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험을전하는남자 Sep 12. 2023

도쿄브랜드들은 공간을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공간은 브랜드다. 아니, 이전부터 공간은 브랜드였다.


공간이 브랜드가 된다는 말은 사람에게 무언가 대단한것을 제안한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브랜드는 사람들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게 할지 제안하기 이전에,브랜드 스스로가 추구하는 감각. 그 자체를 브랜드 스스로 표현할줄알아야한다.  오늘이야기는 여기서 시작한다.

공간은 건축공학적으로 지어진 구조물이다. 특히 새로운 공간들은 이 세상에 없던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고 할수도 있다.공간안에서는 인간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풀어갈 수 있다.공간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공간은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관점이 달라진다.

 공간을 디자인관점에서만 본다면 그건 인테리어의 영역이다.그곳을 크고 작은 식물로 채우면? 그건 조경 디자인이다.그 안을 제품으로 채운다는 그건 비주얼 머천다이징 디자인이다.같은 공간이 있다고 해도, 무엇을 채우는가? 무엇을 놓는가에 따라서 디자인이 달라지는 셈이다. 당연히 디자인에 따라, 사람이 느끼는 경험도천차만별이다. 그렇다면? 공간을 채우는 관점을 브랜드로 본다면? 그 공간은 그때부터 브랜드디자인. 브랜딩의 관점으로 변한다.무엇보다도 브랜드는 사람이 만들기에, 공간을 브랜드로 채우는 일은 사람의 관점. 감각을 표현하는 일이다.

공간을 브랜드로 채운다는 말은 단순히 상품을 놓는다는 말이 아니다. 건축과 인테리어, 가구와 식물등 공간을 구성하는 모든 경계를 넘나드는 일이다.공간에 브랜드를 담는다는 일은 공간 그 자체뿐 아니라 '공간에 머무르는 사람에 대한 생각'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공간이 브랜드가 되는일은 브랜드감도에 맞게 물성과 빛을 다루고,브랜드의 결에 맞에 인테리어에 접근해야한다. 공간을 하나의 덩어리가 아닌, 공간과 공간속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상상해야한다.즉, 이제 브랜드는 공간을 통해 사람들에게 무언가 제안하는걸 넘어 공간 그 자체가 ‘브랜드’가 되어야한다. 도쿄에서 대표적인 곳이라면 역시 '츠타야다.



1.다이칸야마 츠타야 티사이트.

지금까지 츠타야는 ‘책’과 잡화를 가져와 제안을 ’ 구체적으로’ 했다. 츠타야가 한 일은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묶고 엮는 일, ‘편집’이었다. 사람들은 츠타야의 제안을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느꼈다. 그러나 ‘공간’을 브랜드로 만드는 일은 전혀 다르다. 오히려 사람들이 공간에서 ‘츠타야만의 감도’를 느껴야 한다. 즉, 츠타야 셰어라운지는 츠타야에게 리브랜딩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다이칸야마 츠타야 티사이트의 오전과 오후분위기는 크게 다르다. 일단 다이칸야마 츠타야의 오전 분위기를 만드는 일등 공신은 숲과 나무들이다. 건물 창가에서 보이는 나무들. 그 자체로 공간을 상쾌하게 만든다. 이와 다르게, 다이칸야마의 오후 분위기를 만드는 주인공은 조명이다. 해가 지고 어두워진 다이칸야마의 츠타야. 이 시간이 되면 나무도 하나의 어두운 기둥에 불과하다. 그 어두움 사이에서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드는 게 조명들이다.

다이칸야마 츠타야의 아늑한 조명은 갈색 나무진열정과 어우러져 편안한 환경을 만든다.현재 츠타야가 가장 공들이는 곳은 셰어라운지다. 그들은 셰어라운지조명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였다. 중앙에 있는 네모난 조명. 천장 주변의 원통형 조명들은 다이칸야마 츠타야의 아늑함을 극대화하면서 방문객들을 공간 안에 몰입시킨다. 레일조명과 타원형조명을 사용한 롯폰기점과는 확연히 다르다.

