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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May 22. 2023

공간은 감각으로 태어난다.SKWAT/LEMAIRE

intro.


아오야마에는 네즈미술관을 포함해 수많은 럭셔리 브랜드들이 많다. 특히 오모테산도힐즈에서 네즈미술관을 향해 쭉 내려가다 보면 하려 한 브랜드 샵을 보고 눈을 어디에 둘지 모를 정도다. 화려한 브랜드 매장들을 보면서 걷다보면 아주 간결하게 'LEMAIRE'라고 적힌 메장이 나온다. 유니클로매장에서 종종 보았을 르메르. 그 르메르가 맞다. 그런데 그 입구에는 르메르라고 쓰여있지 않다. SKWAT라는 조그마한 간판이 있다.


2019년에 탄생한 SKWAT는 사회의 공간, 문화경계에 도전하여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것을 목표로 하는 예술가와 사상가들 집단이다. 그들은 이미 만들어진 다양한 재료와 접근방식을 사용해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SKWAT는 도시에서 사용하지 않는 공간들을 사람들이 발견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 

무엇보다 SKWAT는 공간, 시각, 출판물, 제품 또는 활동으로 형태를 가진 모든 물건들에 대한 가치를 다시 생각해 만들고자 한다. 그들은 도심의 빈 공간을 일시적으로 사용해 협업을 계속한다. 협업을 통해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벽을 최대한 낮추고자 한다. 동시에 시대에 맞는 감각들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공간’을 만든다. ‘시대와 상관없이 꾸준히 사용되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디앤디파트먼트와는 전혀 다르다. 오히려 SKWAT는 ‘시대에 맞는 디자인을 위해 과거를 재조립한다’라고 봐야 한다.

DAIKEI MILLS가 작업한 시보네 아오야마. 현재 시보네 아오야마는 오모테산도쪽 GYRE로 자리를 옮겼다. 출처:DAIKEI MILLS

SKWAT/LEMAIRE의 디자인과 설계는 건축사무소인 ‘DAIKEI MILLS’와 예술서적을 취급하는 해외 출판사들의 일본 유통을 하고 있는 'twelvebooks'간 대화에서 탄생했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   ‘DAIKEI MILLS’ 이 프로젝트를 ‘무언가’를 알리는 일이 되기를 원했다. 무엇보다 도심 속 빈 공간을 창조적인 방법으로 공간을 최대한 살려서 ‘마음이 평온해지는 공간’. ‘아름다움’에 대한 본질적인 인식을 알리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나무디스플레이는 르메르 매장의 전부라고 보아도 무관하다.

SKWAT/LEMAIRE는 '공간을  최대한 살린다’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이미 있는 것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일에 더 집중했다. 이것을 위해 노출배관과 파이프, 오래된 목조주택 목재등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가구 및 가구자재를 재활용했다. 특히 못이나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목조만 사용하는 키쿠미방식으로 르메르 매장의 매장 디스플레이를 만들었다. 이를 위해 100년 동안 사용된 집 한 채의 폐자재를 재활용했다.

나무 디스플레이는 공간감을 만들어내는 중심. 그 자체다.
키쿠미를 통해 만든 디스플레이 출처: DAIKEI MILLS

키쿠미는 일본신사와 절에 사용된 일본 전통 건축 기법이다. 400년이나 된 키쿠미는 ‘나무’를 구체적이고 세심하게 연결한다. 당연히 나무의 아름다움이 돋보일 수밖에 없다. 일본의 유명 건축가인 구마겐고도 이 기법을 사용해 부드러운 공간을 만들었다. ‘DAIKEI MILLS’는 키쿠미를 통해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일에 최신기술만이 전부가 아니에요. 주변을 눌러 쌓인 기술. 오랜 시간 우리를 둘러싼 방법으로 충분히 지금 시대에 맞는 아름다움을 전할 수 있죠. 다른 공간에 있는 자재들을 최대한 살려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Chapter1. 1층 르메르,”이미 있던 재료를 활용해 보다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자”


