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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Apr 24. 2023

고요한 빌딩가에 자리잡은 일본 다실은 어떨까?

오가타 신이치로의 감각, 히가시야마 맨 마루노우치

히가시야 맨 마루노우치 분위기로 부터 나는 경험.

[본글의 전문은 4월 26일까지만 제공됩니다. 그 이후는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서 전문을 읽을수 있습니다.]

히가시야맨 마루노우치의 경험은 두 가지 나뉠 거라 생각한다. 야쿠모사료를 방문한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 나 같은 경우, 야쿠모사료의 사보에서 조식을 먹었기 때문에, 히가시야 맨 마루노우치 사보가 익숙한 편이었다. 또한 히가시야 맨 마루노우치에서 나에게 차를 내어준 직원은 야쿠모사료에서 일했던 직원이었다. 그녀와 나는 야쿠모사료, 다니자키 준이치로가 말한 그림자와 일본인의 미학에 대해 이야기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히가시야맨 마루노우치는 야쿠모사료의 조식 디저트 과 그 느낌이 거의 같다. 그렇다면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야쿠모사료와 조식에서 나오는 디저트와 다를 게 없네?’그런 의미가 아니다. 그보다는 ‘그 결’이 같다는 말이다.  식전과 식후차가 따로따로 있는 야쿠모사료와 히가시야 맨 마루노우치가 같을 리 없다. 오히려 일본 다도에서 말하는 ‘일기일회’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 

히가시야마 맨 마루노우치의 화과자.
야쿠모사료의 화과자

비록 정식 다도는 아니여도 말이다. 히가시야 맨 마루노우치 맨에서 느낀 일기일회는 ‘결을 느끼는 시간’. 브랜드와 사람이 만드는 경험은 ‘결’이라는 것. 특히 결이 같은 브랜드는 경험의 일부를 서로 공유한다면 것을 말한다. 무엇보다도 ‘감각’은 브랜드가 제안하는 ‘결’을 반드시 담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히가시아맨마루노우치는 ‘도심’ 속에서 ‘짧은’ 휴식에 집중한다.

고요하고 적막한 마루노우치

히가시야맨 마루노우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곳이 위치한 도쿄 마루노우치지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JR도쿄역은 크게 두 곳으로 나뉜다. 마루노우치와 야에스. 야에스는 버스터미널과 신칸센 터미널이 있는 곳이다. 교통을 연결하는 곳이다. 야에스지구는 니혼바시와 교바시로 이어진다. 마루노우치 지구는 고쿄를 비롯해 일본 대기업, 금융기관, 정부기관이 모여있는 곳이다. 여기서 마노우치라는 단어 뜻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마루노우치의 뜻은 ‘중심의 중심’이다.

교통의 요지중 한곳. 도쿄역 야에스

그렇다면? 이곳 분위기를 얼추 유추할 수 있다.

중심의 중심. 마루노우치지구는 매우 차분하다.

빌딩이 가득한 마루노우치. 이 지역은 결코 사람을 보듬어주는 지역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마루노우치라는 ‘중심의 중심’이라는 말처럼 사람을 중심으로 끌어당기고 ‘누르는’ 느낌이 강하다. 특히 깔끔하게 정리된 마루노우치 빌딩 가는 더더욱 그렇다. 그렇기에 고층 빌딩의 1층에 자리한 히가시야 맨 마루노우치는 빌딩가에 자리 잡은 다실에 가깝다.


편안하고 고요한 ‘분위기’에 집중하는 공간디자인.


오가타신이치로는 공간을 만들 때 언제나 ‘분위기’에 집중한다. 그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다. 브랜드철학을 ‘분위기’로 풀어낸다. 이솝이 그에게 디자인에 대한 전권을 주면서 매장디자인을 맡긴 이유도 이 때문이다. 히가시야맨 마루노우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야쿠모사료같이 그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곳이다. 브랜드 철학에 집중한 ‘이솝’과는 다르다.