라이프스타일제안을 중심으로 한 츠타야. 츠타야는 그 제안을 ‘공간’으로 바꾸었다. 지금까지 해온 브랜드정체성을 ‘공간’에 모두 담아 ‘공간’ 그 자체를 브랜드로 만들어야 했다. 이러한 츠타야의 방향이 반영된 곳이 ‘츠타야 셰어라운지’다. 그렇기에 다이칸야마 츠타야에서 조명은 공간을 아늑하게 만드는 인테리어가 아니다. 츠타야라는 ‘공간 브랜드’를 사람들에게 전하는 도구이자. 브랜딩의 중심이다.

물론 다이칸야마 츠타야 티사이트의 1,2호관과 3호관의 스타벅스는 과거 다이칸야마 츠타야 티사이트와는 큰차이가 없다. 실제로 이 공간들은 4년 전과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울 정도다. 스타벅스의 베이커리 브랜드인 프린지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3호관 2층의 셰어라운지는 전혀 다르다. 이곳에서는 ‘공간’으로 츠타야를 전해야 한다. 그렇기에 ‘조명’은 그저 공간을 만드는 요소가 아닌, 츠타야의 리브랜딩의 축에 있다.

츠타야가 지향하는 방향은 두 개의 사진에서 찾을 수 있다. 사진을 보자. 사진 속에서 맥북을 든 남자를 볼 수 있다. 이 남자는 맥북을 그냥 들고 있지 않다. 편안하게 앉아 있다. 뒤에는 유리창이 있음에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북을 펼치고 앉아 있는 남자. 이게 중요하다. 공간 자체가 매우 편안하다는 거다. 사진 속의 남자가 앉은자리는 크지 않다. 나 역시도 저 자리에서 앉아봐서 안다. 실제로 정말 편안하다. 주변의 아늑한 조명, 음악, 블라인 더는 사람을 더더욱 몰입시킨다.

유아도서 코너도 마찬가지다. 다이칸야마 츠타야 티사이트가 특별한 주의를 기울인 코너 중하나는 유아도서 코너다. 이 코너는 1,2,3호관과 구조와 다르다. 의자와 소파 사이의 간격, 책장과 책장 간 간격도 다른 매장보다 조금 더 넓다. 이는 아이들과 유모차가 돌아다닐 공간을 마련해야 했기 때문이다. 츠타야가 셰어라운지를 만들었다고, 무언가가 새로워진 건 아니다.

다이칸야마 츠타야 티사이트의 유아코너같이, 이미 츠타야는 ‘공간’을 브랜드로 만들고 있었다. 셰어라운지는 그 결을 더 다듬었을 뿐이다. 단지 츠타야는 시대가 요구하는 부름에 따라갔을 뿐이다. 그렇기에 츠타야 다이칸야마 티사이트와셰어라운지를 통해 깨달아야 할 건 한 가지다. 이제 ‘공간 자체가 브랜드이다. 공간을 구성하는 모든 세부 요소도 브랜드를 만든다’라는 점이다. 감각의 시대에서 이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2.츠타야 롯폰기

츠타야 롯폰기는 차분하다. 서점에 들어가는 순간 어두운 검은색 책장과 스타벅스만 눈에 들어온다.하지만 이 책장은 진한 갈색이다.검은색이 아니다.츠타야롯폰기점은다이칸야마 츠타야 티사이트의 전신이었다. 츠타비라고 불리는 스타벅스와 츠타야서점간의 동시입점도 롯폰기점이 시작이었다. 또한CCC는 다이칸야마 츠타야 티사이트에서 시도할 기획들을 롯폰기점에서 먼저 시도했다. 


다이칸야마 츠타야의 요람이던 츠타야 롯폰기점은 2019년 리모델링했다.리모델링 과정에서 츠타야는 기존 롯폰기점의 도서와 DVD 대여 서비스를 없앴다. 그 대신 '서점'이라는 공간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이미 ‘제안’으로 충분히 성공을 거둔 다이칸야마와는 다른 방향을 택했다.

츠타야는 ‘츠타야 롯본기라는 공간’을 브랜드로 간주하며 다이칸야마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롯폰기점은 다이칸야마와 조명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다이칸야마는 네모난 전등과 갈색으로 아늑함을 표현했다.롯폰기는 아니다.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갈색 천장과책장 사이에 타원형 조명을 사용했다. 은은하고 차분한 분위기다. 차분함을 극대화하기 위해 천장에 직선형 조명을 설치했다. 이로 인해 빛은 직선과 원형으로 퍼진다. 츠타야 롯폰기에서 빛은 공간 전체를 밝히지 않고 그림자를 많이 만든다. 다양한 그림자가 책과 진열장에 만들어지면서 ‘아늑함’이 서점 전체를 층층이 덮는다.