SKWAT 프로젝트에 동참한 LEMAIRE 디자이너 크리스토프 르메르와 사라 린 트란은 일본에 친밀감을 갖고 있었다. 또한 자신들의 창의성에 대해서도 일본이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말해왔다. 이러한 그들의 생각은 SKWAT의 디자인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르메르는 1991년 프랑스 파리에서 디자이너 크리스토프 르메르가 만든 패션 브랜드다. 르메르는 ‘시대를 초월한 일상복’ 표방하는 컬렉션을 선보였으며, 이를 기반으로 르메르는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해 왔다. 차분한 색감과 실용적이면서 개성이 넘치는 소재까지 개발한 르메르. 그 특유의 디자인은 드라이 실크 소재의 셔츠나 비대칭 단추 디테일을 적용한 트위스티드 드레스에서 찾아볼 수 있다. 르메르는 사라 린 트란이 2010년에 합류하면서 지금의 합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체제를 갖추었으며 브랜드는 전환기를 맞이했다. 주얼리와 가죽 소재 가방·슈즈 라인의 확장. 유니클로 협업을 통해 다양한 세대에게 사랑받고 있다.

SKWAT/LERMAIR의 르메르 매장은 간결하고 차분하다. 일상 속 아름다움을 녹여낸 르메르 제품이 공간을 이끈다. 인테리어를 하나씩 살펴보자. 나무로 만든 디스플레이가 서로서로 연결한다. 그 덕분에 공간은 매우 차분하다. 화려한 매장과는 거리가 멀다. 르메르 매장이 아니더라도, 여기에 일상 소품을 놓으면 다른 브랜드 매장이 될 정도다.

SKWAT/LEMAIRE에서 주목할 점은 옷이 아니다. 르메르가 생각하는 공간이다. 그들이 만든 옷과 함께 공간. 르메르가 추구하는 브랜드 감각이 스며든 라이프스타일을 봐야 한다.  우리는 1층에서 르메르의 아름다운 실루엣의 옷이, 옷과 공간과 어울리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르메르 매장은 트렌드에 타지 않는 ‘지금 시대’에 일상적인 디자인. 부드러운 건축이다. 나무 디스플레이들을 따라가면서 메르의 공간을 보자. ‘특별하게 나눈 게 없네?’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오직 나무 디스플레이가 공간들을 연결시킬 뿐이다.  이 부분이 SKWAT에서 주목해서 볼 부분이다. 공간인테리어에 집중해서는 안된다. 그보다는  ‘브랜드 느낌이 얼마나 공간을 채울 수 있는가?’ 이 질문을 던지면서 봐야 한다.


르메르 공간을 관통하는 디스플레이를 조금 더 살펴보자. 나무 디스플레이에는 일본의 와비사비정신을 담았다. 물건을 만드는 가치와 철학. 특히 르메르의 옷에 담긴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디스플레이를 통해 드러나도록 했다. 

르메르가 작업한 옷에서는 ‘아방가르드한’ 아름다움 보다는 보편적인 아름다움이 담겨있다. 이 같은 르메르의 결을 담기 새로 벌목한 나무를 사용하지 않았다. 르메르라는 브랜드의 감각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분명하면서도 필수적이었다. 그래서 100년 된 집의 목재는 그 부분을 주워 르메르에 디스플레이에 사용했다. 이것은 목조건축의 재창조개념이자, 기존 목재가 가진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살린 셈이다.


오랫동안 르메르는 일본과 그 문화에 경의와 관심을 가져왔다. 르메르가 파리의 플래그십 스토어에 이어 도쿄에 점포 공간을 만든 일은 브랜드에게 자연스러운 단계였다. 현재 SKWAT/LEMAIR 1층의 르메르매장은 기간한정 스토어에서 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같이 만들어진 ‘투엘브북스(twelvebooks)’의 북스토어. 갤러리 스페이스까지 이곳은 르메르의 컬렉션뿐만 아니라, 브랜드미학을 접할 수 있다.


