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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Jun 02. 2023

감각은 질문에서 시작해야 한다. 미나 페르호넨 엘레바

아름다움이라는 질문, 감각은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일본의 감각적인 패션브랜드인 미나페르호넨. 미나페르호넨은  '패션과 삶의 디자인에는 경계가 없다'는 신념을 가지고 텍스타일에서부터 의류까지 만드는 브랜드다. 현재 미나 페르호넨은 다이칸야마에 옷과 텍스타일 매장을 각각 따로 운영하고 있다. 

다이칸야마의 미나 페르호넨 매장. 다이칸야마 츠타야 티사이트로 가는 길목에 있다.

미나 페르호넨은 2019년 2월, 도쿄 바쿠로쵸에 "minä perhonen elävä 1”을 오픈했다. ‘엘레바’는 핀란드어로 "생활"을 의미한다. 미나 페르호넨을 만든 미나카와 아키라는이 단어의 뜻을 공간에 고스란히 반영하기 위해 ‘엘레바 1’을 많이 장식하지 않았다. 바닥흠도 그대로 살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하는 공간의 맛을 살리고자 했다.


이곳은 단순한 식료품가게를 떠나 '일상생활에서 오랫동안 소중히 사랑할 수 있는 제품과 세심한 제작을 하는 작가들과 만나는 장소를 콘셉트'로 하고 있다. 바쿠로초는 예전부터 섬유 거리로 알려져 있었다. 최근에는 예술도시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미나 페르호넨이 바쿠로초를 선택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미나 페르호넨 엘라바 I’은 도기와 식품을 다루는 가게다. 평범한 일상에서 사용하는 식기뿐만 아니라 작가의 도기 작품도 다룬다. 산지 직송의 유기농 채소와 과일, 내추럴 와인, 조미료, 통조림, 건어물, 구워진 과자 등을 엄선해 판매한다. 예를 들어, Ome Farm에서 재배한 유기농 채소, 후쿠다 상점의 말린 고구마, 하코크래프트 콜라 등이다. 나는 하코 크래프트 콜라키트를 구매했다. 직원분은 설탕 1킬로에 설명서를 참고해서 콜라시럽을 만들고 탄산수에 타먹으라고 했다.

엘레바에서 구매한 하코 크래프트 콜라키트.
2층의 차분한 분위기는 미나 페르호넨의 브랜드미학을 유독 닮았다

2층에서는 나무나 도기를 포함한 독특한 예술작품들도 전시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작가들의 협업작품도 전시하고 있다. 마치 상점과 같으면서 갤러리 같은 공간 안에서는 일상 속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손글씨로 쓴 상품소개에서 ‘엘라바 1’만의 결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손글씨로 써넣은 상품 소개. 제품 하나하나 열과 성의를 다해 선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요즘은 이게 인기가 있다. 이게 트렌드야!’라는 흐름보다는 관점에 맞는 품질과 역사, 스토리, 디자인을 가진 물건을 선보이는 일은 쉽지 않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쉽게 구하는 요즘은 더더욱 그렇다. 오히려 ’ 엘레바 1’에서는 작으면서도 강한 브랜드들이 서로 응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응원이 만들어내는 모습 중 하나도 심미안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작고 작은 '엘레바 1'은 생각보다 볼 게 없다. 그렇지만 조용한 분위기와 채광은 많은 걸 생각하게 만들고, 심미안. ‘아름다움을 찾는 안목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멋진 편집샵은 많지만 생각하게 만드는 편집샵은 귀하다. 특히 ’ 엘레바 1’같이 심미안의 장소로서 사랑받을 수 있는 브랜드를 세심하게 전시한 공간은 찾기는 더더욱 어렵다.


심미안은 왜 중요할까?    


코로나 이후, 브랜드는 공간과 제품을 통해 사람들의 안목을 이끌고 있다.

엘레바를 방문한 날에는 공간을 메우는 음악이 참 좋았다. 날도 좋았다. 작은 공간이지만 한참을 머물렀다. 통 창 안으로 들어오는 봄 햇살은 무척 따스했다. 따스한 빛은  공간 곳곳을 어른거리며 비추고 있었다. 쇼룸, 식료품점, 편집샵을 겸비한 공간은 경계를 구분 짓지 않았다. 그 무엇보다 미나 테르호 펜의 결이 공간이 녹아 있었다. 단순히 가구를 배치하고, 멋진 조명을 걸어놓는다고 해서 그곳이 좋은 공간이 된다고 할 수 없다. 공간을 둘러싼 햇빛과 정서를 공간과 함께 숨 쉬게 해야 공간이 색깔을 갖는다.

라이프스타일은 자신만의 감각. 심미안에서 이어진다. 도쿄 편집샵은 특정한 스타일과 일정한 취향에 집중한 공간들이 많다. 서로 다른 취향이나 스타일을 자연스럽게  섞어가며 새로운 느낌을 만들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건 ‘심미안’이다. 심미안의 사전적 정의는  ‘아름다움을 살펴 찾는 안목’이다. 누군가는 심미안은 '선천적으로 타고나야 한다'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아름다움을 살펴 찾는 일. ‘그 자체’가 끊임없는 고민과 보는 일에서 시작한다. 어떤 면에서 과거 미술이 하던 일들.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안목'을 전하는 일들을

이제 '브랜드'가 하고 있다.  

‘무엇이 아름다운가?’ 그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도쿄편집샵들이 특정한 스타일이 있다고 해도 그 편집샵들의 톤 앤 매너들이다. 자신에게 와닿는 게 없을 수도 있다.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한 것이 ‘아름다움을 모른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내 관점과 맞지 않아.’라고보다 새로운 무언가를 찾을 수도 있다.‘아니다’를 알기에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찾게 되는 것이다.

‘미나 페르호넨 엘레바 1’는 이러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2층의 공간에서 선보이는 물건들은 많지 않다. 적은 물건들. 그 물건들을 하나로 모아보면 ‘관점’이 된다. ‘패션’은 보통 의식주에서 가장 먼저 앞서간다. 그다음이 음식과 공간이다. 그렇다면 우리 일상 안에서 의식주가 퍼지는 흐름으로 존재한다면? 그렇다면? 의식주정, 의식주도등 의식주가 만드는 결들. 소위 라이프스타일을 다루는 ‘편집숍’은 그런 우리 모습을 구현해 놓는 장소여야 하지 않을까?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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