사진을 보자. 공간 전체에 빛이 고르게 비추지 않다.일반적인 서점과 비교하면 상당히 어둡다.하지만 어둡다고 책을 보는 게 어렵지는 않다.책이 많은 서재에는 레일조명을 많이 배치했다. 천장의 레일 조명은 책을 비춘다. 그 빛은 아래로 향하면서 그림자를 만든다.천장에 설치된 원형조명은 바닥으로 고스란히 떨어지면서 은은한 빛을 만드다. 이 빛은 진한 갈색 조명과 검은색 바닥에 닿고 검은색 바닥은 빛을 흡수한다. 흡수된 빛은 공간을 고요하게 만든다.스타벅스를 제외하고 모든 공간이 이런 형태다.

2층에 위치한 라운지도 마찬가지다. 라운지의 모든 가구와 벽은 무광 검은색이다. 다만 라운지는 서점과 다르게 고요하지 않는다. 통유리창으로 빛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오히려 검은색이 상대적을 덜 부각된다. 오히려 창 밖으로 보이는 롯폰기의 경치가 멋질 뿐이다.덕분에 라운지옆에 있는 개인공간이 더 부각된다.

잡화 코너는 또 다르다. 어두운 조명과 직선으로 떨어지는 조명은제품 하나하나를 비추면서 제품을 강조한다.천장에 설치된 레일 조명과 원형 조명은 빛과 그림자를 사용해 롯폰기점의 공간을파편적으로 나눈다. 이는 사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속 갤러리의 벽을 만드는 주변 공간을 보자.그림자는 각 공간 사이의 경계를 만든다.이 경계들이 평온한 분위기를 만든다. 공간은 하나의 빛으로 연결되어 있다. 빛과 그림자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공간을 나눈다.마치 오가타 신이치로가 만든 공간과 유사하다. 어떤면에서 츠타야 롯폰기점은 이솝 나카메구로점과 비슷하다.이렇게 빛과 그림자를 통해 공간들은하나로 연결되면서도 경계가 생긴다.검은색은 각각의 공간을 섬세하게 구분할 뿐이다.빛을 이용해 공간을 나눈 덕분에책장과 진열장으로 나눈 공간들은 자연스럽다.

츠타야 롯폰기점은 이런 면에서 다이칸야마 츠타야 티사이트와는 전혀 다르다. 오히려 셰어라운지의 분위기를 ‘츠타야’ 서점으로 풀어낸 느낌이 강하다.동시에 츠타야가 자신들의 브랜딩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공간’ 그 자체라는 점도 츠타야 롯폰기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츠타야 롯폰기점은 2020년에 리모델링했지만, 츠타야는 2019년부터 츠타야 셰어라운지를 준비했다.]


3.츠타야 가전

2023년에 방문한 츠타야가전은 넓은 매장의 조명을 모두 통일했다.코로나이전인 2019년만 해도츠타야 가전은 그렇지 않았다.그 당시에는 미용실과 유아 코너를제외한 매장의 조명만이 모두 동일했다.지금은 모든 코너의 조명색이 통일되어 있다. 조명이 같은 색으로 통일된 덕분에츠타야가전은 하나의 아케이드 시장 같다. 특히 회랑과 같은 긴 복도는 츠타야가전만의 특징인데,통일된 조명 덕분에 이전 보다 더 시장 같은 분위기다. 각 코너마다 빛을 세밀하게 조절했던 2017-18년과도 확연히 다르다.

