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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Sep 11. 2023

도쿄브랜드들은 공간재료를 대비시켜 브랜드를 표현한다.


브랜드 공간 자체가 브랜드의 살아있는 표현이 되는 시대다. 이제 브랜드가 만든 공간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전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더욱이 사람들이 브랜드 공간 안에서 브랜드를 체험할수록, 사람들은 브랜드와 더 깊게 연결되며 브랜드를 보다 더 현실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츠타야 셰어라운지의 경험은 그곳을 이용해야 알 수 있다

우리는 옷을 입을 때 옷의 감촉을 느끼듯이, 브랜드 공간도 우리에게 감각적인 경험을 전한다. 브랜드가 만든 공간들이 우리의 감각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감각들은 우리를 감동시키고, 주변 사람들도 함께 놀라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감각을 자극하는 브랜드 공간에 가면 반사적으로 사진을 찍고, 사진각도까지 신경 쓴다. 이러한 사람들의 작은 감각들이 조금씩 모여 브랜드만의 유일한 감각을 만든다. 즉, 이제 브랜드에게 공간은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닌, 브랜드정체성을 표현하는 곳이다.

29CM가 성수동에 만든 이구성수. 29CM의 브랜드감도를 공간에 고스란히 담았다

무신사는 무신사스탠더드와 무신사 테라스라는 공간을 조성하여 독특한 브랜드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특히, 무신사스탠더드의 홍대점은 단 한 년 만에 백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기록했다. 무신사의 계열사인 29CM의 이구갤러리도 더현대서울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두며, 성수동의 이구성수는 계절마다 다채로운 팝업과 이색 공간을 선보이고 있다. 브랜드 공간이 반드시 세련되거나 화려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얼마나 브랜드의 정체성을 잘 반영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러한 특징은 브랜드가 선택한 공간재료와 조형요소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특히, 서로 대비되는 재료를 사용해 공간을 만들면? 브랜드 공간은 더욱 두드러지고 독특하게 변한다.


1. 스쾃/르메르.

'SKWAT'은 2019년에 탄생한 예술가와 사상가들의 집단이다. SKWAT는 도심의 빈 공간을 새롭게 만드는  협업을 진행하는데,그들은 공간 안에 이미 있는 재료들을 활용한다. 'SKWAT/LEMAIRE'도 그 결과물이다.  그들은 'SKWAT/LEMAIRE'매장을 만들면서 노출 배관, 파이프, 오래된 목조 주택의 목재 등을 재활용했다. 특히  ‘’SKWAT’는 100년 된 폐가의 주택 목조를 재활용하기 위해 못이나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목조’만 사용하는 ‘키쿠미’ 방식을 사용해 르메르 매장의 디스플레이를 만들었다. 


SKWAT는  '기존 공간에 있는 것들을 최대한 활용'해 공간을 만들기 때문에 'SKWAT/LEMAIRE’ 내부는 소재 간 대비가 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SKWAT’가 대비가 심한 공간을 의도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를 ‘공간’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봐야 한다.

사진을 보자. 공간을 만들기 위한 재료 간 대비가 매우 크다. 공간 간 통일성은 약하다. 마치 공간이 분리되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게 중요하다. 한 공간이 두 개로 분리되었다는 느낌. 르메르의 디스플레이만 돋보인다. 오히려 르메르만 돋보이면서, 르메르 옷이 가진 감도가 더 선명하게 전한다. 르메르만 부각될 뿐, 다른 어떠한 것들도 보이지 않는다.  'SKWAT/LEMAIRE’ 안에서 공간소재를 대비시켜 공간콘셉트를 잘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즉,  'SKWAT/LEMAIRE’ 안에서는 르메르의 공간 자체가 르메르라는 브랜드를 표현했다고 말할 수 있다.


2. 렉서스미트 히비야.

렉서스는 도요타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다. 렉서스 자체가 자동차브랜드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금속’을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렉서스는 이런 면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렉서스는 렉서스미트히비야를 만들면서 금속을 배제하는 일은 전혀 하지 않았다. 오히려 금속과 나무를 균형감 있게 대비시켜 공간을 차분하게 만드는데 집중했다. 이 덕분에 렉서스 미트 히비야는 그 ‘공간’ 자체로 렉서스 브랜드를 공간으로 풀어냈다. 

렉서스가 렉서스 미트 히비야에서 집중한건 ‘금속’을 표현하는 방식과 두께다. 일단 렉서스는 금속을 ‘곡선’으로 표현하기로 했다. 여기에 금속 제품들은 대부분 철 얇은 형태로 사용했다. 렉서스미트 히비야에서 금속을 가장 많이 활용한 곳은 '바'다. 

