무화과 깜빠뉴와 잡곡식빵은 냉동보관을 추천하신다. 또한 먹을 때는 프라이팬에 살짝 구워 먹으라고 하셨다. 발뮤다 토스터기도 좋다고 하신다.


무화과 크랜베리 깜빠뉴는 기본에 충실하다. 건 무화과의 찐한 단맛이 포인트다. 무화과만의 꾸덕하고 찐한 단맛이 지나가고 나면, 샤워도우의 시큼함이 밀려온다. 뒤이어 고소한 빵맛이 입안에 가득할 때쯤. 크랜베리의 새콤한 단맛이 치고 올라온다. 프라이팬에 빵을 구우면? 겉면은 바싹하고 속은 촉촉하다. 파스타를 해 먹으면 행복 그 자체다.


잡곡식빵은 고소하다. 잡곡이다 보니 일반식빵에 비해 퍽퍽한 건 맞다. 이 퍽퍽함이 불편하지 않다. 고소한 잡곡맛이 씹을 때마다 입안에 가득 찬다. 건강함을 고스란히 먹는 느낌. 잡곡식빵은 인기가 많은 빵 중 하나다. 뽀빠이 치아바타는 치즈가 포인트다. 부드러운 치아바타와 시금치의 단맛과 고소한 맛이 부드럽게 입안에 가득 찬다. 여기에 치즈가 균형을 잡아준다. 먹고 나면 또 먹고 싶다. 먹을수록 기분 좋다. 빵이 하나씩 사라질 때마다, 여운이 남는다.

정성이 가득한 빵은 늘 그렇다. 누구에게나 알려주고 싶지만, 나만 알고 싶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내가 방문한 날은 F45성수에 가기 전이었다. 대략 오후 5시. 많은 빵들이 이미 품절상태였다. 품절된 빵들은 품절목록에 있다. 얼추보니, 품절되고도 남을 빵들이다.

빵은 인류역사에서 오랜 시간 함께했다. 아시아 쪽이 쌀이었다면? 서구 쪽은 빵이었다. 2차 산업혁명 이후,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빵도 대량생산체재가 변했다. 양산빵이라는 말이 나온 것도 대량생산제채가 갖춰지면서부터다. 대량생산은 시간이 중요하다. 더 많은 빵을 더 빨리 생산하기 위해 발효를 촉진하는 인공 효모 기술도 발전했다. 식품공학의 발전과 정보기술발전은 대량생산을 더더욱 기여했다.

그 이전만 해도 모든 빵은 천연 박테리아와 효모의 작용으로 만들었다. 효모가 발효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새콤한 맛이 생겼다. 대량생산 전에는 사실상 모든 빵이 ‘사워도우(Sourdough)’였다. 단어 뜻대로 ‘신 반죽’. 빵 반죽은 천천히 발효된다.


이 과정에서 젖산이 생성된다. 젖산 때문에 약간 시고 쌉싸름한 풍미가 생긴다. 샤워도우의 ‘샤워’. ‘신’이라는 의미도 이 때문이다. 사워도우를 만들 때는 '스타터(Starter)'라고 불리는 발효종이 중요하다. 발효종은 호밀가루를 조금 가져다가 같은 양의 미지근한 물을 넣는다. 이후 뚜껑을 덮고 따뜻한 곳에 두면 발효종이 만들어진다. 며칠 기다리면 혼합물이 발효되며 천연 효모에서 거품이 생긴다.

이때 혼합물의 절반을 덜어낸다. 이후 밀가루와 물을 더 넣는 과정을 반복한다. 밀가루 안 효모가 곡물의 영양을 먹으면서 성장시키기 위해서다. 발효종은 같은 반죽으로 몇 주, 달, 년 동안 밀가루와 물을 먹이면서 키운다. ‘사워도우’라는 이름으로 통칭되는 빵의 종류는 다양하다. 밀가루에서 호밀까지. 올리브, 무화과, 초콜릿, 시금치, 치즈등을 넣어 만들기도 한다. 요즘은 베이커리뿐만 아니라, 레스토랑에서도 메뉴와 어울리는 특별한 사워도우 빵을 직접 굽거나 식전빵으로 쓰기도 한다. 샤워도우 그 자체가 코스요리의 메뉴로 나오기도 한다.

인스타그램을 포함해 ‘이미지’가 매우 중요한 시대다. 화려하지 않은 샤워도우는 크림빵과 다르게 맛보기 전에는 그 맛을 가늠하기 어렵다. 투박한 모습은 전혀 인스타그래머블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사워도우가 건강에도 매우 이롭다는 점을 알고 있다. 반죽이 발효되는 과정에서 철분과 아연, 마그네슘, 엽산과 같은 영양소가 자연적으로 풍부하게 생겨나기 때문이다. 또한 글루텐이 비교적 긴 발효시간 덕분에, 글루텐이 일정 부분 분해되어 소화도 잘된다.


일호빵

성수동둘레15길11.매주월.화휴무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1ho_bakery/?hl=ko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