아늑한 조명이 연출하는 불빛. 이것은 빌딩가인 마루노우치의 경직된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그 시작은 야쿠모사료와 야쿠모사료와 마찬가지로 노렌이다. 흰색 노렌. 이 노렌이 사람들을 가장 먼저 맞이한다. 노렌을 거쳐 문을 열고 들어가자. 높은 천장에서 떨어지는 아늑한 불빛이 편안함을 만든다. 천장 자체가 높아 아득함은 배가 된다. 이 부분이 히가시야긴자와 다르다.


히가시야 긴자는 ‘긴자’라는 분위기에 맞춘 탓에 히가시야 맨 마루노우치보다 더 어둡고 아득하다. 조명도 히가시야맨 마루노우치보다 많이 사용했다. 조밀하게 놓여있는 긴자빌딩구조상 빛이 조금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히가시야 긴 자는 그림자 대비가 마루노우치보다 더욱 크다. 좌석 구조도 다르다. 히가시야 맨 마루노우치는 사보에 한 명씩 앉는 바 구조다. 반면에 히가시야 긴자는 여러 명이 앉을 수 있는 구조다. 고요한 분위기는 히가시야 맨 마루노우치와 긴자모두 같다. 하지만 히가시야긴자는 보다 쾌활하면서도 다실에 온듯한 차분함이 강하다. 어떤 면에서 블루보틀과 비슷하다.

히가시야긴자의 노렌.

히가시야 긴자는 노렌도 히가시야 맨 마루노우치와 다르다. 히가시야긴자는 건물 2층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자마자, 곧바로 흰색 노렌이 나온다. 노렌이 나오면 곧장 분재가 보인다. 그 뒤에 바로 히가시야긴자의 화가자 진열장이 나온다. 이 역시도 좁은 빌딩건물에 인테리어를 맞추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무엇인가 상당히 빽빽한 편이다. 히가시야맨 마루노우치는 전혀 다르다. 빌딩 속의 다실을 지향한다. 일단 화가자를 파는 장소는 차분하다. 오가타 신이치로가 디자인한이솝 나카메구로점보다 톤이 밝다. 분위기는 이솝 교토와 비슷하다.

히가시야마 맨 마루노우치의 진열장. 현대적인 일본미로 가득하다.

화과자 진열장은 정갈하다. 전형적인 일본미를 분위기로 느낄 수 있다. 차분하고 정돈된 미니멀한 히가시야 패키징 디자인은 ‘일본미’를 ‘연출’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간결한 상품 진열이라고 느끼기 더 쉽다. 이 패키징은 ‘일본’만이 가진 ‘고요함’ 그 고요함을 연출하는 오브제에 가깝다. 고요하게  연출된 분위기 덕분에 상품진열이 다소 빽빽함에도 더더욱 눈에 잘 들어온다. 이 부분이 히가시야 긴자와 다르다. 

왼쪽이 히가시야마 맨 마루노우치의 화과자 샘플. 오른쪽은 히가시야 긴자.

히가시야 긴자와 히가시야 맨 마루노우치 모두 찹쌀떡 샘플들이 하나씩 전시되어 있다.‘진열’ 느낌이 보다 강하다. 히가시야 맨 마루노우치에도 화가자 샘플이 전시되어 있지만, 히가시야 긴자보다 밝은 탓에 ‘정보’를 전하는 오브제. 그 이상이 되지 못한다. 화과자 샘플이 공간에 스며들어가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말할 수 있다.


겹겹이 사용하는 갈색: 진한 갈색과 연한 갈색의 조화.

히가시야마 맨 마루노우치에서 오가타 신이치로가 지향하는 분위기는 이런 느낌.

‘빛을 조절해 그림자를 겹겹이 쌓아 ‘고요함’을 연출한다.’ 오가타 신이치로가 만든 공간들의 특징이다. 그림자가 연출하는 다양한 연출. 오가타 신이치로가 만든 모든 공간에는 언제나 ‘그림자’가 중심이다. 다니자키 준이치로가 말했듯이, 오가타 신이치로는 ‘일본인이 느끼는 아름다움’은 어두움. 그림자에서 느끼는 잔잔한 어두움에 있다고 본다. 동시에 빛도 중시한다. 어두움을 조절하기 위해서다.