츠타야가전의 아늑한 전구 색 조명은 갈색 진열장과 잘 어울린다.특히 2층의 원형으로 만들어진 서점가와 셰어라운지의 편안함을 조명들이 만들었다고 보아도 무관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츠타야가전의 ’ 분위기’는 다이칸야마보다 아늑하다.롯폰기보다는 덜 차분하다.이 같은 분위기는 츠타야가전에는 ‘가족 단위’의 고객들이 많이 방문하기 때문이다. 즉, 츠타야가전의 분위기와 이를 연출하는 조명은 츠타야의 기획력에서 나왔다고 봐야한다. 동시에 이 기획력은 츠타야가 만든 ‘공간’ 그 자체를 브랜드로 만든다. 많은 사람들이 스타벅스주변에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츠타야가전에서 '책'은 ‘집’이라는 큰 카테고리에 속한다. 이곳에서 책은 주인공이 아니다. 하나의 조연중 하나다. 다이칸야마 츠타야나 롯폰기점과 다르다.오히려 ’책’에 집중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츠타야가전은 '개인'과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공간이다. 츠타야 가전은 자신들의 공간을 사용할 사람들을 ‘가족’으로 정했기에,츠타야가전은 가족의 구심점인 ‘집’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셰어라운지와 츠타야가전간의 경계가 상당히 애매함에도 셰어라운지의 분위기가 좋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렇기에 츠타야가전은 아늑함과 따뜻함을 강조하는 조명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다.


4.긴자식스 츠타야

긴자식스 츠타야서점은 아늑하면서도 몽환적하다. 동시에 고급스러운 라운지같다.마치 긴자라는 이름에 걸맞게 공간 자체가빛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특히 츠타야서점과 스타벅스 사이에 전시 중인 예술 작품들은 이러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이곳에서 조명은 기둥과 만나면서 산란되며,진한 그림자를 만든다. 

한가운데 위치한 긴자 아르리움의 조명은 빛을 가운데에 집중시킨 후, 아래로 내려보낸다. 동시에 빛은 흰 책들과 만나 아늑함도 품고 있다.츠타야 긴자식스점은 다른 지점과는 달리 빛을 '산란'시켜 공간감을 만들었다. 긴자 아트리움을 포함해 산란된 빛은 긴자식스의바닥, 벽, 나무진열장에 반사되어 ‘공간’을 아늑하면서도 몽환적으로 만든다.

산란된 빛이 돋보이는 장소는 긴자 아트리움이다.이곳에서 빛은 산란되면서도, 아늑하게 바닥으로 내려오면서아르리움 내의 전시회에 차분함과 안정감을 더한다.단순히 고요함을 넘어서 말이다. 그렇다고 빛이 따로 노는가? 아니다. 츠타야 긴자식스는 전시회라는 ‘콘텐츠’를 긴자아트리움의 공간감에 완벽하게 맞춘다.

긴자식스 츠타야서점은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일에 있어서 ‘조명’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통로’다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바닥에 비치는 조명은긴자 아트리움의 산란된 빛을 책 코너로 연결시킨다.일반적인 예술 서적만을 판매하는 다른 서점과는 달리 츠타야 긴자식스점은예술 작품을 실제로 전시하고 있다.일본도, 불상, 조각품등말이다.

츠타야 긴자식스점이 다른 예술서점과 다른점은 ‘예술’을 콘텐츠로 본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츠타야 서점 입구와 연결되는 에스컬레이터, 스타벅스입구 근방, 책 코너마다 예술품들을 배치한다. ‘사람들이 예술을 손쉽게 접할수 있다면? 그 공간이 전시회가 된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공간을 더욱 아늑하게 만든다. 또한 이렇게 배치된 예술품들은 조명과 만나면서그 공간들은 아름다운 아티스트의 정신이 깃들어공간에 예술적인 아우라가 퍼진다.츠타야는 이렇게 접근한다. 아늑한 공간감에 무언가 풍성한 느낌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점같은데 갤러리같고, 갤러리같지만 서점같은 느낌이 드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이처럼 긴자식스 츠타야서점은 예술품의 '오브제'적 특성과 아우라를 ‘조명’으로 더욱 깊이 있게 표현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예술품과 조명이 아니다. 츠타야가 조명을 활용해 만든 공간이다.

츠타야는 겉으로는 서점이지만, 오랜 시간 동안 기획회사로서의 입지를 굳혀왔다. 츠타야가 오랜 시간 동안 집중한건 ‘책’보다는 기획에 근거한 공간이었다.책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었다.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공간 그 자체가 브랜드가 되면서, 감각이 브랜드에게 필수덕목이 되었다.그렇기에 츠타야가 오랜 시간 걸어온 ‘기획’. 그 자체가 이게 주인공이 된 시대다. 공간은 그저 그걸 담아내는 그릇이고, 조명은 그릇과 함께 놓은 수저같은 셈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