“우리의 철학에 충실하고 싶어요. 따뜻하고 특별하게 물건 구입하는 경험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생각이 르메르 매장 오픈에 이르게 했죠. 무엇보다 지속 가능한 요소가 높은 건축을 매우 좋아합니다.”무엇보다 지속 가능한 요소가 높은 건축을 매우 좋아합니다.” -크리스토퍼 르메르-


Chapter2. 2층 ‘twelvebooks’. ‘익숙하면서도 낯선 공간’


SKWAT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1층 르메르 매장 외에도 2층에는 ‘twelvebooks’가 만든 서점이 있다. 지하에는 갤러리 스페이스 PARK가 있다. 내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지하 1층은 스탭만 들어갈 수 있었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스탭만 들어갈 수 있었다. 지하의 스페이스 PARK에는  문화와 예술에 열정을 쏟는 LEMAIRE의 감각이 스며들어있다고 한다.

2층은 예술서적을 주로 다루는 ‘twelvebooks’ 매장이다. 매장에는  유럽을 중심으로 한 출판사(50개 이상)의 예술책이 있다. 일반 서점 혹은 예술서점과는 다르게 ‘창고이자 바이어용 쇼룸’을 표현하는데 집중했다. ‘가게’라고 하기에는 누군가 서재 같고, 누군가의 서재라고 하기에는 중고책방 같기도 하다.

  

‘twelvebooks’가 예술서점을 다루는 회사이다 보니 이브 클라인, 소피 칼, 바스키야 등 아티스트들의 사진을 모은 책들. 예술서점이 많다. 예술서점에 초점을 둔 긴자식스 츠타야서점과는 완전히 다른 결을 보여준다.

2층은 1층 르메르매장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노출 파이프로 만든 2층의 계단 난간이 르메르매장괴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간의 연결은 SKWAT가 추구하는 ‘기존자재의 재해석’과 연결된다. 노출 파이프와 콘크리트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소파와 서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서재에는 예술책들이 자연스럽게 놓여있다. 

서재에 놓인 책들도 빽빽하지 않아서 좋다. 모든 서재들이 벽에 오브제처럼 있다 보니 공간이 답답하지 않다. 예술책들은 바닥에도 놓아 친근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동선도 만든다. 서점의 구석구석에는 전구색 형광들을 배치해 공간에 아늑함도 넣었다.

1층 르메르매장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무언가를 설치하거나 만들지 않았다. 기존에 있는 것들을 지혜롭게 활용한 감각이 돋보인다. 창가로 들어오는 자연스러운 빛과 갈색의 책장은 차분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만든다. 서재 구석구석에 놓인 식물들은 콘크리트의 차가움을 환기시킬 뿐만 아니라 계절감을 살린다. 공간을 둘러볼수록 SKWAT지향하는 디자인 방향이 공간 구석구석에 묻어있다.

흥미롭게도 2층은 ‘ 이곳은 이러이러한 공간이다’라고 쉽게 말할 수 없다. 오히려‘각자의 기억’에 따라 생각나는 공간들이 다를듯하다. 누군가에게는 서재다. 누군가에게는 중고책방이다. 미술관 굿즈판매하는 장소, 라운지, 작업실 같을 수도 있다. 이제는 책을 온라인으로 구입하는 일이 많다. 오히려 기억에서 잊혀가는 ‘서점’그 자체를 표현한 느낌이다. 학교 맞히고 문제집을 사러 들른 동네책방느낌 같기도 하다..‘창고’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창고’라고 하기에는 도서관 혹은 미술관과 같은 느낌도 든다.


"twelvebooks는 아름다운 서점으로 흥미로운 책이 갖추어져 있어요. 서점인에서는 2020년 AW의 컬렉션에서 컬래버레이션한 아티스트의 마틴 라미레스와 관련된 책의 셀렉션을 큐레이션 했죠. “-사라 린 트랑-


Outro.


SKWAT/LEMAIRE는 우리를 둘러싼 주변 풍경에서 우리 스스로가 영감을 받으며, 창의력의 기원은 자연의 요소들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공간을 통해  시대가 추구하는 감각을 표현하는데 집중한다. 단순히 디자인만 집중하는 게 아니다.‘지속가능성’까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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