직선이 강조된 현대적인 패키지. 

그는 그림자에 담긴 어두움을 공간에 적지적소로 배치에 고요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렇기에 그는 일본 전통의 ‘무언가’를 사용하지 않는다. 언제나  ‘일본미’가 가득한 분위기를 가진 공간을 만든다. 히가시야 맨 마루노우치안에서 수많은 그림자들은 겹겹이 쌓여서 분위기를 만든다. 히사기야 맨 마루노우치의 공간색은 천장의 아이보리, 화과자구역의 맑은 갈색, 차 진열장의 진한 갈색으로 나눠진다. 사보의 검은색은 빛과 그림자로 인해 숯같이 보인다. 어느 곳에 가도.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세밀함이 아늑하면서 고요한 분위기를 만든다.

화과자 진열장 반대에 있는 차 진열장은 진한 갈색. 화과자 진열장은 밝은 갈색이다. 이 덕분에 진한 갈색과  밝은 갈색 간 강한 대비가 생긴다. 화과자 진열장 앞에서 차 진열장을 바라보면 공간이 극적으로 변한다. 여기에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햇빛. 천장에서 떨어지는 조명은 히가시야 맨  마루노우치안에 아늑함을 만든다.


그림자를 부드럽게 만지는 소재:나무

아카사카에 위치한 토라야 플래그십 스토어.

히가시야마에서 모든 것들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우선적으로 존재한다. 공간이 지향하는 방향성이 구체적이기에,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방해되는 요소를 최대한 감추었다. 이는 백화점이나 다른 과자점들과 비교하면 분명하게 알 수 있다. 가령 아카사카에 위치한 토라야만 해도, 과자와 공간이 서로 겉도는 느낌이 강하다. 그럼에도 토라야의 공간이 훌륭한 것은 토라야는 히가시야처럼 공간중심을 ‘분위기’로놓지 않기 때문이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쌓은 토라야라는 브랜드. 그 자체가 ‘결’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적인 일본미를 분위기로 연출한 히가시야 맨 마루노우치.

히가시야긴자, 히가시야맨 마루노우치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재료는 ‘나무’다. 공간을 부드럽게 만드는 소재는 단연코 ‘나무’다. 철에 비친 그림자는 차갑다. 반면에 나무에 비친 그림자는 아늑하다. 철보다 나무가 따뜻한 건축소재이기 때문이다. 히가시야는 일본 차문화를 다루는 브랜드이기에, 나무를 빠뜨릴 수가 없다. 또한 차를 우리는 데 사용되는 도구도 대부분 나무다.  히가시야마 맨 마루노우치는 ‘차’와 ‘과자’를 취급하는 곳이기에 나무를 사용하는 것이 이는 당연하. 다그러나, 이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이곳에서 사용한 모든 도구는 야쿠모사료와 마찬가지로 오가타신이치로의 그릇 브랜드인 'S'

히가시야맨 마루노우치는 나무 색도 밝은 갈색에서 진한갈색까지 골고루 사용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차에 사용하는 다기, 도구, 인테리어까지 사용한 나무들은 모두 ‘같은’ 결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흐기사야 맨 마루노우치에 사용된 모든 조명과 기구도 오가타 신이치로가 전부 직접 디자인한 것들이다.

나무 질감을 적극적으로 살린 진열장.

화과자 진열장에서는 최대한 금속이 드러나지 않게 했다. 나무를 돋보이게 하기 위함이고, 부드러운 건축을 하기 위함이다. 오가타신이치로 같은 ‘분위기’를 중시하는 건축. 그 건축에 ‘일본미’를 담으려면 ‘부드러운’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나무가 많은 공간을 지배함에도, 히가시야마 맨 마루노우치에서 금속이 가장 많은 곳은 입구다. 그나마 입구도 무광으로 처리해서 최대한 ‘나무’처럼 보이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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