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험을전하는남자 Feb 08. 2018

도쿄지하철 풍경 (1)

서울과 비슷해 보이나 사뭇 다른 도쿄


도쿄 모노레일을 타고 하마마쓰쵸역에 오면
도쿄에 처음 왔을 때가 매번 생각난다.


JR하마마쓰쵸역과 아사쿠사/오에도 선 다이몬 역으로 가는 개찰구에서 혼자서 멍 때렸던 순간.

어색하게 도쿄 모노레일 표를 넣으면서 뒤에 오는 사람 눈치를 힐끗 봤다.

교통카드를 만들어야 하는데 어디 가서 하는지 몰라서 역무원에게 물어서 만들었던 기억.

하지만 지금은 스이카 카드로 자연스럽게 모노레일 표 값을 결제하고

다이몬 역으로 가기 위한 엘리베이터는 귀찮아서 그냥 계단으로 간다.

처음 도착했을 때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 지하철 노선도를 매번 찾았다.

이제는 목적지만 알면 얼추 지하철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안다.


 2016년 여름에 처음 도쿄에 와서 지하철 노선의 복잡함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JR 야마노테선과 주오선은 노선역을 대부분 외워버렸다.

이제는 도쿄에 가도 지하철을 타는 일에 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지하철을 타는 일이 능숙해진 것은 결코 쉽게 된 일이 아니다.


처음 도쿄에 도착한 지 이틀째 날 오전 하라주쿠역에서 지하철 지도와

여행에 관한 모든 자료를 잃어버렸다.

그러나 재밌게도 당황하기보다는 뉴욕의 기억이 먼저 떠올랐다.

뉴욕에서는 도착한 날에 지도와 여행 책자를 잃어버렸다.

그 때는 현지지도를 얼른 구했고 각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최대한 지역들을 외우려고 했다.

그 기억을 떠올리며 도쿄 지하철 노선을 최대한 외웠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한번은 피곤해서 신주쿠로 가는 열차가 아닌 지바로 가는 열차를 타기도 했다.

열차를 타고 30분이 지나도 신주쿠역는 나오지 않았다.

열차 안사람 수는 점 점 줄어들고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황급히 열차에서 내렸다.

어두운 밤에 황량한 분위기속에서 어찌할지 몰라서 당황했다.

스마트폰 배터리도 없었다.겨우 정신을 차리고 내가 지바방향으로 온 것을 알았다.

다시 신주쿠행을 타고 30분이 아닌 1시간이 걸려서 신주쿠역에 도착했다.

(그나마 다행인 일은 내가 신주쿠로 다시 가려고 탄 열차가 막차 전 열차였다는 것이다.)

대략 1시간동안 나는 지나가는 역 이름을 하나씩 듣고 숙지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하철 노선을 숙지하게 되었다.


지하철역과 지리를 익히려고 노력하다 보니 자연스레 도쿄 지하철 안 밖 풍경을 많이 보게 되었다.

지하철에서 보는 도쿄 풍경은 도쿄타워, 모리타워 등 도쿄를 '위'에서 보는 것과는

다르게  도쿄를 바라보는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세상에 버릴 것일은 없나 보다. 지도를 잃고 추억을 얻었다.


JR하마마쓰쵸 역에 들어서는 순간 진짜 도쿄 여정이 시작되었음을 느낀다. 캐리어를 끈 여행객들이 아니라 도쿄에 사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사람들 일상도 시작이고 내 여행도 시작이다.지하철은 언제나 그 시작에 있고 끝에 있다.

마츠모토준과JAL이 보인다면 이곳은 하마마쓰쵸!

도쿄에서 가장 많이 보게 될 JR야마노테선이다. 열차에 그어진 녹색선이 이 노선을 상징한다.

어느 곳을 가더라도 이 녹색은 항상 JR야마노테임을 기억하자.역마다 녹색안내판에

항상 열차 방향이 적혀져있다.

(JR 야마노테선/ 이케부쿠로 신주쿠방향,JR야마노테 도쿄/우에노/아키하바라 이런방식이다.)

이른 아침 지하철을 타면 지하철역에서 예측하지 못한 멋진 하늘도 볼 수 있다.

지하철을 타자.

지하철속 사람들을 보자.지하철속 군상을 관찰 하는 일은 여행지의 일상에 들어가는 첫 걸음이다.

사람들이 사는 곳은 조금 차이가 있을 뿐이다. 사람들이 사는 모습은 얼추 비슷하다. 지하철에 앉아서 스마트폰을 하는 풍경은 서울이나 도쿄나 똑같다. 언어만 달라졌을 뿐이다.


한국에서는 이제 찾아보기 힘든 스크린도어 없는 지하철.
한조몬선 미쓰코시마에역에서 키요스미시라카와역으로 가는 열차를 기다리는 모습.

스크린도어가 없는 긴자 선. 스크린도어가 없는 지하철을 본 것은 정말로 오래간만이다. 한국에서는 부산 몇몇 지하철역을 제외하고는 모든 역에 스크린 도어가 설치되어있다.

긴자선에서는 오히려 옛날 서울 지하철 모습을 보는 묘한 향수를 느낄 수 있다.

긴자선은 지하철 차량이 전부 노란색이다.

(긴자에서 '긴'은 '金'이다. 즉 재물을 뜻한다. 그래서 돈 색깔인 노란색이라고 혼자 생각했다.)


오에도 선 다이몬 역.

JR 야마노테선은 지상으로만 운행을 하기 때문에 창문을 통해서 밖을 계속 볼 수 있다. 아무리 지하철이라도

선로는 한국하고 비슷하다. 한국 하고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일본 전통건물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면

'아~내가 도쿄에 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풍경들이 불쑥 튀어나온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 출근시간대 지하철역 사람들의 모습은 한국과는 비교불가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나오기 시작한다. 출근시간대에 지하철 이동은 최대한 조심하는 편이 좋다.

물론 일부러 일본의 러시아워를 경험하는 일도 좋다.

JR노선은 지상으로 다녀서 제일 편하지만 도쿄메트로와 도에이선은 각 노선마다 환승역이 다르다.

이 때문에 안내판을 항상 숙지할 필요가 있다.보통 여행지에 도착한지 하루정도면 어느정도 알게 된다.

JR, 도에이, 도쿄메트로 이렇게 세가지만 기본적으로 알아두자.


JR도쿄역의 모습이다. 겉은 멋지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수많은 사람과 미로같은 길때문에 정신을 뺴놓는다.

도쿄 지하철 풍경에서 백미는 창문이나 지하철역 주변이 아니다.

서울은 지하철을 운전하는 기관실과 열차가 막혀있어서 지하철이 앞으로 가는 모습을 절대로 볼 수 없다.

그렇지만 도쿄 지하철은 기관사가 열차를 직접 운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KITTE 빌딩위에서는 도쿄역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습니다. 전망대에서 보는 도쿄역은 의외로 신기합니다.

도쿄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 많은 풍경들을 보게 된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도쿄 지하철의 하이라이트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 그곳은 바로 지하철 기관사 뒤에서 열차를 기관사 시점에서 보는 일이다.

이 장면이 서울과 도쿄 지하철 차이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진이다.

열차가 앞으로 가는 모습을 직접 보는 일은 생각보다 흥미진진하다.

열차를 타고 다음 역까지 여정을 기관사 뒤에서 바로 보는 일은 놀라운 경험이다.

도쿄에서 지하철을 타고 단순하게 '이동'만 한다고 생각하지 말자.

이동하는 순간에 인생에서 경험하지 못할 소소하지만 놀라운 광경들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 야스쿠니신사:불쾌함과 마주하는 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