사진을 보자. 렉서스는 바의 천장디자인 모티브를 자동차휠에서 가져왔다. 자동차휠을 연상시키는 천장 조명을 얇고 둥근 파이프 형태로. 마치 금속공예같이 천장등을 만들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천장아래에도 자동차휠에서 모티브를 따온 조명을 만든 후, 그 옆에 유리잔을 놓아 금속의 차가운 질감을 상쇄시켰다. 또한 테이블에 놓은 전등도 자동차휠에서 모티브를 따온 금속공예전등을 놓아 금속성을 상쇄시켰다.

렉서스미트 히비야에서 렉서스가 집중한건 자동차의 아름다움이다. 렉서스는 렉서스 차량이 가진 고유한 아름다움을 공간으로 풀어냈을 뿐이다. 이미 만들어진 지 4년이 지난 공간임에도, 변함없이 렉서스를 느낄 수 있는 이유는 렉서스가 렉서스미트 히비야라는 공간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즉, 렉서스미트 ‘렉서스’라는 느낌을 ‘공간’으로 보다 사용자중심으로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3. 시보네케이스

많은 공간의 벽들은 대부분 나무로 만든다. 나 역시도 카페, 스테이크하우스. 사무실공사를 했다.본격적으로 공간을 만들 때는 목공들이 와서 나무로 벽을 만든 후 마감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부분을 고려한다면?

소재를 대비시켜 공간을 만드는 일은 자칫 공간을 애매하게 만들어질 수 있다. 따로따로 논다고 해야 할까?

시보네케이스는 이런 부분을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긴자식스의 공간감까지 고려해 공간을 만들었다.

그 핵심은 진열장이다. 시보네 케이스는 철과 나무라는 재료의 특징을 면밀하게 파악해 각 재료들이 공간에서 풍성히 드러나면서도 시보네케이스만의 느낌을 만드는 일에 성공했다.

사진을 보자. 시보네케이스는 공예품과 예술작품을 판매하는 공간이다. 공예품이다 보니, 금속보다는 나무와 유리제품이 많다. 쇼룸을 중심으로 공간을 꾸린 시보네와는 다르게, 상품 중심으로 공간을 만들었다. 이것은 시보네 케이스가 다루는 제품 때문이다. 

시보네의 공간 브랜딩기획력이 뛰어난 건 유연함이다. 무엇보다도 시보네는 ‘상품’에 대한 충부한 이해를 바탕으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공간을 만든다.  ‘책’을 기반으로 ‘맥락’을 구축하는 츠타야와 다르다. 오히려 시보네는 모든 기획을 ‘상품’에 대한 이해와 상품과 상품이 만났을 때 ‘감도’에 집중한다.

사진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사진은 시보네케이스의 벽이다. 시보네는 벽에 액자를 걸어두어 나무의 질감을 먼저 강조했다.옆에는 금속장식품이 있다. 천장에는 릴조명이다. 하지만 유리조명도 같이 설치했다. 마지막으로 벽에 그림을 그려 넣어벽에 유연함을 넣었다. 이렇게 시보케이스매장의 벽은 나무, 철, 유리가 각기 서로 다르게 대비를 이루면서 조화를 이룬다.


4. 블루보틀 에비스

일본 블루보틀 매장의 디자인을 전담하고 있는 스키마건축사무소는 주변과의 관계를 고려하는 공간을 만든다.블루보틀 에비스도 마찬가지다. 블루보틀 에비스는 JR에비스역에 있다. JR에비스역은 사람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지하철역근방이다 보니, 공간자체가 무거운감이 적지 않다. 스키마 건축사무소는 이러한 부분을 고려해 바닥색을 최대한 통일시켰다. 에비스 매장 절반높이에 벽돌을 사용해 에비스역과 동질감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그 주변에는 전부 나무를 사용해 벽돌에서 나오는 건조함을 상쇄시켰다. 


5. 시세이도테이블

시세이도테이블은 철, 돌, 나무 간의 적절한 대비를 사용한 시세이도 더 테이블만의 세련된 공간감을 만들었다. 시세이도는 시세이도팔러, 시세이도 에스파크, 시세이드 더 테이블등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시세이도는 다른 어떤 브랜드들보다는 ‘공간’이 브랜드라는 사실을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시세이도는 ‘내면과 외면’을 강조하는 브랜드철학에 맞게 시세이도 더 테이블도 다듬었다.

시세이도 테이블에서 찾아볼 수 있는 주요 재료들은 철, 돌, 나무다. 이 재료들은 시세이도 테이블에서 다양한 ‘그림자’를 만든다. 다양한 ‘그림자’가 공간에 가득하기에 공간은 세련되면서도 차분하다. 이러한 공간에 놓인 수많은 책들은 이곳을 오는 방문객들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 


사진을 보자천장에 매달린 검은색 조명은 차분한 시세이도 팔러를 고요하게 끌고 간다또한 창가 주변의 쿠션과 흰색 커튼은 검은색이 강한 공간에 대비를 넣어 공간을 드라미틱하게 만든다공간을 구성하는 소재들이 서로 대비되지만동시에  대비가  드러나지 않는 오히려 조화를 이루는 그곳이 시세이도 테이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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